26일 지스타 2009 참가설명회가 열렸다.
지난 2006년 3월 20일에 열린 적이 있으니, 3년 2개월 만이다. 정말 오랜만이다. 물론 지스타는 2005년부터 꾸준히 열렸다. 단지 참가설명회를 길게 건너뛰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호텔에서 한단다. 게다가 밥도 공짜로 준단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니 수상하다.
이건 뭔가 아쉬운 게 있을 때 하는 행동이다.
다들 알다시피 올해 지스타에는 변수가 있다. 과거 4년 동안 지스타가 열렸던 일산 킨텍스에서 벗어나 부산 벡스코로 간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열리니 위험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참관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노릇이다.
지스타 2009의 주관사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예상한 참석 인원은 100명 정도. 2006년 설명회를 찾았던 160명에 비해 훨씬 줄어든, 소극적인 전망이다.
이날 환영사에서도 약속이나 한듯 모두 ‘Don't worry’(걱정마세요)를 외쳤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의 이승훈 사무관은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정책적,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부산광역시 영상문화산업과의 박진석 사무관은 “가장 자랑스러운 행사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부산광역시는 다양한 카드를 꺼내 보였다.
지난 해에 비해 50% 줄어든 파격적인 부스비용을 제시했다. 120만 원이던 독립부스의 가격을 60만 원으로 낮췄다. 정상가 25만 원의 1일 호텔 투숙비용을 6만 원에 제공해 주기로 했다. 비행기, 기차 교통편 가격 할인도 알아봐 준다고 한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3년 만에 왜 이리도 다른 걸까. 2006년 설명회의 공약을 살펴보자. 그때 발표된 부스 임차비용은 140만 원(조립부스 180만 원)으로 이전 해와 동일했었다. 단지 업체들에게 주는 혜택이 있었다면 부스설치 기간을 3일에서 하루 연장한 4일을 주었던 것 뿐.
예전과는 다르다. 아주 많이 다르다.
참고로 이날 지스타 2009 설명회에는 15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50%나 많이 왔다. 설명을 듣고 난 관계자들은 나름 만족스러운 눈치다. 비용 절감 등의 반가운 소식도 있었지만, 프리젠테이션에서 보여준 정성 때문이었다.
■ 토털솔루션이란 떡밥을 던진 지스타 in 부산
올해 지스타는 토털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다.
저렴한 부스비용과 호텔비, 그리고 KTX과 항공을 연계한 편리한 교통시설. 심지어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PC까지 제공해 주겠다고 밝혔다. 과거에 부스 위치선정과 설치기간, 비용으로 참석을 암묵적으로 강요했던 것과 느낌이 다르다.
심지어 설명회 슬라이드에서는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시티투어 3종 세트도 공개됐다. 태종대 코스, 기장 코스, 범어사 코스를 통해 한국과 부산의 재미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부산의 감동은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장성근 과장은 ‘지스타 2009 가상투어’라는 제목의 16장 짜리 슬라이드와 함께 밀착형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장 과장의 슬라이드는 부산 도착에서 호텔 체크인, 부스 시공 및 세팅 완료 등 16 단계로 나누어 공개됐다. CF에서나 보던, 우아한 비즈니스 출장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마지막 16 번째 슬라이드 ‘업체별 전시 성과 축하 및 회식’에 생선회와 시원 소주의 이미지가 올라가자 일부 참석자들은 탄성을 발했다. ‘준비한 티가 팍팍 나는 설명’에 ‘저런 것까지?’란 정성이 들어갔으니까.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 그것은 바로 회와 소주!
문득, 과거 지스타에서 고생했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왠지 이번 지스타에 바라고 싶은 게 많아진다.
■ 지스타와 아픈 기억, 그리고 디스이즈게임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스이즈게임이 창간한 2005년은 지스타의 첫 해이기도 하다.
의욕에 가득한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은 지스타 기간 내내 킨텍스 근처에서 상주하기로 결의했다. 모두 솔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 그리고 킨텍스 홈페이지를 검색, 근처에 가까운 비즈니스 호텔을 찾아서 투숙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호텔도 간신히 자리를 마련했다.
첫인상이라곤 비즈니스 호텔치곤 조금 아담하고 간판이 다소 현란했다는 정도?
지스타 개막식을 위해 PC도 설치하고 카메라 등 장비도 확인했다. 주요업체들이 공개할 신작들도 모두 파악했다. 이제 모두 푹 자고 내일부터 열심히 달리면 되는 거였다. 모두 잠들 준비를 마치고 불을 껐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장과 벽에, 저기 동그랗게 저 붉게 빛나는 빛은 무엇일까?
정체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곳은 러브호텔이었다. 킨텍스의 특수에 힘입어 비즈니스란 이름으로 바꿨을 뿐. 엘레베이터에 열쇠를 넣는 함이 왜 있었는지 그땐 몰랐다. 또한, 비즈니스 호텔 치고 인터넷 속도(60Kbps)가 왜 그렇게 느렸는지도 몰랐다.
다음 날, 주요 게임업체 관계자들에게 어디에서 묵었는지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바로 비즈니스 호텔의 간판을 내건 러브호텔이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스탭들 모두 불쾌지수만 엄청 높아졌을 뿐이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킨텍스 안에는 편의점이 부족하다. 푸드코트가 있지만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밥 대신 김밥 한 줄로 허기를 때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편의점의 김밥과 샌드위치가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이것도 점심 되기 전에 모두 사라졌다.
결국엔 누군가 한 명은 10인분(필자나 방문객 포함)의 김밥을 대화역에서 킨텍스로 부지런히 공수해야 했다. 처음에는 10인분이었지만 나중에는 20인분으로 늘어났다.
취재팀 기자들은 행사 취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부족했던 기사를 작성한다. 그리고 내일도 오늘만큼 열심히 뛰자고 각오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새벽 2시가 지나 잠자리에 들 때쯤 우리는 또다시 붉은 등불을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코에는 정체 불명의 세제 냄새만 가득했다.
디스이즈게임이 지스타를 취재한 네 번 동안 러브호텔에서 지낸 게 두 번. 그리고 러브호텔이 싫어 동료 집에서 신세를 진 게 두 번이었다. 순서로 보면 러브호텔(2005년)-동료집(2006년)-러브호텔(2007년)-동료집(2008년)이다. 언제나 간식과 식사는 대화역에서 추진해왔다.
설명회의 생선회와 소주 이미지는 그 동안 지스타에서 받은 아픔을 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지스타를 준비하는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정성에 감명했다. 이번에 낚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디스이즈게임도 이미 부산행을 결정했다. 대규모 숙소도 예약해 놓았다. 설명회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지스타 2009를 잘 해 보고자 하는 진정성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꼭 흥행 대박이 아니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와 다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