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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율 규제’의 선봉에 선 웹보드 게임

매출 감소 불가피, ‘정신 차렸구나’ 인식전환이 목표

국순신(국서방) 2009-06-16 19:04:40

6 16일 오후 3, ()한국게임산업협회(회장 김정호)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그린게임 캠페인 발대식을 열였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NHN,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CJ인터넷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한 단체입니다. 가입 업체의 수는 국내 게임업계 전체의 1/10도 안되는 88개에 불과하지만 대형 게임업체들이 모두 참가한 터라 대표성을 띠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게임단체에서 개최했지만 그 모습은 꽤 화려했습니다. 일단 참석자가 주목할만 합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장,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그리고 이수근 게임물등급위원회장 등 게임과 관련된 정부 관료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린게임 캠페인에 힘을 실어 준 것입니다.

 

 

힘이 실린 그린게임 캠페인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우선 고스톱·포커 등 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웹보드 게임의 하루 이용시간이 10시간으로 제한됩니다. 과몰입 방지를 위한 결정이죠. 또한, 웹보드 게임을 하려면 첫 로그인 때 공인인증서가 필요합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정책입니다.

 

이에 따라 웹보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한 개의 게임포털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로그인을 하거나 게임 정보를 수정하려면 공인인증서를 갖고 있어야 하고요.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금융권에서 도입한 공인인증서를 게임에서도 도입한 것이지요.

 

성인 인증을 위해 온라인게임에 공인인증서가 도입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협회장을 맡고 있는 NHN 한게임 김정호 대표는 “공인인증서 본인 인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19%의 유저 감소가, 하루 10시간 셧다운제를 시행할 경우 약 7%의 유저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NHN 웹보드 게임 매출의 15%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00억 원이 넘는 액수입니다.

 

그간 소리만 요란했던 게 게임업계 캠페인이었는데 이번에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게 새롭습니다.

 

여기에서 애매모호한 단서가 있습니다셧다운제와 공인인증서의 도입이 모두 웹보드 게임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웹보드 게임과 함께 주축을 이루는 장르인 RPG는 이번 셧다운제와 공인인증에서 제외됩니다.

 

김정호 대표는 “1단계로 웹보드게임에서 적용한 다음, 2단계로 다른 장르로 확산하겠다”면서 향후 확장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4기 회장을 맡고 있는 NHN 한게임 김정호 대표.

 

그 동안 게임업체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의 등급분류를 맡아온 2002년부터 각종 협회를 만들어서 선언해 왔습니다. 정부의 규제는 산업발전의 ’이며 업체들의 자율규제로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온라인게임협의회, 한국게임산업연합회 그리고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매번 모양새를 달리했지만 업체를 중심으로 한 이런 선언은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마땅치 않았습니다. 게임업체들이 각자 이익에 충실하려는 계산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게임 장르에 따라 손실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사행성과 관련된 게임 장르는 RPG와 웹보드 게임 두 가지입니다.

 

RPG의 경우, PvP(PK)와 아이템 드롭, 루팅으로 이어지는 사행성 그리고 사실적이면서도 폭력성으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고스톱·포커로 대표되는 웹보드 게임도 유사합니다. 아바타 등 디지털 컨텐츠의 구입으로 인한 게임충전 방식으로 사행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결국 게임업계의 캠페인은 내용에 따라 양쪽 장르의 손실이 엇갈립니다. 이런 점에서 범 게임업계적 단합을 만들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겁니다. 여기에서 NHN의 결단은 주목할만 합니다.

 

그린게임 캠페인에 대한 논의를 거치는 데 3개월, 그리고 여기에서 논의된 웹보드 게임의 셧다운제와 공인인증제 도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회사가 바로 회장사인 NHN이기 때문입니다. NHN은 웹보드 게임 부문에서 국내 매출 1위 업체입니다.

 

김정호 대표는 국내 업체들도 이제는 조금씩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 현안에 대해서 보는 안목이 넓어졌다. 해외에서 수익을 거두므로 국내에서는 게임업체들이 자정 노력에 참여할만한 분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가 봅니다.

 

그린게임 캠페인 발대식 행사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되자 행사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습니다. 행사가 중심을 잡지 못 했기 때문이죠. 질문도 고작 7개. 협회가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했던 것에 비해 참석한 기자들의 반응은 다소 심드렁했습니다.

 

 

그 동안 게임업체들이 자정 선언’이라는 카드를 많이 날렸기 때문에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거죠. 김정호 대표도 냉랭한 분위기를 눈치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캠페인에 대해 업체들 사이에서도 티격태격 논의가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보시기에 게임업체는 여태까지 한번도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규제하지 않았던 녀석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애들 코 묻은 돈을 빼앗아 간다는 놈이란 소리를 들었다.

 

우리가 이런 캠페인을 했다고 한번에 착한 녀석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거시적으로 판단했다. 본인은 이런 노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이 이 녀석들이 정신을 차렸구나 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긍정적인 인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호 대표의 마지막 발언이 인상적입니다. 그래도 예전에 게임업체들이 교묘하게 피해갔던 사례는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냉랭했던 오늘의 분위기가 1년 후에 화답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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