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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TGS 2022에서 본 일본 게임시장의 변화 “소셜과 상대경쟁은 이제 끝”

경쟁의 재미가 아닌 혼자서 플레이해도 재미를 찾는 시대가 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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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음마교주) 2022-09-20 11:57:56

도쿄게임쇼는 글로벌 게임쇼이자 세계 3대 게임쇼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 권위는 단순히 규모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규모만 따지면 차이나조이야 말로 1등 게임쇼가 되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차이나조이에 그런 권위를 주지도 않았고 인정하는 사람도 없다.

 

우리가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를 3대 게임쇼라 부르는 이유는 몇가지 공통된 이유가 있다. 1. 글로벌 게임 개발사가 한자리에 모이고 2. 글로벌 게이머들의 이목의 집중되며 3.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신작 또는 관심작, AAA급 타이틀의 경연장 등이다.

 

덕분에 우리는 이런 게임쇼에서 글로벌 게임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고 이에 맞춰 시장 예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도쿄게임쇼 현장에서는 이런 느낌을 그다지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의 여파인지 3년 만에 개최한 행사임에도 눈에 띄는 부스가 거의 없었다. 

 

도쿄게임쇼 2022의 일반 입장이 가능한 3일차 아침의 모습.

 

 

# 메이저도, 서브컬쳐도 부족했던, 그리고 소셜이 사라진 'TGS 2022'

 

닌텐도는 전통적으로 TGS에 불참해왔고, 올해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도 불참했다. 대신 행사 시기에 맞춰 온라인에서 신작 발표회를 개최했을 뿐. 현장에서 접한 정보로는 일부 메이저 업체들도 막판까지 도쿄게임쇼 출전을 계획했으나 결국 위약금을 물면서 참가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TGS 행사장의 메인 공간인 4번홀의 중심에 생긴 빈 공간은 참가를 포기한 업체들의 자리였다.

물론 코로나 19로 개발 기간이 늘어나 출품을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참가를 결정했지만 참가하는 게 독이 될 것이라 여겨 불참한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는 게임계의 흐름이자 일본 게임시장의 변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년 전 찾았던 마지막 도쿄게임쇼 2018과 2022를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하다. 2018년과 그 직전의 도쿄게임쇼에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모바일게임의 확장이 눈에 띄었다. 콘솔 중심의 일본 게임시장에서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모바일게임 부스가 전시장을 메웠고 지난해 역시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의 모바일게임의 장르는 거의 소셜을 중심으로 한 장르였고, 다른 유저와 성장 경쟁 또는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 영역을 키우는 게임성을 가진 타이틀이 대거 전시장을 메웠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모바일게임은 물론 소셜 장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시장뿐만이 아니다. 길거리에서도, TV CF에서도, 지하철 광고판에서도 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현재 일본시장에서 소셜 장르는 전멸했고 상대경쟁 방식은 몰락에 가까울 정도로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현장에서 봤을 때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그리고 다수의 일본 현지 업체 관계자를 취재하면서 확실해졌다. 

 

이들이 말하는 공통된 내용은 한마디로 ‘소셜 장르와 그 안에서의 상대경쟁 방식의 하락세이고 다시금 PC, 콘솔처럼 여러 명이 아닌 개인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성이 중요한 시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3~4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그사이에 시장의 변화는 너무나 확연했다.

 

 

# 게임 플레이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일본 게임시장의 흐름

일본에서 만난 게임 관계자들 모두가 플랫폼의 변화가 아니라 게임의 트렌드가 바뀌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도, 콘솔도, PC 등의 플랫폼 문제가 아니라 남들과 경쟁하는, 그리고 같이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임은 최소한 일본 시장에선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대다수는 특이하게도 그들 입장에서도 외산 게임인 <원신>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원신>의 캐릭터나 성우 채용 등 일본에서 인기있는 서브컬처의 문화를 활용한 것과는 별개로 <원신>의 싱글 플레이 중심의 게임성이 일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안착했는가를 이야기했다. 

 

이제는 모바일로 출시되는 게임 다수가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모바일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모바일에서만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니까. 일본에서도 <원신>이 인기지만 이를 모바일게임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도쿄게임쇼 2022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게임은 이런 트렌드를 확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는 현장의 스팀덱에 대한 관심으로도 느껴졌다. 일본은 외산게임, PC게임의 불모지로 여겼던 지역이다. 그런데 밸브의 스팀도, 블리자드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일본에서 올해는 밸브의 ‘스팀덱’이 당당히 부스 한 켠을 크게 차지했고, 일본 유저들의 관심도 그 어떤 부스 못지않았다.

 

 

스팀덱 체험을 위해서 기다리는 관람객들. 최소 80분 이상 대기가 필요했다.

 

혼자서 시간에 관계없이 자기가 플레이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 이제는 유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끊임없이 게임에 접속하고, 시간을 들여도 돈을 쓰지 않으면, 돈을 써도 마땅한 이득을 얻지 못하는 상대 경쟁에 따른 페널티를 가져가는 게임은 최소한 일본 시장에서는 먹히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이를 넘어서는 플레이의 개성이나, 캐릭터 요소 등의 매력이 있지 않는 한.

 

도쿄게임쇼 2022 현장이 과거와 달리 한산한 느낌이 나는 것도. 메이저 업체들의 부스가 없는 것도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간다. 기존에 개발 중이던 게임들은 소셜을 통한 경쟁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었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난 2021년 엔씨소프트가 도쿄게임쇼에서 <리니지 W>를 발표했던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행위였는지, 트렌드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는지 아쉬울 뿐이다. 물론 엔씨 외에도 많은 한국 개발사들이 도쿄게임쇼 2021에서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많은 발표를 했다.

 

당시 이들이 봤던 것은 RPG라는 장르뿐이었던 듯하다. 물론 RPG가 일본에서 확고한 인기 장르인 것은 맞지만 그 안에 어떤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 가는 안일하게 판단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단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일본에서 이들 게임에 대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반면 <원신>은 일본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기존에 없던 IP로 게임 외에도 일반 캐릭터 상품으로도 당당히 큰 흐름을 만들어낸 콘텐츠로서 입지를 세웠다. <리지니 W>에는 없고 <원신>에는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무엇이 어떻게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물론 수많은 이유와 복합적인 상황이 어우러졌지만. 

 

2022년 아키하바라 메인 거리의 모습.

2018년의 아키하바라 메인 거리의 모습. 4년의 시간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 소셜 장르에서 상대경쟁을 하는 게임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취재를 위해 만난 일본의 게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업계를 대표, 또는 자신이 속한 업체를 대표하는 말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말이다. (※ 편집자 주: 취재원 모두가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타 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때문에 모두 익명을 요청했습니다)

 

“일본에서 소셜 장르가 더 이상 인기를 끌 일은 없을 것이다. 이는 유저 간의 경쟁을 통한 매출 구조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우마무스메> 등은 확실한 팬 층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지만 이 게임들은 IP의 파워의 강력함에 기대고 있다. 이런 강력한 IP를 새롭게 만들면 모를까

 

“도쿄게임쇼 2022 현장에서도 봤지만 출품 타이틀 중 대부분이 혼자서 즐길 수 있거나, 온라인이더라도 상대와 관계없이 싱글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 대부분일 것이다. 왜냐면 이제 시장이 그런 게임을 원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돈을 써도 혼자서 게임의 콘텐츠 대부분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하고 있는 추세다”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다. 적어도 일본 유저들은 이제 어디서나 할 수는 있지만, 언제든지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하루 중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는 경쟁 중심의 게임이라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소셜 게임성에 대한 피로감이 너무 심하다”

 

도쿄게임쇼 2022 첫날 행사장에 들어왔을 때의 당혹감이 생생하다. 생각한 것과 달리 그다지 볼 것 없는, 주요 게임의 정보는 온라인에서 공개되고 현장에서는 체험의 기회조차 힘든, 굳이 안 와도 되었을 듯 한데? 하는 불안감. 하지만 이런 트렌드의 변화와 흐름은 역시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거라 본다. 

 

시장의 변화를 정면으로 맞이한 도쿄게임쇼 2022에 취재를 온 것이 지금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오지 않았으면 몰랐을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국의 게임 생태계는 이런 흐름을 느끼고 있을지, 혹은 앞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경쟁하는 게임에서 바뀌고 있는 게 돈 버는 게임으로 몰리고 있는 게 너무 눈에 보이고 있으니까. 한국에서는 말이다.

 

궁금했다. 그리고 TGS 현장에서도 NFT게임 관련 부스들이 존재는 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NFT게임으로 불리는 P2E에 대해서. 돌아온 답은 미묘했다.

 

“글쎄… 재미가 있다면 잘 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트렌드에 맞는 게임이 아닌 이상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플레이를 할지는 모르겠다. 돈을 번다는 건 결국 암호화폐의 가치에 따라서 흥행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NFT게임이라는 건 결국 유저의 니즈가 아니라 업체, 그리고 비지니스 단에서의 니즈 아닌가"

 

"고정된 게임성에 따른 재미가 아닌 변동되는 외부 가치에 따라서 유저들이 게임을 계속 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여전히 소셜에서 경쟁하는 게임이 그리고 P2E 게임이 잘 되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관심있는 사람도 있고 여기에 뛰어드는 업체도 있고. 하지만 일본에선 현재 추세로 본다면 게이머 중심으로는 인기나 흥행 측면에서는 힘들지 않을까?”

 


도쿄게임쇼가 끝나고 2달 뒤에는 지스타가 열린다. 올해 지스타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의 규모도, 참가사의 수도 그 어느때 보다 많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스타에서 선보일 게임들이 어떤 것들일까?

도쿄게임쇼에서 일본 게임시장의 변화와 트렌드의 흐름을 봤듯, 지스타에서는 한국 게임시장에서의 흐름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흐름이 시대의 변화를 파악하고 게이머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는지, 아니면 유저들은 원하지 않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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