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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엔씨소프트가 왜 프로야구단을?

캐주얼게임 잔혹사와 대중 유저에 대한 갈망

임상훈(시몬) 2010-12-24 21:59:12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제 9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그제(22) 터졌습니다. 이후 주로 야구 담당 기자들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구계에서는 매우 환영하는, 아니 잔칫집 분위기입니다. 연고지의 일부를 빼앗기는 롯데만 빼고요.

 

 

■ 반응 ① 웰컴 투 베이스볼!

 

야신김성근 감독, ‘국민감독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 프로야구 OB모임 일구회 등 엔씨소프트에 대해 거의 모르는 야구 원로들도 환영 일색입니다. 야구 담당 기자들도 우호적인 기사로 엔씨소프트의 창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요.

 

매우 당연한 반응입니다. 자기가 일하는 분야가 더 커지고 풍성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을 드물죠. 야구를 한 평생 해왔던 이들에게 숙원사업이 이루어지는, 너무나 기쁜 소식일 겁니다. 이해타산적인 시각으로 보면, 코칭 스태프나 프로야구 선수 지망생들의 새 일자리가 생깁니다. 더불어 프런트 인력, 야구 전문 기자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죠. 엔씨소프트가 재무구조가 탄탄해서 히어로즈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요. 정규 리그가 홀수 구단으로 가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제 10구단 창단도 기대됩니다. 산술적으로 프로야구계에 25%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는 셈이죠.

 

23일 네이버 뉴스 야구 페이지 첫 화면. 네이버를 비롯해 다음,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 야구 페이지는 22일부터 현재(24일)까지도 엔씨의 제 9구단 관련 뉴스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장밋빛 기사가 줄을 잇습니다. 김택진 대표와 하일성, 허구연 씨와의 인연을 소개하는 박동희 기자의 흥미로운 기사에서부터, 시애틀 마리너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게임 또는 IT업체가 구단주로 있는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단의 성공 사례, 그리고 김 대표와 천재소녀로 유명한 윤송이 부사장 부부 이야기 같은 뒤늦은 가십까지 말이죠.

 

 

반응 ② 6.6% 떨어졌던 주가

 

하지만, 당일 투자자의 반응은 서늘했습니다. 엔씨의 주가는 이날 6.6% 가량 떨어졌습니다. 국내 프로야구는 82년 전두환 정권 시절,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우민화 전략인 3S(Sports, Screen, Sex) 정책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구단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년 구단 운영비가 200~300억 원 정도 드는데, 회사의 재무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느낀 투자자들이 당일 주식을 많이 팔아버린 거죠.

 

온라인게임 하나에만 집중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아쉬움도 있었을 겁니다. 과거 많은 벤처 업체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결국 안 좋은 결말을 보기도 했으니까요.

 

22일과 23일 엔씨소프트 주가의 흐름.

 

23일 주가는 다시 2% 가량 회복했습니다. 대다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우호적인 의견들을 내놨습니다. 프로야구단의 실제 적자 규모가 수십 억 또는 50억 원 정도에 그칠 것이고, 엔씨소프트에게 그 정도 비용이 마케팅으로 쓰이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들이었죠. 그럼에도 주가 상승폭은 전날 하락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그쳤죠. 물론 주가의 흐름이 프로야구단 하나의 이유로 오르고 내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반적인 투자자들의 심리는 아직 차가운 느낌이 듭니다.

 

 

반응 ③ 환영하는 게임계 그리고, 문득 떠오른 Daum 인수설

 

반면, 게임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엔씨가 프로야구팀을 가지면, 엔씨는 물론 온라인게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기죠. 산업 전반적으로 히트작이 꽤 오래 안 나오던 시절,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아이온>의 성공을 기대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대박 게임이 투자 활성화에 도움을 주듯, 프로야구단 소유 게임업계 구단주가 인식 제고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좀 방향은 다르지만, 넥슨이 올해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와 공식 스폰서 계약을 한 뒤 브랜드 인지도, 호감도 등에서 꽤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으니까요.

 

넥슨 일본법인은 지바 롯데 마린스 스폰서를 통해 꽤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임을 무시하거나 몰랐던 이들에게도, ‘1년 내내 TV에 나오는 프로야구단의 유니폼’에 콕 새겨진 로고는 무의식적인 신뢰도를 서서히 쌓아 갔겠죠.

 

엔씨의 공식 입장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홍보실 이재성 상무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야구단 창단을 준비 중인 것은 게임업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새로운 온·오프라인 놀이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상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엔씨소프트의 회사 모토에도 부합된다”고 강조도 했고요.

 

저 또한 엔씨의 프로야구단 창단을 통해 국내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게임매체를 하는 아들의 일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 분들에게 설명하지 못해 곤란해 합니다. 프로야구단이 생기면, “저런 곳 취재해” 한마디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엔씨가 내년 1월 11일 KBO 이사회 고개를 잘 넘겼으면 합니다.

 

그런데 문득, 철 지난 엔씨의 다음 인수설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그리고, 기억과 버무린 상상력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사정 ① 엔씨의 아킬레스건

 

엔씨와 포털 다음의 핑크빛(?) 소문은 2008년 상반기에도 있었고, 2009년에도 반복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엔씨소프트는 다음 인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그 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비록 성사는 안 됐지만, 업계에서는 엔씨와 다음 사이에 논의가 어느 수준에선가 진행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당시 다음 인수설과 관련된 업계의 시각은 포털에 대한 김택진 대표의 오랜 열망이었습니다. 인터넷 기업으로서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분야를 넘어 포털로 진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는 거죠. 실제 김 대표와 포털의 인연은 꽤 오래 됐습니다. 현대전자 재직 시절, 인터넷 접속 포털 성격의 아미넷(현 신비로) 개발 책임자이기도 했고, 2000년에는 웹라이프라는 포털사이트를 직접 열기도 했으니까요. 2007년 사장 직속으로 오픈마루 스튜디오를 두고 포털 기반 기술들을 개발하기도 했고요.

 

오픈마루의 서비스 중, 개인적으로 ‘쓴 글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스프링노트를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좀 다른 것이 보였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포털에 대한 열망 뒤에 숨은 ‘대중 유저에 대한 오래된 갈망이었죠. 엔씨는 다음이라는 포털 사이트보다, 그 곳에서 활동하는 대중적인 유저들을 더 욕심 내고 있었을 거란 거죠. ‘헛것’을 본 것인지도 모르지만, 제가 그렇게 본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정 ② 엔씨의 캐주얼게임 잔혹사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해서 한참 고생하다가, 지인을 통해 겨우 얻었습니다. ‘게임팅’.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존재했던 엔씨의 보드게임 포털이죠. NHN, CJ인터넷이 엔씨의 강력한 MMORPG 라인업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엔씨도 다른 웹보드게임 포털들이 탐났습니다. 그래서 야심 차게 게임팅 서비스를 시작했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MSN과 연동되는 시스템까지 구축했고요. 하지만, 기존 웹보드게임 포털을 뚫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MSN 메신저와 연동해서 즐길 수 있었던 게임팅.

 

시간은 흘러, 2003~2005년 사이 <메이플스토리> <겟앰프드> <카트라이더> <팡야> <프리스타일> 등 히트 캐주얼게임들의 등장. 엔씨는 2005년 다시 한번 핵심 인력들을 배치한 게임 포털 플레이엔씨를 론칭했습니다. 그러나 별 재미를 보지 못 했습니다.

 

그리하여, 2010년 현재 엔씨의 라인업 중 MMORPG와 캐주얼의 격차는 꽤 벌어진 상태입니다. <러브비트> <펀치몬스터> <드래고니카> 등 최근 경쟁력을 갖춘 라인업이 선전 중이지만, 매력적인 성과를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죠. 야후 등 포털 채널링으로 유저 유입이 늘어났지만, 넥슨, 한게임, 넷마블 같은 캐주얼게임 플랫폼에는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고요.

 

 

상상 ① 캐주얼 시장의 게리엇, Daum?

 

엔씨는 확실히 크게 베팅했던 경험이 몇 차례 있습니다. 특히 미국 진출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줬죠. <리니지>가 미국 시장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듣보잡나라의 허접한 개발사로 인식되던 시절, 게리엇 형제 영입을 통해 MMORPG 메이저의 하나로 우뚝 올라섰죠. 비록 <타뷸라라사> 같은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아레나넷 인수와 <길드워> 출시 등을 통해 미국에서 톱 레벨의 온라인게임 회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기다리는 유저층이 꽤 있겠지만, <길드워 2>는 미국과 유럽의 게이머들이 가장 기대하며 기다리는 온라인게임 타이틀 중 하나입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미국 시장 돌파의 키(key)가 ‘게리엇 형제였다면, 캐주얼 시장 돌파의 열쇠를 다음으로 잡는 것도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때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구글의 다음 인수설로 주가가 오른 측면도 있었습니다. 또한 다음의 게시판인 아고라와 현 정권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를 생각할 때 엔씨가 다음을 인수했을 경우, 정부 또는 유저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죠.

 

 

■ 상상 ② Daum 대신 프로야구단?

 

MMORPG 유저는 식도락가와 비슷합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시골까지 찾아가서 꼭 먹는 사람들이죠. 당연히 포털의 울타리를 넘나들며 게임을 골라 합니다. 반면 대중 유저들은 집 근처,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자주 가는 포털에서 어떤 게임이 나오면, 그것을 그냥 해보는 경향이 크죠. 플레이엔씨의 울타리 안에는 아직까지 이런 보통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대중 유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엔씨소프트가 다음 이후 시도한 카드가 프로야구단이 아닐까요? 프로야구는 저변이 넓고, 다양한 유저층이 존재합니다충성도도 높은 편이죠. 야구와 연결된 게임 마케팅을 통해 플레이엔씨의 외연을 대중적으로 확대하려는 열망이 있지 않을까요? 충분히 가능한 그림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캐주얼게임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까요?

 

엔씨와 JYP의 협약식에 참석했던 miss A. 엔씨가 프로야구단을 창단하면, 시구에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민이가 안 예쁘게 나와 속상합니다. ^^;;

 

이렇게 이야기해보죠. 야구단 말고, 엔씨의 대중 유저층 확보를 위한 다른 효율적인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오프라인에서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난 8월 엔씨는 원더걸스, miss A 등이 소속된 JYP와 제휴를 맺었습니다. 대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상 플러스: 프로야구단 창단 다음에는?

 

사실, 대중 유저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2000년대 중반을 휩쓸었던 국민게임 <카트라이더> 같은 대형 히트작이 나온다면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건 <카트라이더>가 나왔던 시대보다 더 험한 미션입니다. 만들기도 힘들고, 요즘은 경쟁이 워낙 심하니까요.

 

최근 특히 경쟁이 심해지는 분야가 하나 눈에 띕니다. 야구 게임입니다. 물론 장르가 다른 게임들이 섞여 있지만, 어찌됐든 프로야구의 인기를 발판으로, 또한 야구팬들의 충성도를 기반으로 <마구마구> <슬러거> <와인드업> <프로야구매니저등이 서비스되고 있고, <야구9> 같은 게임도 나올 예정입니다.

 

만약,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창원을 연고지로 한 엔씨의 신임 감독이 된다면? 

 

야구 게임은 야구단이나 선수 라이선스가 무척 중요합니다. 엔씨가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게 되면, 2013년부터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충분한 시간입니다. 엔씨가 야구 게임을 만들기에, 또한 다른 구단 등 관계자들과 구단주로서 협의하기에도 말이죠. 롯데 말고도, 엔씨의 프로야구팀 창단을 꺼리는 곳이 있을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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