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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피파온라인 유료화에 대한 오해

태무 2006-08-07 18:18:49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피파온라인>의 부분유료화 모델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가장 문제인 것은 역시 ‘페이스온’에 대한 논란이죠.

 

오픈 베타테스트까지 현실과 비슷하게 재현되어 있던 선수의 얼굴이, 아이템샵이 추가되면서 일부러 닮지 않게 하향 조정됐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은 돈을 내고 아이템을 사야만 실제와 비슷한 얼굴 모델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샵이 열린지 이틀만에 8,000개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유저들의 주장은 ‘유료화는 어쩔 수 없지만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인 선수 모델링을 건드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피파온라인>의 최대강점인 라이센스와 선수모델링을 ‘페이스온’이라는 아이템이 훼손하고 있다는 거죠. 추가기능 혹은 부가기능이 아니라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네오위즈측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습니다. ‘페이스온’을 제외하고는 상품으로 개발할만한 아이템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 짚어보기 ① 양날의 검, 라이센스

 

우선 라이센스부터 얘기해야겠네요.. 아시다시피 <피파온라인>은 스포츠게임 사상 최고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막강한 라이센스만큼이나, 막중한 책임도 뒤따른다는 거죠.

 

<피파온라인> 개발팀은 게임속의 유니폼에서 문양 하나를 바꾸려고 해도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과 EA, 해당팀, 또 해당팀의 스폰서와 협의를 해야 합니다.(모든 경우가 이렇지는 않겠지요)

 

예를 들어 첼시의 유니폼에 빨간색 줄을 몇 개 그은 다음 '스피드 +3'의 능력치를 준다고 가정해 보죠. 그럼 우선 EA와 능력치 밸런스에 관한 협의를 해야겠죠? 또 첼시팀과도 유니폼의 디자인 변경에 대해 협의해야 할 겁니다.

 

게다가 이 빨간색 줄이 만약에 첼시팀의 스폰서인 삼성로고를 가리거나, 로고와의 배색 문제로 삼성과도 협의를 해야 할겁니다. 당연히 허락을 받기는 힘들겠죠?

 

이 유니폼을 고칠려면 수없이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_-)

 

 

▶ 짚어보기 ② 꾸미기 아이템

 

그럼 얼굴이나 헤어스타일은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EA는 선수 개인의 라이센스를 합쳐서 FIFA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라이센스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죠. 지금처럼 아예 디테일을 적용시키지 않은(페이스온을 장착하지 않은) 상태라면 모르지만, 눈 모양을 바꾼다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작업입니다. 쉽게 말해 일괄적으로 선수들의 얼굴 해상도를 누그러뜨릴 수는 있지만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가령 박주영의 헤어스타일을 대머리로 바꿀 수 있다면, 박주영이 소속한 FC서울이나 기타 여러 단체에서 항의가 들어오겠죠. 자, 이런 이유로 온라인게임 부분유료화의 정석인 ‘꾸미기 아이템’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해 집니다.

 

 

▶ 짚어보기 ③ 능력치 향상은?

 

부분유료화의 또 하나의 정석, 능력치 아이템은 어떨까요?

 

TIG 기사를 눈 여겨보셨다면 알겠지만, 정상원 본부장 및 <피파온라인> 개발팀은 게임의 밸런스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라운드 밖에서 감독의 경험치를 올리는 방식의 간접적인 방법은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갑자기 물약 하나 먹었다고 다카하라가 쉐브첸코보다 득점력이 높아진다던가, 센데로스가 레예스보다 스피드가 빨라진다거나 하는 모습은 차마 못 보겠다는 거죠. 저도 스포츠게임 매니아 중 한 명으로서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능력치 향상 아이템 판매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정액제나 ‘2,000원 내면 첼시 사용가능’ 혹은 ‘5,000원 내면 매치모드 50판 플레이 가능’이라는 식이 좋았을까요? 페이스온을 빼고 저걸 넣었다면, 유저들의 반발이 좀 덜했을까요?

 

물약 하나 먹는다고 센데로스가 레예스나 차두리보다 빨리 뛴다면 어떻게 될까요?

 

 

즉, 네오위즈의 입장에서는 게임성을 건드리거나, 유저들의 접속을 제한하지 않고 유료화를 하려면 그나마 페이스온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겁니다. 네오위즈도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입니다.(게다가 EA와 수익을 나눠야 하죠) 이런 상황에서 유료화 방안을 모색하다가, 위와 같은 이유로 ‘페이스온’ 아이템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죠.

 

 

▶ 서로에 대한 오해 

 

아마도 네오위즈가 위와 같은 사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유저들이 많을 겁니다. 특히 라이센스 문제 같은 것은, 네오위즈 입장에서도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없으니 유저들은 알 길이 없었죠.

 

이 때문에 ‘유니폼이나 팔면 되지, 왜 얼굴을 건드리느냐!’라며 반발하는 유저들이 참 많았습니다. 네오위즈가 나름대로의 고민과 기준에 의해 ‘페이스온’을 결정했다는 것을 유저들이 알았다면, (그래도 심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심각한 반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네오위즈도 오해했죠. 스포츠게임 유저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위닝 일레븐> 일본버전이 출시되면 용산 전자상가 게임매장에는 최신 로스터와 영문 이름이 표시된 ‘패치’를 메모리카드에 받아가려는 유저들이 엄청나게 몰리곤 합니다.

 

스포츠게임 유저들이 선수 이름이나 모델링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선수 얼굴을 건드렸으니, 유저들이 반발할 수밖에요. 모든 사정을 고려해봐도, ‘페이스온’ 아이템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ㅠ,ㅠ) 

 

 

결국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이 이번 유료화 갈등의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저들은 회사를, 회사는 유저를 좀더 살피고 배려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한된 정보만 얻게 되는 유저 입장에서 먼저 회사를 배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 바랄 수도 없는 일이고요.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먼저 유저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합니다.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개발팀은 ‘페이스온’에 상응하는 적절한 유료화 아이템과 서비스, 멋진 업데이트로 쓰린 유저의 속을 달래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유저들은 무조건 ‘페이스온은 싫다!’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페이스온보다는 차라리 이런 이런 대안이 낫다’라는 의견을 계속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이제 부분유료화까지 했으니 유저간담회나 적절한 자리를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