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옛 동지들은 어디에?
온라인게임을 오래 즐긴 유저라면 한번쯤 ‘예전에 같이 게임을 했던 동료들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MMORPG에서 길드 활동을 했던 분이라면 더욱 그렇죠.
얼마 전부터는 ‘게임판 아이러브스쿨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온라인게임에서도 추억찾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아이러브스쿨’은 2000년대 초 학교 동창회 사이트를 만들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초,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맺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이트입니다. 추억으로만 남았던 옛 친구들을 온라인으로 묶어줬고, 그들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뭉쳤죠.
(여기에서 저의 온라인게임 경험을 잠깐!) 제가 온라인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2001년입니다.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었죠. 당시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아 미국 서버에서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모여서 옹기종기 게임을 했습니다. 세 나라의 시간대가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이 플레이하는 시간이 늘었고 그러다가 친해진 거죠.
주위에는 국경을 넘나들면서 인연을 만든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 중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전장에서 함께 RVR을 뛰고 레이드를 하던 동료들 대부분은 이제 잊혀진 사람들일 뿐입니다.
<리니지2> 공성전의 한 장면.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다들 형-동생 사이였다.
넥슨의 <마비노기> 오프모임 (출처=네이버, 재와니의 블로그)
국내에는 수많은 게임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특정 게임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없는 게 없습니다. 게임에 대한 새로운 소식과 공략법, 노하우 등 방대한 게임정보가 있습니다. 이들 사이트의 대부분은 게임중심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면 어떨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게임판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사이트를 만드는 거죠.
국내 온라인게임의 역사는 얼추 10년이 넘습니다. 1996년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해 <리니지> <라그나로크> <프리스톤테일> 등이 나오면서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길드를 만들고 열심히 활동했죠.
게임 안에서의 끈끈한 정은 <리니지>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바로 ‘공성전’ 때문이죠. <리니지> 이후 대부분의 MMORPG에 ‘공성’의 개념이 들어가면서 성주나 군주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이후 포털사이트인 ‘다음’이나 ‘프리챌’ 등이 손쉽게 온라인 모임을 만들 수 있는 ‘카페툴’을 제공하고 나모웹 에디터, 제로보드 같은 프로그램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게임 모임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물론 이 같은 온라인 모임은 자연스레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졌죠.
길드메이트닷컴의 검색화면
그.런.데
제가 생각하던 게임판 아이러브스쿨이 외국 한 회사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사이트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무척 신기했습니다. 바로 길드메이트닷컴(www.guildmates.com)이라는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는 MMORPG를 즐기던 옛 동료를 연결해주는 곳입니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게임별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고 유저의 서버, 캐릭터 이름, 실제 이름 등의 정보가 있습니다. 약 100여개의 MMORPG에는 각 게임별로 유저들의 프로필이 등록돼 있고 여기에는 현재 즐기고 있는 게임과 과거에 했던 게임 캐릭터 이름 등이 적혀 있습니다.
사이트를 오픈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 데이터베이스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마우스는 자연스레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카테고리를 향했고 같이 게임을 즐겼던 친구들이 있는지 확인해보게 만들더군요.
지난해 온라인게임 동시접속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0만명이 온라인게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이미 온라인게임 유저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는 통계도 나온 것으로 압니다.
이 정도면 한번 해볼만한 창업아이템 아닌가요? 이름도 생각해뒀습니다. ‘아이러브게임’.
물론 실패해도 책임은 못집니다.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