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막 한글을 깨우치고 덧셈을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오락실에 가서 처음 접한 게임들은 <갤러그> <제비우스> 등의 일본산 슈팅게임이었다. 청소년기를 거쳐 대학시절에 이르기까지 오락실에 설치된 게임들은 대부분 일본 등 외국의 유명 게임업체들에서 제작하였고 그렇게 일본문화에 익숙해졌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오락실 게임기에서 가정용 게임기, 인터넷게임, 모바일게임 등으로 게임산업이 급성장하였고, IT 강국인 우리나라 게임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선전하면서 게임산업은 2013년도 매출액 10조 원, 수출액 3조 원을 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국내 콘텐츠산업 중 2013년도 매출액이 10조 원을 넘는 곳은 출판(20조 원), 방송(14조 원), 광고(12조 원), 지식정보(10조 원) 산업 등에 지나지 않았고,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의 모든 매출을 합해도 게임산업의 매출액보다 적었다.
특히 수출액의 측면에서 보면 게임산업만 홀로 3조 원을 넘겼을 뿐, 나머지 모든 콘텐츠산업의 수출액을 합해도 2조 원에 불과하였다. 진정한 한류(韓流)의 주인공은 ‘케이팝(K-Pop)’이 아니라 게임산업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과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예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각 법률안은 게임을 사회악(社會惡)으로 상정하여 게임산업의 숨통을 옥죄고 게임업계의 매출을 징수하는 내용이다.
심지어 지난 2월 17일 공청회에서 게임중독법에 찬성하는 모 교수는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4대 중독물질에서 게임을 빼느니 차라리 마약을 빼는 게 낫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현재 게임이 중독물질인지 중독행위인지에 관한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의학적 근거도 없다. 만일 마약이나 도박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 정도로 게임이 위험하다면, 게임을 범죄화하고 게임산업 자체를 살처분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게임을 안락하게 즐기고 있다.
직접적으로 즐기는 인터넷게임, 모바일게임 말고도 야구, 축구, 올림픽 등 수많은 게임을 관전하고 즐기며 삶의 스트레스를 떨쳐 내고 있다. 청소년에 대해서 시간의 족쇄를 채운 셧다운제로는 부족했나 보다. 성인이 자신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즐기는 게임이 왜 도박이나 마약처럼 위법한 행위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위 법안을 보면서 중세시대 마녀사냥, 근대의 우생학, 미국의 금주법 등 인간의 무지함이 빚어낸 수많은 과오가 스쳐지나갔다. 근대 계몽주의 사상의 근간에는 나라의 법질서가 우위이므로 무지몽매한 시민을 계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민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훈육의 대상인 것이다.
위 법안에도 이와 같이 국민을 경시하고 무시하며 ‘우리는 옳고 너희는 틀리다.’는 독단주의적 사고가 엿보인다. 흡사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나올 법한 전체주의적인 정부가 되어 ‘규제만능주의’로 흐르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첨단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문화한류의 중심으로서 다원주의적이고 자율적인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면서 또한 게임을 폐쇄적이고 음습한 범죄로 보는 시각의 협소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시민의 자율과 조화를 통한 게임산업의 성장을 추구할 시점이다. 오히려 새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는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선종문 변호사
썬앤파트너스(Sun & Partners) 법률사무소 대표
● 학력사항
○ 1997. 연세대 정외과 졸업
○ 2007.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입학
● 경력사항
○ 1997.~2000. 대한민국 공군 헌병장교
○ 2008.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민사 및 가사 조정위원
○ 2008. LG전자 두바이법인 사내변호사 인턴
○ 2008. 미국 콜럼비아대 통상법연구과정 수료
○ 2009.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개업
○ 2010. 합격의 법학원 행정법 강사
○ 2010. 인천광역시 평가위원
○ 2011.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교육 및 환경)
○ 2011. 인천광역시 시설관리공단 이사
○ 2011.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 2012. 인천광역시 법률고문
○ 2012. 썬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Sun & Partners) 대표변호사
○ 2012.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피해자 국선변호사
○ 2013. 서울지방변호사회 제1부회장
○ 2013.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 2013. 법무부 변호사시험 출제위원
○ 2013. 여성가족부 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 2013.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구술면접 평가위원
● 공익활동
○ 2009. 대한변호사협회 여성폭력방지법률지원변호사단
○ 2010.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고문변호사단
○ 2010.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 법률지원단
○ 2010.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운영위원
○ 2010. 법무부 중소기업법률자문단
○ 2012.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피해자 국선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