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센스에 감탄했습니다.
4월 7일 디스이즈게임은 본격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이슈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지지, 비판, 비난, 비판적 지지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SNS에 나온 몇몇 분들의 센스있는 반응에 무릎을 쳤습니다.
보도 배경을 추측한 트윗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3개의 답안에 대해 7명이 의견을 냈는데, 모두 3번이었습니다. 제가 가챠 때문에 '폭망'(심하게 망가짐)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거죠. ^^;;
TIG와 저를 잘 모르시는 분에게는 굉장히 설득력 있는 추측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재치있는 트윗 각 문항을 중심으로 저희 의견을 드릴까 합니다.
1) 광고 주던 업체가 광고를 끊었다.
이런 추측은 선후관계가 바뀐 겁니다. 오히려 이런 보도 때문에 광고가 끊길 가능성이 생기겠죠. '광고 같은 게 줄지 않을지', 한방에 훅 가겠네', '자기네 목줄 조르는 꼴 나지 않을까' 등 TIG와 트위터에는 후폭풍을 걱정하거나 예상하는 의견이 꽤 있습니다.
2) 법 관련으로 한방 크게 터트릴 게 필요했다.
다섯 꼭지를 한 번에 내놨습니다. 그것을 '한방'이라고 부른다면 맞습니다. 그러나 법이 아니라 현재 우리 게임계가 처한 상황 때문에 보도했습니다. 저희의 입장에서 밝혔듯 한방으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3) TIG 대표님이 가챠 폭망함.
하하하. 작성한 분의 센스가 멋집니다. 비슷한 반응으로 '핵과금했다 망하고 빡쳐서' 그랬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가챠는 안 했지만, '빡친' 것은 맞습니다. 가챠 이슈에 대응하는 게임업계의 '나이브함'과 '안이함' 때문이었죠. 제가 대응의 '적극성'과 '신속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바다이야기> 수준을 넘을 게임생태계 위기를 느꼈으니까요.
2. 감정싸움에 우울했습니다.
문제의식은 동의하지만,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뽑기 확률 0%의 고백 등을 담은 기사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습니다. 조작을 의심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10년을 쌓아왔지만, 아직 디스이즈게임의 신뢰도가 많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각자 오랜 취재를 통해 이 사실을 따로 수차례 확인한 담당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해당 기사의 여파가 컸습니다. 일부에서는 개발자 혹은 가챠 전체에 '낙인이 찍히는 효과'를 걱정했습니다. 그 우려는 상당 부분 사실로 판명났습니다. 저희는 기사 상단에 굵은 빨간 글씨로 아래와 같은 글을 적었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독자들이 있었습니다. 더욱 세심한 구분과 강조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 낙인효과: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낙인(烙印, stigma) 찍히면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론.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제한된 증거를 가지고 성급하게 바로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
TIG와 트위터 등에서 벌어진 일부 유저와 일부 개발자의 충돌은 가슴 아팠습니다. 저희 때문에 촉발된 정국이 지나친 감정 다툼으로 흐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망감과 배신감 때문이었겠지만, '사형'이나 '효수' 등 살벌한 표현으로 개발자 전체를 저주하는 행태는 지나칩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게임개발자는 게이머이고, 대다수는 현재의 가챠 운영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일부 개발자의 대응은 크게 아쉬웠습니다. TIG의 보도에 대한 비판은 환영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업에서도 공개적으로 소비자를 비난하는 생산자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3. 똘레랑스를 기대합니다.
가챠(랜덤박스)에 대한 저희 집중보도에서 실수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가챠의 역사를 짚었습니다. 일부의 일탈적인 운영과 그 배경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에 따른 게임생태계의 위기를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가챠의 구체적인 종류 및 운영에 대한 분류와 설명이 없었고, 가능한 규율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업계의 대책 마련만 촉구했을 뿐입니다.
저희는 가챠 운영에 대한 건강한 토론 분위기 조성을 기대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못 줬습니다. 4월 7일의 문제 제기 이후, 가챠에 대한 호/불호 이상의 적극적인 의견교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해관계의 충돌과 조율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의 자율규제안 마련도 속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편가르고, 귀를 막고, 비난하는 것은 현 상황 타개나 미래를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확증편향'과 극단주의는 조심해야 합니다. 게임생태계가 한국의 정치 지형을 닮아가길 바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가챠 문제는 모두가 만족할 '정답'이 없습니다.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해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K-IDEA가 마련 중인 자율규제안에 개발자나 게이머의 의사를 반영하려면, 개발자와 개발자, 유저와 유저, 개발자와 유저 사이에 자유로운 의견표명과 토론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똘레랑스'를 기대합니다.
※ 확증편향: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
※ 똘레랑스: 타인의 사상이나 행동에 대한 관용과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