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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이렇게 공략하라>를 추천하며

임상훈(시몬) 2015-08-29 21:44:48

"아는 것이 힘이다." (프란시스 베이컨,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1. 레드카펫과 리무진의 시절

 

한국 온라인게임이 잘 나가던 시절,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을 굳이 열심히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그 나라 큰 퍼블리셔가 주는 자료 보면서 대충 가면 됐다. 한국 개발사는 갑 of 갑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 동남아 한 퍼블리셔는 한국 개발사 해외사업 담당자가 공항에 도착하면 레드카펫을 깔고, 그 끝에 리무진을 대기시켰다. 실화다. 그 시절은 그랬다.

 



그래서 공부를 더 안 했다. 받아 먹기만 했다. 로컬라이제이션도 신경 안 썼다.

 

"게임은 우리가 더 잘 아니까."

 

 

2. 여전히 갑이던 시절

 

시간이 흘러 해외로 나가는 한국 게임의 수가 늘어났다. 중국 게임도 살짝씩 들어왔다. 2000년대 중후반 '로컬라이제이션'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 시절 해외 업체 사람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현지 퍼블리셔는 한국 개발사를 열심히 설득했다. 해외사업 담당자는 국내 개발자를 설득했다. 국내 시장 경쟁도 심하고, 해외 매출도 예전 같지 않으니, 한국 회사들도 바뀌었다. 로컬라이제이션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현지 게임 시장을 열심히 공부한 건 아니다. 현지 퍼블리셔가 갖다주는 요청사항을 보고 고르면 됐다.

 

"로컬라이제이션 해줄게."

 

 

3. 뒤처짐과 실패

 

그런대로 먹고 살만 했다. 해외 시장의 변화에 대해 무지했거나 둔감했다. 어려움은 한꺼번에 닥쳤다. 웹게임과 SNS 기반 게임, 모바일로 넘어가는 변화 앞에 철저히 당했다. 정부의 안이함이 겹치며 모바일 변화에 한참 뒤떨어졌다.

 

카카오톡이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카카오톡을 타고 몇몇 영민한 and/or 절박한 and/or 운좋은 회사들이 점프했다. 모바일 스타트업이 쏟아졌다. 모바일로 방향을 튼 회사도 늘어났다. 온라인게임 초창기 그랬듯, 중국 진출을 노렸다. 많은 게임이 중국으로 갔다. 대부분 철저히 실패했다. 한국에서 날고 기는 게임도 줄줄이 실패했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쑥쑥 커갔다. 중국 자국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 회사들은 답답했다.

 

"중국 시장은 모르겠다."

 

 

4. <도탑전기> 이후

 

2014년 중국에서 <도탑전기>가 떴다. 재방문율을 높이는 기획과 밸런스를 덜 해치는 수익모델이 관심을 끌었다. 많은 한국 기획자들이 <도탑전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중국에서 수 년 동안 일해왔던 업계인 두 명을 만났다. 한국 회사들의 달라진 점을 품평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을 겨냥한 로컬라이제이션을 적용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대부분 <도탑전기> 류의 수익모델을 넣고, '이렇게 하면 되지, 이제 팔아줘' 하는 수준입니다. 더 깊게 가려고 하지 않아요."

 

올해 초 중국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덧붙인다. 중국 모바일게임의 경쟁력이 세졌다.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세다. 중국 회사의 한 운영팀이 [한국게임 A]와 [중국 게임 B], [중국 게임 C], [중국 게임 D]를 동시에 맡게 됐다. 한국 업체도 당연히 로컬라이제이션을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운영팀에서는 각 게임별로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한국 업체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계속 물었다. "어떻게 바꾸면 될까요?" 반면 중국 업체는 해결책 1안, 2안, 3안을 전달했다. 한국 개발사는 귀찮은 업체가 됐다.

 

 

5. 내 게임 서적 목록의 구멍

 

나에게는 게임 관련 책이 50권 정도 있다. 인물과 기업의 성장 스토리, 기획 노하우, 게임문화에 관한 담론, 미국과 일본 업체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다. 내 목록에 해외 시장에 대한 책은 없다. 시중에도 없어서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잘 나가던 지난 10여 년, 해외 시장을 분석한 책을 본 적이 없다.

 

콘텐츠진흥원(KOCCA)과 한국무역진흥공사(KOTRA)에서 나온 자료 수준에 머물렀다.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가 종주국이었고, 경쟁자도 적었으니까.

 


모바일 시대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선도자가 아니라, 추종자다. 해외 시장에 후발주자로 가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공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소스가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말 출간된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 이렇게 공략하라>는 보물이다. 디스이즈게임에서 모험왕이라는 닉네임으로 '정글만리'를 연재 중인 김두일 님이 썼다.

 

 

6. 서평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존경하고, 좋아하는 타 매체 기자 두 명의 서평 중 일부를 발췌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내가 써도 동어반복일 것 같으니까.

 

ZD넷 김익현 기자는 지난 8월 6일 이렇게 썼다. [기사 보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현장 경험에 통찰을 곁들였다는 점. 이런 점은 이 책의 구성만 살펴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왜 중국 시장인가, 란 질문으로 시작한 이 책은 2장인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이해’와 3장인 ‘복잡한 중국 마켓의 이해’를 통해 중국 시장의 특징을 꼼꼼하게 톺아준다.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4장 중국 모바일 게임의 BM 파헤치기다. 저자는 이 장에서 특히 ‘유저의 소유욕을 만족시켜줄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한다. 

 

“중국 모바일 게임의 BM을 한 마디로 논하자면 ‘좀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BM 설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번째 항목은 유저의 소유욕을 만족시켜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전자신문 김시소 기자는 8월 20일 이렇게 평했다. [기사보기]

 

중국 게임시장이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지만 누구나 그 찬스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 방정식도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어떻게 해야 결실을 거두고 누구를 파트너로 삼아야 할지 중국 진출을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 이렇게 공략하라>는 길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한다. 중국시장에서 쓴맛, 단맛을 다 본 저자가 중국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을 조곤조곤 알려준다. (중략)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각종 데이터와 사례가 스토리텔링 식으로 섞여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숫자로는 파악하기 힘든, 혹은 반대로 각종 에피소드와 사례만으로는 알 수 없는 중국시장과 중국기업 그리고 중국인들에 대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7. 우리는 더 이상 갑이 아니다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게임이나 ICT 업체 관계자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최소한 어느 정도 알아야, 중국 담당자들이 귀찮아하고, 답답해 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갑이 아니다. 다시 갑이 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유홍준, 한국의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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