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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왜 LCK팀들은 성명문을 내야만 했나?

변화하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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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1-19 14:52:38
"불합리한 e스포츠 리그 구조가 프로게임단 전체에게 심각한 적자와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상황"

1월 16일, 모두가 즐거워야 할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e스포츠 리그 LCK의 개막일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리그에 참가하는 팀 일부가 공동으로 입장문을 발표한 것. 이들은 현재 불합리한 리그 구조로 인해 게임단 대부분이 심각한 적자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종목사 라이엇 게임즈에 소통과 개선을 촉구했다.

이전부터 알음알음 이야기되어 온 팀들의 불만과 e스포츠의 구조적 문제가 슬슬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꾸준히 성장해 온 e스포츠는 코로나19로 인해 '보는 게임' 관람 문화의 증대와 같은 잇따른 호재로 '차세대 스포츠'로 떠오르나 했지만, 현재에 들어서 끝임없이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돈을 못 번다. 돈을 벌고 싶다"라는 헛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모든 전 세계의 스포츠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처럼, e스포츠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는 것이다. 스포츠와 e스포츠의 차이점에서 오는 근본적 문제와 역사가 짧은 산업이라는 점 덕분에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각 구단이 익명 아닌 익명으로 성명문을 작성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추측'해 보자면 이렇다. 나름 오래 된 e스포츠 팬으로써 '감히' 몇 자 적어 본다.



#'월즈만능론 그리고 양극화될 수 밖에 없는 일정

월즈만능론, 연말 진행되는 '월드 챔피언십'의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LoL>의 리그 구조는 대체적으로 이런 방식을 띄고 있다. 연초에는 '스프링 시즌'이 진행되고, 이 결과에 따라 강팀이 모여 벌이는 글로벌 토너먼트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가 열린다. MSI가 끝나면 서머 시즌이 진행되고, 서머 시즌 결과 및 서킷포인트에 따라 월즈(롤드컵)에 초청되는 팀이 정해진다. 월즈에서 우승한 팀은 곧 세계 최강이 된다.

이런 단순한 구조는 초창기 <LoL> e스포츠 성공의 핵심 요인이 됐다. '스타리그'가 사라지고 새로운 e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가진 세대에게 <LoL>의 유행과 월즈의 상금이 엄청나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우승하면 세계 최강이 된다는 점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롤드컵'이라는 별칭은, 월즈에 책정된 높은 상금과 영예를 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신조어다. 

2015 월즈 (출처: 라이엇 게임즈)

리그 → MSI 리그 월즈라는 이해하기 쉬운 구조도 <LoL> e스포츠에 사람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엇이 e스포츠에 대한 전권을 잡기 전에는 각종 대회가 난립하거나, 계속해서 리그의 시스템이 바뀌는 등 입문자에게 적응이 쉽지 않은 부분이 일부 존재했다.

월즈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만능론이 퍼지며 문제가 생겼다. 상위 팀은 타이트한 일정에 쫓기지만, 하위 팀은 월즈 결과를 지켜봐야만 하는 양극화가 발생했다. 연말에 열리는 월즈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기에, 월즈에서의 패배는 곧 1년 동안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리 1년 동안 리그에서 잘 해도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하면 그 시즌은 실패한 것이 됐다.

여기서 찾아오는 일정의 차이 역시 크다. MSI에 진출하는 팀은 리그 우승 후 약간의 휴식 후 곧바로 해외로 출국해야 한다. 대회가 끝나고 돌아오면 곧바로 서머 시즌이고, 롤드컵이 이어진다. 반대로, MSI나 롤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팀들에게 그 시간은 '아무 것도 없는' 공백기가 된다. 이전에는 IEM과 같은 '서드 파티 대회'가 많았지만, 라이엇이 전권을 잡고 대회를 운영하기 시작하며 모두 사라졌다. "경기 수가 적다. 늘려 달라"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IEM 7 상파울루에서 우승한 LG-IM. 당시 강팀은 아니었지만, 초청받은 IEM 브라질 대회에서 우승이란 성적을 냈다.
지금은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출처: ESL)

이런 환경에서는 꾸준히 우승권에 드는 상위권 팀만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반드시 1위를 해야 노출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e스포츠에서 하위권 팀은, 냉정하게 말해 응원할 이유가 적다. 스포츠 세계에서 승자가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e스포츠의 경우 특유의 구조로 인해 더욱 양극화된 모양새가 됐다.


기존 스포츠에는 '연고지'와 '역사'가 있어 약팀이라도 상황에 따라 꾸준히 응원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한다. 가령 유명한 축구 다큐멘터리 중 <죽어도 선덜랜드>가 있다. 끊임없이 승격에 도전하는 2~3부 리그 팀과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에는 한화 이글스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이전부터 그 팀을 응원해 왔기에 혹은 정든 고향의 팀이기 때문에, 성적 여부에 상관없이 그 팀을 응원하는 팬층이 있다.


그러나 e스포츠는 이런 구조가 나오기 어렵다. 역사도 짧고 구조 상으로도 팀을 응원할 동기부여를 만들기가 어렵다. 자연스레 e스포츠를 시도했던 수많은 팀들이 성적이 안 나오면 금방 접었다. 혹자는 이야기했다. "살짝 건드렸다가 성적 안 되면 곧바로 접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인가?" 여담으로 요즘은 "e스포츠는 스포츠"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어지는 느낌이다.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 브랜드 가치가 오르기 힘든 구조

이런 상황 속에서는 몇몇 팀을 제외하면 브랜드 가치가 오르기 힘들다.

물론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스포츠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은 당연하다. 돈을 많이 써서 이기면 되지 않나?" 그래서 e스포츠는 선수 연봉은 빠르게 높아졌다. e스포츠의 특성상 선수 생명이 길지 않다 보니, 실력이 좋은 선수들 역시 자연스레 돈을 많이 쓰는 우승급 로스터의 팀에 몰렸다가 흩어지는 모습이 흔해졌다.

이런 상황과 몇몇 팀을 제외하면 각 구단의 역사가 짧다는 문제로 인해 리그는 자연스레 '선수 중심의 응원 문화'가 강세를 띄게 됐다. 팬들은 팀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가 많이 모인 팀을 응원한다. 2023 e스포츠 실태조사에서 응원하는 게임단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5%에 불과했다. 응원 계기로도 45%가 '평소 응원하던 선수의 영입'을 이유로 꼽았다.

게임단의 팬서비스 만족도에도 '선수의 영입'이 큰 영향을 미칠 정도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처럼 팀이 아닌 선수 중심의 응원 문화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앞선 이야기와 합쳐져 스폰서십 사업 규모가 커지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 인기 있는 선수를 보유한 팀이라도 월즈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데, 행여나 선수가 은퇴하거나 이적하게 되면 곧바로 그 팀의 인기는 하락한다. 고정 팀 팬이 적은 e스포츠에서는 팀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더불어 e스포츠는 전통적인 프랜차이즈 스포츠의 수익 창출 요인인 티켓 판매 수익과 중계권료 수익이 적다. 경기는 모두 온라인으로 무료 생중계되며, 오프라인 경기는 롤파크에서 300석 규모로만 진행된다. 결승전이 되어야만 몇천 명의 오프라인 관람객 규모로 진행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규모 스폰서십 사업마저 극적인 확장이 어렵다면 자연스레 구단은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다.


롤 파크의 규모에 관한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 엑소더스 - 그리핀 사태:  LCK의 위상 문제가 이끌어낸 연봉 상승 가속화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것과 별개로 선수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 왔다.


선수가 단순히 욕심이 많아서, 요구하는 액수가 많아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 역사를 살펴 보면 자연스럽게 연봉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시작은 2014년부터 진행된 '엑소더스'였다.


당시 국내 <LoL> e스포츠는 초창기 노하우 부족으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리그는 토너먼트로 진행되기에 탈락한 팀은 일정이 극단적으로 짧았으며, 탈락한 팀은 선수를 대부분 내보내고 리빌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별 선수의 처우도 지금보다 상당히 나빴다. 2014년 삼성 갤럭시는 월즈를 우승하고 팀이 공중분해됐다.


이들이 향했던 곳은 중국, 미국 등 해외였다. 당시 <LoL> e스포츠에 대한 수요와 니즈는 있었지만, 재능 있는 선수들이 부족했던 중국 리그는 어마어마한 자본으로 한국 선수를 끌어모았다. 이 시절 핵심 선수를 지킨 팀은 SKT T1정도밖에 없었다. 모두가 LCK가 선수 풀은 좋지만, 유먕한 선수는 대부분 해외로 진출해 버리는 '셀링 리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014년 엑소더스가 시작한 후, 2015년 MSI를 폰과 데프트를 영입한 EDG가 우승하며 
엑소더스를 통한 위기론은 더욱 대두됐던 바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2019년에는 '그리핀 사태'라고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한 유망주가 해외 리그에 낮은 수준의 계약으로 팔려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자연스레 선수 처우 개선 및 연봉 상승에 대한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에는 누구나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져야 한다고 힘을 주어 주장했다. e스포츠도 한창 성장하고 있었고, 지금의 위기론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더불어 LCK의 '위상'에 대한 우려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기도 했다. 앞서 월즈만능론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당시 한국이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우승에 실패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제는 중국의 LPL이 세계 최강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분석이 잇따랐고, 점차 많은 사람이 연봉 수준을 높여 재능 있는 선수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LCK의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2020년 들어서는 실제로 도입됐다. 프랜차이즈 제도가 리그의 실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도움이 된 부분이 적지 않다.


당시 LCK 위기론이 크게 대두되면서 많은 팬들이 프랜차이즈의 도입을 외쳤다. 
이미 다른 리그는 프랜차이즈를 이미 시행 중이기도 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마지막으로 그 당시에도 e스포츠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더욱 많은 사람이 e스포츠를 유망한 산업으로 눈여겨보고 진출하고 있었고, 많은 팀들이 앞서 말한 사례와 겹쳐 강력한 로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라는 LCK의 위상'을 지키고 롤드컵에서 우승하고 싶어했다.


이렇게 선수들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고, 프랜차이즈 가입비로 100억이라는 금액이 투자됐다. 그렇게 연봉과 구단 유지비가 수익을 압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완성됐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수의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e스포츠에는 없다.



# e스포츠와 스포츠의 핵심적 차이 '종목사는 사기업이다'

그렇기에 각 구단은 구조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가령 기자가 이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 있다. 중-하위권 팀이 맞붙을 수 있는 국제 대회는 왜 없을까? (혹자는 이 말을 듣고는 '어둠의 월드컵'이라고 평했다.) 중-하위권 팀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국제 무대가 있다면 팀 입장에서도 좋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령 이전에 각 리그별 차이가 지금보다 컸을 때 "(당시 롤챔스 꼴찌였던) 진에어가 미국에 가면 전승 우승한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 때 하위권 팀이 겨룰 수 있는 국제 무대가 있었다면, 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것들이 바이럴되면, e스포츠의 '재미'와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약간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롤드컵 구조에 대해서도 그렇다. 예년이나 지금이나 롤드컵의 근본적인 구조는 항상 같다. 그리고 플레이-인에서 보이는 모습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지역 리그를 압도적으로 우승한 일본, 혹은 남미 팀이 조금이나마 괜찮은 모습을 보인다. 팬들은 기대한다. 그리고 상위 리그 팀을 만나 압도적으로 패배하고, 팬들은 실망한다. "졌잘싸"를 외치며 가능성을 보였다고 이야기하지만, 내년에도 똑같이 패배한다.

플레이-인 급 팀은 월즈에서 '승리'의 쾌감을 느끼기가 여간 쉽지 않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차라리 이런 비슷한 수준을 가진 리그의 팀이 모여 별도로 겨룰 수 있다면, 각 지역 리그의 흥행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는 승리할 때가 재밌고,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스포츠를 시청한다.

따라서 유일한 국제 대회인 롤드컵에서 항상 패배하는 것보단, 이런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우승 팀 팬들에게 "그래도 우리가 플레이-인에선 최강!"이라는 느낌을 준다면 어떨까? 비슷한 팀끼리 겨룸으로써 '유의미한' 국제 대회 경험과 실력 상승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기사를 위해 급하게 생각해 낸 예시지만 LCK의 경우에는 뷰어십이 높고 팬 충성이 높은 강팀끼리 맞붙는 경기는 별도로 오프라인 무대를 꾸려볼 수도 있다. 알다시피 스포츠에서 고정 팬층이 되는 이유는 오프라인 관람의 좋은 경험이 영향을 미치기에 이 부분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대관비와 일정 문제, 특혜 문제 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한 번 쯤은 재미있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오프라인 e스포츠 관람'이 메리트가 없어서 입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오프라인으로 올 이유를 만들면 된다. 이유가 없다면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뷰어십이 적은 하위권 팀의 경기도 같다. 리그 내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두 팀이 맞붙는 것에 대한 서사를 부여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관람의 메리트가 적다면, 그 메리트를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출처: 카르민코프)

그러나 그간 3년 간 이런 변화를 위한 시도는 적었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LCK를 보면서 관람, 또는 흥행을 위한 큰 변화를 줬다고 느껴진 사례가 있냐고 묻느냐면 선뜻 고개를 끄떡이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라이엇 입장에서 LCK와 현재의 리그 상황은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e스포츠 위기론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지만, 작년에도 LCK 상위권 팀은 출혈을 감수해 가며 선수를 잡았다. 팀을 응원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고 붙잡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2 월즈에 준하는 서사가 2023년 월즈에서 자연스레 써지기도 했다.

라이엇의 입장에서는 '목숨 걸고' LCK의 흥행을 더욱 가속화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일개 기자의 추측일 뿐이지만, 현 상태를 유지해도 나쁘지는 않다. 냉정하게 말해 <LoL> e스포츠를 하는 이유는, 게임의 흥행과 기업의 브랜드 가치 증대에 있어 좋기 때문이다. 라이엇이 e스포츠 운영 자체를 통해 이윤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e스포츠에서 적자를 봄에도 리그를 계속해서 는운영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다른 곳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스포츠의 스포츠의 핵심 차이, 게임사가 종목을 사유하며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모양새다. 리그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라이엇 역시 움직여야 한다. 축구는 모두의 것이지만, <LoL>은 라이엇 게임즈의 소유기 때문이다. 팀들 각자의 노력만으로 바뀔 수는 없다. 

물론, 라이엇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LCK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완전한 무대응이었던 것은 아니다. 2024년만 보더라도 스폰서십이 늘어났고, 해외 리그처럼 바론 파워플레이나 퍼스트 블러드 등의 상황에서 스폰서의 이름을 외쳐 주는 등 광고는 이전보다 늘어난 추세다. 연봉 문제를 해결하고자 균형지출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대회를 만든다는 것은 비용을 포함해 간단하지 않은 이야기며, 대회를 늘린다면 <발로란트>와의 일정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두 게임 모두 자사의 핵심이자 거대한 e스포츠 규모를 가진 게임이기에, 대회의 날짜가 겹친다는 것은 일종의 '팀킬'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서드 파티 대회를 무작정 허용했다가 현재의 대회 구조까지 무너지고 엉킬 가능성도 있다.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의 존 니덤 대표
<발로란트>와 대회의 분리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자생하지 못하면 경쟁력도 없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스포츠란 것은 본디 적자를 감수하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나 리그가 자생하지 못하면 경쟁력도 없다. 경쟁력이 없다면 시청 가치가 떨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LCK의 위상이 크게 꺾였을 때가 있었다. 월즈만능론의 구조 속에서, 압도적인 자본으로 선수와 코치를 끌어모은 LPL에게 두 번 연속 패배했다. 그렇기에 리그를 프랜차이즈화하고, 선수의 유출을 막고, 강한 팀을 키워냄으로써 다시 롤드컵을 탈환했다. 모두가 LCK가 다시 되찾은 위상에 기뻐했고, 관심과 뷰어십은 자연스레 올라갔다.


이것은 모두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유지될 수가 없다. 월즈만능론의 구조 속에서, 돈이 없어 선수를 잡지 못해 약해진 한국 팀이 스위스 스테이지나 8강에서 패배하며 "졌잘싸"만을 반복한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e스포츠에 발길을 끊을 것이다.


단순히 팀이 운영을 못 했기에,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찾아내지 못 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잘못으로 치부하며 자연 도태되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더 이상 돈을 써 가며 구단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팀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다 보면, 최악의 경우에는 한 순간에 공든 탑이 사라질 수 있다. 극단적인 예시긴 하지만, <오버워치> 리그의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하지 않던가.


냉정히 말해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LoL>에서의 높은 성과와 수준 높은 게임단, 아카데미 시스템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LoL> e스포츠 씬이 갑작스레 사라진다면? <LoL>에서 잘 써먹던 '코칭 방식'을 <카운터 스트라이크 2>와 같은 종목에 사용할 수는 없다. 다시금 인재풀과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적은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현재의 성과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다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해외는 이미 바뀌고 있다

해외는 이미 바뀌고 있다.


미국 <LoL> 리그 LCS의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한다. 관심이 깊어야 알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작년만 해도 LCS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의 수준은 떨어지고, 떨어지는 국제 대회 성적에 맞춰 뷰어십 역시 나날이 감소했다. 경기 시간대는 주말에서 평일로 바뀌었다. 몇몇 팀은 당시 유망했던 블록체인 기업과 스폰서십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꿨지만 실패하고 무너졌다. 서머 시즌을 앞두고는 선수들이 파업까지 선언했다. 한국의 시청자가 봐도 정말로 다사다난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발판삼아 LCS는 변화하고 있다. 2023년 12월 '마크 짐머만'을 커미셔너로 선임하고 빠르게 변화를 도입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에서 나가고 싶은 팀은 나가도록 해 팀의 규모를 줄였다. 경기 중간 대기 시간을 줄이고, 리그 경기는 라이브 게임 패치 버전과 맞춰 보다 흥미있도록 구성했다. 


2부 리그는 피어리스 드래프트(전 세트 사용한 챔피언 금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북미, 브라질, 남아메리카 2부 리그 팀들이 모여 대회를 치룰 예정이다. 그 외에도 많은 변화가 도입될 예정이다. 모두 '보는 재미'와 '흥행'을 위해서다.


신임 커미셔너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LCS 
커미셔너와 관련한 것들은 LCK 팀들의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라이엇 게임즈의 본사는 미국에 위치해 있기에, 이들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라이엇 센트럴'과 보다 가깝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유럽의 LEC 역시 다양한 나라가 모여 있다는 특징을 살려 이전부터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해 많은 변화와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LEC의 2부 리그는 13개의 지역 리그로 나뉘어, 각 나라에서 나름의 인기를 얻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편중된 로스터를 구성하다가 성적이 하락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지역연고제가 갑자기 이야기되는 이유?


그러니, LCK 팀 역시 이런 변화를 바란다는 것이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라이엇 게임즈가 움직여야 한다. 이들이 전권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하다. 종목사의 허락 없이 <LoL> e스포츠 씬에서 무엇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불이익을 피하고자 '익명 아닌 익명'이라는 이상한 집단행동으로나마 단체 행동에 나서지 않았나 싶다. 구단 입장에서 더 이상은 참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공론화를 시도한 것으로 추측된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 역시 같다. 2023 e스포츠 실태 조사 결과 지역연고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다시피 지역연고제는 예상되는 문제점이 많다. 단적인 예로 모두가 '서울'로 가고 싶어할 테니까.


찬성하는 사람도 이걸 모르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찬성하는 이유는 "뭐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으로 추측된다. 어차피 지금의 구조로 계속해서 가다가는 넘어져 버릴 것이 자명하니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만약 지역연고제의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 자명해지고, 더욱 좋은 방안이 발견된다면 그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된다.


앞서 말했듯이 e스포츠에서는 하위권 팀을 응원할 이유가 적기에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자 지역연고제를 해 보자는 이야기도 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멈춰라도 있으려면 뛰어야 한다


'붉은 여왕 가설'이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왔다. 동화에서 '붉은 여왕의 나라'는 땅이 계속해서 뒤로 움직이기에, 제자리에라도 있고 싶으면 뛰어야만 한다.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면 정말 죽어라 뛰어야 한다. 현대에는 무한경쟁사회를 은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e스포츠 역시 같다. 보는 사람이 있는 한 e스포츠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붉은 여왕의 나라처럼, 변화하지 않으면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기성 스포츠 역시 만성 적자를 극복하고 리그를 흥행시키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으니까. LCK 팀의 바램 역시 이들처럼 뛰고 싶다는 것이다.


수많은 팬까지 위기의식을 느끼는 지금이 변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출처: 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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