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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게임스컴에서 만난 일곱 번째 문명, 걱정이 앞선다

문명이... 바뀐다고? 납득할 수 없는 게임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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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4-08-23 23:22:53
22일(현지시각), 게임스컴에서 테이크투 초청을 받아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대전략게임 <문명 7>에 대한 미디어 브리핑과 시연에 참석했다.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기자는 일곱 번째 '문명'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지금부터 허심탄회하게 <문명 7>에 대한 기자의 사견을 털어놓으려 한다.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현장에서 만난 파이락시스 개발자는 "<문명 7>에서 문명을 바꿀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문명 7>가 이전 시리즈들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플레이어는 시대를 거듭하면서 다른 문명을 선택하는 것인데, 하트셉수트가 이집트 문명으로 출발해서 발전에 따라 송가이 문명을 골랐다가, 부간다 문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트셉수트가 송가이 다른 문명을 지배할 수 있으며, 게임 설계는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 이집트 문명은 이집트 문명이라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다른 문명과 섞을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트셉수트가 송가이 문명을 지도한다고? 이게 말이 되나?

파이락시스 개발자는 "역사의 순환 구조" 때문에 <문명 7>에 시대별 문명 선택이라는 "획기적"인 기능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역사란 이전 시대를 경유하면서 층층이 발전하고, 쇠퇴하기를 반복하므로 새로운 '문명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렇게 다른 문명을 오갈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었다.

게임에서 어떤 당위로 나일강변의 이집트가 서아프리카의 송가이가 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이것은 내가 알던 '문명'이 아니었다. 이 프랜차이즈가 시리즈마다 다른 발전상을 제시하고, 그것이 재미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으나, 문명이라는 핵심 콘셉트 자체가 일종의 테크트리로 여겨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실제 세계사 속 여러 문명은 교류하고 충돌하며 생성과 소멸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나라가 몽골제국이 됐다가 프로이센이 되는 기획은 기자의 상식 바깥에 있는 것이다. 기자의 영어가 짧아서,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이 이야기를 개발자와 묻고 답하지 못한 것이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문명 7>의 로마 도시. 새로운 시대가 되면 아우구스투스는 새로운 문명을 골라야 한다.

이어진 게임 체험은 20분이었다. 고대 문명을 잠깐 체험해보는 수준으로 '문명 교환'의 경험은 해볼 수 없었다. 그러니 아리송함만 커진 상황에서 테이크투 부스를 떠났던 것이다. 추측하건대 현 파이락시스 개발자들은 <휴먼카인드>의 시대 발전에 따라서 바빌로니아, 켈트, 독일 같은 문화를 고를 수 있게 한 '문화의 선택' 요소를 차용한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명이 발전하면서 A 문명이 B 문명의 좋은 점을 흡수한 A+B 문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문명이 영향을 받는 문명이 1개에서 2개에 한정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자 함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3개의 시대 구분 또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고대-중세-근대-현대'는 학문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시대 구분이며, <문명>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게임을 진화시켰다. 그런데 <문명 7>에는 고대, 탐험시대, 현대 3개의 시대만 등장한다. 중세와 근세를 '탐험시대'(Exploration)로 바꾼 것인데, 이 '탐험'이란 당한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다분히 제국주의적 언사가 아닌가 우려가 든다. 

매번 전 세계의 문명과 지도자를 소개하며 통섭적으로 세계사를 이해하려던 노력을 보이던 개발진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중세와 근대를 '탐험시대'라는 이름으로 합친 걸까? 이전 결괏값과 버프는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새로운 확장지에 새로운 문명을 적용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문명 7>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꾼 유닛이 사라졌으며, 주기적인 클릭으로 영지를 확장하고 다양한 시설을 올리게 바뀌었다. 외교에 영향력이라는 자원이 추가되어, 여러 외교 커맨드에 쓸 수 있다. 과학, 경제, 문화, 군사 4가지 승리 조건은 유지되지만, 건물 디자인은 최신의 기술에 맞게 발전됐다. 

그런데 지금 <문명 7>은 <아라: 히스토리 언톨드>의 도전을 받고 있다. 파이락시스 개발자 출신들이 개발 중인 <아라>는 게임스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연되고 있다. <문명 7>은 내년 2월 11일, <아라>는 오는 9월 24일에 출시된다. 두 게임의 대결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이다.

이러한 설계는 과연 "Honor the lagacy"가 맞을까? '문명'은 언제나 '내가 알던 '문명'이 아니야"라는 논쟁에 휘말렸지만, 
이번에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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