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합니다.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며, 오래 사랑 받는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능력이 필요하므로, 효과적인 팀워크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해외 게임 동향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해외 게임 웹진 '게임 인더스트리'가 뽑은 '2016 올해의 인물'은 현재 게임계의 고민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게임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에이미와 라이언
에이미 그린과 라이언 그린의 아들 조엘은 태어난지 12개월 만에 말기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린 부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 <댓 드래곤, 캔서>를 만듭니다. 고통스러운 심정 뿐 아니라 가족의 따뜻함과 기쁨의 순간까지 표현한 텔링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16 게임 어워드 임팩트 상까지 받았습니다.
흔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해, 더 나은 스토리가 필요해”라고 말하지만 정작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는 모를 때가 많죠. 게임 인더스트리는 <댓 드래곤, 캔서>의 에이미와 라이언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고 말하며 2016 올해의 인물로 꼽았습니다.
# 대기업 비벤디에 맞서는 유비소프트, 이브 길모트
<어쌔신 크리드>, <와치독스> 등 여러 인기 IP를 보유한 게임사 유비소프트. 하지만 인수 합병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인수하려는 곳은 프랑스의 미디어 재벌 '비벤디'. 2008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가 2012년 매각한 전적이 있는 곳입니다. 그 후 게임 산업 언저리를 맴돌다 2016년, 게임로프트를 인수하면서 업계 재진출을 시도합니다.
게임로프트 인수 후 비벤디는 10%만 가지고 있던 유비소프트 지분을 25%까지 크게 늘려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 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가지면 인수 협상에 응해야 하는 프랑스 법률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에 유비소프트 이브 길모트 CEO는 "비벤디의 전략은 위험하며, 유비소프트의 가치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2016년에 이어 2017년에 유비소프트가 어디로 갈지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
# 긴 고통 끝에 결실을 거두다, 제프 케플란과 <오버워치> 개발팀
제프 케플란과 <오버워치> 개발팀은 2007년 <프로젝트 타이탄>을 만들던 팀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이은 MMORPG를 만들려 했지만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2014년, 프로젝트를 중단합니다. (관련 기사 ☞ 실패자들이 만든 게임, <오버워치> )
내는 게임마다 화제가 되고, 거의 대부분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회사, 블리자드. 그런 곳에서 실패한 프로젝트의 팀원이 된 기분은 어떨까요? 그들은 다음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서 자신들의 가치를 회사에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5월, <오버워치> 출시. 이제는 전 세계가 그들의 가치를 압니다.
# 성공한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 데비 베스트윅
데비 베스트윅은 1990년 영국에서 게임사 '팀 17'(Team 17)을 설립한 개발자이자 CEO입니다. <슈퍼 프로그>, <웜즈> 시리즈로 유명한 곳이죠. 그 후에도 오랫동안 게임 사업을 한 데비 베스트윅은 지난 6월, '5등급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습니다.
상업적 성공도, 사업 경력도 모두 인정받을 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훌륭한 인디 게임과 개발자를 발굴하고 꾸준히 지원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스캐피스트>(The Escapist), <비욘드 아이즈>(Beyond Eyes) 등 좋은 평가를 받은 인디 게임이 데비 베스트윅 지원과 팀 17의 퍼블리싱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성공한 뒤에도 후진 양성을 통해 게임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인물로 선정되었습니다.
#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 앤드류 윌슨
2013년부터 EA를 이끌고 있는 앤드류 윌슨은 '플레이어 퍼스트'(Player First)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허울 좋은 자기계발서의 한 단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EA의 핵심 결정에는 "이게 플레이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요?" 라는 질문이 따른다고 합니다.
게임 시장은 날마다 변하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예전보다 많고 다양해졌기 때문인데요. EA도 그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임직원과 플레이어의 권리, LGBT 권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다양한 인물상을 보이는 것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지난 9개월 동안 EA의 주가는 주당 77달러 이상으로 40$ 상승했고, 2014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물론 회의적으로 보았을 때 모든 결정이 플레이어만을 위해 나오진 않겠만, 플레이어의 요구와 사회적 책임,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서로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죠.
# 비판과 조언이 무시되어선 안 된다, 팀 스위니
올해 11월에 발매된 <콜 오브 듀티 : 인피니티 워페어>. 똑같은 PC인데도 윈도10 스토어에서 산 사람과 스팀에서 산 사람은 멀티플레이에서 서로 만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로 <콜 오브 듀티 : 인피니티 워페어>는 아주 혹독한 비판을 들어야 했는데요.
서버 분리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유니버셜 윈도 플랫폼'(이하 'UWP')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0을 탑재한 모든 기기에서 동일하게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발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폐쇄적인 성격이 강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미 지난 3월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UWP는 게임 제작과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독점하기 위한 첫 단계이며 게임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다"고 아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주장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스튜디오의 부사장 필 스펜서는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피드백"이라면서, "UWP가 더욱 개방적인 플랫폼이 되도록 개발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팀 스위니는 함께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를 개발할 정도로 친밀한 파트너사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게임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쓴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게임 역시 창작인 만큼, 비판과 조언이 멈춰서도 무시되어서도 안될 겁니다.
이외에 주목할 인물과 단체로는 <포켓몬 GO>를 통해 최신 기술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 IP의 힘까지 보여준 <포켓몬 GO>의 '나이언틱 랩스',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연이은 실패로 혹독한 평가를 들었지만 최신작 <문명 6>로 부활에 성공한 '파이락시스 게임즈'가 꼽혔습니다. <브레이드> 이후 8년 만에 신작 <위트니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조너선 블로도 빼놓을 수 없지요.
여러분에게 큰 인상을 남긴 올해의 게임 인물, 단체는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