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 서로 간의 친밀감을 더 높이고 마음 속에 보이지 않던 장벽을 허물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 한 게임 타이틀에 매료되었던 아버지와 그 영향을 받은 딸이 있다. 이것은 딸의 탄생부터 시작된 그들의 게임 사랑과 그 이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디스이즈게임 김규현 기자
1989년 뉴욕
대형 TV 앞에서 부부는 닌텐도를 붙잡고 몇 시간씩 앉아 있었다.
부인은 임신 중이었다.
게임이 진행 될수록 부부의 귀에 익게 된 게임 속 주인공 이름
그 이름을 동생이름으로 하자는 맏이의 제안을 부부는 받아들인다.
그렇게 태어난 딸 아이의 이름을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아이의 이름은 스콧 피츠제럴드(미국의 소설가)의 부인 이름에서
나온 것인가요?”
아이 아버지의 답변
“아뇨, 바로 '젤다의 전설'의 그 젤다입니다.”
딸에게 젤다 공주의 이름을 붙여준 아버지
공군 라디오 병사
대장님, 나의 대장님
지니
여장한보모
수학 천재의 멘토
박물관의 대통령
…
희극인이자 배우
故 로빈 윌리엄스
대중에게는 웃기는 연기와 왕성한 사회 활동가로 알려졌지만
또 한편으론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혈 게이머였다.
게임 사랑은 그의 자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새 게임이 한번
들어오면 우리는 1주일 동안 죽어라 하고 깬 뒤,
다음 게임을 하곤 했죠..”
-젤다 윌리엄스 (Heat Vision 인터뷰
중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특히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좋아했고,
딸 젤다에게도 젤다의 전설은 남다른 게임이었다.
그런 아버지와 딸의 젤다의 전설에 대한 애정은
신작 젤다의 전설 광고에서 드러났고,
두 사람은 광고 속에서 일상처럼 게임을 즐기며 허울 없는 유대감을 보여 주었다.
로빈 윌리엄스의 두 젤다 사랑이 20년을 훌쩍 넘긴
2014년
"생일 축하한다. 젤다. 이제 오늘로써 25살이지만,
넌 항상 나에게 작은 소녀란다. 사랑한다."
-7월 31일,
로빈 윌리엄스가 젤다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리고 2주 후,
당대 최고의 희극배우이자 젤다의 다정한 게임 동료였던 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생전 웃음을 잃지 않는 것 같았던 아버지의 뒤에는
우울증이 지독하게 따라다닌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현실의 젤다였다.
그러나
젤다 윌리엄스는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더
이상 아빠에게 선물을 드릴 수 없지만,
이는 아빠의 이름으로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2016년, 로빈 윌리엄스의
생일날 구조견 단체에 기부한 뒤
젤다는 생전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처럼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배우이자 게이머인 삶을 이어 나간다.
그리고 2017년 3월 9일,
젤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이름을 있게 한 젤다의 전설 최신작(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직접 플레이하는 걸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 모금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8시간의 연속 플레이 후 나온 모금액 (5,172.32달러)은
생전 아버지가 앓던 정신질환과 싸우는 연구재단에 기부되었다.
"아빠는 평생을 걸쳐 우울증과 일반적으로, 그리고 당신 스스로 싸워왔다.
누가 뭐라하든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2014년 10월 9일 트윗
"정신질환은 종종 오해되고 잘못 소개되어왔다. 하지만 이제 바뀔 때가 왔다."
-윗글의 다음 날, 세계정신 건강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