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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카드뉴스] 벽 깨는 사람

게임, 억압을 성토하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규현(하노) 2017-07-18 14:57:31

게임이 현실 문제를 다루는 일이 근래 많이 늘어났다. 때로는 풍자를, 때로는 고발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런 까닭에 게임도 재미를 너머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데 유용한 매체가 되려 하고 있다. 특히나 그것이 억압적인 현실을 다룬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게임이 만들어진 배경처럼. /디스이즈게임 김규현 기자​


 

2017년 4월 21일,

어떤 출시 예정 게임이

스팀 그린라이트에 올라왔다.

 

영상의 이런 메시지와 함께.

 

당신이 벽 안에서 태어났다면, 

유순하게 보호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깨부술 것인가?

 

경비에게서 훔친 열쇠로

굳게 잠긴 문을 열고,

 

가지고 있는 도구로 남몰래

벽을 부수어,

 

유명 인터넷 사이트들을 구해라!

 

무려 27개국 언어를 지원하고

곧 출시할 거라는 이 게임

 

The Wall 

장벽’(墻)​

 

 

그리고 그 개발자가 게임에서 부수려 한 

장벽의 정체

중국의 만리 방화벽

 

사상 및 국내 산업의 보호를 명목으로

세워진 이 검열 장벽은

 

해외 사이트 다수를 차단하는 건 물론,

자국 내 당국에 불리한 자료나 ‘불온한’ 댓글까지 막는다.

 

인터넷 이용에 불편을 겪는 많은 중국인은

검열을 피하려고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해 왔는데

 

그러던 2017년, 중국 정부는 

통신사 VPN 서버 완전 차단이라는 전례없는 인터넷 통제를 단행한다.

 

일반 인터넷 사용자뿐 아니라,

재계, 학계, 중국 내 외국 기업에서도 

반발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팀에 나타난 게임 <장벽>은

 

중국 스팀유저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린라이트를 통과했다.

 

스팀도 부분적으로 검열, 통제받는 

중국의 인터넷 상황인 데다

 

이상한 개발사 이름(做不來 = 할 수 없다)​과 

27개 언어 지원이라는 어려운 공약 때문에

과연 제대로 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

 

그렇게 그린라이트에 올라간 지

2개월이 지나지 않은 6월 8일 

 

<장벽>은 

얼리 액세스와 저렴한 가격으로 

유저들 앞에 나타났다.

 

비록 게임플레이는 단순하고

‘현실의 벽’을 뚫을 수 없는

상징적인 행동일 뿐이지만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으며

스팀에서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다.

 

홍콩 및 일부 외국 매체에선 

개발자와 접촉하려 시도했으나

현재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다만 게임 안에 남긴 메시지를 통해

개발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저는 특정 정치성향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삶이 중국보다 낫다고 보거나

만리 방화벽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게임으로 한 가지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정보를 검색하거나 게임을 할 때

VPN을 쓰지 않아도 될 날이 올 거라고요.

 

-<장벽> 개발자 'RoseDog'

 

게임은 다른 미디어만큼이나
강력한 메시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유저는 플레이를 통해
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더욱 확대할 수도 있다​.

 

그것이 자신의 아주 가까이에 있는 

억압에 대한 것일지라도.

 

 

 

天下多忌諱 而民彌叛(貧)

천하다기휘 이민미반()

 

천하에 금기가 많을수록 

백성들이 등을 돌린다(가난해진다.)

 

-노자, <도덕경> 5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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