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 저는 얼라이언스가 돌아갈 때 함께 떠나고자 합니다."
"저는 호드가 맘에 들더군요. 제 힘은 호드에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젊은 제자여. 자네는 어디로 떠날 것인가?"
7년 전,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와우> 신규 종족은 많은 유저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영의 격렬한 전쟁이 그려지던 황폐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와우> 최초의 중립 종족 '판다렌'. 전쟁의 땅 아제로스가 아닌 거대 거북 '셴진 수'의 등에 피어난 평화의 땅, '유랑도'에서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
물론 두 진영의 갈등이 게임 스토리의 핵심인 만큼 판다렌 역시 '영원한 중립'으로 남진 않는다. 퀘스트를 진행해 일정 레벨에 오른 판다렌은 아제로스에서의 본격적인 모험을 위해 두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아제로스로 떠난 이들은 다시는 유랑도로 돌아올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정도 레벨에서는 유랑도의 몬스터를 사냥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기도 어렵고 더 이상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도 없다. 그러니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진영을 골라 유랑도를 떠나야 한다.'고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레벨이 아무리 올라도 진영을 선택해 떠나지 않는 '어느 이상한 판다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진영에 들지 않고 중립으로 남은 그의 유일한 모험. 섬을 한 바퀴 돌며 약초와 광석을 모으는 것. 이 이야기를 들은 유저들은 중립 판다렌이 조만간 진영을 선택하리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채집으로 얻는 경험치는 퀘스트 경험치의 1/10 수준이며, 그마저도 레벨이 오르면서 점차 줄어든다. 40레벨대에서 레벨 1 올리는데 필요한 경험치만 '약 14만'. 당시 채집 경험치로 치면 약초 3,000개 이상은 캐야 올릴 수 있는 수치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유랑도는 일종의 튜토리얼 지역이기에 진영 탈 것, 우편 등 수 많은 편의 기능 사용에도 제약이 걸려있기 때문.
하지만 '판다리아의 안개'가 출시된 지 약 2년이 지난 시점에 그는 오직 채집 경험치로만 90레벨을 달성. 진영을 선택하지 않은 '중립 판다렌'으로서는 최초로 <와우> 최고 레벨에 오르게 된다.
대부분의 유저는 그를 응원했지만 어떤 이들은 그의 이런 플레이 방식을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던 중 이들의 불만을 잠재운 업데이트 하나. 유랑섬의 새로운 NPC '존귀한 주술사'. 섬을 돌며 약초와 광석을 수집하는 캐릭터로 그의 노력을 대단히 여긴 블리자드가 중립 판다렌을 빼닮은 NPC를 추가한 것.
이후 최고 레벨이 확장됨에 따라 꾸준히 채집만으로 성장해 온 중립 판다렌은 2016년 11월, '군단' 확장팩 최고 레벨 레벨 110을 달성. 4년간의 모험에 종지부를 찍고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2018년 8월 14일. <와우>의 새로운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가 출시되면서 한 마디 외침과 함께
그의 특별한 도전이 또 한 번 시작됐다.
"중립을 위하여!(For Neut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