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블리자드의 간판 IP '스타크래프트'의 속편이 나올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습니다. 이 소식을 국내 매체도 빠르게 인용 보도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3'는 정말 나오는 걸까요? 정답부터 말씀 드리면,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제즈 코든(Jez Corden)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윈도우센트럴 소속 기자입니다. 14일, 제즈 코든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 Ask Me Anything)를 진행했습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 건이 화제이기 때문에 AMA에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트위터 이용자들과 코든 사이에 이런 질문과 답변이 오갑니다.
이용자 A: MS가 '스타크래프트'를 부활시킬까?
제즈 코든: MS는 '스타크래프트'를 부활시킬 필요가 없어.
이용자 B: '스타크래프트 3'?
제즈 코든: ㅇㅇ(Yep)
이용자 B: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제즈 코든: ㅇㅇ
공신력 있는 기자의 답변에 온라인은 들썩였습니다. 저 대화로 '스타크래프트 3'가 개발 중이라는 뉴스가 도배되었습니다. 아직 인수를 완료하지 않은 MS와 소문의 대상인 블리자드는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난 이후, 제즈 코든은 자신의 트윗을 슬며시 삭제합니다. 그리고 다음날(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깁니다.
"나는 뒤로 좀 물러날게. 술에 취해서 한 말을 쓰지 마! 하지만 프랜차이즈(스타크래프트)는 죽지 않았어. 그렇게 가자고(put it that way)."
제즈 코든은 게임 산업을 취재하는 기자로 유출을 꽤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는 옵시디언의 신작 <어바우드>의 이미지를 깜짝 유출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번지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 등을 여러 차례 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언이 언제나 적중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2021년 팟캐스트에 출연해 "MS는 <스타필드>를 올해 연휴 안에 낼 것... 게임은 개발 완료 상태"이라고 예언했던 적 있습니다. 그의 이 예언은 결국 틀리고 말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스타크래프트 3'은 술 취한 기자가 SNS를 하던 도중 나오던 해프닝으로 보입니다. <디아블로 4>, <오버워치 2>처럼 속편 개발에 유연한 입장의 블리자드라면, <스타크래프트>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블리자드가 만들던 TPS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개발이 중단되었고, 핵심 개발자들은 <디아블로>, <오버워치> 팀에 배치됐습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소재의 MMORPG도 프로토타이핑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프로젝트 또한 결국 엎어졌습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의 공식 후속작 <스타크래프트 2>에서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공허의 유산'에서 분열했던 프로토스는 화합하고, 저그의 심장이었던 사라 케리건은 젤나가로 '초월'에 성공하죠. 모든 것으로부터 초탈한 짐 레이너는 뱃지를 내려놓고 먼 길을 떠납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랜차이즈를 맡았던 개발자들은 오늘날 대부분 블리자드 품을 떠났습니다. 팀 모튼, 팀 캠밸, 라이언 슈터 등은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를 차려 RTS <스톰게이트>를 개발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이름의 데이비드 킴은 텐센트 산하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RTS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 모하임과 더스틴 브로더 또한 '드림헤이븐'이라는 이름의 새 회사를 차렸습니다.
이미 몇 번의 IP게임 제작이 실패한 만큼 블리자드는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IP 게임을 만든다면, 회사 바깥에서 '긴급 소방수'가 투입될 수 있습니다. 블리자드 역대 게임 중 가장 빠른 기간에 많은 판매량을 올린 <디아블로 4>는 <기어스 오브 워>의 로드 퍼거슨이 총괄 프로듀서로 투입되어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