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은 가능할까?
2018년 11월. 블리즈컨에서 싸늘한 반응을 이끌어낸 <디아블로 이모탈>. 당시 가장 큰 반응을 얻은 팬의 질문이 "만우절 농담 아닌가요?"였다는 점은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리고 골수 팬들이 아닌 일반 게이머들에겐 꽤 잘 만들어진 것같다는 평가를 조금씩 받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20201년. 블리즈컨라인 둘째날인 2월 21일 <디아블로 이모탈> 제작진은 게임의 개발 방향과 개발 기조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석 프로듀서 케일럽 아르세노, 선임 시스템 디자이너 크리스 지어허트는 알파 테스트 피드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과연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에 <디아블로>라는 스킨을 씌운 게임이 될까? 아니면 <디아블로>라는 이름에 걸맞는 게임이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것이 될까? '전투와 탐험의 모든 순간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알파 테스트에서, 던전의 첫 플레이 경험은 매우 흥미로웠지만 이후 플레이 방식에 변화가 없었다. 또한 특정 구간 연출이 길어 일일 퀘스트 수행을 위해 반복적으로 입장하다보면 지루한 경향이 있었다. 던전 퀘스트 구조에 변화가 생겼나?
케일럽 아르세노(이하 아르세노): <디아블로 이모탈>에는 론칭 이후에도 콘텐츠를 계속 추가해 나갈 생각이다.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 기간에서는 충분한 엔드게임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다. 향후 새로운 PvP, PvE 콘텐츠 추가할 예정이다.
크리스 지어허트(이하 지어허트): 던전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전체 던전의 레이아웃과 보스몹 자체는 반복 플레이를 할 때마다 동일하겠지만 보스와 보스 사이의 몬스터들이 랜덤화된다. 이 점이 플레이에 변화를 줄 것이다. 또한, 던전 난이도가 어려워지면 보스의 난이도도 함께 어려워진다, 이 또한 플레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테크니컬 알파 이후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많은 유저 피드백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지어허트: 이전 <디아블로> 게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MMO 환경이기 때문에 수백, 수천의 유저들이 한 월드를 배회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던전에 들어가면 다른 유저들이 몬스터를 먼저 처치해 퀘스트 진행에 방해를 받는 일이 생긴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몬스터에 대미지를 입힌 모든 유저가 처치 판정을 받고 보상을 수령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보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렇듯 실제 플레이 양상을 보며 게임을 조정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피드백으로는 마법사의 성능이 낮다는 반응이 있었다. 마법사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은 적을 원거리에서 카이팅하며 공격을 피하는 방식이 많았다. 냉기 스펠을 이용해 적을 둔화한 뒤 스펠 콤보를 넣으려는 플레이도 많았다.
그런데 냉기로 인한 둔화 해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그래서 마법사에 한해서 냉기 지속시간을 늘리는 조정을 했다. 냉기 스펠로 더 많은 대미지를 넣으면 효과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변화도 줬다.
아르세노: <디아블로 이모탈>의 핵심적 장소 중 하나는 ‘서부원정지’로, 플레이어들은 이 곳에서 처음으로 MMO로서의 게임 정체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서부원정지의 등장 시점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다. 전체 플레이 동선 상 유저들이 서부원정지에 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게 조정할 생각이다. 더불어, 스마트폰 기종별 호환성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한 호환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테크니컬 알파를 해보니, 메인퀘스트를 진행하다가도 필드 이벤트나 현상금 퀘스트 등을 진행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는 MMO게임의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된 사항인가?
지어허트: 의도된 부분이 맞다. 전체 플레이 흐름을 보면, 초반에는 대부분 콘텐츠가 스토리에 연계되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엔드게임 이후에는 일일 액티비티 형식의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엔드게임에 다다르기 전에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진행하고 레벨링 하면서 엔드게임 콘텐츠에 미리 익숙해져 수월히 진행할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다.
테크니컬 알파에서는 제한된 지역에서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콘텐츠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아르세노: 알파 테스트는 인플루언서, 매체, 호주 게이머 수천 명과 함께 진행했다. 앞으로는 전체 참여자 수 늘릴 것이고 대상 지역도 늘릴 예정이다. 구체적 사안을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테스트를 거듭할 때마다 더 많은 지원 디바이스와 콘텐츠가 추가된다.
또한, 알파 테스트에서 누락됐던 엔드게임 콘텐츠도 추가할 것이며, 45였던 레벨 제한도 55, 60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테스트 알파 참여자들의 OS 및 사용 기기 비율도 궁금하다. 기기별 게임 이용 편의성과 관련하여 부정적 피드백도 있었나?
아르세노: 먼저 일반 유저 대상으로 진행한 호주 테스트의 경우 100% 안드로이드 기기로 진행됐다.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한 빌드 배포가 가장 용이했기 때문이다. 반면 언론, 인플루언서, 회사 내부 인원 대상으로는 iOS 테스트도 진행됐다.
퍼포먼스 뿐만아니라 호환성 등에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자신의 기기가 지원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피드백이 꽤 있었는데, 이는 의도된 것이다. 초기 테스트이기 때문에 좁은 범위로 진행하며 클라이언트, 서버 간 신뢰도, 데이터 연결성 등 기초적인 사항들을 확인했다.
게임의 메인 스펙을 현 단계에서 말해드리긴 어렵다. 앞으로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며 지원 기기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게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모바일 MMO 게임들과 달리 수동 플레이 위주다. 컨트롤러를 지원할 계획 있나?
아르세노: 알파 테스트 이후 유저 커뮤니티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액션 알피지 전투를 구현함에 있어 터치 컨트롤이나 조작감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테크니컬 알파 이후 컨트롤러 지원, 게임 플레이 디자인 등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다. 현재 확정된 바는 없지만, 피드백을 인지했으며,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테크니컬 알파 이용자 데이터도 궁금하다.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한 캐릭터나 가장 덜 선택된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
아르세노: 구체적 데이터는 알려주기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클래스가 가장 많은 진척도를 보였는지 참고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도전 균열 등에서 악마사냥꾼의 성능이 강력했고, 더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외 모든 클래스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어허트: 각 직업의 순위는 분명 있겠지만, 멀리서 보면 큰 차이는 아니었다.
현재 계획 중인 엔드 콘텐츠에 대해 공개 가능한 선에서 소개 부탁드린다.
아르세노: 최고 레벨에 도달한 이후에 계속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PvP, PvE 각각 엔드게임 콘텐츠가 존재하고, 이들 콘텐츠에 모두 소셜 기능도 접목할 계획이다.
스킬 룬이 사라지면서 스킬의 변화가 적어졌고, 룬의 역할을 전설 아이템으로 대신해야 했다. 앞으로도 전설 아이템 효과를 중심으로 캐릭터 빌드를 구축하게 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지어허트: 전에는 스킬 룬 교체로 스킬 기능에 변화를 줬었다. 이 역할을 전설 아이템이 대체할 것이다. 다만 테크니컬 알파에서는 이러한 전체 설계를 모두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많은 아이템을 얻지 못해서 스킬 변화가 적다고 느꼈을 수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새 전설 아이템이 추가되면 플레이어들이 시도할 수 있는 빌드도 그만큼 다변화될 것이다.
<디아블로3>에서는 대균열, 균열로 파밍과 성장이 이뤄졌는데,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이것이 고대 균열, 도전 균열로 대체된 듯하다. 필드를 통한 성장과 고대 균열, 도전 균열을 통한 성장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지어허트: 엔드게임에서는 물론, 레벨업 중에도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정말 많다. 그리고 각각의 활동에는 전부 역할과 목적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에는 메인 퀘스트, 현상금 퀘스트, 전리품 획득에는 둥지 탐험, 전설보석 획득에는 고대 균열, 리더보드 도전에는 도전 균열 등이 마련돼있다. <디아블로3>의 단점은 엔드게임 콘텐츠가 균열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른 활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에는 여러 활동을 넣었다. MMO인 만큼 여기에 소셜 기능도 가미될 것이다.
자동 전투에 대한 피드백도 궁금하다. 엔드 콘텐츠로 접어들면 반복적인 수동 조작을 버겁게 느낄 유저들이 있을 것 같다. 전투 관련 편의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지어허트: 개발 목표 중 하나는 전투와 모험의 모든 순간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자동전투는 전투의 재미를 저해할 것으로 생각되며, 도입할 생각이 없다. 반복적 전투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피드백이 나온다면, 자동전투를 넣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자동 요소가 아예 없지는 않다. 한 구역 퀘스트 마치고 다른 구역으로 넘어갈 때의 이동 구간에는 자동 이동 시스템이 들어갈 예정이다. 전투보다는 이동에서 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킬 쿨타임 도입, 캐릭터 자원 삭제로 <디아블로3>처럼 주력 스킬을 무한으로 쓰는 플레이는 불가능해졌다. 추후 스킬 빌드를 구성할 때 이를 보완해주는 장치가 있을지, 있다면 무한 스킬 구사가 가능해질지 궁금하다.
지어허트: 주공격 기술은 계속 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4개 스킬은 스킬 쿨타임이 있다. 이는 플레이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주력 스킬만 계속 쓰는 플레이는 지루할 것으로 생각된다. 플레이어가 스킬을 직접 실험하면서 콤보와 시너지를 찾아내도록 하고 싶다. 쿨타임이 없다면 이런 즐거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아르세노: <디아블로 이모탈>을 한국에 출시할 생각에 매우 기쁘다.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 프랜차이즈는 한국인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을 통해 하드코어 액션 RPG와 MMO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나 한국 팬들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한국은 블리자드 전체에서 아주 중요한 커뮤니티다. 코로나19 이후 기회 된다면 실제 방문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지어허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실력을 가진 유저들이 있는 커뮤니티 중 하나다. 한국 플레이어들이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어떤 경지에 다다를지 기대된다. 제작진들의 게임 스킬까지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줄 것 같다. 어서 게임을 선보이고 싶다. 한국 유저들이 좋아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