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한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Q. 영화와 게임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데스 스트랜딩>이다. 혹시 해봤는지?
A. 해야 할 게임을 쌓아놓고 못 하는 상황이다. (웃음)
히데오 코지마가 굉장히 영화적인 감각이 있는 개발자다. 어떨 때는 컷신이 길어서 영화를 보는 느낌도 들고. <메탈기어솔리드> 1편과 5편을 플레이했다.
게임을 아주 많이 즐기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싱글플레이 콘솔 게임 위주로 플레이했는데 <니어 오토마타>, <파라다이스 킬러>, 그리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재밌게 했다.
Q. 'GAMExCINEMA'는 어떤 특별전인가?
A. 게임과 영화가 만나는 접점을 중심으로, 두 매체의 관계를 돌이켜보는 특별전이다. 그간 이런 소재의 기획전이 많이 없었다. 그런 만큼 이번 기회에 최대한 중요한 부분들을 다 짚고 가자는 생각으로 37편의 영화를 4가지 섹션으로 분류해서 준비했다.
게이머의 상상 세계를 충족하는 청춘영화, 게임을 원작으로 삼아 각색한 영화, 게임 개발자와 게임 커뮤니티에 대한 다큐멘터리, 머니시마 단편영화를 모은 섹션 등으로 구분되어있다. 마지막 섹션은 KMDb VOD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셀렉션이 다양한 만큼 관객들도 자기 관심 분야를 찾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Q. 37편 정도면 얼마나 큰 규모의 프로그램인 건가?
A. 15편이 단편이긴 하지만 전체 규모로 놓고 보면 꽤 큰 규모다. 우리 관점에서는 20편 넘으면 큰 기획전으로 본다. 또 15편의 단편을 온라인에서 병행 상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 측면에서도 규모가 있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Q. 영화와 게임 두 매체의 만남은 언제나 흥미를 사지만, 그 결과물은 대부분 '컬트'의 영역에서 기억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A. 고민은 있었다. 예술영화를 트는 곳이다 보니 그런 평가를 받는 영화들은 상영이 아예 안 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이런 영화를 소개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선정된 작품들이 "실패작"이나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망작'이라고 보진 않는다.
<슈퍼마리오>나 <스트리트 파이터>도 그렇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도 게임 문화와 게임 플레이 그 자체를 영화화한 시도다. 어떻게든 온갖 수단을 써서 체험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정도로 독특한 영화는 어디서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 기록하고 알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Q. 특별전 소개에 '찬양하고 싶은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썼다.
A. 영화 전문 기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영화 전부터 사랑했던 건 게임이다. 그런데 아직도 게임은 시간 낭비, 어린이 오락 이런 편견을 많이 느낀다.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 너무 많다. 이번 특별전은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들, 또 게임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던 영화들에 대해 조명한다. 그래서 게임에 대한 '셀레브레이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명할 가치가 충분하다.
Q. 상영작 중 특별히 추천할 만한 작품 몇 편을 소개하자면?
A. <슈퍼 마리오>를 굉장히 추천한다. 게임으로 실사 영화를 만든 첫 번째 케이스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조합인데, 당시 출연했던 마리오 역 배우가 출연을 후회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지?" 싶어서 신기한 마음이 들고, 모두가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특별기획전을 열면 영화 시놉시스를 프로그래머가 직접 쓰는데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공룡 세계 어드벤처라고 썼다. 이런 영화는 어디에도 없다. <슈퍼마리오> 영화판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요소인 것이다. 여기에 매력을 크게 느낀다.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저 무시할 순 없다.
1989년작 청춘 영화 <전자 오락의 마법사>도 할 말이 많다. 이 영화는 닌텐도가 제작 지원을 했는데, 당시로써 볼 수 없었던 규모의 투자다. 때문에 영화에 닌텐도 게임과 제품이 많이 나오는데, 중간에 닌텐도 파워글러브가 2~3분 시간을 들여 거의 홍보하듯 등장한다. 영화 안에서 파워글러브는 쿨하고 멋진 상징으로 나온다.
Q. '보는 게임'이 트렌드이긴 하지만 시네마테크 스크린에서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상영하는 것은 확실히 의미나 남다른 것 같다.
Q. 한국 영화도 몇 편 준비됐다고 들었는데 어떤 작품들인가?
안가영 감독의 <21C 사이버 신체 해방 선언>은 단편 머시니마로 유니티 엔진, 줌(zoom) 등의 솔루션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사이버 세상 속 여성 아바타를 해방시킨다는 독특한 영화다.
Q. 상영작 중에는 AVGN의 최초 작품도 포함됐다.
A. 게이머로서 오래전부터 AVGN을 알고 있었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머시니마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느꼈는데, 게임 엔진을 활용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섹션 자체를 머시니마라는 장르에 대한 소개로 준비했고, 게임을 활용한 예술영화도 좋지만, 유튜버들의 게임 녹화 영상이나 실황도 머시니마가 될 수 있다고 봤다.
Q. 15편의 머시니마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A. 제일 큰 도움이 됐던 게 밀란 머시니마 필름 페스티벌이라는 영화제다. 머시니마 전문 영화제인데, 거기에서 소개된 작품을 몇 편 포함시켰다. 그밖에 개인적으로 조사하면서 찾은 작품들도 있다. 자신이 만든 게임 모드를 활용해 머시니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도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게임과 모드를 홍보하는 것이다. 그런 사례도 몇 가지 수록했다.
Q. 최근 게임과 영화의 접점으로 자주 지목되는 게 인터랙티브 필름인데, 기자는 현재 시네마에서 유저의 선택을 오롯이 구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특별전에서 인터랙티브 필름이 빠진 것인가?
A. 한계가 있다. 유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역시 결국 제한적인 프로그램 안에서 이뤄지는 것 아닌가? 완전히 개방적인 선택이란 VR 채팅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선택이라는 것을 능동적으로 느끼게 하는 기술 자체는 흥미롭게 보고 있다.
가령 <매스 이펙트 3>는 어떤 선택도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말하고 있는데, 그것이 유저들의 원성을 사자 확장 DLC를 추가로 내지 않았나? 영화였다면 많은 비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수정을 감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가 마음에 안 든다고 완전 재출시를 하거나 엔딩을 바꾸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Q. 게임에서는 평단과 유저의 반응이 심각하게 엇갈리고, 끝내 창작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A. 유저들은 당연히 호불호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반응 때문에 이야기 자체를 완전히 수정한다는 건 안타깝다.
Q. 영화와 게임이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특별전의 기획 의도다. 왜 그 둘은 가까워져야 하나?
A. 예전에는 게임이 어린이나, 오타쿠나, 남성들만을 위한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영화만큼이나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즐기는 예술 매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