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앞에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기자 이전에 게이머로서, 게임 인생의 적지 않은 시간을 삼국지 유관 게임과 보냈다. 그래서 이제 삼국지 게임은 그만 보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땡땡 삼국지, 자고 일어나면 땡땡땡 삼국지. 그러다가도 또 어디선가 <토탈워: 삼국>처럼 관심 가는 게임이 나오고 마니, IP의 소구력이란 이토록 무시무시한 것이던가?
삼국지에 IP 홀더가 없으니 벌어지는 일인데, 개중에서도 <삼국지 전략판>은 힘을 준 티가 났다. 코에이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함은 물론 이문열, 오우삼, 이와시로 타로 등 쟁쟁한 인물들이 선전했고, 제작에 일부 참여했다. UI/UX, 일러스트 등 실제 게임의 룩앤필이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를 잘 녹여내면서 "코에이 키드의 감성을 자극하겠군" 정도로 짚고 넘어갔다.
그러나 <삼국지 전략판>은 그것 이상으로 잘 나갔다. 게임은 매출 순위 10위권에 오래도록 머물었다. 심지어 시즌이 지나면 장수와 전법 등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획득한 성과를 초기화하는 시즌제를 채택했는데도, 2시즌 이후에도 비슷한 성과를 이어나갔다. 급기야 17일에는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공략 강연까지 열렸다.
도도히 흐르는 장강의 물결을 마냥 못본 체할 수 없을 터. 비내리는 금요일 오후, 강의를 진행한 강사를 모셔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닉네임 강유겸전은 게임 내 주요 동맹의 부맹주로 이번 시즌 전쟁에서 천 명에 달하는 연합 세력을 이끌어 승리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그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삼국지전략판>이 잘 나가는지 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Q. 디스이즈게임: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강유겸전: 2서버 제로동맹의 부맹주 강유겸전이라고 한다. 이번 시즌 반제국 연합에서 역할을 맡았다.
Q. 반제국 연합?
A. 제국동맹은 이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동맹이다. 제로동맹을 비롯한 몇몇 동맹이 제국동맹을 상대하기 위해 연합을 꾸렸다. 8개 동맹이 뭉친 연합의 이름이 반제국연합이다. 이번 시즌 제국동맹을 상대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꾸린 것이다.
Q. 둘이 붙으면 어느 정도가 됐나?
A. 추정하기로 양쪽을 합치면 최대 규모 3천 명 정도 됐던 것 같다. 그중에 제로동맹이 절반을 지휘했다. 3천이 고정된 숫자는 아니고 외교 전술에 따라서 회유가 되고, 제3의 세력이 생기기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호드와 얼라이언스처럼 두 연합이 확실하게 갈려서 싸웠다. 지금은 제국동맹이 패배를 인정해서 전쟁이 종료된지 2주 가량 됐다.
이번 시즌부터 협객군이 생겨서 세력을 잃더라도 유랑하며 지역을 약탈할 수 있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는데, 협객군이 된 제국동맹과 의미 없는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이르게 종전하기로 했다. 맹 대 맹으로 붙으면 제로동맹이 제국동맹의 적수가 되진 않고, 연합작전으로 승리했다.
Q. 제로동맹은 어떤 맹인가? 꽤 특이한 결성 과정을 거쳤다고.
A. 타 전략 게임을 즐기던 분들이 <삼국지 전략판> 2서버로 들어와서 결성한 게 처음의 제로동맹이다. 그 맹이 2서버 내 다른 동맹들을 규합해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원래 제로맹이 아니었고, 전투하던 상대였는데 제국맹을 무너뜨리기로 하고 세력을 합쳤다.
Q. 체계적인 동맹 관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스파르타 방식이라던데?
A. 잘하는 분, 열심히 하는 분 중심으로 선별을 해야 했다. 날마다 올라오는 공성 스케쥴을 잘 지켜야 하고,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막사를 짓지 않고 불참한 분들은 수기로 기록을 남기고 왜 안들어왔는지 물었다. 10시에 들어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1초라도 빨리 들어간 사람이 있으면 강퇴했다. 공성병기를 보호하려면 투입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데, 1초를 빨리 눌러서 이 타이밍이 어긋날 수 있는 것이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진입 시간을 통일해야 하는데, 성급한 클릭으로 작전의 취지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미 도착 시간과 계산 방법을 모두 공유했기 때문에, 수행 능력이 안 되는 분들은 강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Q. 제로맹과 강유겸전에 악감정있는 유저들이 생기지는 않았나?
A. 아직 '반제로' 세력이 아직 나오진 않았다.
Q. <삼국지 전략판>을 주제로 강의까지 진행했다고 들었다. 어떤 강의였는지?
A. 게임사로부터 요청받아서 강의를 진행했다. 두 시즌 동안 전쟁을 진행하면서 나름 쌓인 노하우가 있는데, 신생 서버의 유저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드리고 있다. 어제(17일) 1시간 정도 진행했다. 회상회의 솔루션으로 진행했고 40~50분 정도가 참가했다.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강의는 아니었고, 맹주나 맹의 지휘부 되는 분들만 들을 수 있었다.
Q. 앞으로도 강의에 나설 수 있다고.
A. 물론이다. 내가 <삼국지전략판> 유저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드릴 생각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능력이 안 되거나, 시간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요청이 들어온다면 계속 강의를 해드릴 생각이다. 외교면 외교, 내정이면 내정 분야에도 강사를 모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주로 전쟁의 기술을 강의했다.
Q.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강의에 참가했는지 궁금하다. 공략을 나누는 수준이야 언제든지 있었지만, 평일 저녁에 강의를 개설하고 수십 명이 듣겠다고 모이는 건 분명 이례적이다.
A. 그럴 만한 게임이다. <삼국지전략판>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임이다. 2시즌 우리 연합만 1,000명이 넘었다. 이 사람들끼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2달, 3달을 싸워야 하는 게임이다. 그러다 보면 이익이 겹치는 일이 발생하고, 내분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분들과 계속 게임을 이어나가려면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Q. 첫 강의 이후 소감이 어떠셨는지?
A. 다른 게임에서도 공략성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편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특이하게 공식 커뮤니티인 카페에 좋은 공략이 안 올라온다. 동맹원들에게만 좋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우리 동맹원들에게만 PDF 방식으로 강의 자료를 만들어서 뿌렸다. 나중에 들었는데 다른 동맹들도 다 그렇게 하더라.
이번에 강의를 들으신 분들이 나중에 적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수 있지만, 결국엔 같이 <삼국지전략판>을 즐기는 유저일뿐이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강의를 하게 된 것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강의였다고 생각하지만, 강의 뒤에 많은 분들이 좋은 내용 감사하다고 해주셨다.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이번 시즌에 새벽까지 게임하는 건 기본이었다고?
A. 직장인들도 중간중간 시간을 냈고, 지휘부라면 퇴근해서도 새벽 3시에 자고 그랬다. 심야에는 행동력 소모 2배 페널티가 걸리는데, 이게 그만 하고 자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밤에 잠을 안 자고 지시에 따랐다.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면, 만약에 새벽에 200명이 넘는 사람이 지시를 믿고 따라온다면, 책임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Q. 일상 생활이 가능한가?
A. 시즌이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이야 좀 나아졌지만, 한참 심할 때는 매일 새벽에 자다 보니 출퇴근도 힘들고 직장 생활도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동맹 운영진들은 감투를 쓴 게 아니라 맹을 위해서 봉사하는 분들이다. 그분들 능력이야 다르겠지만, 나름 역할을 해주셔야 게임이 진짜 재밌어진다.
Q. 동맹의 운영진이 게임 재화를 현금화하는 등 실생활의 이득을 보나?
A. 전혀 아니다. 나도 그렇고, 그냥 재밌어서 그러는 거다. 나는 다른 동맹의 운영진들을 욕한 적 없다. 모두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그 분들 역할로 게임이 훨씬 재밌어진다.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동앗줄이라도 잡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삼국지전략판>이라는 게 결국 땅따먹기 게임이다.
바둑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복잡한 변수들이 있고, 때문에 깊이있는 공략이 필요하다. 바둑과 같지만, 바둑알들은 다 살아있는 개체고, 바둑판의 상황도 변하는 거다.
Q. 가상의 중국 대륙 위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가?
A. 진짜로 중국 땅이라서 그런지 실제 역사와 비슷한 전략들이 많이 나온다. 이번 시즌 우리는 '초한지'를 했다.
Q. 사면초가라도 만들었나?
A. 별동대를 운영했다. 큰 전투를 중원에서 펼치면서 한신처럼 별동대를 보내서 외곽에서 포인트를 얻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회유책도 계속 썼다. 중원에서 비등비등한 싸움을 하면서 전술 기동을 계속 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삼국지에서 마속이 지시대로 안 하고 산에다 진을 치다가 전투에서도 지고 '읍참마속' 되지 않나? 이 게임에도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중요한 길목을 막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자원지 옆에 성을 펴서, 길목을 못 막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게 보이면 그 사람은 강퇴다. 48시간 동안 주성을 옮길 수 없는데, 자기 좋자고 지시한 위치에 진을 펴지 않아서 상대의 공격을 못 막게 된 거다.
실제 전쟁과 마찬가지로 <삼국지전략판>에는 산 하나, 길목 하나에도 모두 의미가 있다. 그 위에 병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전황이 바뀐다.
Q. 다음 시즌 준비 전략을 미리 물어봐도 되나?
A. 깊은 이야기를 드릴 순 없지만, 시즌이 초기화되면서 그에 따른 큰 틀의 전략을 기획하는 분들이 있다. 하나의 서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재밌는 전투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이 이야기는 해볼 수 있겠다. 1시즌에서 주도적인 맹이었던 제국동맹은 해외 서버에서 <삼국지전략판>을 이미 경험했던 분들이 뭉쳤고, 그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세력이 세지니까 붙는 사람도 늘어나고. 그 맹에 당했던 분들이 연합군을 만들어서 승리한 게 2시즌이고.
Q. 반동탁연합군처럼?
A. 그렇다. (웃음)
Q. 그럼 강유겸전은 원소가 되는 것인가?
A. 좋은 분들 만난 덕을 봤고, 또 운이 좋은 원소라고 볼 수 있다. 동맹들이 뭉쳐진 연합을 꾸리면 각자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손견처럼 선두에 치고 나가서 무용을 뽐내고 싶은 분들이 있는가 하면, 한복처럼 뒤에서 자기 세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싶어하는 타입이 있다. 다양한 콘셉트의 플레이를 잘 조율하는 게 이번 시즌 중요한 요소였다.
Q. 수백 명에서 천 명이 넘는 군주(플레이어)들에게 오더를 내리는 입장이었다니, 비유하자면 사단 몇 개는 지휘했던 셈인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A. 고급 토지가 많은 '자원주'에서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데 자원주의 관문을 뚫다가 상대 동맹에게 막타를 내눠서 그 관문을 내준 적 있다.
어렵게 준비해서 기회를 만들었는데 허무하게 뺏긴 거다. 우리 쪽 분위기가 난리가 났다. '작전 실행 누가 한 거냐'라는 분노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이길 수 없다'라는 무기력까지. 연합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갈등이 고조되자 세계 채팅창에 지도부 전화번호를 올려놓고, 이야기하자고 나서기도 했다.
나는 그 관문을 내주더라도, 전장의 범위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해서 공략에 들어갔다. 공략 중간에 '뺏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지만, 뺏겨도 힘이 분산됐으니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진행했다. 여러 동맹을 이끄는 입장에서 사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전선을 늘이는 전술은 먹혔고, 시간이 흘러 그 관문을 다시 되찾았을 때 모두가 승기를 확실하게 잡았다. 게임이지만 지고 있을 때와 이기고 있을 때 그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지고 있을 때는 소극적이지만, 이기고 있을 때는 그 반응이 벌떼와 같다. 사기라는 게 그런 것 같다.
Q. 이번에 제국동맹과 싸워 이길 때 어떤 기분이었나?
A.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첫 전투에서는 "생각보다 해볼 만하다"라고 느끼다가, 불안감이 들더라.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구나' 후회도 했다.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시점에 적 맹주에게 접근해서 종전을 제의했다. 제국동맹에서 신사적으로 패배를 시인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른 게임을 하면서는 느껴본 적 없는 경험이었다.
Q. 장동민, 전태규 등 셀러브리티들이 <삼국지전략판>을 플레이하는 클립을 종종 본다. 그분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분들이 있던데, 팬이라서 게임을 하는 수준을 넘어섰더라.
A. 언급한 분들 게임 하는 걸 보면 정말 재밌게 하고 있다. 시청자들도 단순한 참여 수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딱 보면 안다.
새벽까지 하고 쪽잠 자고 다시 일어나서 다시 하니 단순 참여 수준은 아닐 거다. 그 셀럽 분을 중심으로 모인 <삼국지전략판> 세력이고, 그런 분들이 몇백 분 정도 계신 걸로 안다. 맹 안에서 권력 다툼이나 이간질, 암투 같은 행동도 많기 때문에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굉장히 재밌을 거다.
Q. 다른 게임도 많이 즐긴 편이라고 소개했는데, <삼국지전략판>의 몰입도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A. 콘솔 게임도 많이 하고 타 모바일게임의 랭커이기도 한데 <삼국지전략판> 시작하고 다른 게임을 못한다. 진짜 내가 삼국지 시대의 중국 세력을 운영한다고 느낄 정도로 몰입도가 강하다. 어느 정도냐면 패배해서 포로가 됐다고 그 충격에 게임을 접는 분들이 많다. 포로가 된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는 게 아닌데, 땅따먹기처럼 밀리면 밀리는 거고, 포로가 되어도 충분히 구출될 수 있는데 포로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 강력해서 게임을 접는 거다.
Q. 그렇게까지 빠져드는 이유가 뭘까? 이런 게임들 예전에도 많지 않았나?
A. 물론 비슷한 장르에서는 비슷한 몰입감이 있을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게임도 본질적으로는 우리가 예전부터 하던 땅따먹기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삼국지전략판>은 실생활과 연결이 강하다. 새벽 4시에 기상 호출을 받으면, 실생활과도 연결이 되는 거다. 복수를 위한 스토리텔링이 마련되는 것이다. 시즌제로 초기화되는 가운데 배신자가 생기고 스파이가 생겨서 몰입도가 더 생기는 것 같다. 땅에도, 맹에도, 사람에도 이야기가 자꾸 붙는 거다.
Q. <삼국지전략판>은 시즌제로 운영되는 게임이다. 이전 시즌의 빛나는 성과가 사라지고 장수와 전법 정도만 남는 게 아쉽지는 않나?
A. 당연히 아쉽다. 그런데 내가 먹은 땅이 천년 만년 내 땅이라면 그게 제일 재미 없는 거다. 이 게임은 전략 전쟁게임 아닌가? 그런데 태평성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거야 말로 '고인물 게임'이다.
세력치가 4만, 5만 이러다가도 처음부터 새로 판을 기획하고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게 재미다. 1 시즌도 그렇고 2 시즌도 그렇고 시즌 초가 제일 재밌고, 결제도 많이 발생한다. 이전 시즌에서 빠르게 탈락했던 분이 이번에는 다르다며 돌아오기도 하고, 이전 시즌에서는 엄청났지만 새 시즌에서는 힘을 못 쓸 수도 있고.
분명 초기화의 '현자타임'이 있고, 그것 때문에 접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시즌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게임을 할 수 없다. 지금은 중국 대륙 전체로 싸우지만 나중에는 적벽대전이나 국가전 같은 콘텐츠도 추가디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콘텐츠가 추가되면 게임의 메타가 달라지는 거다.
<삼국지전략판>의 메타는 장수의 추가에 따라서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오피 챔피언이 계속 바뀌는 것처럼, 시즌이 바뀔 때 게임이 확연하게 바뀐다. 똑같은 조합만 밀고 갈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에 못 뽑아도 낙심할 필요가 없는 거다. 다음 시즌을 노리면 되니까. 시즌제니까 후발주자들도 같이 하기 좋은 게임이다
Q. 맹원들끼리 굉장히 끈끈해졌을 거 같다.
A. 물론이다. 1시즌에서는 전쟁하다가 합병한 거라서 서로 감정이 그렇게 좋지 않다. 그런데 2시즌부터는 제국맹이라는 외부의 적이 상정되다 보니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우애가 생겼다. 내가 어려울 때 맹원이 와서 도와주면 감정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새 시즌에는 적이 되어 만날 수 있지만, 그래도 재밌게 해보자고 이야기를 미리 했다. 시국 때문에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조만간 보기로 했다.
Q. 앞에서 동맹의 스파르타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또 사기의 중요성을 논했다. 일반적으로 사기를 높게 하려면 당근과 채찍을 고루 써야 하는데 지금까지 채찍 이야기만 한 듯하다. 제로맹은 어떤 강유겸전(剛柔兼全, 강하고 부드러운 것을 함께 갖춤)을 가지고 있나?
A. 친목 도모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음원을 녹음해서 보내주면 투표에서 1등에겐 상품을 보내준다던지, 전보를 올려주면 치킨을 보내준다던지. 게임 운영진이 진행하지 않은 동맹 자체 이벤트를 연 것이다.
또 매주 전공을 많이 세운 우수 전공자들의 리스트를 만들었고, 저조자도 리스트를 공개했다. 우수자는 세력치를 올리게 해주고, 저조자는 세력치를 낮추게 지시했다. 이것이 일종의 당근과 채찍이었다. 시즌 MVP를 뽑아서 치킨이라던지 쿠폰을 보내드렸다.
이번 시즌 제로맹은 패업달성을 포기했다. 낙양성을 비롯해 유명한 성을 먹으면 패업달성을 이루게 되는데, 이번에 연합에 참가했던 다른 동맹들에게 성을 공평하게 나누어졌다. 어떻게 보면 시스템 상 승자는 없고 우리끼리 만든 스토리텔링 속에서 승리한 것이다. 우리 동맹은 7개 연맹이 성 2개씩 가져가서 1,400명이 보상을 받았고 상대였던 제국맹에는 성 2개를 주고 400명이 보상을 받게 했다.
Q. <삼국지전략판>을 안 해본 이들에게 권하는 말이 있는지?
A. 이 게임은 내가 잘한다고 되는 게임이 아니다.
동맹이 잘해야 한다. 동맹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 내가 그 일원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지금 와도 괜찮고, 나중에 와도 괜찮다. 과금을 많이 하면 선봉에 설 수 있겠지만, 이 게임에는 스파이도 필요하고 전략가도 필요하며 맹주도 있어야 한다. 덱이 강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무·소과금 유저들도 할 일이 많다.
특히 무·소과금 유저 분들이 맹주나 지휘관을 많이 맡는다. 남들보다 시간을 더 써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게임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분들 중 몇몇에게 운영을 맡겼는데 굉장히 잘 해주셨다.
Q. 끝으로 각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A. 이번 시즌 우리 연합에서 정말 친구처럼 지냈던 동지 세 분이 있다. 제로동맹의 맹주 바벨 님, 낙양동맹의 맹주 마행처우역거 님, 강한동맹의 이선주 님.
유능한 핵심 지휘부였고, 게임에서 인연이 닿았지만 믿을 수 있는 진짜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이 이선주 님은 이번 시즌 개인적으로 나의 한신이었다. 아까 말한 우회 기동을 해주신 주인공이 바로 이선주 님이다. 형초에서 서량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주신 덕에 우리가 전쟁을 이길 수 있었다.
다음 시즌에 적으로 만나도 재밌게 싸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