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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토리텔링, 힙합에서 배워라?

힙합이 왜 여기서 나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3-08-22 18:41:26

'게임스컴'을 앞두고 펼쳐지는 개발자 컨퍼런스 '데브컴'에는 특이한 주제의 강연이 많다.

 

21일 기자가 수강한 'To the Beat Ya'll: What Designers Can Learn from Hip Hop'라는 제목의 강연도 그렇다. 이 세션은 게임과 힙합의 스토리텔링 방법을 비교하는 것으로, 투팍과 켄드릭 라마 등 유명 래퍼들의 곡을 듣는 특이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평생 힙합과 숨쉬고 살았다"는 게임 내러티브 디자인 전문가 해로니 드 헤수스(Jarory de Jesus)의 말 들어보자.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힙합과 게임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발표한 해로니 드 헤수스




헤수스는 힙합의 핵심을 3C로 요약했다. 캐릭터, 케어, 갈등(Conflict)이 그것이다.


힙합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크루 또는 주변을 케어하고, 그것을 방해하는 이들과 대립한다. 이 3C는 동서고금의 스토리텔링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DJ, 비트, 클럽, 춤 등 힙합을 관통하는 코드는 대단히 많지만,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헤수스가 주장하는 것은 3C다. 그는 "정확히 말하자면, 힙합은 태도에 가깝다"라고 요약했다.

 

이어서 헤수스는 전통적인 3막 구조 극작법(계기, 미드푄트, 클라이막스 등으로 요약되는 막 구성으로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과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등을 소개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고전적 방식들은 스토리가 있는 게임에도 마찬가지로 널리 쓰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게임 스토리텔러들은 힙합의 방식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3C 구조는 모든 이야기에 적용할 수 있다. 게임도 그렇다.


그는 "힙합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자신을 이야기할 것인지에 관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문학 작품의 화자가 작가와 100% 연결되지 않듯이, 힙합 음악도 래퍼와 100%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투영되고, 실제 결과물에 반영되고 있다. 힙합은 결국 자전적인 성격의 스토리텔링이다. 


루페 피아스코의 "Hip-Hop Saved My Life"는 친구들에 대한 셧아웃과 자신의 남루했던 삶,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돈을 모으고(Stack that cheese), 위대한 MC가 되어 성공했다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헤수스는 이것을 <쉔무>에서 주인공 하즈키 료가 아버지의 봉황경을 들고 돌아와 적들과갈등하는 이야기에 빗댔다. 결국 '쉔무' 시리즈의 이야기가 완벽히 완결되지 않았듯이, 힙합의 스토리텔링도 무조건 완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2PAC의 <Me Against The World>는 화자의 스트레스 가득한 삶을 그리고 있다. 언제 죽을 줄 모르는 위협 속에서, 돈이 없지만 꿈을 꾸고, 시덥지 않은 일에서 버텨가는 과정을 그린 명곡이다. 그는 이 곡을 <파이널 판타지>에 빗댔다. 주인공은 '세계를 구해야 한다' 따위의 대단한 과제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이것을 여기까지 가져다달라'는 시덥잖은 서브퀘스트까지 해내야 한다. 별 볼 일 없는 서브퀘스트의 총합이야말로 'Me Against The World​'라고 이를 수 있는 것이다.


헤드셋에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어 강의장은 흡사 음악감상회를 연상시켰다.


헤수스는 반복되는 힙합에서 버스와 코러스의 이야기 구조를 "반복과 조금의 변형이 주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버스-코러스가 토비 폭스의 <언더테일>에서 첫 번째 엔딩, 그리고 두 번째 엔딩, 각 엔딩의 선택마다 다른 대사를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토비 폭스가 힙합의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이 게임을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둘 사이에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창작자들은 힙합의 발화 방식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켄드릭 라마의 <Alright>는 내면의 아픔과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 친구들(N****)과 긍정적(Alright)으로 살기로 다짐하는 내용의 곡이다. 그는 이 곡엑서 경찰에 맞서야 한다거나, 흑인 사회가 단결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대신 비유들을 집어넣으면서 상황을 묘사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행동한다. 헤수스는 "켄드릭 라마의 랩 창작 방법을 게임 스토리텔링에 응용하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한다.


헤수스는 "힙합은 위대하며,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 때 배울 게 있다"고 말한 뒤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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