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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터가 말하는 디제이맥스의 20년, 그리고 미래

[인터뷰] 백승철 네오위즈 로키스튜디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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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3-18 11:09:46
"20년 동안 해 왔던 것보다 더욱 많은 일이 올해부터 만들어질 것 같다."

네오위즈 산하 로키 스튜디오에서 개발되고 있는 <디제이맥스> 시리즈는 첫 티저 공개를 기준으로 삼으면 20년의 역사를 가진 장수 리듬 게임이다. 첫 작품인 <디제이맥스 온라인>이 티저를 공개하고 CBT를 진행했던 것이 2004년이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역사도 굴곡지다. <디제이맥스 포터블> 시리즈를 통해 첫 전성기를 맞았지만, <포터블 3> 이후로 더 이상 넘버링 타이틀이 출시되지 못했다. <디제이맥스 테크니카>와 같은 다양한 파생작도 명맥이 끊겼다. PC로 출시했던 <디제이맥스 트릴로지>는 개발진에게는 아픈 추억으로 남은 타이틀이다.

그러나 2017년 출시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로 전환점을 맞았다. PS4 도전이라는 과감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디제이맥스 포터블>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19년 PC로 출시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는 본편 100만 장, DLC 300만 장 이상 판매라는 성과를 거두며 장기 흥행 중이다. 어떻게 보면 콘솔 도전, 국내 게임의 스팀 시장 가능성이라는 트렌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읽어낸 시리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20주년을 맞이한 <디제이맥스> 시리즈는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시리즈 초기부터 개발에 참여해 온 로키스튜디오 백승철 스튜디오장을 만났다.

로키스튜디오 백승철 스튜디오장


# <디제이맥스 포터블> 부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까지의 이야기

Q. 디스이즈게임: <디제이맥스 온라인>의 첫 테스트를 기준으로 삼으면 시리즈 20주년이다. 개발에 참여하신지 거의 20년이 되셨는데, 소감이 어떤가.

A. 백승철 로키스튜디오 본부장(BEXTER): 제가 2004년 10월 (당시 개발사였던) 펜타비전에 입사했으니, 만으로 20년쯤 됐다. 지금도 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한 해 한 해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그렇게 된 느낌이다. 20년이란 시간은 굉장히 길지 않나. 벌써 20년이나 일을 해 왔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이어갈 시간에 대해서도 잘 해야겠다는 느낌이다.


Q. 당시 어떻게 개발에 참여하게 됐나?

A. 베이시스트로 생활을 하다가 일이 잘 안 풀릴 때였다. 마침 친분이 있던 류휘만 감독(Croove)이 같이 게임을 개발하자는 제안을 줘서, 잠깐 도와주자는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일에는 쉽게 적응했다. 하던 일이 음악이고, 음악 게임을 만드는 회사다 보니, 갖춰야 할 능력은 가지고 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회사에서도 좋게 봐주셔서 빠른 시간 안에 중요한 일을 맡았다.


Q. <디제이맥스> 시리즈는 PSP로 출시한 <디제이맥스 포터블>이 좋은 판매량을 기록함으로써 크게 성장했다. 당시 온라인에서 포터블 기기로 방향성을 틀었던 이유를 알고 싶다. 

A. 아무래도 사업이 아니고 실무쪽 담당이다 보니 흐름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지켜본 바로는 펜타비전이 <디제이맥스 온라인>에 의욕적으로 임하긴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안 나왔었다. 미래가 어두운 상황에서 마침 소니에서 PSP라는 기기를 출시했고, 제 기억으로 개발이사셨던 폰글로우(ponGlow)님이 관심 있게 보셨다.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로 시작됐기에 <디제이맥스 포터블>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었다. 내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것은 <디제이맥스 포터블 2> 때부터였다.

<디제이맥스 포터블> 시리즈는 국내 PSP 타이틀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 사진은 <디제이맥스 포터블 2>


Q. 이후에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원년 개발자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까지 처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거의 2년간의 공백기를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개발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A.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업계 전체가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저희도 <탭소닉>을 출시했고, 이어 <탭소닉 링스타>를 만들었다. 두 게임 모두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고, 이용자 분들도 당시에 정말 많았다. 

문제는 리듬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익화 모델이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리듬 게임에 소비자가 어떻게 돈을 쓰게 할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가 있었고, 타개책을 명확히 잡지 못했다. 

그래도 <디제이맥스>라는 IP를 접는다는 생각은 없었다. 더 잘해서 장기적으로 이끌어 가자고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장기적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디제이맥스 포터블 3>까지 넘버링이 나왔으니, 4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오랫동안 신작이 나오지 못했으니 그동안의 <디제이맥스>를 집대성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Q. 플랫폼이 PS4였다.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나? 그 때는 콘솔에 도전한다는 것이 지금의 느낌은 아니었다.

A. ​오히려 당연한 감이 있었다. <디제이맥스> 팬층 자체가 PS에 기반하고 있었기에, 당시에는 '<디제이맥스>라면 PSP'라는 느낌이었다. 조작 체계 면에서도 유리한 지점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 PSP의 후속 기기로 나온 'PS 비타'로 나와야 당연하다고 여겼을 분도 있을 것이다. 저는 크게 바라보고 싶었다.

<디제이맥스>라는 IP가 길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치형 콘솔에 언젠가는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리즈를 집대성한다면 용량도 클 것이기에, 휴대용 기기로 낸다면 집대성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같은 콘텐츠라도 거치형 기기의 큰 화면으로 즐기면 또 다른 매력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득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디제이맥스> 시리즈 개발에 대해서는 경영진 분들이 많이 신뢰해 주셨다. 개발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멤버들이 회사를 대부분 떠난 상황이기에 0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파트장급 개발자들을 다시 섭외해서 만들게 됐다.

<리스펙트>의 개발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사진은 2018년 지스타 강연


Q. <리스펙트>가 성공한 후 PC로 <리스펙트 V>의 개발까지 이어나간 계기는 무엇인가? 이전에 PC 패키지에 도전했지만, 결과가 아쉬었던 <디제이맥스 트릴로지>의 사례가 있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A. 맞다. 내부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PS 비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후속작이 나온다면 당연히 닌텐도 스위치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선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디제이맥스> IP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간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디제이맥스>가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깨야 했다. 리듬 게임은 마니아만 즐긴다는 그런 틀이다. 국내 팬층이 탄탄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시리즈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과거 <디제이맥스 포터블 3> 이후로 더 이상 후속작이 못 나온 이유다.

가장 필요한 일은 <디제이맥스>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인정하되, 마니아층을 글로벌하게 끌어모을 수 있다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글로벌을 노린다면 어떤 플랫폼이 가장 좋냐 하면 스팀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이것이 핵심이었다. 글로벌 팬층을 모으기 위해서는 스팀으로 가야 한다는 것.

열심히 사람들을 설득했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의심하는 시선이 있었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진행했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Q. <리스펙트 V>를 오랜 기간 사후 지원하면서 본편이 100만 장 이상 판매, DLC를 포함하면 400만 장 이상 판매라는 실적을 냈다. 

A. 맞다. 그래도 PS로 먼저 출시했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자체의 성과도 좋았다. <디제이맥스 포터블> 시리즈를 만들 때가 가장 전성기였다는 인식이 있는데, <리스펙트>는 <포터블> 시리즈과 비교해 2~3배의 성과를 냈었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리스펙트 V>는 기존의 두 배 정도만 나와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의 결과가 나와 감사할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개발 스태프들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높은 퀄리티로 게임을 만들어 주시고, 목표한 방향으로 잘 와 주셨기에 성과가 따라온 것 같다.



Q. 사후 지원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본래 <리스펙트>를 개발할 때부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한 것인지.

A. 어느 정도 염두에 뒀다. PS로 출시된 <리스펙트>의 DLC를 보면 타이틀 하나에 과거를 집대성한다는 콘셉트를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것을 기반으로 쭉 진행해 왔는데, 집대성을 마쳤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1~2년마다 넘버링 타이틀을 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과거의 방식 아닌가 싶었다.

이용자 분들이 정말로 원하시는 것은 신규 곡이고, 넘버링을 바꾸었다고 시스템적으로 억지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너무나 변화를 주면 오히려 좋아하시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넘버링 타이틀을 확장하기보단, 와 주신 이용자 분들을 잘 케어하면서 신규 곡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Q. <디제이맥스 온라인> 시절에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수익의 균형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A. <디제이맥스 온라인>과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의 BM 자체가 다르다. 그래도 한 가지 이야기하면, 과금을 해 주시는 소비자분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음악 게임을 소비하는 데 있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있어 조금 관대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 그런 인식이 조금 변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디제이맥스 온라인>은 유료 회원제에 가입하면 혜택을 주는 그런 방식이었다. <리스펙트 V>는 패키지 판매 모델이다. 전퉁적인 리듬 게이머들에게는 지금의 모델이 더욱 좋은 것 같다. <리스펙트 V>가 <온라인> 시절처럼 곡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대신 회원제로 돈을 받는 구조였다면, 지금의 결과는 아마 없지 않았을까.

<리스펙트 V>는 DLC와 함께 시즌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Q. 일정 시기를 기점으로 <리스펙트 V>에 신규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적극 소통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정확한 기억이 안 난다. 게임 업계 전반에 그런 방향성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 같다. 유튜브가 활성화되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사람들에게 친숙해지면서 이것을 활용하는 게임사가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 라이브 방송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네오위즈 내부에서 방송 스튜디오를 확장하고 있어서 앞으로 그런 소통은 더욱 기대하셔도 좋다.


Q. 스케줄이 타이트하지 않나? 3개월 단위 시즌에, 계속해서 출시하는 DLC 그리고 기타 업무까지 생각하면 업무량이 상당할 것 같다. 지금까지 구축해 온 노하우와 시스템이 있어 가능했던 것인지.

A. 프로세스가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파트를 담당하시는 파트장님들이 굉장히 노련하고, 오래 합을 맞춰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믿고 신뢰하기에 트러블 없이 빠르게 잘 진행해 주시는 것 같다.

3개월마다 DLC와 시즌 패스 등등을 업데이트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개발자분들이 지치는 감이 있긴 하다. 저희가 PS를 시작점으로 잡으면 7년째 이런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라면 번아웃이 올 수밖에 없기에 마음을 다잡고 퀄리티 면에서 떨어지게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구성원분들이 잘 해주셔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지점은 없었던 것 같다.


Q. 글로벌을 이야기했는데, 해외에서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확실히 늘어나긴 했다. 제가 기억하기로 <포터블> 시절에는 국내 판매량과 해외 판매량을 나눌 때, 해외 판매 국가를 별도로 나누지 않고 하나로 집계했다. 그 기준으로 치면 국내는 7, 해외는 3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가 4, 해외가 6이다. (그러면 가장 많이 하는 국가가 있나?) 아무래도 중국 분들이 많이 하신다. PS 시절만 해도 일본 분들의 비율이 15% 정도였는데, 스팀으로 가니 조금 떨어지더라.


Q. 국내 팬층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전보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곡 스타일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A. 신규 팬층 분들도 많이 유입되시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접하신 분들도 있고, 노래만 간접적으로 즐기시는 분들도 있다. 아무래도 90년대부터 리듬 게임을 하셨다면 이제 40줄에 들어선 분들이 많기도 하고...(웃음).

학생 층에서도 팬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 그분들이 왜 <디제이맥스>에 관심을 가질까 생각해 보면 역시 콘텐츠의 힘이 크지 않아서일까 싶다. 과거의 팬층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신규 팬층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한쪽이 소홀해지면 안 된다고 항상 생각한다.


Q. 지난 겨울에는 팝업스토어도 진행했다. 반응이 좋았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굉장히 오랜만에 진행한 오프라인 행사기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날씨도 굉장히 추웠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감사하고, <디제이맥스>가 아직 살아있다고 느꼈다. 성과는 대성공이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어서 앞으로의 행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 '대중성 있는' 리듬 게임을 위한 노력

Q. <디제이맥스>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의 곡이 게임에 포진되어 있다. 리듬 게임에 관심이 적은 게이머도 부담 없이 들으며 플레이할 수 있는 팝 장르의 곡도 많다.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보통 리듬 게임은 하드코어 테크노가 강세인데 <디제이맥스> 시리즈는 처음부터 게임에 여러 장르를 담으려 한 느낌이었다.

A. 제 음악적 성향인 것 같다. 수록곡의 라인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작업에 참여해 온 것이 <포터블 2> 때부터다. 그때부터 수록곡의 장르와 스타일을 배분하는 디렉팅 업무를 맡아 왔는데, 당시를 살피면 의도한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나 싶다. 너무 마니악하고 하드코어한 곡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곡을 넣으려 했다.

리듬 게이머분들이 고난이도의 신나는 곡을 선호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 게임 유저 분들을 위해 다양한 장르를 즐기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에 잘 경험하지 못했던 장르나, 알고는 있지만 리듬 게임에서 들으면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장르와 같은 것을 제공하고 싶은 제 생각이 담겨 있다. 이것이 라이트한 이용자나 신규 이용자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Q. <익스텐션 V> DLC에 추가된 곡 '캐럿 캐럿'의 경우에는 본인이 작곡가에게 정통 재즈를 넣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A. 작곡가인 소브렘(Sobrem)님을 소개받았을 때, 고난이도 곡의 스타일을 잘 쓰시고, 피아노 연주에 특장점을 가진 분이라고 들었다. 어떤 곡을 요청드릴지 생각하다가, 이전에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넣고 싶었지만 마땅히 맡길 분이 없어 고민했던 것이 정통 2박 재즈 스타일의 곡이 생각났다. 언젠간 한 번 내야지 머릿속에 생각만 하고 있던 스타일이었다.

소브렘님의 소개를 듣고 적임자라고 느꼈다. 요청을 드렸더니 너무나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잘 진행된 느낌이다.




Q. 단순히 좋은 작곡가를 섭외하는 것을 넘어 신규 아티스트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느낌이다. DPC(패턴 디자인 공모전)와 같은 행사도 이어나가는 것을 보면 리듬 게임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확충하고 저변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인지.

A.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 새로운 이용자층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신규 이용자층과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있는 작곡가나 개발자분들이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DPC를 말하자면, 제가 처음 개발에 참여했을 때 패턴 업무도 맡았었다. <온라인>과 <포터블> 시리즈 초기였다. 그러나 <리스펙트> 부터는 일절 손대고 있지 않다.

이유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새로운 세대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저에겐 정석적이고 정통성있는 패턴이 요즘 세대와는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잘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신구의 조화가 항상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DPC가 좋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다. 그 외에도 비주얼 아트 등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가진 아티스트 물색 작업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Q.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곡의 패턴이 다른가?

A. 해석하기 나름이다. 시대별로 스타일을 구분할 수도 있고, 게임별로 스타일을 구분할 수도 있다. 제가 생각하기엔 세대별로 선호하는 것이 다르지 않나 싶다.


Q. BGA나 UI에도 계속해서 신경 쓰고 있다. 리듬 게임 쪽에서는 최고라고 할 만한데, 이처럼 비주얼적인 면에 집중해 왔던 이유가 있는가?

A. 비주얼을 잘하는 것이 저희 IP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부터 왜 그랬냐 하면, 아무래도 폰글로우님 이야기를 안 드릴 수 없다. UI 담당 출신이시고, 디자인에 대해 항상 신경 쓰셨기에 이 부분에 집중하는 전통은 그 때 생겨난 것 같다.

폭넓게 바라보자면 음악과 비주얼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음악이란 장르만 놓고 보면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들 때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항상 같이 가는 관계다.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Tic Tac Toe'의 MV


Q. 현재 스튜디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A. 새로 들어오신 분들도 있고, 바뀐 분들도 있지만 2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로 자신이 있을 때 규모를 조금씩 키워나가자는 생각이라 조직 운영에 있어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부터 이어질 여러 일을 생각하면 점진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콜라보레이션도 여러모로 뻔하게 진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느낌이다. 이번에 진행된 콜라보는 일본의 유명 RPG 개발사 '팔콤'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어떤 점을 주안으로 진행하고 있는가?

A.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디제이맥스> 이용자 분들에게 음악적으로 소개하기 좋고, 게임에 추가됨으로써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이용자층에게 어필하고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를 더 말씀드리자면 빈틈을 메꿔줄 수 있는, 저희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메꿔줄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Q. 다른 국내 리듬 게임 <이지투온>과 콜라보를 하기도 했다.

A. 이야기 자체는 오래전부터 했다. 처음에 이야기할 때는 초창기 곡을 사용하기 어려워서 진행을 미뤘었는데, 어느 순간 가능하시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팬 분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와 제가 선호하는 <이지투온>의 포지션이 조금 달라 호불호가 갈렸던 콜라보레이션 같다. 제가 생각했던 <이지투온> 콜라보레이션의 큰 매력은 저희가 가지지 못하는 부분을 메꿔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리듬 게임을 시도했던 <이지투디제이>의 레거시를 상징성있게 가져가는 것을 생각했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초기 시절의 콘텐츠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최신 트렌드에 맞는 신나는 곡은 이미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많기에 그런 생각이었다. 앞으로도 새로 나올 업데이트와 DLC가 있고, 그런 곡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지투온>의 대표성있는 곡도 알맞게 들어가야 하는데, 그 비율에 대해서 잘 처리하지 못한 것 같다. 몇 곡 정도는 더욱 잘 선정했으면 이용자분들이 덜 불편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Q. <이지투온> 관련해 모두가 알 만한 유명 곡이 추가로 콜라보레이션 될 것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방송에서 언급했다시피 5월 2.0 업데이트와 함께 나온다. 이미 모두 예상하고 계시지만 '카무이'(神威)가 나온다. 모든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는 무료 곡으로 업데이트된다.


# 2.0 업데이트의 '신박한 기능'을 기대해 달라

Q. 방송에서 2.0 업데이트를 예고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사실 아주 큰 변화는 없지만, 소규모로 패치하기에는 애매한 기능이 있어 2.0으로 하게 됐다. 마우스 지원은 정말 별것 아닌 업데이트라 볼 수 있지만, 게임 내적으로 정말로 많은 것을 수정해야 한다. 그런 김에 대규모 패치를 하면서 이용자 분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모으고 싶었다.

내용으로 보면 마우스 기능 지원과 UI 편의성 업데이트가 가장 크다. 그리고 인 게임 상점이 추가되며, 세 번째는 비밀이지만 나름 '신박한 기능'이 하나 들어간다. 프로그래머 분을 거의 1년 정도 꼬셨는데, 안 된다 하시다가 어느 순간 가능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플레이어분들이 좋아해 주실지 반응이 정말 궁금하다. 게임플레이와 관련되어 있다.


Q. 게임 내 상점에 이전 패스 아이템이 복각되나?

A. 2.0 패치 전에 홍보 영상이 하나 나갈 것이다. 거기서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과거에 나왔던 시즌 아이템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생각해 달라.


Q. 게임적인 부분에서 색다른 새로운 시도나 시스템 추가를 생각 중인지 궁금하다. 가령 <디제이맥스 포터블 3>의 리믹스 모드가 있었다. <리스펙트>의 에어 모드도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A. 생각은 항상 한다. 그런데 제약이 생각 외로 많다. 별것 아닌데 특허가 걸린 것도 있고, 기술적으로 상상한 것을 구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리믹스 모드도 사실 이런 문제가 있다. 리믹스를 하는 것이 자동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하는 것이다. 이미 리믹스를 해 놓은 소스를 결합해서 제한적으로 즐기는 것이다 보니, 만들자면 만들 수는 있지만 비효율적인 느낌이 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항상 관심은 많다. 출시되지 않으면 느낄 수 없기에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스타일에 대해서는 항상 연구하고 있다. VR 같은 것도 내부적으로 시도해 봤다. 스팀에 나오는 리듬 게임들이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고 있고, 저희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기에 기회가 오면 즐기실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다.

정통 음악게임에서 벗어난 시도도 해 봤고, 타 플랫폼의 포팅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 게임에 대한 시도도 있다. 이 3가지를 오가며 연구하는 중이다.

<디제이맥스 포터블 3>의 리믹스 시스템


Q. 이전에 진입 장벽이 높은 장르 3개로 슈팅, 격투, 리듬 게임이 꼽혔는데, 격투 게임의 경우에는 메이저 IP에서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해 정말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리듬 게임에서는 어떤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디제이맥스>는 어떤 방식으로 계속해서 신규 혹은 유동적인 이용자층에 어필을 하려 하는지 궁금하다.

A. <디제이맥스>와 같은 리듬 게임은, 게임의 기본적인 틀 자체에 진입 장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타 장르에서 그런 신규 유입층을 끌어들이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부분은 2.0에서 공개될 신규 업데이트를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 2024년은 하나의 새로운 시작점

Q. 곡이나 BGA를 통해 스토리나 캐릭터의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어떤 점을 지향하는지 궁금하다.

A. 어떻게 보면 리듬 게임의 초창기 시절 문제인, 수익화 모델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이런 것들에 대한 연장선이다.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며 글로벌 비중을 넓히는 것이 첫 목표였다면, 두 번째 목표는 저희만의 스토리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전에는 그것이 없었다. 그래서 <리스펙트> 부터 캐릭터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잘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진다. 전략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


Q. 2024년 디제이맥스 엔터테인먼트(레이블)은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A. 앞서 말한 캐릭터나 세계관, 이런 부분을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담당할 조직이라고 보시면 된다. <디제이맥스>를 과거에는 플레이하지만, 요즘에는 잘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다. 리듬 게임이라는 진입 장벽 자체를 넘어서지 못해 진입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분들도 하나의 팬으로써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일들을 엔터테인먼트가 담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디제이맥스>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디제이맥스> 팬으로써 나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번에 진행될 5월 오프라인 공연이나, 컴필리에이션 음반 출시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Q. <디제이맥스> 20주년을 맞아, 지금도 시리즈를 애정하고 있는 팬들에게 시리즈의 미래에 관해 한 마디 부탁한다. 

A. 지난 3년은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미래를 위한 큰 틀을 다진 기간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성과가 탄탄하게 다져졌기에, 2024년부터는 조금 더 넓게 펼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5월이 시작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디제이맥스>를 활용한 여러 브랜딩을 경험하게 되실 수 있을 것이다.

제 생각에는 어쩌면, 20년 동안 겪어 왔던 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대 부탁드린다.

5월 오프라인 행사를 시작으로, <디제이맥스>라는 IP는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공연에는 백승철 스튜디오장도 참여한다. (출처: 네오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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