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게임에는 다른 회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팀이 있다. 20명 정도로 구성된 ‘ETC팀’이다.
그야말로 ‘기타’라는 뜻의 이 ETC팀의 주 업무는 엠게임에서 만드는 모든 게임을 지원하는 것이다. 팀장은 손승철 회장(사진 오른쪽)이 맡고 있다.
‘사장님’도 아니라 ‘회장님’이 팀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리고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 별도의 분리된 공간의 집무실이 아니라 사원들과 섞여 그야말로 일선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도 흔치 않은 부분이다.
이것이 손승철 회장의 독특한 업무 스타일이다.
손 회장은 창업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엠게임이 만든 게임의 PM 역할을 자청하면서 개발자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해왔다.
ETC팀은 손 회장이 개발자들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주는 팀이다. 그야말로 사내에서는 시어머니와도 같은 역할이다.
예를 들어 <테라>와 같은 신작 온라인게임이 발표되면 ETC팀에서 게임의 파티 시스템, 분배 시스템, 전투 시스템 등 세세한 것들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분석 과정을 거쳐 엠게임이 개선해야 할 것과 수정하거나 없애야 할 것을 정리한 후, 손 회장 자리에 정리된 자료가 놓이게 된다. 그 뒤에 엠게임이 제작된 게임으로 하나둘씩 조율되는 절차를 거친다.
개발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게임에 대해 조언을 맡는다. 손 회장이 팀장으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아무런 불만 없이 진행되지 않는다.
손 회장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PM들이 ETC팀의 분석자료를 잔소리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ETC팀에서도 불만은 있다. 그들은 잔소리 꺼리만 만들어내고 별다른 권한이 없어 못해먹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엠게임에 꼭 필요한 프로세스다. ETC팀을 더욱 강화해 엠게임 스타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손승철 회장은 인터뷰 와중에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5번 정도 꺼냈다.
“니네 게임은 다 똑같다”, “엠게임은 소작도 중작으로, 대작도 중작으로 만든다” 등 요즈음 인터넷에 나도는 엠게임에 대한 비난을 알고 있는 듯한 표현이다. 한편으로는 좀 더 좋은 게임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기존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창조 경영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영을 위해선 내건 시스템이 바로 GPI(게임 프로세스 이노베이션)다.
GPI는 엠게임이 개발하는 MMORPG의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일종의 공통 모듈이다. 손 회장은 이를 ‘MMORPG에서 걷고 뛰고 때리고 만들 수 있는 기초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이 GPI 시스템에 새로운 것을 추가했다. 바로 ‘모험 시스템’이다. 모험 시스템 말 그대로 모험을 즐기듯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웹서버에 게임서버를 포함시켜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경험하는 모든 모험을 히스토리로 만들어낼 생각이다. 자신이 게임을 즐기면서 언제 첫 몬스터를 잡았고, 처음으로 PVP를 한 대상은 누구인지 등에 관한 역사를 점수화하고 이 점수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모험 시스템’이 처음으로 적용될 게임은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아르고>다.
손 회장은 “<아르고>를 시작으로 엠게임의 스타일을 새롭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본기에 충실한 게임을 만들어왔다. 이제 튼튼한 기본기 위에 새로운 것을 올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엠게임은 올해 12월 29일 창업 10주년을 맞는다.
뜻 깊은 해를 맞아 창업이래 처음으로 <열혈강호 온라인 2> <아르고> <워베인> 등을 공개하는 신작 발표회를 개최했다.
또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에도 참가한다. 엠게임은 업체 최대부스인 60부스를 신청한 상태다. 넓은 부스는 새로운 신작게임 6개로 채워질 예정이다.
한편 손승철 회장은 창업 10주년이 지난 내년에도 게임 개발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손 회장은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개발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진다. 개발자들에게 잔소리하는 역할 말고 내 손으로 직접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미 생각해놓은 아이템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