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의미의 ‘구즈맨(Gooseman)’이다. 그가 만든 <카운터스트라이크>는 현대 밀리터리 FPS 게임의 ‘롤모델’이 되었다. MODification(변형 게임) 개발자로 시작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그는 지금 한국에 있다. 온라인 FPS 게임 <택티컬 인터벤션>(전략침투)을 개발 중인 ‘민 리(Minh Le)’다. 지난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문화창의산업전 2009’ 초청 세미나에서 그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민 “구즈맨” 리(Minh “Gooseman” Le)
1996년에 <퀘이크>를 변형한 ‘네이비 씰(Navy Seal)’을 만들었고, 1998년에는 <퀘이크2>를 기반으로 ‘액션 퀘이크’를 제작했다. 그리고 2000년, 제스 클리프와 함께 <하프라이프>의 MOD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선보였다. <카운터스트라이크>가 대히트를 기록하자 <하프라이프>의 제작사 밸브가 판권을 사들였다. 이와 함께 민 리도 밸브에 들어가 프로 개발자로 일하게 된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 동안 민 리는 밸브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 컨디션 제로> <데이 오브 디피트: 소스> 등 다양한 FPS의 개발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는 밸브를 나왔다. 다시 한번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지인 몇 명과 시작한 신작이 바로 <택티컬 인터벤션>이다. 그는 현재 한국 픽스게임즈에서 <택티컬 인터벤션>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
“나만의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
기자가 민 리와 처음 만난 건 몇 달 전이었다. <택티컬 인터벤션>을 개발 중이라는 그를 만나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밸브를 나와 신작을 만들게 되었는가”였다. 간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만의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밸브를) 나왔고, 직접 작업을 하고 있다. (신작에는) <카운터스트라이크>에 넣고 싶었던 요소들이 많이 반영됐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시 한번 자신만의 FPS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밸브에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넘기고 직원으로 들어간 뒤, 아무래도 예전처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넣을 수는 없었다. 그가 만들어 온 MOD의 특징은 ‘도전정신’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대표된다. 그것을 되찾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5년 전, 밸브를 나온 민 리는 캐나다에서 4~5명의 지인과 함께 <택티컬 인터벤션>의 기획과 개발을 시작했다. 엔진은 밸브에서 일하며 익숙해진 소스 엔진을 선택했다. 그러던 중 캐나다를 방문한 픽스코리아의 대표를 만나 한국에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택티컬 인터벤션>의 개발에 착수했다.
“똑 같은 것만 만들면 발전이 없다.”
민 리가 한국에 온 지도 벌써 2년 반이 넘었다. 그는 스스럼없이 “배우는 자세로 개발해 왔다”고 밝혔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의 FPS 게임’도 다양하게 접했고,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 파악해 왔다. 인터뷰 도중 최근에 업데이트된 <아바>의 ‘프리즌 브레이크’를 예로 들 정도로 정보와 경험 측면에도 밝았다.
민 리는 “다른 나라(한국)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은 도전”이라며 신중하면서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캐나다에 있을 때 “한국은 PC 게임 산업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그는 PC용 온라인게임이 주력인 아시아 시장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독학은 아니다. 15명에 이르는 한국 개발진이 그와 손발을 맞추며 <택티컬 인터벤션>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해외 개발자들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민 리는 지난 5일 광주 ‘글로벌 게임산업 발전포럼’에서 강연을 했다.
민 리는 인터뷰 중에 ‘도전(Challenge)’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자신이 없다기보다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똑 같은 것만 제공하면, 플레이의 발전이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그것을 유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만들었을 때는 그런 게임이 없었다. 당시에는 유저들이 보다 전략적이고 도전적인 플레이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카운터스트라이크>가 표준이 되지 않았는가.”
그는 “게임산업은 같은 것만 만들면 발전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단, 그 새로움이 넘쳐서 유저들이 부담을 느끼면 안 되기에 밸런스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팀플레이의 묘미, 사실적인 환경과 무기.”
<택티컬 인터벤션>은 민 리의 이야기처럼 “<카운터스트라이크>에서 시도하고 싶었던 것들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밀리터리 FPS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 군견과 NPC을 넣었고, 탈것과 헬리콥터 레펠 강하 등도 접목하고 있다.
그가 새로운 시도로 구현하려는 것은 바로 ‘팀플레이’의 묘미다. 군견, 인질 NPC 등은 모두 팀플레이의 몰입감을 주는 장치라는 것이다. 사실적인 느낌의 환경과 무기를 구현하는 것도 목표다.
이러한 시도로 유저들이 “무작정 달리고 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변수를 고려해 상황을 파악하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민 리의 바람이다.
최근 온라인 FPS 게임의 트렌드가 된 ‘인공지능(AI) 서바이벌 모드’나 ‘좀비 모드’ 스타일의 추가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택티컬 인터벤션>이 추구하는 새로움에는 인공지능이 강조된 군견, NPC, 봇(bot)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스 엔진은 인공지능 로직이 매우 좋고, 준비를 많이 해 왔다. 시나리오 등이 적용된 AI 모드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FPS에서 가장 중요한 레벨(맵) 디자인은 대부분 민 리가 직접 진행했다. 그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시절 유저들이 일주일에 20개씩 보내오던 맵을 선별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픽스게임즈의 스탭 한 명이 옆에서 “(구즈맨은) 맵을 수십 개 이상 만들어 놓고도 현재 4~5개만 선보이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민 리는 조금 더 한국 유저들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기를 원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 답변에서 “한국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고 싶다”거나 “한국 유저들의 FPS 플레이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타일의 게임은 한국과 아시아, 유럽, 북미 유저들이 두루 좋아하는 ‘글로벌 코드’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그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는 민 리. 그는 이제 막 프로토타입이 나온 <택티컬 인터벤션>이 즐거운 게임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익숙해진 플레이와 너무 다르지 않게 만들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는 건 굉장히 도전적이고 어렵다. 잘 봐 달라. 재미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그에게 게임명을 ‘전략침투’로 지은 이유를 물었다.
“나에게는 팀워크, 함께 일하고 함께 목적을 달성하는 의미가 크다. <카운터스트라이크> 때도 그랬다. (개발도) 팀플레이가 훨씬 즐겁다. 동시에 유저들에게도 새로운 팀플레이의 재미와 전략을 전해주고 싶다.”
MOD로 성공했고, 다시 MOD의 마인드로 돌아온 ‘구즈맨’이 선보일 <택티컬 인터벤션>은 내년 상반기 중에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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