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지원인터랙티브가 첫 퍼블리싱 게임 <일검향>의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2006년 중국에서 <쿵푸 온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일검향>은 대만에서 인기를 모은 후 북미 시장에 이어 국내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검향>의 영상을 본 유저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것은 그래픽. 유저들 대다수가 <일검향>의 낡은 그래픽을 보고 ‘수준미달’이라는 혹평을 가했다. 최근의 ‘빵빵한’ 온라인게임들과 지나치게 비교된다는 것이다.
지원인터랙티브에서 퍼블리싱사업을 담당하는 장목환 본부장(오른쪽 사진)은 이런 평가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고 대답했다. <일검향> 자체가 그래픽을 염두에 두고 가져온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그는 만렙부터 시작되는 풍부한 놀 거리와 중국 온라인게임 특유의 ‘편의성’을 강조했다. <아이온>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대변되는 젊은 유저들을 위한 게임보다는 투박하더라도 ‘무협에 애착을 가진 아저씨들’을 위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싶다는 <일검향>의 장목환 본부장을 만나봤다.
■ 일검향은 시스템으로 승부한다
장목환 본부장이 내세우는 <일검향>의 장점은 ‘시스템’이다. <일검향>은 해외 각국에서 오랫동안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그만큼 쌓인 콘텐츠나 노하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무공창조’다.
<일검향>에서는 일정 레벨을 넘기면 모든 유저들이 자신만의 무공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무공은 유저가 직접 이름을 붙이고, 경험치를 먹여(!) 대미지나 시전시간, 크리티컬 확률 등을 성장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한 방을 원한다면 크리티컬 능력치가 가득한 무공을, 꾸준한 대미지를 원한다면 시전시간과 쿨타임이 빠른 무공을 만드는 식이다. 무공 자체가 일종의 ‘생명체’인 셈이다.
유저가 창조한 무공을 사용할 때마다 무공의 이름이 화면 가득 펼쳐지고, 성장방식에 따라 다른 무공에 비해 효율도 월등히 높아진다. 나중에는 자기 스스로 만든 무공만 갖고 무림을 제패하는 ‘무협 마니아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장 본부장의 이야기다.
이 밖에도 중국 온라인게임의 특징이 돼 버린 자동 길 찾기 시스템과 잡다한 아이템을 먹여서 키우는 애완동물, 스스로의 혈을 뚫는 일종의 특성인 기경혈맥, 웹게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문파를 강화하는 문파토지 등 ‘어디서 본 듯하지만 살짝 색다른’ 시스템들이 게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장 본부장이 <일검향>의 서비스를 결정한 이유 역시 ‘다양하고 신선한 시스템’ 때문이었다.
■ ‘만렙’ 이후가 더 흥미로운 게임
흥미로운 점은 <일검향>의 많은 콘텐츠가 ‘만렙 이후’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유저의 경험치를 투자해서 새로운 무공을 키워야 하는 무공창조와 마찬가지로 경험치로 혈을 뚫는 기경혈맥, 잡다한 아이템을 먹여서 키워내는 애완동물, 문파나 국가 전쟁 등은 만렙 이전에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대신 <일검향>은 만렙까지 가는 시간을 매우 앞당겼다. 한 시간 정도면 레벨 10~20 사이를 오가며 꾸준히 플레이하는 유저는 이르면 한 달, 늦어도 세 달이면 최고 레벨인 60에 도달한다. 이후에는 무공을 강화하고 기경혈맥을 뚫으며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즐기면 된다.
장목환 본부장은 “<일검향>은 흔히 하는 말처럼 만렙부터 시작하는 게임”이라며 “만렙 이전에는 퀘스트를 통한 빠른 성장을, 만렙 이후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정한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함으로써 보다 많은 유저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길 바란다는 것이다.
신속한 레벨 업 이후의 다양한 콘텐츠. <일검향>이 내세우는 목표다.
■ 문파 중심의 끈끈한 커뮤니티 구현
장목환 본부장이 예상하는 <일검향>의 타깃 유저는 ‘무협 게임을 좋아하는 중년의 게이머들’이다. 이른바 ‘아저씨 유저’다.
요즘 온라인게임들은 대부분 ‘화려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자랑하기에 급급하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고 새로운 게임에 적응이 더딘 유저들은 주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일검향>이 그런 유저들을 위한 쉼터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검향>은 문파 단위의 커뮤니티에도 신경을 썼다. 문파는 창설과 동시에 문파 토지를 갖는다. 문파 토지에서는 웹게임처럼 게임머니와 시간을 들여 건물을 개발, 문파원들의 능력을 올려 주는 버프나 특수한 능력 등을 얻을 수 있다.
만렙 이후 <일검향>의 주요 콘텐츠가 될 전쟁 역시 문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각 문파원들은 2개로 나뉜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 전쟁에 참가할 수 있고, 각 국가의 가장 큰 문파의 수장은 ‘국왕’의 지휘와 막대한 능력을 소유할 수 있다. 일종의 동기부여다.
물론 국가와 상관없는 문파 대 문파의 전투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쟁 콘텐츠를 문파 단위로 진행함으로써 문파에 대한 소속감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과거 온라인게임에서 자주 보던 끈끈한 아저씨들의 커뮤니티가 목표인 셈이다.
이 밖에도 <일검향>은 자동 길 찾기, 간단한 조작과 오토 루팅 등의 ‘편의성 시스템’을 통해 보다 ‘쉽고 편한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커뮤니티를 없애는 요소가 되는 자동사냥 등은 철저히 배제할 예정이다.
■ 먼저 테스트 환경에 집중할 것
<일검향>은 정식 테스트 이전부터 1천명 규모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래픽이 아닌 시스템으로 승부를 보는 만큼 안정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겸사겸사 유저들의 요구와 반응도 체크해 봤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젊은 유저들의 대부분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아이온>과 <일검향>을 비교하는 것을 보고 무협을 좋아하는 아저씨들을 겨냥하자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는 게 장목환 본부장의 이야기다.
자신도 무협을 좋아하는 아저씨 게이머라고 자처한 그는 “게임의 재미는 직접 즐겨 봐야 알 수 있다”며 그래픽으로만 <일검향>을 판단하지 않기를 거듭 당부했다. 무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소한 잔재미와 편안한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 그것이 그가 말하는 <일검향>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