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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턴 방식의 도전은 계속된다”

‘턴 방식의 달인’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 인터뷰

정우철(음마교주) 2010-04-29 14:55:04

턴 방식 전투를 채택한 <아틀란티카>MMORPG에 대한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의 고민이 묻어나는 게임입니다턴 방식의 한계를 걱정하기보다 장점을 살리고, 새로운 재미를 위해 수정·보완해 나가는 것이 그의 방식입니다.

 

이런 개발 철학을 다시 선보이는 게임은 신작이 아닌 <아틀란티카>의 업데이트 <트로이>입니다. 말 그대로 수정과 보완을 직접 실행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김태곤 상무를 만나 턴 방식 MMORPG, 그리고 <아틀란티카>를 보완하는 <트로이>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

 


택틱컬 배틀 시스템은 확장이 아닌 보완”


 

TIG: 기존과 다른 전투 방식인 택틱컬 배틀 시스템(이하 TBS)이 <트로이>에 적용됐다. 구상하게 된 계기는?

 

김태곤 상무: <트로이> TBS가 붙었다기보다 TBS 시스템을 만들어서 적용한 <아틀란티카>의 첫 에피소드가 <트로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을 1~2년 서비스하다 보면 유저들이 게임에 익숙해지는 만큼 문제점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틀란티카>의 문제점은 MMO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협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명의 유저가 많은 캐릭터를 조작하다 보니 도움을 받거나 주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유저가 자기 진영의 구성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만, 혼자서 다 할 수 있으니 정작 다른 유저와 힘을 합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협동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게임이 깊어지다 보니 마법과 용병도 점점 복잡해져 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처음 접하는 유저는 마법이나 스킬을 직접 써 보고, 경험하고, 학습해야 할 정도로 어려워했다. TBS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TBS는 1인당 1~2개의 유닛을 갖고 다른 유저와 함께 적을 상대하는 전투 시스템이다.

 

TIG: <아틀란티카>가 싱글 게임 같은 온라인 게임이 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TBS라는 말인가?

 

일단 TBS의 목적 중에 하나는 나 이외의 다른 캐릭터의 특징을 분명하게 만들자는 것이다직업별, 클래스별 캐릭터의 특징을 극한까지 몰아 붙였다. 예를 들면 탱커, 힐러, 딜러 등으로 구분했고, 그러다 보니 턴 방식의 느긋함에 시너지 효과가 더해져 확실한 역할 분담이 형성됐다.

 

문제였던 초보 유저의 학습 부분도 해결했다. 지금은 스킬이 마법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면 누가 유리한지 전황을 파악할 수 없고, 전략 자체를 구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TBS에서는 물리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직관적인 효과를 구현했다. 예를 들어 기상상태, 숫자, 거리 등의 정보로 누가 더 유리한 지 한눈에 알 수 있다.

 

 

TIG: TBS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느긋함보다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존과 다른 패턴으로 보인다.

 

TBS에서는 유저들의 협동 플레이에 중점을 뒀다. 이를 기반으로 TBS는 크게가지로 구분된다. 혼자 느긋하게 몬스터와 전투를 즐기는 일반 TBS가 있고, 여러 명이 함께 하나의 전투를 즐기는 전략 TBS가 있다.

 

전략 TBS는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도전과제 같은 것이다. 일반 유저들도 난이도가 높다고 말할 정도인데, 사실 개발팀에서도 난이도를 높게 설정한 시스템이다. 일반 TBS가 즐기는 것이라면 전략 TBS는 큰 마음을 먹고 도전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아틀란티카> 던전에 TBS 시스템을 적용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부 콘텐츠가 아닌 다양한 유저를 만족시키는 스펙트럼을 만들고 있다. 느긋하게 즐기는 게임, 도전적으로 즐기는 콘텐츠가 TBS에 녹아 있다.

 

TBS는 느긋하게 즐기는 것과 협동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새로운 시도는 나의 개발 과제”


 

TIG: 기존의 <아틀란티카>와는 전혀 다른 전투 시스템인데, 하나의 게임에 같이 넣었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과정이고, 실험적이어야 한다. 보수적인 접근과 안전한 취사선택은 창의성을 갉아먹고 안주하는 태도라고 본다.

 

이번에 TBS를 개발하고 <아틀란티카>에 적용한 이유도 보완보다는 실험적인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RPG에서도 상이한 전투 시스템이 적용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유저를 테스터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실험적인 게임을 만들고 있다.

 

많은 게임들이 확장팩을 내놓는데, 대부분 맵이나 퀘스트 등 양적인 확장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는 양적인 확장보다 더 큰 준비를 했다고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

 

 

TIG: <트로이>의 100:100 전투는 실제로 즐기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재미의 측면으로 본다면 일반 MMORPG의 공성전과 비슷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대규모 전투에서는 전체적인 전략보다 개인의 컨트롤 비중이 더 높다고 본다.

 

대신 아무리 많은 인원이 들어가도 턴에서는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선보일 기회는 주어진다. 그렇다면 대규모 전투의 재미와 함께 자신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즐기는 재미도 줄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의 캐릭터와 용병까지 혼자 2개의 캐릭터를 컨트롤한다. 이런 직업 조합을 통해 오히려 역할 분담이 뚜렷해지는 측면도 있다.

 

 

TIG: 개인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전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전략적인 재미가 <아틀란티카>의 특징이 아닌가?

 

전황 파악도 더 잘 될 수 있다. 30초 동안 우리와 상대의 포진이 보이고, 대미지 등이 물리적 정보로 제공되면서 명확하게 파악된다. 또, 맵 전체를 조망하고 세력의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여유가 턴에서는 존재한다. <트로이>의 전투에선 전체 상황을 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TIG: 그렇다면 TBS 전투에서는 전장의 크기보다 전선의 유지가 더 중요할 듯하다.

 

개발팀은 대규모 전투에서 조직적인 움직임보다 개별 유닛의 도그 파이트를 원한다. 100:100 전장의 맵은 참여하는 인원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특히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도록 전장의 밀도를 끌어올렸다. 조직적인 집단 전투가 벌어지고 하나의 리더가 그 조직을 장악하면 해당 조직을 이기기 힘들어질 것이다.

 

즉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100:100의 난타전이 가능한 맵을 구상하고 있다. 몇 번의 움직임만으로 적을 만나게 하는 것을 의도하면서 준비 중이다.

 

대규모 전투지만, 개인과 개인의 전투를 중시하고 있다.

 

 


■ 온라인 게임에서 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


 

TIG: 김태곤하면 턴 방식 게임이 떠오를 만큼 고집스럽게 한 가지 장르를 고수하고 있다.

 

<아틀란티카>를 만들면서 내 이름을 걸고 유저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큰 흐름을 타고 다수가 한쪽 방향으로 흘러갈 때 우리는 색다른 재미를 주고자 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생각해 보자. 코미디, 멜로, 스릴러 장르가 각각 재미있다. 만일 시장에 나와 있는 장르가 하나라면 선택이 제한될 것이다. 우리는 제한을 넘어 턴 방식이라는 다채로운 장르를 만들고자 한다.

 

물론 턴 방식의 장점과 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고 이를 버리기보다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고자 한다. 턴 방식의 보완에 대해서 앞으로 연구할 것도 많다.

 

 

TIG: 온라인 게임에서 턴 방식의 가능성과 문제점 중에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건가?

 

턴 방식은 가능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 MMORPG는 출시되고 있지만 성공하는 것은 손에 꼽는다. 10개가 나오고 2개가 성공해도 MMORPG가 재미 없는 장르라고 말하지는 못 한다. 단지 실패한 게임들은 MMORPG에서 재미 요소를 강구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틀란티카>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턴 방식의 매력을 유저들로부터 직접 확인했다. 일본이나 서구 유럽은 턴 방식 게임의 역사가 깊다. 턴 방식에 대해서 의심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은 <아틀란티카>를 오픈하기 전에 했던 것들이다.

 

 

TIG: 턴 방식의 가능성이라고 말했는데, 어디에서 가능성을 찾았는 지 궁금하다.

 

유저들의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최근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연령대가 10대에서 30대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패턴이 달라진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으로 직접 즐기는 스포츠에서 관람하는 스포츠로 바뀌는 것처럼 여가 문화인 게임에서도 즐기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빠른 액션성보다는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게임의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턴 방식의 매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유저 커뮤니티 역시 빠른 전투 속에서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플레이 시간이 보장되면 그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턴 방식은 대화와 사고의 시간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다.

 

 

TIG: 턴 방식은 주어진 시간 동안 전략을 생각하고 수를 읽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TBS의 경우 다른 유저들의 수를 생각하면 턴 방식의 묘미가 줄어들지 않을까?

 

턴 방식에서 협동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럼 반대로 질문해 보겠다. 일반 MMORPG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쉬운가?

 

내 대답은 실시간에서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하기 더 힘들다는 것이다. 즉 실시간 방식의 레이드는 유저의 협동이 더 힘들다.

 

유저가 인지한 정보와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힘든 것인데, 이는 유저의 조작 숙련도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공식을 알아도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인 셈이다.

 

직관적인 정보로 전황을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대책 마련의 시간까지 준다.

 

TIG: 그렇다면 TBS는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는 것이라고 봐야 하나?

 

TBS의 턴은 어떻게 할 지 생각하고 행동할 시간을 준다. 그렇다면 턴 방식에서 협동이 더 쉬워질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는 고수와 하수의 격차가 있는데, 이를 구별하는 것이 조작의 숙련성이다.

 

예를 들어 보자. 레이드를 뛰는데 보스 몬스터가 곧 어떤 패턴으로 바뀌고 어떤 공격을 할 지 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의 변화를 자세히 알고 있음에도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못해 실패하곤 한다. 알면서도 당하는 것이다.

 

<아틀란티카>는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과도한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는다반면에 유저의 사고를 요구하는 부분은 더 많다.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하면서 순발력까지 요구하는 게임은 프로게이머만 즐기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전략과 숙련도의 비율을 어떻게 맞출까 하는 타협의 문제인데, 우리는 전략을 더 요구하고, 숙련도는 그만큼 덜어냈다.

 

 


SNS 기능이 더해진 마이홈을 추가한 이유


 

TIG: <아틀란티카>에 유저의 개인 공간 마이홈이 업데이트됐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틀란티카>는 전투에서의 협력과 직관적인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긴 하지만, 너무 전투만 플레이하고 있다.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지만 전투만 즐기다 보니 유저에게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졌고, 결국에는 전투가 아닌 콘텐츠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쉴 수 있는 공간인 마이홈을 만들게 됐다. 육성과 꾸미기라는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선택이다. TBS로 전투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평화로운 콘텐츠를 준비했다.

 

 

TIG:  <아틀란티카>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더해진 느낌이다.

 

마이홈의 제작 의도는 유저들을 전투에서 해방시키자는 것이었다. 나아가 커뮤니티의 장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친구와 길드원 같은 동료를 불러서 만찬을 벌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 안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추구한다.

 

 

TIG: 단순히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것만으로 유저를 붙잡을 수는 없다. 마이홈의 목적은 현실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집을 꾸민다는 데 있다집을 꾸미는 것에 따라서 다양한 버프를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이홈에서 만찬을 즐기면 같이 참여한 사람들 모두 버프를 받는다. 이후 TBS 전투를 즐기러 가는 등 다양한 플레이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비전투적인 콘텐츠이면서도 전투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인 셈이다.

 

마이홈 기능은 유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끔씩 들러서 관리하고 꾸며지는 모습을 보는 단순함을 추구하면서 게임에 실질적인 효과를 주는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느긋하게 즐기는 콘텐츠다.

 

 

TIG: <아틀란티카>의 마이홈을 기존 게임들의 하우징과 비교해 본다면 어떤가?

 

더 강한 하우징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구현한 하우징은 최소한의 기능만 있지만, <아틀란티카>는 꾸미는 기능과 함께 현실적인 목적성이 강하다, 용병을 키우고, 장비를 준비하고, 아이템을 제조하는 등의 기본기능을 더욱 잘 할 수 있는 기능이 마이홈에 포함돼 있다.

 

 

TIG: 누구나 제한 없이 나만의 공간에 들어올 수 있다고 들었다.

 

맞다. <아틀란티카>의 개발 철학은 경쟁이 아닌 협동이다. 마이홈에 꾸며 놓은 시설은 누구나 와서 볼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찾을수록 주인에게도 이득이 가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안목’이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집을 자주 찾아가면 올라간다. 이 수치가 있어야 가구를 구입하고 배치할 수 있다.

 

 

TIG: 역사에만 집중해 왔는데, 새로운 것을 선보일 생각은 없나?

 

예를 들어 사극 PD에게 코미디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우습지 않나. 변화를 위한 변화는 오히려 힘들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도 새롭게 시도할 수 있고, 도전할 수도 있다. 그것이 나의 영역이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게임의 배경이 역사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변화는 있다. 한국의 역사(임진록, 군주)에서 동양의 역사, 그리고 세계사로 넘어오는 등 변화는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갖는 애정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게임을 국사책처럼 만들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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