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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 2.0 OST, 콘셉은 삼각대립의 시작”

엔씨소프트 사운드 팀 변종혁 팀장 인터뷰

정우철(음마교주) 2010-05-25 18:24:41

과거 <아이온> 1.0 버전의 OST는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과 런던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아이온 2.0>의 OST는 엔씨소프트 사운드팀에서 전곡을 만들었고,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이번 2.0의 OST는 엔씨소프트 사운드 팀이 독자적으로 모든 작업을 했다는 점과 게임 내 사운드를 OST로 준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 과정과 음악의 콘셉은 무엇이었을까? 엔씨소프트 사운드팀의 변종혁 팀장을 만나 직접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안건빈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엔씨소프트 사운드 팀

 

TIG: 보통 게임 음악 하면 외주 제작을 떠올리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사운드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규모인가?

 

변종혁 팀장: 규모만 따진다면 국내 최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3개 팀에 3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음악을 외주 작업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게임 음악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함이고, 둘째는 유명 뮤지션을 참여시킴으로 해서 마케팅과 프로모션 포인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음악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팀을 찾기 힘든 이유도 있을 것이다.

 

 

TIG: 3개 팀으로 구성됐다고 하는데, 구성 과정과 각자 맡은 영역이 있나?

 

팀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사운드 팀이 구성된 것은 지난해 초로, 각 개발팀에서 게임별 사운드를 맡았던 파트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사운드 팀이 만들어졌다.

 

현재 1팀은 <리니지> 시리즈와 <블레이드앤소울>을 담당하고 있고, 2팀은 아직 밝힐 수 없는 신규 프로젝트와 <러브비트> 등을 맡았다. 3팀은 <아이온>과 콘솔 게임, 캐주얼 게임 및 모바일 게임을 전담하고 있다.

 

 

TIG: 사운드 팀에서 음악 외에 게임의 모든 소리를 만들고 조정하는 것인가?

 

그렇다. 단순히 게임 음악을 만들기보다는 음악으로 게임을 서포트하는 것이다. BGM 뿐만 아니라 효과음도 만든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모션 사운드, FX 사운드, 몬스터 사운드, NPC 사운드, PC 사운드, 환경 사운드, UI 사운드 등을 만든다.

 

이외에도 PC의 목소리나, 컷신 연출의 대사, NPC 클릭 목소리도 만든다. 그리고 프로모션 영상 등을 제작할 때 쓰이는 영상 음악들도 만든다. 게임과 관련된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낸다고 보면 된다.

 

현재 <아이온>에 들어간 모든 사운드를 합치면 대략 6,000여 개가 된다.

 

 

 

<아이온 2.0> OST, 왜 오케스트라인가?

 

TIG: 일반적으로 게임 음악은 디지털 음원을 이용하는 편이다. <아이온>의 경우 1집과 2집 모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사실 최근에는 디지털 음원이 발달해서 아날로그에 근접한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아날로그의 느낌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다.

 

악기의 독특한 음색과 연주자의 테크닉은 아날로그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1집은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2집은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TIG: 2.0의 OST에서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많은 오케스트라는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1.0 OST를 작업한 런던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경우 웅장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면서 차갑고 강인한 면이 있다. 마치 <아이온>의 천족과 마족을 대표하는 느낌을 모두 전해 주는 음색을 가지고 있다.

 

 

TIG: 그 말은 2.0 OST의 콘셉트를 위한 것이라고 들린다.

 

<아이온> 2.0 업데이트의 콘셉트는 ‘용계 진격’이다. 그게 맞게 OST도 용계를 항해 진격해 나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표현했다. 1.0에 <아이온>의 탄생에 대한 느낌이 있었다면 2.0에서는 모든 느낌을 한번에 정리해서 들려 주고 싶었다.

 

‘우리가 용계를 향해서 가야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아트레이아의 탄생부터 용계 진격 직전까지의 모든 것을 음악으로 정리했다. 모든 작업은 엔씨소프트 사운드 팀에서 맡았다.

 

 

TIG: 2.0의 OST를 게임에 적용하면서 음악이 게임을 압도하거나, 반대로 게임에 묻혀 음악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걱정을 했을 것도 같다.

 

일단 게임 음악, 특히 <아이온> 2.0의 OST 콘셉트 중 하나가 음악은 게임의 플레이를 도와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이 너무 강렬할 경우 게임에 집중할 수 없고 그렇다고 음악이 너무 묻히면 의미도 없다.

 

따라서 그 간격을 조절하는 데 힘썼다. 음악이 게임 앞에 나서 버리면 게임 음악으로의 목적성에 맞지 않는다결과적으로 <아이온> 2.0의 OST는 게임의 분위기를 띄워 주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17 18테마로 구성, 하지만 원래는 하나의 곡

 

TIG: <아이온> 2.0 OST에 들어간 곡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17곡이지만 테마로 따지면 18개의 테마가 들어갔다. 실제로 들어 보면 알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곡으로 하나의 음악을 테마에 맞춰 나눈 셈이다. 곡 하나에 아트레이아의 탄생부터 종막까지 책을 읽어 나가 듯이 자연스러움을 이어가는 것도 콘셉트의 일부였다.

 

 

TIG: 2.0 OST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곡의 구성이나 콘셉트, 퀄리티 등이 모두 만족스럽다.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 첫 곡을 틀고 나면 나머지 곡들이 계속 이어져 하나의 곡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으로만 출시돼서 각 곡들의 연결이 중간중간 끊긴다. 이 점이 매우 아쉽다.

 

 

TIG:  그 중에서 17번 트랙인 <슈고 메들리>가 인상적이었다.

 

17번 트랙은 보너스 트랙으로 BGM 파트장을 맡고 있는 주인로 씨가 제작했다. 사실 이번 OST는 주인로 씨와 김원기 씨가 작곡을 담당했는데, 1.0 OST에서도 양방언 씨와 함께 작업했던 경력자들이다.

 

 

TIG: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양방언 씨가 작업한 1.0 OST와 비교하는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1.0 2.0의 음악적 차이점을 말한다면?

 

세계적인 뮤지션인 양방언 씨와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죄송스럽다. 음악이 좋다 나쁘다는 대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듣는 이의 음악적 취향이다. 콘셉트 자체를 비교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으로 본다.

 

일단 양방언 씨는 1.0 OST에서 동양적인 색채를 서양적인 악기로 표현해 동서양을 넘나드는 판타지를 묘사하고자 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동서양의 공존인 셈이다.

 

<아이온> OST 1집의 양방언 씨는 그 이름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2.0의 콘셉트에서는 아트레이아 전반의 세계관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동양적인 색체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었다. 대신 세계적인 분위기와 사실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게임적으로도 천족과 마족 외에 용족이 추가되면서각의 대립이 시작되는 콘셉트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차이를 위해서 1.0 때의 런던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아닌, 체코 국립 오케스트라를 선택했다.

 

 

게임 음악도 하나의 장르

  

TIG: 보통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OST와 게임의 OST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뭔가 차이가 있을 듯한데, 설명해 줄 수 있나?

 

게임 음악과 애니메이션 음악 등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극의 흐름에 따라 스토리가 있다. 음악도 그 스토리의 기승전결에 맞춰 흘러 간다. 즉 음악이 극에 따라서 앞에 나올 수도 있고 극의 주제와 연관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 음악은 스토리 전개가 극의 형식을 띄지 않는다. 또 음악이 게임보다 우선되면 안된다. 광고의 경우 배경 음악이 두드러지면 음악만 기억하고 실제 광고의 의미나 제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아이온> 2.0의 OST를 준비하면서 유저들이 플레이할 때 ‘음악이 나오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정도를 목표로 잡았.

 

 

TIG: 요즘 그래픽 분야에서는 3D가 화두로 떠올랐다. 5.1 채널이 보편화된 지금 게임 사운드 분야에서도 입체라는 느낌이 살려낼 수 있을 법하다.

 

물론이다. 보통 ‘온몸을 휘감는 사운드를 체험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구현도 가능하다. 지금은 사운드 작업을 할 때 2채널 단순 작업을 하지만 5.1 채널로 구현할 경우 문제 없다. 이미 이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아마 <아이온> 3.0에서는 온몸을 휘감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웃음).

 

 

TIG: <아이온> 외에도 다양한 게임의 음악을 만드는데, 모든 결과물이 OST로 만들어지나?

 

어떻게 될지 지금은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다. 하지만 계속 음반 형식으로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게임 장르에 따른 음악의 획일화를 돌파해 보려고 뭔가를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대전 위주의 게임은 빠른 비트의 락을 가미할 수 있고, 몇몇 게임에서 트로트 풍의 음악도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TIG: 마지막 질문이다. 게임 음악을 다루기 위해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음악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 전공과는 무관하고, 나 자신도 디자인 전공이다. 일단은 여러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를 많이 보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책을 읽어 지식을 얻고, 무엇보다 다양한 게임을 접해 봐야 한다. 음악만 잘 다룬다고 해도 게임을 모르면 음악을 어떻게 게임에 접목할지 감을 잡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접해 봐야 한다. 단순히 클래식이나 가요 같은 한 분야에만 심취해 있다면 다양한 게임만큼 많은 게임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힘들다.

 

<아이온> 2.0 메인 테마, 아트레이아의 서(작곡: 주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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