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펀컴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게임즈가 국내에 서비스하는 <에이지 오브 코난>(이하 코난)이 5월 20일 오후 2시 대망의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했습니다.
<코난>은 잔혹한 전투를 비롯해 성인을 위한 콘텐츠로 가득한 ‘하드코어 MMORPG’로 관심을 모았죠. 한편으로는 파괴된 숭례문을 재현하고, 우리나라 고유의 전래동화를 퀘스트로 구현하는 등 외국 게임답지 않게 한국을 위한 현지화에 파격적인 배려를 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1년 반 동안 <코난>(//conan.pmang.com)의 한국화를 진행해 온 네오위즈게임즈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디스이즈게임은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코난>의 현지화를 총괄하는 김인권 PM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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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게임즈 김인권 PM.
게임 속에 한국 문화를 담았다
TIG> 먼저 <코난>의 전체적인 현지화 방향을 설명해 달라.
김인권 PM: 단순하게 텍스트를 한글화하고, 한국적인 아이템을 추가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게임 속에 한국의 문화를 담고 싶었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느끼게 되고, 또 즐길 수 있는 게임. 마치 국산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임. 그런 게임을 목표로 현지화를 진행했다.
실제로 이를 위해 퀘스트부터 마을, NPC에 이르기까지 한국적인 요소를 <코난>에 정말 많이 적용했다. 참고로 <코난>에는 한국의 문화가 다양하게 추가돼 있지만, 한국 버전 뿐만 아니라 게임이 서비스되는 모든 국가의 버전에 적용된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유저들도 <코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문화를 느낄 수 있다.
TIG> 구체적으로 추가된 한국적인 요소는 어떤 것들인가.
이 자리에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요소가 추가됐다. 일단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역시나 ‘퀘스트’일 것이다.
<코난>에는 ‘장화홍련’이나 ‘홍길동전’, ‘효녀심청’ 같은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설화, 신화를 기반으로 한 퀘스트가 많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이들은 게임의 분위기에 맞춰 적당히 각색돼 있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유저들은 <코난>을 하다 보면 굉장히 색다른 느낌을 받을 텐데, 한국적인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TIG> 퀘스트 외에 주목할 만한 한국적인 콘텐츠는?
조선시대 후기의 반월도부터 태극 문양이 들어 있는 아이템 등 우리나라의 자료를 참고한 의류/무기/장신구/방어구 등이 많이 추가된다.
또, 잘 알려진 것처럼 파괴된 숭례문이 게임 속에 재현되고, 특정 지역의 마을 안에는 우리나라의 한옥을 본딴 집들이 다수 구현돼 있다. 여기에 일부 NPC들은 태극 1장 2장부터 금강, 태백까지 ‘태권도 품세’를 수시로 게임 속에서 반복한다. 이렇듯 정말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소들이 게임 속에 적용됐다.
TIG> 그런 한국적인 요소들은 유저들이 레벨 몇부터 체험할 수 있나?
무기나 방어구, 아이템 등은 초반부터 만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레벨 구간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다만, 퀘스트는 아무래도 <코난>의 확장팩 콘텐츠로 추가된 만큼 어느 정도 레벨을 올려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200만 단어 이상을 완역. 텍스트 양은 <WoW> 급
TIG> 보통 해외 게임을 서비스한다고 하면 텍스트의 완역·음역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우리는 100% ‘완역’을 선택했다. 게임 속 텍스트를 유저들이 봤을 때 거부감이 없어야 하고,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번역하는 데 첫 번째 기준이었다.
다만, 완역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의미로 영어를 모두 우리말로 풀어 쓰는 것은 피하려고 했다.
가령 ‘네크로맨서’(Necromancer) 같은 직업명의 경우, 다른 게임에서는 아예 ‘강령술사’라고 해서 한글로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강령술사’ 쪽이 게이머들에게 더 어색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코난>에서는 ‘네크로맨서’가 그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TIG> 번역 분량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나?
단순하게 단어의 수로만 따지자면 약 200만 단어 정도가 된다. 이 정도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오리지널 및 확장팩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TIG> <코난>은 성인용 게임인 만큼 욕설이 많이 등장한다. 번역하는 데 힘들지 않았나?
실제로 게임 내에는 욕설이나 음란패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기준을 확실하게 잡고 번역했다. 그 기준이란 바로 ‘원작의 느낌을 해치지 않는 대신 유저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오버하지는 말자’였다. 즉 유저들이 게임에서 욕설을 접했을 때 “아, 이런 상황에서는 저런 욕을 하는 게 맞지”라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TIG> 한국어 음성 녹음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 준비 및 성우 선별과 녹음 작업에만 1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한국어로 녹음할 NPC들의 나이, 성별, 성격 및 태생 등을 많이 고려해서 어울리는 성우를 찾았다. 결과적으로 65명 이상의 성우들이 <코난>의 녹음에 참여했으니, 이 정도면 한국에 있는 ‘메이저급’ 성우들은 거의 다 기용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성우들은 게임의 욕설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욕설을 사용하면 NPC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느낌을 살리는 데 편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어 하는 성우들이 많았다.
유저들의 의견에 계속 귀를 기울일 것
TIG> <코난>은 원작 소설이나 영화가 있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 해외에서는 꽤 인지도 있는 소설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따로 원작 소설이나 영화를 홍보할 생각은 없다.
일단은 게임이 성공해야 원작의 인지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이것이 다시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우선적으로는 게임 그 자체에 집중할 생각이다.
TIG> 개발사와 서비스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국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추가했는지 궁금하다.
가령 퀘스트를 예로 들면, 먼저 네오위즈게임즈가 <코난>에 추가됐으면 좋겠다 싶은 다양한 전래동화나 설화를 뽑았다.
그리고 이를 어떤 식으로 게임 속에 적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첨부해 펀컴에 전달했다.
이후 펀컴에서 자체적으로 이를 게임 속에 어떤 식으로 구현하면 좋을 지에 대해 생각하고 기획해서 우리와 다시 협의, 최종적으로 게임에 어떤 식으로 반영할 지를 결정했다.
이런 식으로 한국적인 콘텐츠는 대부분 네오위즈게임즈와 펀컴이 서로 밀착해서 계속 의견을 교환하며 논의했다. 그 결과가 이번에 선보이는 <코난>의 OBT 버전이다.
TIG> 아무래도 노르웨이에 있는 개발사와 일하다 보니 힘들지 않았나?
지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의사소통은 화상을 통해서 대부분 해결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시간대였다. 우리가 퇴근할 때가 되면 이제 그쪽에서 출근하는 시간이 되다 보니 여기에서 시간을 맞추는 게 정말 힘들었다.
TIG> 앞으로 ‘한국적인 콘텐츠’의 추가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단 OBT를 시작하면 한국적인 콘텐츠도 콘텐츠지만, 당분간 게임 내부의 밸런싱이나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불만, 불편함 등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적인 콘텐츠를 더 이상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앞으로도 <코난>의 게임 분위기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찾아 계속해서 게임에 적용할 것이다. 특히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유저들의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게임에 반영할 생각이니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