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픈 베타테스트(OBT)에 들어가는 <펀치몬스터>는 지난 2007년 지스타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그렇게 공개된 후 OBT를 시작할 때까지 꼬박 2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틈틈이 CBT를 진행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론칭이 늦은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오로지 재미를 먼저 생각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어설픈 게임이 되는 것보다 원초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들의 표현을 빌려 ‘뒤집어 엎기’를 수 차례, 그리고 “이제 됐다” 싶은 지금 OBT를 준비한 것이다.
과연 <펀치몬스터>는 어떤 모습으로 달라졌을까? 개발사인 넥스트플레이의 모회사이자 <펀치몬스터>의 퍼블리셔인 엔씨소프트 김승권 사업2실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4년의 임신 기간,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이다
TIG: 첫 공개 후 OBT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개 테스트를 앞둔 소감은 어떤가?
김승권 팀장: 사실 전체적인 개발 기간을 따진다면 4년이 흘렸다. OBT를 앞두고 ‘산고’를 느낀다고 표현하고 싶다.
OBT를 말하자면 이제 아이를 낳는 셈인데, 사실 더 걱정스럽다. 최소한 2~3년 동안 걸음마를 가르쳐야 하는데 OBT는 그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TIG: <펀치몬스터>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게임으로 준비했나?
특정한 장르를 말하라면 상당히 애매하다. 주요 타깃으로 잡은 연령층도 규정하기 힘들다. 정의상 MMORPG라고 할 수 있지만, MMORPG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보통 MMORPG라는 장르를 월정액 과금방식의 어려운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펀치몬스터>는 부분유료화로 어렵지 않은 게임이다.
장르를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RPG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 번 접하면 짧은 시간 안에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다시 말해 원초적인 재미에 집중한 게임이다.
TIG: 원초적 재미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기본적으로 다양한 게임을 접해 본 게이머라면 로그인해서 캐릭터를 만들고 사냥하는 등 1시간 내에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리는 이를 ‘펀 사이클(Fun cycle)’이라고 부른다. 재미의 다양성이라고 할까?
예를 들자면 ‘레고’와 같은 장난감 블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레고도 기본 블록으로 유저가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펀치몬스터> 안에도 기본 블록으로 사냥, 거래, 채집, 채팅, 제작, 탈것, 경매 등 일반적인 RPG의 시스템이 모두 있다.
또, 레고에 ‘스타워즈’ 같은 테마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특수 블록이 있듯, <펀치몬스터>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 시스템을 유저들이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또 어떤 것을 유저들에게 제공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TIG: 재미를 느끼는 테마가 존재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나?
<펀치몬스터>의 론칭이 끝이 아니다. 이미 1년 이후까지의 업데이트를 기획했고 3개월 단위로 추가될 것이다. 이 업데이트에는 각각의 테마가 있다. 예를 들자면 다음 업데이트의 테마는 ‘신대륙’이고 이후는 ‘커뮤니티’다. 또 ‘신규 클래스’의 업데이트도 있다.
TIG: 엔씨소프트의 게임, 특히 RPG는 OBT 기간을 짧게 가져가고 바로 상용화하는 단계를 취하고 있다. <펀치몬스터> 역시 이런 정책을 따르게 되나?
일단 <펀치몬스터>는 부분유료화 게임이기 때문에 상용화 단계라는 표현이 애매하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이 게임을 개발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윗선에 보고할 때 콘텐츠의 재미를 위한 것을 90%로 잡고 있고, 돈을 버는 방법은 10% 이하로 고민한다.
사장님도 <펀치몬스터>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보다 어떻게 재미를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재미가 먼저
TIG: 그래도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있어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지금 생각하는 상용화는 경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테면 <위 룰>(We Rule)의 ‘모조’와 같은 개념이다. 유저가 급하게 필요하다면 충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일단 필요한 만큼 유저들에게 지급하고자 한다.
<펀치몬스터>를 즐겨 보면 알겠지만 게임에 존재하는 화폐는 30레벨까지 부족함 없이 얻을 수 있다. 물론 유저가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초로 게임을 접했던 유저가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될 때쯤 충전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을 듯하다.
TIG: 정말로 돈 벌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즐기다 보면 얻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게임을 준비했다. <펀치몬스터>에는 캐시 아이템에 대한 해방감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콘셉트가 있다. 굳이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자면 ‘같이 하면 즐거운 게임’이다. 즉 재미를 ‘토핑’한다는 것이 기조다.
유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조급하게 수익성을 따지면 게임을 망치게 될 것 같다. 과금 같은 경우는 유저들이 적절한 수준이 도달했을 때 스스로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 부분유료화를 고려해 만든 아이템도 일단 모두 풀어서 OBT에서는 즐기라고 하고 있는 중이다.
TIG: 별다른 수익 없이 오래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계획이 준비된 것인가?
‘52주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1년 동안 <펀치몬스터>를 서비스하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최소한 1년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위한 서비스를 기본으로 가져가고자 한다.
TIG: 유저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나?
일단 설문조사는 안 한다. 설문이라는 것이 A가 아니면 B라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어 유저의 정확한 의견을 조사하기 힘들다. 때문에 우리는 ‘관찰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관찰노트는 우리가 직접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 유저가 8레벨에서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막히는가,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가를 관찰한다. 이를 토대로 8레벨 콘텐츠에 문제가 있다면 고치고 너무 과한 콘텐츠가 있다면 줄인다.
그렇다. 어떤 사람은 비즈니스 모델의 확립 때문에 늦어졌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생각했다면 누구나 눈에 보일 것이다. 일단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콘텐츠와 스킬 등도 계속 뒤엎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진 원인을 꼽는다면 유저와 직접 만나서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TIG: 중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개발사인 넥스트플레이가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로부터 받은 피드백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었고, 비슷한 피드백 자료가 준비되고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일단 한국에서 서비스가 먼저 진행되어야 중국도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다.
테스트 빌드도 한국에서 먼저 진행한 빌드가 중국에 전달된다. 실제로 얼마 전 국내에서 진행한 VIP 테스트 빌드로 이번 중국 테스트를 진행한다.
■ OBT를 위한 재미의 준비도 문제 없다
TIG: 유저의 피드백을 받고 콘텐츠를 개발했다면 그 완성도는 어떻게 보는가.
콘텐츠 면에서 본다면 60레벨까지의 콘텐츠가 준비됐다. 존으로 구성된 맵은 8개 구역에 160여 개 존이 만들어졌다. 분량 면에서는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완성도라는 것이 양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용면에서도 따져봐야 한다.
<펀치몬스터>는 레벨업 속도에 맞춘 플레이 방법의 검증도 진행됐다. 플레이하면서 보상이나 목적성을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 방식에 대한 재미를 얼마나 줄 수 있는가 하는 작업도 준비를 마쳤다.
TIG: OBT에서 서버의 안정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서버의 안정화는 정말 많은 이슈가 발생한다. 테스트를 거치면서 이미 1만 명 수준까지 경험해 봐서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규모로 서비스하는 차원에서 이슈가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서버 운영 능력에 비추어 본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미 <아이온> <리니지> <리니지 2> 서버팀 실장이 다 모여서 Q&A도 진행했다.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설로 세우면서 대처 방안을 준비했다.
엔씨소프트는 더 많은 유저들이 몰려도 서버는 문제 없다고 자신한다.
TIG: 영상을 보면 많은 게임들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기존 RPG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 게임과 유사함을 느낀다면 이는 유저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워해머 온라인>의 영상을 본 유저가 <WoW>에 신규 클래스가 들어간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펀치몬스터>는 완전히 특이한 시스템도 찾아보면 많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유저들이 다양한 게임을 즐겨 봤고,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스킬이나 시스템 등 하나 하나를 본다면 이를 한 가지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연출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냥하고 아이템을 획득한다는 개념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
<던전앤파이터>와 비슷한 스킬이 있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펀치몬스터>의 캐릭터 모습이 귀엽다고 스킬의 연출도 귀엽게 할 수는 없다. 차별점을 들자면 2D 형태의 캐릭터가 3D의 스킬을 연출함으로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을 들 수 있다.
TIG: 유사성과 관련해 <펀치몬스터>만의 색다른 콘텐츠는 어떻게 풀어 나가고 있나?
<펀치몬스터>만의 시스템은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으는 ‘마블스톤’을 이용해 화면 전체의 적을 쓸어 버리거나, 유저가 현재 위치에서 던전의 입구를 열 수 있는 ‘여신의 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15레벨에서 얻는 스킬을 5레벨에 적용해 본 적도 있다. 생각 대로라면 효율도 좋고 화끈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새로운 것에서 얻는 재미보다 기존의 익숙함에서 오는 재미를 먼저 느낀다는 점을 것을 확인했다.
새로운 스킬이나 시스템을 특정 레벨에 집중해 본 적도 있다. 결과는 유저들이 사용하지 못했다. 확실한 차별점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 한 것이다. 결국 콘텐츠를 언제, 어떻게 전달해 주는가 여부에 따라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 RPG의 원초적인 재미를 전하겠다
TIG: <펀치몬스터>는 어떤 게임들을 경쟁 대상으로 생각하는가?
경쟁한다면 캐주얼 장르 대부분의 게임들과 경쟁을 한다고 본다. 예전 같으면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와 경쟁한다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게임은 5~8년 이상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 게임이 되었고, 경쟁할 수도 없다.
이들 게임과 경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때문에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를 타깃으로 삼기보다 벤치마킹하면서 재미 요소를 분석하고자 한다. 좋은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 오히려 최근 등장한 <서유기전> 같은 신작이 더 신경 쓰인다.
TIG: 결국 펀치 몬스터의 포지셔닝은 캐주얼 게임이라고 봐야 하나?
앞서 말했지만 MMORPG로 정의하기에는 다른 게임이다. 대중적으로 봤을 때 포지셔닝은 복잡하다. 생각해 보면 게임과 상관 없는 일반인이 봤을 때 어떤 장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플레이하는 것이 유저들이다.
굳이 따진다면 RPG일 것이다. 일반적인 MMORPG에서 재미를 찾기 위해서 사냥을 하고 파티를 모으고, 아이템을 맞추는 등의 긴 과정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펀치몬스터>는 그 복잡한 과정을 과감히 줄였다. 과정의 재미를 찾는 유저보다 긴 과정에 지친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TIG: 화끈한 플레이를 즐기는 것이 목적인 게임으로 들린다.
게임의 정의는 유희를 위한 놀이다. <펀치몬스터>는 게임의 정의 그대로 가고자 한다. 실제로 재미를 위해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모두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MMORPG이지만 탱커, 힐러, 딜러가 없다. 화끈하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이벤트도 참여돼 있고, 아이템도 획득하고 있다. 누가 힐을 해 주고, 대미지를 막아 주고, 어그로를 끌어 줘야 한다는 복잡함이 없다.
RPG의 정의인 역할놀이에 맞게, 자신의 캐릭터로 역할을 담당하고 즐기게 하자는 것이다.
힐러, 딜러, 탱커 같은 역할은 파티의 역할일 뿐 게임 전체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RPG 본연의 재미를 느끼는 게임이 <펀치몬스터>가 되고자 개발했다.
TIG: 끝으로 OBT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일 1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펀치몬스터>에 접속할 수 있다면, 게임이 안내해주는 대로 즐기다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재미를 즐겨 달라고 말하고 싶다.
전직할 수 있는 15레벨까지 즐기는 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전직까지는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
이제 <펀치몬스터>는 유저들을 맞이하고 재미를 찾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 테스트했을 당시에 유저들이 느낀 재미를 그대로 가져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