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2>가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게임의 핵심이던 병과 시스템을 없애고 캐릭터 선택을 추가했다. 직업에 따른 장비의 구분도 사라진다. 대신 갖고 다닐 수 있는 장비의 중량에 제한을 두는 무게 시스템을 도입한다. 양손에 주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보조무기 대신 장착 아이템을 들고 다니다가 쓸 수도 있다.
눈치가 빠른 유저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이는 모두 전작인 <카르마 온라인>에서 선보였던 시스템들이다.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던 <카르마 2>의 성적에 고민하던 개발팀은 6개월이 넘는 노력 끝에 <카르마 온라인>의 핵심 요소를 2편으로 계승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했다.
그래서 업데이트 후에는 게임 이름도 아예 <카르마 리턴즈>로 바꾼다. 새로운 FPS 게임으로 태어나겠다는 <카르마 리턴즈>의 유승일 PD를 만나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드래곤플라이의 유승일 PD.
드래곤플라이의 <카르마 온라인> 국산 온라인 FPS 게임의 효시다. 지난 2002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카르마 온라인>은 손쉬운 인터페이스와 캐릭터마다 특성을 살린 독특한 게임성으로 인기를 모으며 최대 동시접속자수 8만 명을 기록, FPS 게임도 온라인에서 대중적인 장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2008년 6월, 후속작인 <카르마 2>가 공개됐다. 전작의 장점을 잇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카르마 2>는 발표와 동시에 유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이 열린 <카르마 2>의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유저들은 <카르마 2>의 평범한 그래픽과 발전 없는 시스템, 부족한 고증 등을 문제로 삼았다. 지금까지 즐긴 FPS 게임을 놔두고 <카르마 2>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카르마 2>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독일군의 음성밖에 없다며 ‘구다셔스(독일어로 ‘잘 쐈어’라는 뜻) 온라인’이라 부르는 유저도 있었다.
개발팀에서도 이런 <카르마 2>의 문제점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승일 PD는 “<카르마 2>만의 차별성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카르마 온라인> 이상의 것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카르마 2>의 색깔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개발팀은 오픈 베타테스트 약 1년 만인 2010년 초, <카르마 2>를 뿌리부터 뒤엎기로 결정한다. 지금이라도 <카르마 2>만의 차별성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 70% 이상 바꾼 ‘전혀 새로운 게임’
개발팀이 <카르마 2>의 차별화를 위해 택한 것은 ‘전작으로의 귀환’이다. <카르마 온라인>은 서비스될 당시 무게 시스템과 캐릭터 성장 등 다른 FPS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스템들을 내세웠다. 그중에는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이 있을 정도. <카르마 리턴즈>로 게임명까지 바꾼 개발팀은 이런 <카르마 온라인>의 장점들을 도입하는 데 집중했다.
새롭게 바뀐 <카르마 리턴즈>에서는 <카르마 2>의 병과 시스템이 사라지고, <카르마 온라인>의 캐릭터 선택 방식이 부활한다. 유저들은 칼, 아이린, 군터, 쥬코프 등 <카르마 온라인>의 친숙한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카르마 리턴즈>를 즐길 수 있다.
각 캐릭터는 속도나 소지 무게 등 다양한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덩치가 작은 아이린은 작은 엄폐물에도 숨을 수 있는 대신 들 수 있는 무게가 제한적이고, 덩치가 큰 군터는 반동이 큰 무기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적에게 쉽게 노출되는 식이다.
병과에 따라 구분되던 장비 제한도 사라진다. <카르마 리턴즈>에서는 캐릭터의 소지 무게만 넘지 않는다면 총 7개의 슬롯 안에 자유롭게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소지 무게는 플레이어의 계급에 따라 조금씩 늘어나며 원한다면 주무기만 몇 개씩 들고 다닐 수도 있다.
유승일 PD는 “기획으로는 90% 이상, 전체적으로는 70~80% 정도를 다시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획까지 포함하면 총 개발 기간만 6~7개월이다. 그동안 <카르마 2>의 업데이트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그나마 개발팀 대부분이 <카르마 2>만 1년 이상 개발한 베테랑이다 보니 많은 시간을 아낀 결과라는 게 유승일 PD의 이야기다.
업데이트의 개발 분량이 워낙 많다 보니 아쉽게도 ‘미래전’은 이번 업데이트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미래전을 위한 내부 테스트도 진행됐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하면 구현하고 싶다고.
■ 단순한 ‘카르마 2010년 버전’으로 남지 않을 것
유승일 PD는 <카르마 리턴즈>가 단순한 ‘카르마 온라인의 2010년 버전’이 되는 것은 경계했다. 차별화를 위해 전작의 특징을 잇는 것은 좋지만, 명색이 후속작인 이상 ‘한 발 더 나아간 요소’를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캐릭터에 따라 다른 스킬 트리다. <카르마 리턴즈>에는 캐릭터마다 별도의 스킬이 마련돼 있다. 스킬의 종류는 반동을 줄여 주는 것부터 아군을 죽인 적을 맵에 표시해 주거나, 미니맵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워 주는 것까지 다양하다.
최종적으로 배울 수 있는 스킬의 제한이 심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집중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RPG에서는 평범한 스킬 시스템이지만, <카르마 리턴즈>의 무게 제한과 함께 적용되면 보다 다양한 캐릭터 전략이 생겨날 수 있다.
난이도에도 신경을 썼다. <카르마 2>에서 ‘총이 너무 쉽게 맞는다’는 유저들의 지적을 받은 후 첫 발 이후에는 탄착군이 많이 흩어지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대신 모든 총기에 정조준 모드를 넣어 유저들이 ‘조준 상태’에서 침착하게 전투를 벌이도록 유도했다.
반면, 캐릭터의 이동속도를 높여 부활한 후 전장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전장까지의 이동시간은 줄이되 신중한 전투를 통해 최소한 ‘자신이 이동에 쏟은 시간만큼은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 차세대 FPS로 넘어가는 장을 열고 싶다
유승일 PD가 바라는 <카르마 리턴즈>의 목표는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 등에서 벗어나 차세대 온라인 FPS 게임으로 가는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카르마 2>가 지나친 무난함 때문에 유저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면 <카르마 리턴즈>는 한층 새로운 시스템으로 <카르마 온라인>의 추억을 가진 유저들은 물론 기존 FPS 게임에 질린 유저들까지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첫 국산 온라인 FPS 게임인 <카르마 온라인>의 시스템을 도입해 차세대 FPS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먹히는 시스템이고, 그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니 큰 문제 없다”는 게 유승일 PD의 생각이다.
다만, 당장 <카르마 2>의 그래픽까지 바꿀 수는 없는 만큼 우선은 시스템을 통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겉모습에서는 ‘최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테스터를 모집 중인 <카르마 리턴즈>는 오는 7월 21일부터 사전 테스트를 시작하며, 7월 말 경 <카르마 2>에 적용될 예정이다. <카르마 2>의 모든 계정은 <카르마 리턴즈>로 자동 이전되며 유저들의 계급과 아이디 등 정보도 그대로 유지된다.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카르마 리턴즈>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지켜보자.
<카르마 리턴즈> 캐릭터 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