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아바>를 통해 온라인 FPS게임 시장에 뛰어든 레드덕 스튜디오가 이번에는 <메트로 컨플릭트>로 FPS게임의 대중화에 나선다. 초보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던 시스템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다양한 선택지를 추가함으로써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FPS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아바>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지만 <아바>와는 다른 길을 걷는 게임, <메트로 컨플릭트>의 개발을 총괄하는 레드덕 스튜디오의 노승한 실장을 지스타 2011 현장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어렵지 않게, 누구에게나 화끈한 재미를 주고 싶다”
<아바>에 이은 FPS 차기작이다. 어떤 점이 다른가?
대중성이다. FPS라는 장르가 사실 모든 유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쉬운 장르는 아니다. 초보와 고수의 실력차이도 크고 처음 접하는 유저는 게임을 익히기도 전에 죽기만 반복하는 일도 허다하다.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다양한 전략을 연구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가는 유저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
그래서 유저들이 처음부터 게임 내 시스템을 쉽게 이해하고, 여러 상황에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며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게임을 디자인했다. 특히 긴장감보다는 시원시원한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우선 컨트롤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유저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저들이 점사보다는 연사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하더라. 움직임도 고수들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은폐와 엄폐를 활용하기보다는 순간순간 적이 보일 때만 최대한 움직이며 싸우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 정도의 콘트롤’로도 큰 무리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총기의 반동을 대폭 줄였고 은폐나 엄폐 상황도 단순화했다. 덕분에 <메트로 컨플릭트>에서는 고수와 초보의 차이가 다른 게임보다는 좀 적은 편이다.
이미 FPS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많다. 굳이 대중화를 택한 이유가 있나?
리얼리티를 선택한 FPS게임들이 늘어나면서 장르의 깊이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좋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장르가 너무 마니악해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아바>가 대표적인데, <아바> 역시 개발을 거듭하면서 점점 마니악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캐주얼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 개발팀 내부의 생각이다. 어렵지 않게, 누구나 쉽게 화끈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게임이 너무 단순해도 재미가 없지 않을까?
컨트롤의 비중이 줄어든 만큼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도록 듀얼웨폰과 스톰스킬이라는 특수 시스템을 도입했다. 두 자루의 총기를 어떻게 조합하느냐, 어떤 스톰스킬을 어떤 직업에 맞춰 사용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의 폭이 확 달라질 것이다. 게임의 깊이를 낮추고 대신 여러 가지 선택지를 도입함으로써 넓이를 넓혔다고 생각해 달라.
■ “가능한 사실적인 미래를 예상했다”
밀리터리 게임 마니아는 아쉬울 수도 있겠다.
보통 밀리터리 마니아가 신경 쓰는 부분은 ‘얼마나 사실적인가’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장비나 무기체계 등의 고증도 많이 했는데 <메트로 컨플릭트>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무기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이 무기가 가까운 미래에는 어떻게 발전했을지 고민했고, 몇 번씩 검토를 거쳤다.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차이랄까?
그렇다. 결코 허황된 무기나 말도 안 되는 기술이 나오는 일은 없는, ‘그럴 듯한 근미래의 전투’다. 실제로 <메트로 컨플릭트>의 장비 중에는 이미 실전에 배치됐거나 개발에 들어간 것들도 많다. 사실성에서 아쉬움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양손에 각각 다른 총기를 사용하는 게 그다지 사실적으로는 안 보인다.
현재 개발 중인 Exoskeleton나 HULC (Human Universal Load Carrie) 등의 외골격 장비들을 통하면 가능하다. 미군을 비롯한 군사업체에서 개발 중인 장비인데 유압펌프나 소형모터 등을 통해 사람의 근력을 끌어올려주는 장비들이다. 실제 개발이 끝난 제품도 있다.
<메트로 컨플릭트>는 이런 외골격 장비들이 조금 더 발전하고 일반병사까지 보급화됐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게임 안에서 캐릭터들이 입고 있는 슈츠가 바로 그것이다. 슈츠를 이용하면 헬기에서나 쓰일 무거운 총기를 혼자 들거나 소총의 반동을 대폭 줄일 수도 있다.
허공에 이정표가 표시되거나 수류탄 궤적을 보여주는 등 인터페이스도 미래지향적이다.
조금 전에 말한 대중성과도 연관되는 부분인데 미래의 느낌을 살리는 게 첫 번째 목적이고, 실력이 부족한 유저들도 쉽게 주변상황판단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두 번째 목적이다.
전장에서 피아식별을 어려워하는 유저가 많아서 마크와 체력 게이지를 통해 적과 아군을 확실히 구분했고, 맵에서도 주요 지점마다 3D로 지역의 이름과 현재 상황을 표시했다. 마크는 벽 뒤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전투가 벌어지는 지점을 언제나 신속하게 알 수 있다. 총탄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도 상황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나를 처치한 상대의 플레이는 그 즉시 리플레이로 확인할 수 있다. 상대방의 시점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왜 죽었는지, 상대는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 쉽게 배우게 된다. 캠핑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웃음).
■ “밝고 화려한 FPS게임을 만들고 싶다”
개발하면서 <아바>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솔직히 중심의 일부 개발자를 제외하면 <아바>와 관련 없는 새로운 인력이 더 많다. 다만 <아바>의 개발자들이 나중에 게임을 만들면 이렇게 해 보고 싶다는 부분을 많이 담았다. 라이팅 효과를 통해 어두운 전장의 이미지를 벗었고, 게임 자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도록 그래픽을 조절했다. 실사 느낌의 그래픽과 화끈한 이미지를 함께 담은 셈이다.
<아바>를 통해 뼈저리게 배운 엔진(언리얼 엔진 3) 활용법도 큰 도움이 됐다. 당장은 아니지만 업데이트 과정에서 우리가 이렇게 움직이면 유저가 저렇게 반응하더라는 경험도 앞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번 지스타 2011에서 공개한 체험버전은 어느 정도 분량인가?
작년 지스타에서 <메트로 컨플릭트>의 기초적인 부분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한 게임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총기도 병과별로 3정씩 늘어났고 맵도 미션 하나에서 섬멸전 2개, 폭발전 2개로 늘어났다. 인터페이스나 시스템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싱글플레이 부분은 개발 중인가?
개발 중이다. 미리 노출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거의 오픈 시기에 맞춰서나 공개될 것이다. 스토리가 있다 보니 미리 노출되면 플레이할 때 시시해질 수도 있다. 어떤 심오한 스토리가 담기게 될지는 이후 공개가 되겠지만 가볍게 <메트로 컨플릭트>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를 보여줄 것이다.
사양이 꽤 높아 보인다.
최적화 작업 중이다. 최근에 최적화 작업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일반적인 FPS게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물론 요구사양은 서비스 시기까지 계속 낮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다리는 한마디 부탁한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지스타에 와서 게임을 즐긴다면 정말로 화끈한 <메트로 컨플릭트>만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지스타를 마친 후 올해 안에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기대를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