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우리가 빨리 게임 좀 내자고 할 정도입니다.”
위메이드는 올해 지스타 2011에서 부스의 절반을 스마트폰게임에 할애했다. 작년에 이어 다시 ‘스마트폰에 집중’한 모양새다. 위메이드 김남철 부사장은 “스마트폰게임의 세계 일인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위메이드에서 내놓은 스마트폰게임은 <헤비메크> 시리즈 3종에 불과하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첫선을 보였던 <펫츠>와 <마스터오브디펜스>는 올해 이름을 바꿔서 다시 출전했고, <히어로 스퀘어> <리듬스캔들> <바이킹 크래프트> 3개 게임이 처음 나왔다.
이유는 완성도에 대한 고집 때문이다. 이왕 1위를 노렸으면 첫 게임부터 그에 걸맞은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개발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콘텐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서드파티 개발사에서 “이제 게임 좀 내자”고 할 정도. 한편으로는 네트워크와 서버 및 업데이트 노하우 등 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면서 얻은 장점은 다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의 스마트폰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5인의 개발자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위메이드 스마트폰게임 5종과 인터뷰 참석자 (more는 지스타 뉴스+영상)
<펫아일랜드> {more}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 박재정 기획팀장
<히어로 스퀘어> {more}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 강다혁 PD
<카오스&디펜스> {more}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 정연섭 PD
<리듬스캔들> {more} 모비클 이화승 이사
<바이킹 크래프트> {more} 엔곤소프트 조영종 대표
<리듬스캔들>을 개발 중인 모비클 이화승 이사.
■ 스마트폰게임은 온라인게임에 가까운 시장
TIG> 다들 전부터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왔다. 스마트폰게임을 만들어 보니 어떤가?
이화승(리듬스캔들): 스마트폰게임들은 피처폰에 비해 사양이 높아졌다. 당장 아이패드만 봐도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확 늘어났다. PC에 비해 약간 사양이 낮은 수준인데, 터치와 위치정보 등 PC에 없는 특징들도 갖고 있다. 피처폰 시절의 게임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전혀 다른 상황이고 전혀 다른 시장이다.
정연섭(카오스&디펜스): 내 생각도 같다. 스마트폰게임을 한 번이라도 개발해 보면 피처폰게임과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팀 내부에도 피처폰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들이 많은데 용량이나 작업량을 지나치게 줄이려는 버릇이 있어서 오히려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했을 정도다.
TIG> 모바일게임 전문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선전할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박재정(펫아일랜드): 네트워크를 가진 게임을 만드는 이상 오히려 우리가 기존의 모바일게임 업체보다 유리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정연섭(카오스&디펜스): 말이 모바일게임이지 지금 위메이드에서 개발하는 게임들을 보면, 사양과 리소스 좀 제한한 온라인게임을 하나 만드는 수준이니까. 게다가 위메이드의 서버와 서비스 노하우, 조이맥스의 글로벌 노하우 등 이용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야지.
조영종(바이킹 크래프트): 우리는 유니티 엔진을 쓰는데 상용 엔진을 쓰는 것도 피쳐폰게임 회사에서는 경험이 많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게임 업체로서 확실하게 강점이 되는 부분이다.
강다혁(히어로 스퀘어): 스마트폰은 작은 PC와 같다고 보면 된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부분 같다. 분산 시스템처럼 온라인게임에서 쌓은 기술도 그대로 도움이 된다. 동시에 많은 사용자를 견뎌내는 일 같은 거다. 그런 걸 경험이 없는 업체가 하게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이미 생긴 경우도 있고. 근데 우리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 완성도가 최우선, 일정은 나중 이야기
TIG> 몇몇 게임은 지스타만 2회째 출전 중이다.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해명 좀 부탁한다.
정연섭(카오스&디펜스): 이거 우리 이야기 같은데(웃음). 일단 게임 이름부터 말하자면 <마스터오브디펜스>는 프로젝트 명칭이었다. 그런데 개발하다 보니 디펜스게임에 전략시뮬레이션도 넣었는데 <마스터오브디펜스>라는 이름만 보니까 내내 디펜스만 하는 게임 같더라. 그래서 이런 게임의 성향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로 바꿨다.
그 사이에 콘텐츠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는데, 유닛은 물론 맵과 전략 등 각양각색의 시스템과 콘텐츠가 추가됐다. 네트워크가 끊어졌을 때를 대비한 설정도 갖췄다. 늦은 만큼 작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박재정(펫아일랜드): 작년에는 6개월 정도 개발한 상태였다. 기존 모바일게임과 비슷해서 더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아이패드도 나오고, 소셜게임만으로 끝내기는 좀 아쉬워서 친구와 교류하는 시스템을 추가하고, 게임성도 다듬고 하다 보니 일년이 훌쩍 지났다. <펫츠>라는 이름도 저작권으로 이미 등록돼 있더라. 그래서 <펫아일랜드>로 바꿨다.
TIG> 지스타 발표회에서 개발 속도에 대한 압박이 없다고 했는데, 실제 느낌은 어떤가?
강다혁(히어로 스퀘어): 잘 기다려주는 편이지?
조영종(바이킹 크래프트): 독촉 같은 거 없다. 무조건 잘 만들라는 압박만 심하다.
박재정(펫아일랜드): 사장님과 회의를 하다 보면 빨리 내려고 하지 말고 잘 만들라는 말만 반복한다.
이화승(리듬스캔들): 우리는 외주업체인데 하도 완성도 이야기만 나오다 보니까 내가 이제 좀 게임을 냈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 정도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바뀐 거 같다니까.
조영종(바이킹 크래프트): 매번 하는 말이 일정은 상관 없으니 일등 먹을 퀄리티를 만들어라(웃음).
TIG> 발전이 빠른 시장인데, 게임이 늦게 나오는 부담도 있을 듯하다.
이화승(리듬스캔들): 온라인게임도 개발하다 보면 5년 뒤 스펙을 예상하지 않나? 스마트폰게임도 똑같다. 언제쯤 아이패드3가 나오겠구나, 이 정도면 아이폰5가 발매되겠구나, 사양은 이렇겠구나 생각하면 된다. 크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풀 3D를 사용하다 보니 메모리 등의 제한은 PC보다 훨씬 큰데 이 부분도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으니까 별로 문제될 건 없다.
정연섭(카오스&디펜스): 우리는 아예 2D로 개발 중이라서 속이 편하다. 아이폰 3GS부터 4G까지 다 쾌적하게 돌아가니까. 장비들도 부담 없이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기기의 성능을 꼭 완벽히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모바일게임의 장점 같다.
TIG> ‘위메이드의 스마트폰게임은 이래야 한다’ 같은 기조라도 있나?
조영종(바이킹 크래프트): 온라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네트워크에 자신이 있고, 모바일게임 업체가 비교적 약한 서비스에도 많은 경험이 있으니 이를 적극 이용하자는 거다.
강다혁(히어로 스퀘어): 덕분에 난이도 조절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일단 초반에는 접근성을 굉장히 낮춘다. 누구나 할 수 있게 쉽고 만만하게 보이게 개발한다. 실제로 클릭 몇 번만 해도 전투가 끝나도록 말이다. 그리고 유저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승리에 취해서 게임을 학습하게 되고, 점점 어려운 전투를 자연스럽게 이기도록, 그렇게 유도하고 있다.
조영종(바이킹 크래프트): 우리도 다섯 살짜리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게 기획의 시작이었다. 연령대의 구분을 두지 않는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나 할까.
TIG> 대형업체의 스마트폰게임 시장 독식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이화승(리듬스캔들): 대형업체에 대한 반감으로 보이는데, 일단 그렇게 생각은 안 한다. 위메이드의 기조는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게임이 아닌 ‘큰 게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중간 규모의 기업들이 아이디어 게임에 손을 대면 개인 개발자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개인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은 보존해 주고, 우리는 우리만 할 수 있는 큰 게임으로 가자는 생각이다.
정연섭(카오스&디펜스): 닭과 달걀의 문제 같다.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 시장과 같은데, 휴대폰 안에 ‘똑딱이’가 들어갔다고 카메라 기술이 퇴보한 건 아니다. 대형업체가 시장을 이끄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업체를 죽이거나 영역을 침범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영역만 잘 지킨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화승(리듬스캔들): 아직까지는 스마트폰게임의 사양이 PC보다 낮아서 그래픽 개발자만 몇 십 명을 투입하는 수준은 아니다. 10명 이하가 도전할 수 없는 시장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TIG> 이제 하나씩 시장에 나오게 될 텐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재정(펫아일랜드): 게임에서는 징가에 뒤지지 않는 게임성을, SNS에서는 스마트폰의 싸이월드가 될 수 있는 커뮤니티성을 가진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
강다혁(히어로 스퀘어): 개발하면서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 팀원을 만난 건 처음이다. 우리 개발진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게임이 잘 나오고 있다. 이런 좋은 개발자들이 만드는 좋은 게임을 기다려 달라.
이화승(리듬스캔들): 앞에서 다 하니 말할 게 없다(웃음). 스마트폰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리듬게임이고, 유저들을 위해 다양한 코스튬도 만들어 뒀다. 많이 갈아입혀 줬으면 한다.
정연섭(카오스&디펜스): 작년 지스타에 비해 5배~6배 정도의 콘텐츠를 넣었다. 출시될 때는 여기서 또 2배 이상의 콘텐츠를 갖고 서비스할 것이다. 양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가 PC게임 네트워크의 새로운 장을 열었듯 우리도 제 2의 <스타크래프트>가 되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장을 열고 싶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조영종(바이킹 크래프트): 게임으로 승부하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