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게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유저들은 땅따먹기 방식의 영토전쟁게임을 떠올린다. 웹게임 열풍의 선두주자였던 <부족전쟁>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웹게임이 영토전쟁 방식을 택했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대만 바꾼 땅따먹기 웹게임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엠게임 신동윤 이사는 “영토전쟁 방식의 웹게임에는 한계가 있다”고 못을 박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들을 걸고 싸우는 PvP 방식을 유지하는 한 전쟁에 진 유저들은 서버를 옮기거나 게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서버에는 소수의 마니아만 남게 된다.
기껏 쌓아올린 커뮤니티도 무너지기 십상이다. 결국 영토전쟁 방식의 웹게임은 국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버티기 어렵다는 게 신동윤 이사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바다’로 눈을 돌렸다. 땅이 아닌 바다를 무대로 즐기는 웹게임이라면 자신의 영토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PvP에 콘텐츠를 집중할 필요도 없다. 항해가 중심이 되는 만큼 조작도 간편해진다.
다만, 처음 가보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뻔한 공식도 없었고 시스템 하나도 새로 짜야했다. 새로움에 도전하겠다는 신동윤 이사의 웹게임 <무역왕>을 만나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엠게임 신동윤 이사.
■ 항해와 무역은 웹게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
<무역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도시별 무역이 핵심 콘텐츠다. 수요과 공급에 따라 품목별 물가가 실시간으로 달라지고, 플레이어는 도시를 오가며 물건의 차액을 이용해 이익을 남기게 된다.
신동윤 이사는 과거 <대항해시대> 등의 항해게임들이 주로 택한 무역이 사실은 웹게임에 가장 어울리는 소재라고 판단했다. 무역게임은 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게임 플레이도 순간적인 조작보다는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강한 몰입도가 필요한 온라인게임에서는 지루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반면 화면을 띄워 놓고 다른 일에 집중하는 일이 많은 웹게임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기존의 영토전쟁 중심의 웹게임과 비교해 봐도 장점이 뚜렷하다. 기본 골격이 NPC(도시)를 대상으로 한 무역인 만큼 게임을 늦게 접한 유저도 부담이 적다. 초보자 보호기간이 끝나면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까 노심초사 걱정하는 모습도 없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느긋한 유저는 느긋한대로, 바쁜 유저는 바쁜대로 살아가도록 만들고 싶었다”는 게 신동윤 이사의 목적이다.
경제 시스템이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반복적으로 흐르는 걸 막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넣었다. 예를 들어 특정 물건이 줄어들다 보면 어느 순간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폭동이나 사재기를 통해 물가가 갑자기 변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 다른 상인들이 갑작스러운 의뢰를 주는 일도 있다. ‘이 정도의 긴장감’은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 영토의 아쉬움은 제작과 생산으로 달랜다
일반적인 웹게임에서 플레이어의 목표 중 하나는 ‘자신의 영토를 늘리고 관리하는 것’이다. 영토가 강해질수록 더 강력한 병력을 더 빠른 시기에 만들 수 있고, 더 강력한 병력으로 더욱 많은 영토를 손에 넣는다. 영토가 일종의 ‘캐릭터’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무역왕>에는 영토 개념이 없다. 그만큼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의 목적성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안 만드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더라고요.” 신동윤 이사의 엄살이다.
그래서 도입한 게 지사와 제작이다. <무역왕>에서는 각 국가의 도시마다 지사가 존재한다. 지사는 도시에 일정한 금액을 투자한 후 이용할 수 있는데, 제작과 생산에 투자한 금액에 따라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달라진다. 도시마다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의 목록이 정해져 있고, 생산품을 이용한 2차 가공도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도시의 지사에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완성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A라는 도시에서 생산에 2단계를 투자해 화약을 만들고, B라는 도시에서 3단계 투자를 통해 강철을 얻었다면 C라는 도시에서 두 가지 재료를 조합해 총을 만들어 납품하는 식이다. 투자를 통해 일종의 개인별 생산트리를 짜는 셈이다.
지더라도 부담이 없는 수준에 한해 PvP도 구현했다. <무역왕>에서는 일상적인 활동에 따라 국가별 친밀도가 정해진다. 프랑스 소속 유저들이 베네치아에서 많은 활동을 한다면 베네치아에서는 프랑스를 우선거래국가로 선택하고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국가가 일정기간에 전쟁을 선언하면 해당 도시의 우선거래권을 놓고 국가끼리 대규모 전쟁을 벌이게 된다. 지더라도 우선거래권을 빼고는 잃는 것이 없는 만큼 마음 편히 치를 수 있다.
■ 손쉬운 확장, 오래가는 게임이 목표
신동윤 이사가 뽑는 <무역왕>의 최대 장점은 ‘확장’이다. PvP를 위주로 한 게임은 확장이 어렵다. 유닛 하나를 추가하더라도 밸런스를 고려해야 하고,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섣불리 새로운 지역을 만들기도 힘들다.
MMORPG 방식의 웹게임도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로 소비되는 퀘스트와 몬스터를 일일이 맞춰서 만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 PvE 중심의 <무역왕>은 확장이 쉽다. “시대를 21세기로 바꿔도 되고, 질리면 바다가 아닌 우주로 떠나도 된다”는 게 신 이사의 농담 섞인 답변이다. 실제로 <무역왕>은 서비스 전부터 동양을 중심으로 한 시즌2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사실 대항해시대는 서양보다 동양이 훨씬 앞섰던 시대잖아요. 근데 군사적으로 강력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초점이 서양에 맞춰지는 건 많이 아쉽더라고요.”
처음부터 긴 수명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기존의 PvP 웹게임이 보여줬던 ‘자극적이고 잘 팔릴 것 같은 강력한 캐시아이템’도 제외했다. 다른 유저와 경쟁을 붙이는 게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기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동윤 이사는 최근 <무역왕>에 회사생활을 올인했다. 기존의 웹게임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각종 시스템을 직접 기획했고, 다른 웹게임보다 많은 개발비와 개발기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과인 <무역왕>이 8일 프리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떨리지는 않냐’는 질문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언제 게임을 할 수 있냐고 화를 내는 유저들이 있다는 게 기분 좋더라고요.” <무역왕>(//tgm.mgame.com)이 그가 꿈꿨던 ‘남과 다른 웹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