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의 상승세가 대단한 가운데 한국 최초로 선수들과 정식 연봉 계약을 맺고 팀을 창단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나진산업은 EDG 클랜 출신 김남훈(후니훈), 윤하운(막눈), 김대웅(모쿠자), 이우석(히로), 채우철(비닐캣) 등 5명의 선수를 영입해 계약을 완료하고 ‘나진 엠파이어’ LOL 게임단을 창단했다.
1967년 7월 설립된 나진산업㈜은 1987년 나진전자월드를 설립한 이후 사세를 확장해 강동냉장, 나진코퍼레이션, 대둔산호텔, 나진식품 등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한 중견 그룹으로 e스포츠 팬들에겐 나진 엠파이어 철권 프로게임단으로 친숙한 기업이다.
지난 2월 1일자로 선수들과의 계약을 완료한 나진산업은 고유의 명칭과 로고를 선정해 사용할 계획이며, 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는 감독의 선임도 준비 중이다.
지난 2011년 4월, 나진산업을 맡게 된 이석진 대표(27)는 젊은 CEO답게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철권>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을 창단하며 진정한 프로게임단으로 발돋음 한 나진산업의 이석진 대표를 용산에 위치한 나진산업 본사에서 만나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정한 기자
LOL 팀 창단 배경이 궁금하다.
전부터 e스포츠 홍보에 관심이 많았다. 나진산업의 대표가 된 뒤 회사를 들여다보니 우리 회사가 사회적 위치에 비해 홍보가 덜 되고 있어 홍보 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우리 회사의 주 고객층이 좋아하고 즐길 요소가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 그 답이 바로 게임이었다.
e스포츠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지난 해에 콘솔 기반인 철권 게임단을 창단했다. 하지만 콘솔 분만 아니라 PC 분야에서도 나진산업이 국내 1위인 만큼 PC 기반 게임단도 하나 창단하고 싶었다. 어떤 종목으로 창단을 할까 고민하다가 개인적으로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판단이 들어서 LOL 게임단을 창단하게 됐다.
PC 기반 게임단이라면 현재 프로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단도 있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PC 기반 게임단을 창단하는 건 확정된 상황이었고 어떤 종목을 선택하느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동안 종목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창단을 보류하고 있었다. 그런데 LOL을 접하면서 이 게임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내가 나진산업 대표를 맡은 뒤 <스타크래프트> 업계에서 스타 팀 창단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팀 창단 제의를 거절했다. 스타 팀 후원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스타 팀을 지금 창단하면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 때문이었다. 홍보에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한 성과를 내기 위함인데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은 들어가는 자금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LOL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최초로 연봉을 지급하는 정식 LOL 게임단을 창단한 만큼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대충 했다가는 초반에 게임 인기 맛만 보고 빠지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게임단을 창단해 제대로 LOL 업계에 발을 담그기로 했다.
많은 선수들 중 EDG 팀 선수들을 영입하게 된 계기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나진산업은 EDG 팀을 영입해 창단한 것이 아니다. 팬들이 익히 알고 있는 EDG는 클랜 명으로 그동안 EDG 팀으로 활동한 선수들은 소속 클랜 이름을 내걸고 활동한 것일 뿐 EDG가 그 선수들 전부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EDG는 그대로 클랜으로 남아있으며, 이번에 계약한 선수들만 클랜에서 나와서 나진산업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EDG를 영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가 지난 WCG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을 본 뒤였다. 나도 LOL을 즐기고 있어서 막눈과 모쿠자의 플레이가 얼마나 위험한 플레이인지 알고 있다. 성공하면 영웅이 되지만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플레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막눈 선수와 모쿠자 선수 모두 LOL을 정말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스타일의 선수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두 선수의 이런 쇼맨십을 높게 봤다. 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권 선수들의 경우도 그랬다. 안정적인 경기를 해서 중위권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보다는 과감하지만 성공하면 탑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선수들과 같이 팀을 이끌고 싶었다.
지금 우리 팀의 밸런스는 굉장히 잘 맞는다. 막눈, 모쿠자를 비닐캡 히로, 후니훈 선수가 침착하게 잘 받쳐준다. 두 선수가 실수를 해도 다른 선수들이 뒤를 커버해주는 스타일의 운영이 굉장히 능숙하다. 특히 AD 딜러인 히로 선수의 경우 막눈 선수와 모쿠자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돼 있는 것이 불만일 법도 한데 그런 것이 없이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 다섯 선수들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의 첫 인상은 어땠나?
WCG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을 본 뒤 EDG 팀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어서 선수들과 만나려고 했는데 EDG에 관심이 있는 팀이 많아서 영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설상가상 EDG 팀 선수들이 다 지방에 살아서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LOL 인비테이셔널이 열려서 그 때 선수들을 처음 만났다.
경기장에 가기 2시간 전에 만나서 점심을 먹으면서 얘기를 했는데 선수들이 생각보다 너무 내성적이더라. 그때는 다른 회사와도 얘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시크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점심식사를 한 뒤 인비테이셔널 관람을 갔는데 팬들이 너무 많이 와서 놀랐다. LOL 팀을 창단하기로 결정한 것이 잘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실 EDG가 아니라면 창단이 많이 늦어졌을 것이다. EDG가 안 됐을 경우를 대비한 2지망, 3지망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팀을 꾸리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른 팀에서 접촉을 많이 한다는 소문이 들려서 걱정했는데 결국은 우리 팀과 계약을 맺고 창단을 하게 됐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유일하게 인비테이셔널 경기 전에 창단에 관한 세부 논의를 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하더라. 실력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믿고 계약 의지를 밝힌 나진산업에 감동해서 우리와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인비테이셔널이 진행됐던 주에 대부분의 사항이 결정됐다. 지금은 숙소 마련과 창단식 준비 등 공식 행사만 남았을 뿐이다.
추가로 팀원을 영입할 계획은 갖고 있나?
LOL은 무조건 5명 단위로 선수를 선발해야 할 것 같다. 온게임넷 정규시즌의 경우 보결 선수 2명을 추가로 넣을 수 있다고 하는데 2명만 선발할 경우 연습이 불가능하다. 2, 3명의 선수를 선발할 경우 그 선수들은 모든 포지션을 다 연습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실력적인 면에서 발전하기 어렵다. 차라리 각 포지션 별로 한 명씩 5명을 영입하는 것이 낫다.
LOL은 팀파이트가 가장 중요한데 우리 팀은 지금 팀파이트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한 두 명이 아닌 5명의 선수를 선발해서 5:5 연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추가 계획은 있지만 2팀의 경우 1팀과 다르게 팀 단위가 아닌 유망주를 개별 선발할 계획이다. 2팀은 어린 친구들을 선발해서 육성하고 싶다.
얼마 전까지 우리 철권 팀 소속으로 활동하던 최선휘 선수가 지금 LOL,을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팀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감독 선임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독이 아무리 LOL을 잘해봤자 선수 급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LOL을 잘하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분을 감독으로 선임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너무 엄하게 팀을 운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게임단을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로 운영하고 싶다. 처음 합숙을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시작부터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나는 게임단 중 KT 롤스터를 제일 좋아한다. 감독과 선수가 격의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기 좋았다 그래서 딱딱하고 엄격한 분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쉽을 갖고 있는 그런 분이 감독으로 오셨으면 좋겠다. 선수들을 잘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분을 감독으로 선임하겠다. 또 인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선수들이 인성적으로 본받을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고, 선수들의 상처를 달 다독여 보듬을 수 있는 분이라면 나진 LOL 팀 감독으로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
온게임넷에서 진행되는 첫 정규시즌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나?
개인적인 속마음으로는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4강 정도라고 얘기한다. 선수들이 처음으로 합숙을 하는 데다가 이번 정규시즌이 첫 대회라서 심적 부담이 심할 것이다. 내가 편하게 하려고 해도 선수들이 부담된다고 계속 말하더라. 아마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은 우승에 대한 부담 없이 최대한 편하게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솔직히 준우승을 할 거면 그냥 3위나 4위를 했으면 좋겠다(웃음). 철권에서 4연속 준우승을 해서 준우승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WCG 역시 철권 부문에서 준우승을 했다. 우리 팀의 콩라인 징크스를 LOL 팀이 깨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히로 선수와 후니훈 선수의 승부욕이 대단하기 때문에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향후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가 있나?
우선 3월 초에 팬들과 함께하는 창단식을 준비 중이다. 그 외에 팬분들이 즐거워할만한 깜작 이벤트를 추가로 기획 중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팀의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나는 게임단주이자 LOL 유저로서 팬들이 우리 팀의 경기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나진산업이 정말 즐거운 회사라는 이미지를 팬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여러 이벤트를 통해 나진상가에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앞으로 e스포츠에 더 많은 투자를 해 나진상가를 이용해 주시는 분들께 보답하겠다. 앞으로도 나진산업에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