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중계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가장 중요한 사람은 경기를 하는 프로게이머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여기서부터는 의견이 분분할지 모르겠다. 해설위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방송을 연출하는 PD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게이머 만큼 e스포츠 중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캐스터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 캐스터’는 이제 어엿한 전문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중 최고의 캐스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은 온게임넷의 전용준 캐스터다. 10년 동안 온게임넷의 간판 리그 중계를 도맡아 하고 있는 전용준 캐스터는 게임 방송 뿐만 아니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영화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e스포츠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진면목을 발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중계해본 게임 종목만 해도 수십 가지다. 최근에는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 <리그오브레전드> <카트라이더>까지 굵직한 종목을 중계하고 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e스포츠 최고의 캐스터 전용준. 디스이즈게임은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고 있는 전용준 캐스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는 현재 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를 중계하고 있고, 새로운 원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도 중계하고 있다. 전용준 캐스터가 바라보고 있는 2012년의 e스포츠는 어떤 모습일까? 그가 중계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카트라이더> 리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정리=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진행=디스이즈게임 심현 기자, 사진=디스이즈게임 이정한 기자
◈ 전용준 캐스터, “e스포츠가 위기라고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기획 인터뷰로 만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최근 근황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특이할 것은 없습니다. 프로리그, 카트리그를 하고 있고요. 이 인터뷰가 나갈 때 즈음에는 LOL 예선전을 하고 있을 겁니다. 프로리그는 예전부터 계속 한 것이고 카트리그는 벌써 15차 리그네요.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어렵게 사신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별 차이 없이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꾸준함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셨었죠. 요즘에는 어떠신가요?
최근에는 JTBC에서 메이드 인 유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2회 분을 녹화했었죠. 게임 채널 외의 채널에서 저에게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리액션, 샤우팅 같은 것들이에요. 그런 것들이 필요한 프로그램에서는 저를 부르십니다. 아, 불후의 명곡도 했었네요. 생각해보니 요리도 하고, 무한도전 레슬링 중계, 마라톤 중계 그런 것들도 했네요. 하지만 모두 공통점은 게임 방송에서 제가 보여주는 그런 모습을 원한다는 것이죠. 일밤에서는 꽤 오랫동안 방송을 하기도 했는데, 평생 볼 연예인 다 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소녀시대도 만나보고요(웃음).
시기가 시기인지라 곧바로 무거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요즘 하도 e스포츠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직접 체감하시는 e스포츠 위기론, 어떻습니까?
2001년, 2002년에도 감독들과 술을 마시면 그런 이야기를 했죠. “저그 종족은 할 애들이 없다면서 이런 밸런스로는 망하지 않겠느냐, 우리 판 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사실 e스포츠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는 계속 했어요. 99년 iTV에서 게임 방송을 시작했는데 당시 여러 가지 종목을 했었습니다. 그 때 어떤 분이 <스타크래프트>는 작년에 나온 게임이라 곧 죽으니까 <C&C:타이베리안 선>에 올인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말도 하셨었죠(웃음). 최근에는 승부 조작 문제도 있었고, 선수들, 코치들, 방송국의 문제들이 계속 겹치는 시기가 있었고요. 위기라는 말은 항상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결정적인 위기들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 지금의 시기에는 위기라는 말이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위기라기 보다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도 그렇고요. 정치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모두들 제대로 임하면 장난 아닐 것 같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팬들도 관계자들도 기대가 정말 대단해요. 이 리그가 5~6년 정도 지속되면 어떤 판이 될 것인가 궁금하고요. FPS 리그도 요즘 투자가 많아지고 있어요. 개발사의 의지, 방송국의 투자, 팬들의 기대감이 적절하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2005년에 광안리 10만, 임요환 60만 팬클럽 이후에 지금까지 감사하게 e스포츠가 잘 이어져 왔었죠. 생각해보면 그 동안에는 모든 이슈가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종목에서 이슈들이 만들어져요. 논쟁도 붙고, 토론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관심이라고 보거든요. 팬들이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이런 현상이 지금 처음이란 말이죠.
제가 중계를 하든 안 하든 FPS에서도 많은 이슈들이 나와요. 물론 위기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더 많다고 봐요. 찬스인지 오퍼튜니티인지, 오퍼튜니티가 더 맞는 것 같네요. 여러 가지 중요한 정치적인 이슈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결국 정리가 될 것이란 말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팬들의 관심이에요. <스타크래프트>외의 종목에서 계속 이슈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해요. 첫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때도 얼마나 많이 오셨습니까. 우리는 정말 그렇게 오실지 몰랐어요. 저희가 죽을 만큼 잘못하고 죄송하죠. 그런데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올지 몰랐던 거에요. 죄송하지만 한 편으로 또 감사하고요. 저희가 엄청 대단한 경품을 건 것도 아니잖아요.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 일은 ‘정말 e스포츠가 지금 기회의 시기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청산유수 같으십니다(웃음). 조금 어두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MBC게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요.
전체적인 판으로 봤을 때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죠. 경쟁이 필요한데 말이죠. 온게임넷이 경쟁 끝에 MBC게임을 죽였으면 할 말이 없죠. 경쟁력이 없으면 없어져야죠. 하지만 MBC게임이 그래서 없어진 것이 아니잖아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제 입장에서도 경쟁 매체, 경쟁자가 있는 것이 더 좋아요. 소위 말해 경쟁 매체가 있기 때문에 저의 가치도 계속 올라가는 겁니다. MBC게임은 스타리그를 할 땐 경쟁자, 프로리그 때는 동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부분, 논하기가 힘든 부분이에요. 왜 없앴냐고 저희가 어떻게 물어봅니까. MBC가 그렇게 결정을 했다는데요. 안타까워요.
요즘에는 어떤 게임을 많이 하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시니까 말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많이 하죠. 제가 원래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웃음). 작년 가을에는 스타2를 가장 많이 했어요. 중계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스타1은 이제 더 이상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 이상 게임을 하는 것이 저의 중계에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제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잘못했다가는 크게 혼나요. 그런데 <리그오브레전드>는 많이 알아야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보다는 조금 더 많이 아는 정도로 알기 위해서 계속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온상민 해설위원에게 추천을 받아서 FPS게임 CD를 빌려서 게임을 하고 있어요(웃음). 빌린 겁니다. 어둠의 경로 아닙니다(웃음). 온게임넷 몇몇 스태프들과 함께 팀을 만들어서 게임도 하고 그럽니다.
열정적인 샤우팅으로 유명하십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인가요?
야구 중계에서 ‘홈런!’, ‘안타!’ 이런 이야기는 들으나 마나에요. 사실 제 중계는 내용적으로는 굳이 보지 않아도 됩니다. 내용은 안 들어도 되요. 해설위원들의 이야기는 꼭 들어야죠. 하지만 제 중계는 다 아는 이야기에요. 저는 제 말을 목소리, 제스처, 비언어적 표현 등 이런 것들을 효과음처럼 전달하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인지는 옆에 해설위원들이 전달을 해줄 겁니다. 제 중계 멘트를 문서로 작성하면 사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법, 발음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요합니다만, 1순위는 아니에요. 시청자 분들에게 이 장면은 꼭 주의 깊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어필? 외침 같은 겁니다.
◈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
전용준 캐스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이 <스타크래프트>다. 10년 가까이 마이크를 잡고 있으며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이끌어온 핵심 멤버다. 그런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최근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프로리그는 안정적으로 개최되고 있지만 스타리그는 개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고, MSL을 주최하던 MBC게임은 문을 닫았다. 그런 와중에 전용준 캐스터는 WCG 2011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2>를 중계하기도 했다. 지금의 전용준을 있게 한 <스타크래프트>와 그 후속작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MBC게임이 없어진 이후로 MBC게임 중계진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이승원 해설위원은 정말 잘해요. ‘아 이래서 승원좌라는 말을 듣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 전부터 개인적으로 형, 동생으로 잘 지냈죠. 물론 제가 완전히 형 노릇을 합니다만(웃음). 같이 일을 처음 해보는데 다른 설명은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일을 잘해요. 이승원을 두고 어떤 부분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한 마디로 ‘일을 정말 잘하는 게임 해설위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동준 해설위원도 그래요.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히 달라요.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것들을 느끼거든요? 박완규씨도 최근에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개그맨들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정말 달라요. 박완규씨는 정말 뛰어난 가수에요. 일을 잘하는 가수죠. 이승원 해설위원도 정말 일을 잘하는 해설위원이에요. 개그맨도 마찬가지고요. 자신의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달라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다, 뛰어나다라는 말 자체는 이승원, 김동준, 박완규 정도의 사람들에게 쓸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일을 정말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에요. 함께 일을 하면 정말 좋아요. ‘아 이래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죠.
중계진 조합이 다양해졌고 젊은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위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젊은 친구들이 어렵죠. (김)정민이나 (박)태민이나 선수들일 때는 막 대하지 못했지만 해설로 오면 막 대하죠(웃음). 그렇지만 중계를 할 때는 제가 눈치를 봅니다. 저로 인해서 그들의 창의성이 침해될 수도 있잖아요. 젊은 해설자들이 최대한 편하게 중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엄)재경이 형이나 (김)태형씨와 중계를 하면 얼싸안기도 하고, 서로 시큰둥하기도 하고 그래요. 하지만 젊은 친구들과 중계를 할 때는 이들을 캐스팅한 온게임넷의 의도를 해치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노력을 할겁니다. 그들의 장점이 가려져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스타크래프트 중계 정말 많이 하셨죠. 식상할 수도 있는데 물어보겠습니다. 최고의 중계를 했던 기억은 언제입니까?
최고라면 ‘일부는 시즈모드, 일부는 통통통’이에요. 시청자들이 제 멘트를 굳이 듣지 않더라도, 그런 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화면을 봤을 것 같아요. 뭐가 내린 듯 말을 확 내질렀는데 얼마나 시원했겠습니까? 임요환이 대각선을 질러서 이재훈의 앞마당까지 파죽지세로 들어가는 그런 상황을 아무 내용 없는 말로 전달을 한 거죠. 긴박한 상황을 최고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잘 된 중계를 굳이 꼽으라면 그 경기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의미 있는 경기는 광안리 10만 결승전으로 기억되는 스카이 프로리그 2004 1라운드 결승이죠. 그러고 보니 다 임요환이 끼어 있네요(웃음). 대단한 선수에요. 정말(웃음).
참 많은 사건들이 있었죠. 전용준 캐스터가 직접 나서서 팬들에게 사과를 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캐스터가 그런 피드백을 굳이 안 해도 되지 않나요.
예전 프로리그 때 비가 엄청 와서 결승전이 연기된 적이 있죠. 그 때는 제가 말을 실수한 거에요. 당시 파이터포럼과 같은 전문 매체도 없었고,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할 수 없는 시기였죠. 온게임넷을 통해서만 소식을 전할 수가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무조건 합니다’라는 멘트가 제 입으로 나갔어요. 방송으로 그렇게 나가면 팬들은 다 믿게 되죠. 이런 말은 변수가 있을 때는 절대 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말한 부분 중에 실수한 것, 그것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었던 거죠.
상해에서 열리기로 했던 프로리그 결승전이 취소됐던 경우도 이야기를 해야겠죠. 그 결승전을 위해 정말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일단 상해를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떤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느냐’는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상해에 가서 많은 분들이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했고, 가서 보니까 분위기 자체도 장난이 아니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선수들도 준비를 많이 했고, 저희 중계진도 정말 많이 준비를 했죠.
물론 욕먹을 것은 먹어야 합니다. 잘못한 것, 혼나야죠. 못한 것은 당연히 잘못한 거에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TV 앞에서 기다렸습니까. 이유야 어찌됐든 못한 것은 무조건 잘못입니다. 그런데 저는 고생한 우리 스태프들, 협회,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정말 노력했거든요. 팬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직접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며) 당시 이영호 어머님이 우리 작가를 위로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런 노력들을 하나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상황은 용납할 수가 없었어요. 그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유튜브에 현장 영상을 올리려고도 했는데, 제가 마지막에 울어버렸어요. 너무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것 같아 보일 까봐 영상까지는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럼 온게임넷이 시켜서 제가 여론몰이 하는 것 같잖아요. 고생한 작가나, 본부장, 국장들의 모습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던 겁니다. 온게임넷이 시켜서 제가 썼겠습니까(웃음)?
부침이 많았던 e스포츠였죠. 그런데 현재 프로리그는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관계자들이 스타1 만의 가치를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것들이 때가 되면 지나가게 되는 법이죠. 하지만 스타2나 LOL이나 새로 시작되는 여러 가지 게임들 때문에 스타1의 가치가 너무 낮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팬들은 아니에요. 팬들은 아직까지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신단 말이죠. 최고의 볼거리, 놀거리란 말이에요. 스타1의 가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시기적으로 참 애매했던 것 같습니다. 방송국도 사라지고 게임단도 몇 개 사라지고요. 그래서 가치가 하락됐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사실 작년 9월~10월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겠죠. 관계자들은 말입니다. 하지만 팬심은 모르는 거에요. 어떻게 측정을 합니까? 플레이를 하는 게임으로의 가치는 측정할 수가 있겠죠. 그런데 팬심은 아니에요. 예전과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프로리그가 잘 되고 있다면 우리가 분명히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가, 팬심을 너무 속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판단이든 천천히, 좋아하는 팬들이 있는 한 여유롭게 호흡을 가져가면서 일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스타1으로만 계속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다만 팬심은 모른다는 거죠.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고 경쟁작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스타1은 가치가 있다는 말이시네요.
가치가 없다고 어떻게 말을 합니까. 지금도 좋아하시는 분들,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는데 말이죠.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현장에 오셔서 먹을 것 엄청 사오시는 분들은 사실 전 잘 이해가 안가요.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니까 정말 정말 감사하죠. 저는 그렇게 못하겠거든요(웃음).
프로리그는 잘 되고 있는데, 아직 스타리그는 못하고 있단 말이죠.
그렇죠. 김태형씨가 보고 싶죠. 사실상 자리를 만들어도 안 맞아서 함께 못 만나는 일이 많았거든요. 한참 못 봤어요. 정말 본지 오래됐어요. 금요일(2월 24일)에 LOL 예선장에 온다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에요. 저는 오히려 FPS를 하는 온상민을 더 자주 봐요. (엄)재경이 형은 어차피 같이 하니까요. 스타리그는 정말 하고 싶고요. 김태형씨가 정말 보고 싶어요. 어떻게 사나. LOL 좀 잘하라고 말해주고 싶고요(웃음).
<스타크래프트2> 이야기도 좀 해보죠. WCG 때 중계를 해보니까 어떠셨어요?
스타2 배틀 리포트를 할 때도 김태형씨랑 같이 했었죠. 소개를 해야 할 부분을 집어주는 영상이었는데 그 때 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스타1이랑 스타2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플레이를 하시는 분들은 차이를 느끼겠죠. 하지만 중계하는 입장에서는 똑같아요. 게임성의 차이는 있지만 중계 스킬은 똑같아요. WCG를 중계하면서도 느꼈어요. 제 중계 기술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게임이에요. 유닛 이름만 다르죠. 더 빠르다, 이야기를 할 것이 많다? 그것도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제 입장에서는 사실 가장 좋았던 부분이죠. 스타1이나 스타2를 같다고 말을 하면 단순하다고 말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스타1 중계랑 프로레슬링 중계도 별로 차이가 없다고 보거든요.
정치적인 문제는 모두 논외로 치고요. 스타2 중계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믿으시나요?
와야죠. 반드시 오길 바랍니다. 정치적인 문제는 제가 고민할 부분은 아니죠. 다만 저는 게임을 중계하는 사람이고, 그 게임의 개발 과정에 조금이나마 참여도 했습니다. 그런 게임을 제가 중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입니다.
스타1과 스타2의 전환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에는 이슈들이 많죠. 스타1에서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정해주면 그 다음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의견이 있어요. 방식에 대해서, 전환, 공존에 대해서 말을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중계진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서 정해준 최선, 차선을 받아서 일을 해야죠.
다만 저는 빨리만 정해졌으면 좋겠어요. 법적 권한을 가진 세력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최선이 만약 어렵다면 누군가가 피해를 꼭 봐야 한다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는 주체들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빨리 정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빨리 해결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피해가 엄청나게 크다면 굳이 빠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빠르면 좋겠습니다만 항상 속전속결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 후배 중 하나가 스타2 게임단 감독이에요. 힘들어요. 안타깝고요. 다 잘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그렇게 되어 버렸어요. 굳이 정치적으로 말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어요. 위선에서 잘 결정을 하면 좋겠어요.
◈ 카트라이더 리그, 15차도 함께 한다!
카트라이더 리그, 15차 리그가 열렸습니다. 반가우시죠?
매우 반갑죠. 2년 넘게 한 프로그램은 스타를 제외하고 카트라이더 밖에 없습니다. 특히 카트라이더는 중단한 시기도 길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를 새롭게 합니다. 솔직히 ‘리그를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전보다 더 화끈하게 리그를 만들어서 진행을 합니다. 넥슨, 온게임넷 모두 판을 잘 마련해줬죠. 그렇다 보니 팬들도 개막전 때 많이 왔고 선수들도 많이 돌아왔죠. 사실 신기해요. 꺾여져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그런 리그는 없었거든요. 어디까지 튀어 오를 것인지 기대가 되요. 저도 기대를 해보고 싶거든요.
스타1 다음으로 가장 꾸준히 개최되는 리그가 카트라이더 리그입니다. 그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e스포츠의 가치를 이야기 할 때 스타1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스타1은 신기한 경우고요. 그렇다면 다른 게임의 리그를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머에요. 시청자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게이머죠. 카트라이더는 지금까지도 계속 게이머들이 유입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스타1도 마찬가지지요. 제 조카들을 보면 그래요. 카트라이더를 하다가 스타1 무한맵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새로운 유저들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카트라이더는 국민 게임이죠. 유저들이 카트라이더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게임도 하면서 카트라이더도 같이 하거나 다시 하기도 한단 말이죠. 그것이 카트라이더의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기 쉽고, 그런 것은 나중 이야기죠. 일단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죠. 안 한 분들도 볼 줄 아는 게임인데 해본 분들 자체도 150만이 넘는단 말이죠.
카트라이더 황제 문호준이 이제 어른이 됐어요. 신기합니다.
문호준 선수는 이영호(KT) 같아요. 처음에는 ‘어린 애가 상금 1억이 넘었어’ 이런 반응이 보는 즐거움이었는데요. 지금은 중학생이 되니까 이영호 같은 포스에요. 정말 초사이어인 같아요. 끊임 없이 성장을 합니다. 나이를 먹었으니 다른 생각을 할 때겠죠. 당연히 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호준을 못 잡아서 안달인 수많은 경쟁자들이 혀를 내두르게 하는 기량을 갖고 있어요. 이제는 완벽한 한 명의 프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아버지의 코치 능력도 대단하죠.
김대겸은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어떠십니까?
(김)대겸이도 이제는 나이를 조금 먹었죠. 군대를 가기 전에 해설을 할 때는 어땠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정말 잘했다면 제대 후에 곧바로 캐스팅이 됐겠죠(웃음)? 그런데 14차 리그를 쉬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말해준다고 봅니다(웃음).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난 다음에 보니까 정말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까마득한 후배에게 가서 게임을 배워요. 군대에 가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광경이거든요. 김대겸에게는 제작진이 특별히 요구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14차 리그 때는 그런 부분을 채우지 못했죠. 하지만 15차 리그를 앞두고 정말 하드 트레이닝을 했더라고요. 예전 날카로운 선수 때의 감각, 느낌이 느껴져요. 함께 해설하는 정준 해설위원과도 시너지가 나고 있어요. 이제는 어른이 된 김대겸 해설위원입니다. 철도 들었고요. 군대를 다녀와서 자존심도 좀 상했던 것 같고요.
카트라이더는 정말 빠른 게임입니다. 전체적인 흐름도 빠르고요. 그래서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게임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 포인트를 계산하는 일은 정말 어려워요. 집계를 하는데 실수를 하면 안되고, 시간도 들어요. 누구도 그 시간에 계산을 다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전부터 꾸준히 해왔으니까 그런 포인트 계산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1위 포인트 계산은 어렵지 않아요. 3, 4위, 5, 6위의 포인트 계산이 어렵죠. 어떻게 해야 떨어지고 올라가고 그런 부분을 최대한 빨리 자세하게 계산해서 알려줘야 합니다. 카트라이더는 처음부터 절정으로 달리거든요. 치고 올라가는 그런 분위기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높은 톤으로 계속 중계를 하면 됩니다. 스타1이나 LOL은 그렇게 못하거든요. 초반에는 좀 조용해야 하죠. 그런데 카트라이더는 계속 높은 톤으로 쭉 갈 수 있죠. 중계 스킬은 별로 차이가 없지만 점수 계산은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 전용준이 생각하는 LOL, e스포츠의 새로운 기회.
침체된 e스포츠를 발칵 뒤집어 부흥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게임이 있다. 라이엇 게임즈가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다. e스포츠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라이엇 게임즈는 온게임넷과 손을 잡고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게임넷은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성공시키기 위해 간판이자 최고의 실력자인 전용준 캐스터에게 새로운 임무를 맡겼다.
LOL 인비테이셔널 이야기부터 해보죠. 첫 개막전 때 엄청난 인파가 용산 경기장에 몰렸죠.
예상 못했죠. 정말 못했어요. 사실 그 전부터 소문은 들었어요. 대단한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부산에서 열린 WCG 때도 느꼈고요. 당연히 ‘많이 오시겠구나’라는 생각은 했는데 진짜 상상 이상이었어요. 아이파크몰 7층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요. 그런데 그 날은 정말 대단했어요. 8층에 올라오면서 놀랐는데, 9층에 와서 밖으로 돌아서 들어가려고 했더니 정말 더 많더라고요. 제가 참여한 리그나 방송 중에 그렇게 줄을 많이 섰던 것은 스타1의 경성대 8강 투어 이후로 처음이에요. 광안리 10만은 제외하고요. LOL 인비테이셔널은 진짜 놀랐어요. 놀란 정도로 치면 최고에요. 예상치를 훨씬 뛰어 넘었기 때문입니다. 무한도전 레슬링 때도 줄이 정말 많아서 깜짝 놀랐거든요. 그 때처럼 놀랐어요.
그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무지하게 박살이 날 각오를 하게 됩니다. 그날도 그랬어요. 그날 저희가 잘못한 것이 많습니다. 만약에, 만약에, 혹시나 하는 상황을 모두 대비를 해야 했죠. 그런데 그날은 첫 방송이었고, 첫 리그였는데 어떻게 오시는 분들 숫자를 한정 지어서 발표합니까? 정말 생각하지 못한 규모였습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방송을 시작했는데 사상 처음으로 스탠딩 관람을 하게 됐죠. 스타1 초창기 때 ‘우리가 장충체육관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 ‘생방송을 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논의를 했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런 의미에서 LOL은 스타1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래요. 우리는 눈이 깨였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날 힘들었던 분들 덕분에 우리는 또 개안을 했어요. 모질게 우리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정말 팬심을 얕게 보지 말자’는 다짐을 한 번 더 했습니다.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그날 방송 때는 뒤에서 어떤 분이 ‘우리 앉아서 봅시다’라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아서 봤죠. 아, 그런 상황을 어떻게 상상합니까. 그리고 그렇게 자리가 꽉 차서 못 들어오는 것은 스타1에서도 없었거든요. 10년 넘게 집객으로 다른 종목을 놀라게 했던 스타1이 LOL에 한 방 제대로 맞은 거죠. 한 방 제대로 맞았어요.
성공 할 것 같아요. 성공 하겠죠. 지금도 이미 이 게임은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시작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시청자보다 유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유저 중에 시청자가 나온다고 봅니다. 물론 시청자가 유저가 될 수도 있지만요. 리그의 성공은 게임이 얼마나 대박을 치고, 성공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게임이라면 리그화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인프라나 중계 시스템은 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게임만 잘 되면 우리는 다 잘할 수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지금 정도의 동접(동시 접속자)이면 그 만큼의 리그 성적이 나올 겁니다. 동접이 많아지면 리그의 성적도 더 좋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실 뭐든 모르는 것은 재미가 없어요. 하면 재미있는 게임인데 보면 재미 없다? 이것은 말이 안돼요. 하는 사람은 다 재미가 있습니다. 스타1 생각해보세요. 스타1 사실 얼마나 어려운 게임입니까? 그런데 99년, 2000년 초반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했습니까? 이 게임 못하면 놀기 힘들었죠. 그렇게 많은 분들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리그가 되는 거죠. 다른 스포츠도 그렇겠지만 e스포츠는 특히 게임을 모르면 재미가 없어요. 야구 좋아하시면 야구를 보지 슬러거를 보지 않아요. 그런데 슬러거를 하는 분들은 슬러거를 봐요. 철권도 그렇거든요. 철권이 재미있으니까 철권 대회를 보는 거에요. 그런 면에서 LOL이나 스타2 마찬가지에요.
해본 분들이 리그도 재미있게 보는 겁니다. 해본 분들은 리그가 무지 재미있죠. 해설도 잘 듣죠.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쉽게 리그 중계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동시에 쉽게 하는 중계를 통해서 게임을 한 번 해봐야겠네 라는 생각이 들면 제 입장에서는 성공입니다. 게임 자체는 워낙 잘되기 때문에 리그는 성공할거에요. 다만 제 입장에서의 성공은 의미가 다릅니다. 더 많은 팬들이 이 게임을 저로 인해 새롭게 접하는 것이기 성공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아직 뭔지 모르는 분, 한 게임도 안 해본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분들이 모두 소환사의 협곡에 오셨을 때를 생각해야죠. 눈을 더 떠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우리가 잘해봐야 동접이 얼마나 늘겠습니까? 그런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의 중계를 통해서 게임사가 원하는 것들, 팬들이 원하는 것들, e스포츠 관계자들이 원하는 것들이 있단 말이죠. 그것은 저희가 채워줄 겁니다.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해야 할 일인 것이죠. 이 게임의 동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e스포츠의 역사는 또 새로워질 겁니다. 야외 결승전 한 번 안 해본 게임이 이 정도의 폭발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게임이 엄청난 e스포츠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실 조금 이르지만 e스포츠로는 성공할거에요. 게임 동접이 18만인데요. 거기에 우리는 숟가락 올린 거에요. 18만은 게임사가 만들었잖아요. 이제 이것이 20만, 25만, 50만이 되려면 우리가 잘해야죠. 대회를 더 잘 열고 크게 열고 그래야죠. 다른 종목은 다른 종목대로 가고요. 지금 스타1이 만든 판도 꽤 성공적인 모델인데, 거기에서 또 고정관념을 깨게 만들 게임이 <리그오브레전드>라고 생각합니다. <와우> <아이온>을 못한 것은 우리가 능력이 부족했던 거에요. 지금 이야기를 하면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동접 60만 게임을 중계해보고 싶습니다. 60만까지 동접 올리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싶고요. 제가 있는 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겁니다.
정말 많은 기대감이 느껴집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한 중계 포인트를 잡으셔야겠네요.
꼭 쓰이는 픽, 밴 같은 것들을 익히려고 합니다. 스킬 명도 따로 메모도 하려고 합니다. 다 외우지는 못합니다. 아직은요(웃음). 그런데 몇 가지 잘 쓰이는 용어들을 익히려고 합니다. 스타1과 비교해서도 게임을 많이 전달하려고 하거든요. 계속 쓰일 레퍼토리를 생각을 해야죠. 뻔하게 나오는 것들은 잘 정리해서 외우려고 합니다. 계속 이야기를 할거에요. 스타1도 많이 인용할거고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기나, 이건 어떻게 부르나, 이 플레이는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런 점들도 많이 익히려고 합니다.
중계진의 호흡은 별로 걱정하지 않을 듯 합니다. 엄재경, 김동준 해설위원이 워낙 출중하잖아요.
아, 그럼요. 처음에 온게임넷, MBC게임 조합이 혼합이 됐을 때도 걱정 안 했어요. 오래 한 친구들은 달라요. 게이머 출신들도 막 은퇴한 직후에는 걱정 안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엄재경, 김동준 해설위원과의 중계는 절대로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 예선에는 조합이 정말 다양합니다. 총동원이 될 거에요. 스타1 중계진들은 모두 LOL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 준비를 하지 않아도 미리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승원, 유대현 해설위원 말입니다. 주 7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중계진들이 말입니다. 그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스타1과 달리 리그오브레전드는 글로벌화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팬들과 이야기를 할 때 오프닝, 클로징은 영어로 함께 하게 되겠죠. 지난 상해 때도 경험을 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진경 작가가 정말 고생했습니다(웃음). 지난 상해 때 경험이 있습니다. 통역이 없더라도 계속 문제 없이 두 언어로 오프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어요. 만약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외국으로 가지고 간다면 대회 오프닝은 그렇게 가야죠. 현재 시스템으로는 그렇습니다. 한국의 것을 해외로 가지고 나갔을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지 팬들을 기준으로 중계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현지 중계진들에게 맡겨야죠. 제가 가서 해야 할 역할이 확실히 있을 겁니다. 기본적인 인터뷰, 오프닝, 클로징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할 때가 곧 오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대회는 어떻게 준비를 할거냐. 영어 공부를 준비하죠. (핸드폰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그런 것들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에 나갔을 때, 기회가 왔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지 모르니 준비하는 겁니다. 황형준 본부장도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스타리그 처음 할 때처럼 설레시는 것 같습니다.
그럼요. 어제까지도 새벽 3시까지 소환사의 협곡에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할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 ‘소나’를 합니다. 칼픽해서 하고 그러거든요(웃음).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코디도 궁금해합니다. 아직 LOL 중계 본격적으로 안 하잖아요. 그런데 게임 이야기를 하면 다들 LOL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모두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전용준 캐스터, 그의 미래는?
청산유수 같은 그의 말솜씨를 듣다 보니 인터뷰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됐다. 꽤나 진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무리는 가볍게 하고 싶었다. 뻔한 마무리일지 모르겠으나 정말 궁금한 주제는 전용준 캐스터의 미래와 앞으로의 계획이다. 전용준 캐스터는 “앞으로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말로 계획을 설명했다.
게임 캐스터, 언제까지, 몇 살까지 하고 싶으십니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욕심이 많습니다. 이번에 <리그오브레전드>를 통해 한 번 더 눈을 뜰 겁니다. 10년 후에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항상 대답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대답하겠습니다. 지금을 기준으로 10년 뒤에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제가 경쟁력이 있을 때까지 날 필요로 할 때까지는 계속 할 생각입니다. 아직 저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죠. 동접 60만짜리 게임을 중계해보고 싶고, 더 큰 판을 만들어서 거기서 놀아보고도 싶고요. 그런 것들 다 해보고 싶습니다.
e스포츠 캐스터는 이상하게도 새 얼굴이 나오기가 힘듭니다.
왜 그럴까요. 글쎄요. 저부터도 10년 후의 꿈이 게임 캐스터란 말이죠. 성승헌도 오래됐고, (정)소림 씨도 거의 저랑 비슷하고. 우리 셋의 꿈은 또 마찬가지거든요. 10년 후에 국회의원, 교수를 꿈으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제 기술이 먹히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패턴의 방송들이 나오고 있고,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 방송가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이렇게 계속 하고, 발전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봅니다. 사실 (정)일훈이 형부터 곰TV 해설진, 우리 온게임넷 세 명 모두 다 비슷해요. 그런데 요즘에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얼굴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새로운 얼굴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고 그들이 중심에 서게 될지도 모르죠.
전용준 캐스터에게 게임은 무엇인가?
전용준에서 게임을 빼면 ‘0’입니다. 이 말 외에 어떻게 저를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몇 년생, 누구의 남편, 어떤 대학교 출신, 이런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겠냐는 말이죠. 하지만 게임 속에서 저는 사람들이 딱 누군지 알잖아요. 저를 아는 사람이 몇 백만 정도 되지 않을까요? 게임 캐스터, e스포츠 캐스터로 설명하면 그렇게 된다고 봅니다. 게임을 통해 성격도 나왔고, 술버릇도 나왔고요. 다들 게임을 통해 저를 보십니다. 그게 바로 게임이죠.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에게 복을 많이 줘서 복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제가 경기를 중계하면서 사람들을 슬프게 울린 적이 있나요? 저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드리기 위해서 중계를 합니다. 행복 나눠드리려고 하는 거에요. 제가 행복을 많이 줬으면 어떻게든 저도 복을 받지 않을까요? 복을 많이 받은 사람, 행복을 많이 나눠드린 사람으로 기억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