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G(월드사이버게임즈) 2012 현장에서 벌어질 탱크전쟁의 국가대표가 뽑혔다.
올해 처음 WCG 종목이 된 <월드 오브 탱크>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ROKA가 최종 우승, 국가대표가 됐다. ROKA는 15일 온게임넷을 통해 방송된 한국대표 선발결승에서 프라하돌격대를 3:0으로 압도하며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중국 쿤산에서 열리는 WCG 2012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9월 초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사전녹화로 진행된 선발전 직후 ROKA의 조정흠 선수와 송준협 선수를 만났다. <월드 오브 탱크> 한국대표의 각오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송준협: 취미 삼아 즐겼던 게임이었기에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왔다. 그런데 막상 <월드 오브 탱크> 한국대표가 되니 너무나도 기쁘다.
조정흠: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의 국가대표로 뽑혔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고, 기회를 만들어준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또한 더욱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전업 프로선수가 아니라서 7명이 모여 연습하기 힘들지 않았나?
조정흠: 팀원들 모두 저마다 생업이 있어서 모여서 연습하지 못했다. 정해진 시간에 각자 집에서 접속해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팀스피크’라는 음성 채팅 프로그램으로 서로 조언해주며 작전을 짤 수 있었기 때문에 연습에 문제는 없었다.
송준협: 연습 상대도 부족하지 않았다. 클랜원이 200명을 넘어가서 대항군이 되어 줄 유저는 많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클랜원 중에는 개인사정 때문에 대회에 못 나갈 뿐이지 실력은 선수 못지않은 유저들도 많다. 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실전과 같은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한국대표 선발전은 ROKA가 주로 활동하는 북미 서버가 아닌 동남아 서버를 이용해 진행됐다. 서버 환경이 달라져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조정흠: 확실히 동남아 서버는 북미 서버와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북미 서버는 핑이 200에서 500을 왔다갔다하는데 동남아 서버는 핑이 100 이하로 서버 환경이 굉장히 좋았다.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좋은 환경에서 나쁜 환경으로 옮겨 가면 이전에 할 수 있는 조작을 못하게 되니 적응 시간이 오래 필요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몇 분만 연습해도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습할 때보다 핑이 낮다고 해서 국제 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결승전 첫 세트에서 빠른 경기 운영을 보여줬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조정흠: 전차를 활용하는 방법에는 두꺼운 장갑을 이용한 수비적인 전술과 고속으로 이동하는 기동 전술이 있는데, 우리 팀은 기동 전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빠르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었다.
전차 선택도 빠른 경기 운영에 도움이 됐다. 결승전에서 주로 사용한 전차는 AMX 13 90인데, 클립식 탄창에 6발의 포탄을 미리 장전해서 쏘기 때문에 다른 전차보다 연사력이 좋고 경전차라서 기동력이 우수하다. 덕분에 화력을 집중해서 상대 전차를 하나씩 줄여 나가고, 상대보다 전차 수가 확실하게 많을 때 마무리를 짓는 전술을 쓸 수 있었다.
2세트에서 프라하돌격대가 ROKA와 똑같이 AMX 13 90을 선택했다. 놀라지 않았나?
조정흠: 우리와 작전이 같다고 해서 놀라지는 않았다. AMX 13 90은 파괴력이 있는 전차라서 프라하돌격대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게다가 클랜원들의 도움을 받고 상대팀의 AMX 13 90에 대응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둔 상태였다.
송준협: 자신감도 있었다. AMX 13 90을 이용한 기동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고, 개개인의 AMX 13 90 조종 실력도 좋았기 때문이다.
결승전에서 ROKA의 주력 전차로 활약한 AMX 13 90.
3세트는 1∙2세트와 달리 힘겹게 이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무엇인가?
송준협: 전술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상대팀이 대형을 잡기 전에 밀고들어갈 계획이었는데, 프라하돌격대가 빠르게 대응해서 예상보다 빨리 전투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상대팀 경전차와 자주포 2대의 협공을 받은 우리편 전차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3세트는 전술적으로는 패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술적으로는 패배했다고 했는데 결국 경기는 이겼다.
송준협: 살아남은 선수들이 각자 기량을 최대로 발휘한 덕분이다. 특히 자주포를 맡은 권웅비 선수가 크게 활약해주고, 경전차를 조종하는 선수들이 부지런히 정찰해 자주포 공격을 유도해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조정흠: 우리가 경전차 4대와 자주포 1대를 선택하고 프라하돌격대는 경전차 2대, 자주포 2대, 중전차 1대를 선택한 것도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5대의 전차 중 자주포가 2대나 들어가면 화력은 강해지지만 정찰할 수 있는 전차의 수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자주포가 화력이 좋다고 한들 상대 전차를 찾아내지 못해서 공격할 수 없게 된다.
이번 WCG 한국대표 선발결승전에서는 예선전과 달리 전차 제한 규정이 추가됐다. 규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곤란하지 않았는가?
조정흠: 예선전에서는 개인 제한 없이 팀 전체 42티어 제한, 결승전에서는 개인당 8티어 제한과 팀 전체 42티어 제한 규정에 따라 게임을 해봤는데 재미있었다. 주어진 규정에 따라 다양한 전차 조합과 전술을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떤 규정이 더 좋아 보이는가?
송준협: 한국대표 선발결승전에 적용된 규정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변경 전에는 10티어 전차 3대, 9티어 전차 1대, 1티어 전차 3대를 동원해야 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모두 활약하고 싶어하는데 누군가는 성능이 안 좋은 1티어 전차에 태워야만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1티어 전차를 타는 팀원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반면 결승전에서는 8티어 전차 5대, 1티어 전차 2대를 동원해야 하니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팀원이 제 기량을 뽐낼 수 있다. 그래서 변경된 규정이 더 마음에 든다.
조정흠: 나도 결승전 규정이 마음에 든다. 5티어 경전차와 3티어 자주포를 넣어 1티어 전차를 한 대도 안 쓰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비록 연습이 부족해 그런 전차 조합을 쓸 수는 없었지만….
ROKA: 권웅비, 문선영, 박성준, 송준협, 이경구, 이완선, 조정흠 (가나다 순).
WCG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전차 제한 규정이 또 달라질 텐데 부담되지 않는가?
조정흠: 전차 제한 규정은 부담스럽지 않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했듯이 주어진 규정에 맞는 최상의 전차 조합을 찾아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실력자들과 싸운다는 점은 신경이 쓰인다. 우리나라 유저들과는 성향이 달라서 상대가 어떻게 공격해 올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저들과 해외 유저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
조정흠: 개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 클랜들과 싸우다 보면 국민성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클랜은 한 명, 한 명의 개인기가 뛰어나고 창의적인 행동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이 좋다. 한편 일본 클랜은 조직력이 탄탄하고 신중하며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을 선호한다.
개인기가 뛰어난 만큼 우리나라 유저가 국제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조정흠: 꼭 그렇지는 않다. <월드 오브 탱크>는 개인기보다 조직력이 중요한 게임이다. 아무리 우리편 전차가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상대편에 비해 조직력이 부족하다면 패배하기 마련이다.
송준협: 더군다나 국제대회에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월드 오브 탱크>를 경험해 보고 훨씬 많은 사람들끼리 경쟁해본 나라에서 뽑힌 대표가 참여한다. 러시아 유저들이 대표적인 예인데, 가장 먼저 게임 서비스를 실시한 지역이고, e스포츠 대회도 오래 전부터 있었다. 수많은 실력자 중에서 뽑힌, 대회 경험까지 풍부한 러시아 선수들과 싸운다면 쉽게 승부를 내지 못할 것이다.
들어 보니 WCG 그랜드 파이널은 까다로운 싸움이 될 것 같다. 대비책은 있나?
송준협: WCG 본선에 적용될 0.8.0 버전을 주목하고 있다. 0.8.0 버전부터 물리효과가 도입되면 지금까지는 못 지나갔던 지형도 돌파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낮은 낭떠러지를 넘어갈 수 없었는데 물리효과가 도입되면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게 된다.
덕분에 경험 많은 해외 선수든 경험 적은 우리나라 선수든 0.8.0 버전에 맞춰 새로운 전술을 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데이트에 맞춰 열심히 연습하면 충분히 경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조정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클랜은 이전에 겨뤄본 적이 있으니 경험을 되살려서 대응하려고 한다. 러시아 클랜은 러시아 리그 영상들을 보며 전술을 분석할 계획이다.
끝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각오를 밝혀 달라.
조정흠: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기대를 받았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세계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송준협: 이번 대회를 보고 <월드 오브 탱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다. 한국 유저의 대표가 된 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ROKA는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중국 쿤산에서 열리는
WCG 2012 그랜드 파이널에서 <월드 오브 탱크> 종목 금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