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과 17173, 텐센트가 주최하는 ‘SKL 던전앤파이터 한중대항전’이 지난 6월 8일과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네오플이 후원하며 곰TV가 주관방송사로 참여하는 이번 한중전은 한국과 중국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유저들의 원활한 교류와 e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개발사 네오플에게 이번 대회는 <던파>의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 중요한 행사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중국 게임매체이자 주관사 중 하나인 17173에게 이번 대회는 어떤 의미일까? 17173 글로벌사업부 김유 해외사업 총괄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17173 글로벌사업부 김유 해외사업총괄이사
TIG> 이번 ‘던파 한중전’은 17173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김유: 먼저 한중전은 중국 쪽 입장에서는 ‘중한대항전’이라고 부른다.
중국도 점점 게임시장에서 e스포츠의 의미와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아직은 수익을 올리기보다 기반을 다지기 위해 투자하는 단계다. 그래서 많은 e스포츠 주최사들은 자신의 플랫폼과 브랜드를 알리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초반에 이 브랜드가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 주면 지속적으로 유저를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던파 한중대항전’에 중국 대표선수 4명과 한국 대표선수 4명이 참가했다.
TIG> 많은 글로벌 리그가 있을 텐데 한중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에서 e스포츠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중국 유저들은 곰TV나 온게임넷 등 한국 e스포츠를 많이 봤다. 한국 선수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그들이 얼마나 게임을 잘하는지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맞붙는다는 의미인 ‘한중대항전’이라는 명칭 자체가 갖는 의미가 크다. 선수의 실력, 경기 진행 방식, 인프라 등 모든 부분에서 퀄리티가 가장 높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에 네오플과 텐센트 등 주요 업체가 참여한 것도 그런 의미가 있다.
우리도 ‘한중대항전’이라는 브랜드를 확고히 하고자 중국과 한국의 최고 레벨의 선수가 모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예선전을 거쳐 한국대표를 선발하고 중국도 전국 16개 도시에서 대규모 선발전을 진행해 가장 잘하는 선수를 뽑았다.
중국은 올림픽을 하면 미국과 경쟁하고, 경제는 일본과 주로 비교한다. 하지만 축구나 양궁 등 스포츠 부문은 한국과의 경쟁이 가장 이슈가 된다. 이 점도 ‘한중대항전’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곰TV 강남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한국 대표선수 선발전 현장 모습.
TIG> 이번 한중전의 종목을 <던파>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에서는 <크로스파이어> <도타 2>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던전앤파이터>가 e스포츠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인기도 매우 높다.
<LOL>은 한국과 중국 외에도 워낙 다양한 국가에 잘하는 유저가 많아서 최강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어려웠다. <크로스파이어>나 <도타 2>는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가 진행 중이지 않기 때문에 유저풀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중 <던전앤파이터>는 ‘한중대항전’에 가장 적합한 게임이었다.
‘던파 한중대항전’이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외부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추후 이를 어떻게 더 알리고 지속적으로 진행하는지가 중요하다. 종목을 <던파>로만 진행할 생각은 아니다. 앞으로 다양한 종목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는 <도타 2>가 한국에도 나오는 만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도타 2>도 한중전이 가능할 것 같다.
TIG> 17173 입장에서 글로벌 리그는 처음 개최하는 것인가?
아니다. 글로벌 <도타 2> 리그인 ‘G-1 리그’를 트위치TV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무료지만 북미나 유럽은 1인당 8 달러 정도를 내야 볼 수 있는 유료 콘텐츠인데 제법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17173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대회 G-1 리그.
TIG> ‘던파 한중전’에 대한 중국 내 분위기는 어떤가?
<던파>는 중국에서 인기순위 2~3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정식으로 개발사(네오플) 및 한국매체(디스이즈게임, 곰TV)와 계약하고 검증된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단순히 유저들의 인기만 높은 게 아니라 다른 e스포츠 플랫폼과 매체, 게임업체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결선 무대. 많은 관람객이 현장을 찾아왔다.
TIG> 이번 한중전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
공식적으로 네오플이나 디스이즈게임, 곰TV 등 한국업체와 함께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한국 선수만 초청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우리가 노하우가 없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리스크 판단이 안 섰다. 그래서 변경 사항이 많았다. 중간에서 조율하는 사람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고 많이 지체되기도 했다.
발생한 문제 중 80%는 우리 잘못으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원도 부족했고 일정도 넉넉하지 않아서 오류가 많았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하려던 일이 피동적으로 진행되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거나 계속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또, 경기 결과도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뽑기 위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TIG>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올해는 이번 <던파> 대회를 포함해 ‘한중대항전’을 2번 정도 열고 싶다. 다시 <던파>를 할지 아니면 <LOL>을 할지, 또는 <도타 2>를 할지, 종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의 반응을 토대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한중전’ 브랜드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히고자 하는 생각은 확고하다. 다른 매체나 업체가 어떻게 e스포츠를 진행하는지도 확인하면서 발전시키고 싶다.
이번 ‘던파 한중대항전’에서는 한국 선수가 1위와 2위를, 중국 선수가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