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부분유료화로 전환한 <테라>가 ‘첫 고비’를 넘겼다. 유저는 눈에 띄게 늘어났고, 그동안 쌓은 콘텐츠와 변화도 인정받았다. 유저 이탈도, 유입도 많은 일상적인 부분유료 게임의 모양새다.
그런데 유저가 몰리면서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문제들이 생겼다. 새롭게 혹은 오랜만에 <테라>를 찾은 유저들에게 게임이 너무 어려웠고, 기존 유저와의 격차도 심했다. 소위 말하는 ‘면접’도 심해졌다. 개발팀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테라>의 여름 업데이트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아이템의 입수경로를 다양화하고, 1인부터 3인, 7인까지의 던전을 추가했다. 던전의 구성도 단순히 치고받는 액션에서 벗어나 많은 장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공들인 이벤트까지 겹쳐 마치 놀이동산 같은 구성을 만들겠다는 게 개발팀의 생각이다.
부분유료화 전환에 성공한 <테라>의 두 번째 도전은 무엇인지 김낙형 팀장과 정황 과장, 이세훈 대리에게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부분유료 정착과 새로운 문제의 시작
지난 1월 10일 부분유료화 이후 <테라> 유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동시접속자만 5배, 신규 유저는 10배 가량 늘어났다. 1년 넘게 쌓은 콘텐츠와 부분유료화에 대비한 대대적인 업데이트 덕분에 평가도 좋았다.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저녁 시간에는 5개 서버가 모두 혼잡한 상황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성공적인 부분유료 전환이다.
덕분에 개발을 총괄하는 김낙형 팀장도 얼굴이 폈다. “큰 짐을 벗은 느낌이에요.” 부분유료화 전환 후 5개월 만에 만난 김 팀장의 소감이다.
그런데 신규 유저들이 최고 레벨에 도달한 후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2년 넘게 <테라>에 단련된 유저들을 위해 준비한 던전은 신규 유저에게는 너무 어려웠고, 차근차근 모든 던전을 공략하기에는 지금까지 쌓인 던전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기존 유저 입장에서는 공략도, 캐릭터 이해도도, 아이템 등급도 낮은 신규 유저가 ‘파티원으로’ 달갑지 않았다. 결국 던전에 입장하기 전부터 파티원의 컨트롤과 아이템을 따지는 이른바 ‘면접’이 강화됐고, 유저 사이에 일종의 ‘층’이 나뉘기 시작했다.
새롭게 추가되는 ‘고대의 지하수로’의 모습.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김낙형 팀장(이하 김): 부분유료 전환 이후 유저들의 유입과 이탈이 활발해졌다. 그만큼 작은 이슈 하나하나에 민감한 게임이 되더라. 왜, 그런 게임 있지 않나? 어떤 콘텐츠가 추가된다는 소리가 들리면 우르르 사람이 몰려오고, 또 슬슬 빠지다가 뭐 하나 나오면 다시 구경하러 들어오고.
전형적인 부분유료 게임들처럼?
김: 맞다. 우리도 그렇게 됐다.(웃음) 그 덕분에 부분유료 게임이면 시즌에 맞춰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매달 업데이트에만 치중하지 말고, 콘텐츠를 조금 몰아서 방학 동안 즐길 수 있는 분량을 준비해 보자’는 생각에 묶어서 냈다.
업데이트는 오는 7월 8일 진행된다. 3인과 5인, 7인, 10인의 4개 신규 던전이 등장하고, 태양의 축제라는 미니게임 모음도 생기고, (새로운) 수영복도 나오고. 새로운 방어구와 무기도 나오고. 아무튼 즐길 거리가 많다.
부분유료화 초반에 동접만 5배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김: 그 이후로 4월과 5월에 ‘포화의 전장’ 정도를 제외하면 큰 업데이트가 없었으니까. 솔직히 그때보다 약간 내려간 상태다.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나왔고.
어떤 문제인가?
김: 최고 레벨 이후의 인스턴스 던전 진입이다. 일단 한 번 진입한 유저는 기존 유저들의 커뮤니티에 편입해서 계속 게임을 즐기는데, 그렇지 못한 유저는 거기서 끝나게 되더라. 우리 게임 재미의 핵심은 던전에 있는데. 이게 진입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다. 솔직히 2년 간 단련된 유저를 위한 것이니까.
결국 신규 유저는 멜디티아 던전에 한 번 가 보고, 최종 보스인 샨드라는 구경도 못하고 게임을 접어 버리고… 그런 현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번에 업데이트를 만들면서도 이런 유저들을 배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에 하던 유저도 일단 사람이 많아야 재미있는 걸 아니까,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는 게 과제였다.
이세훈 대리(이하 이): <테라>는 MMORPG인데 액션도 표방한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그냥 잘할 수 있는 유저가 있는 반면, 노력은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못 가는 유저도 있다. 반면 차곡차곡 성장하는 유저도 있고…. 그럼 자신의 벽을 넘기 어려운 유저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런 차원에서 조금 더 콘텐츠의 폭을 넓히자고 결심했다.
가장 최근 업데이트인 포화의 전장.
이번 여름 업데이트에 등장할 ‘태양의 축제’ 이벤트의 <수박깨기> 미니게임.
■ 고객분석에 집중. 1인, 3인, 7인 던전의 추가
블루홀 스튜디오는 유저들의 플레이 데이터 분석부터 시작했다. 부분유료 전환 이후 들어온 신규 유저 중 상당수가 최고 레벨까지는 도달했다. 다행스러운 점이다. 그런데 최고 레벨 이후에는 플레이 데이터가 확 나뉘었다.
뛰어난 컨트롤을 앞세워 어려운 던전도 쉽게 적응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도전은 하고 싶지만 파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유저도, 컨트롤 혹은 아이템에 부담을 느껴 아예 던전을 기피하는 유저도 있었다. 개발팀은 파티 모집의 어려움과 난이도, 두 가지를 큰 문제로 인식했다.
<테라>의 이번 여름 업데이트에는 이런 개발팀의 고민이 담겨 있다. 파티 모집의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기존의 5인 던전과 10인 레이드 외에 1인과 3인, 7인 던전을 추가했고,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NPC와 함께 싸우는 새로운 전투방식도 도입했다.
업데이트 방향성 고민 같다.
김: 맞다. 게임의 큰 방향성에서 부분유료화 이후 계속 고민했다. 많은 유저가 새롭게 <테라>를 시작했는데 플레이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최고 레벨을 찍고 던전에 진입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유저가 많다. 결국 던전을 만들면서도 어떤 유저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특정 계층만을 위한 요소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런저런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게 중요했다. 근데 이제 걸음마 단계다.(웃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제일 큰 문제가 파티 모집과 난이도 아닌가?
이: 그래서 개념을 바꿨다. 라이트한 던전과 어려운 던전, 컨트롤과 장비에 따라 진입할 수 있는 던전을 아예 구분했다. 특히 파티 모집과 난이도, 두 가지 문제 극복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게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1인과 3인, 7인 던전이다.
먼저 7인 던전인 ‘거인의 숲’과 3인 던전인 ‘고대의 지하수로’는 파티 모집이 쉽지 않은 딜러들을 위한 던전이다. 거인의 숲은 탱커나 힐러 등의 역할 구분 없이 성벽에 다가오는 돌거인을 최대한 저지하며 성벽이 부숴지기 전에 쓰러트리는 게 목표다.
대포나 드릴 작동 장치로 거인의 진격을 방해하고, 큰 피해를 입히는 등 각종 환경 오브젝트가 배치돼 있고, 파티 구성의 중요성이 낮아서 직업과 상관없이 쉽게 파티를 맺고 던전에 도전할 수 있다.
숲의 거인 던전. 성벽에 도착한 거인이 벽을 부수기 전에 멈춰야 한다.
그럼 3인 던전은?
이: 고대의 지하수로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여기서는 일단 파티를 구성한 후 남는 직업을 NPC로 채워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힐러와 탱커, 딜러 등 어떤 직업이 부족해도 무리가 없는 구조다.
사실 <테라>는 파티플레이를 지향하는 게임이었는데 파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여기에 면접도 있고. 비숙련자는 기피하고. 이런 걸 원활히 해보자는 게 3인과 7인 던전이다. 특별히 직업을 고른다기 보다 아무나 대충 만들어서 진행해도 되는 던전인 셈이다.
어딘가 유명 애니메이션의 냄새가 난다.
이: 인정한다. 솔직히 지난해부터 만화책에서 영감을 얻은 던전인데 업데이트할 시기가 되니 애니메이션까지 뜨더라. 덕분에 애니메이션에 크게 고맙다. 홍보가 돼서.(웃음)
그럼 5인 던전과 10인 던전에는 변화가 없나?
이: 있다. 기존 던전에 비해 난이도와 진행방식을 바꿨다. 일단 5인 던전은 기존처럼 어렵지 않다. 동선은 간단하고 플레이 패턴도 쉽다. 한 번도 진행하지 않더라도 무난한, 라이트한 유저들을 위한 던전이다.
보스와의 전투에 집중했던 10인 레이드는 그 과정에 재미를 넣기 위해 노력했다. 파티원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하며 전투를 벌이고, 특정 패턴은 퍼즐처럼 풀어서 피해야 하고, 움직이는 돌다리를 타이밍에 맞춰 지나가거나, 굴러오는 돌을 부숴 버프를 받는 등 전반적으로 놀이동산 같은 방식을 택했다.
정황 과장(이하 정): 이 밖에도 아이템 획득 경로를 다양화했다. 던전에 가지 않고도 퀘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출 수 있고, 신규 유저가 최고 레벨에 도달한 후 기존 유저와의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던전의 동선도 간략하게 바꿨다. 발더의 신전은 아예 쉽게 클리어하라고 1인 던전 모드도 추가했다.
기존에는 최고 장비를 최고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 부분도 자기 수준에 맞는 루트를 통해 아이템을 얻는 방식으로 바꿨다. 자연스럽게 던전을 따라갈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정말 그게 어렵다면 하위 던전 깨기를 반복해서라도 장비를 맞출 길을 열어주는 구조다.
10인 레이드인 ‘마법사의 요새’의 모습. 기존 레이드와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테라>가 더 쉬워진다는 뜻인가?
김: 그건 아니다. 이번 업데이트가 라이트한 유저를 많이 고려했고, 비숙련자가 점점 게임 플레이에 능숙해지도록 기획한 건 맞다. 하지만 그걸 강요하진 않을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길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다.
<테라>의 쫄깃한 전투를 좋아하는 기존 유저들도 있으니 그 부분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다. 당분간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이 섞인 구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고 레벨 상승도 없는데, 새로운 시도를 위한 업데이트로 보면 되나?
김: 산드라 스토리를 마무리 지은 후, 다음 스토리를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너무 칙칙한 던전만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밝은 것 좀 만들고 싶었다.(웃음) 일종의 번외편 정도로 생각해 달라. 메인 스토리는 이번 업데이트와 병행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아룬 북부에서 새로운 스토리와 적이 등장할 예정이다. 다시 이슈를 모으기 적절한 시기에 등장할 것이다.
겨울방학 같은?
김: 그건 말해줄 수 없다.(웃음)
신규 던전 ‘붉은 해적단의 함정’은 쏟아지는 적이 특징이다.
■ 절반의 실패로 끝난 연맹, 끝나지 않는 커뮤니티의 고민
커뮤니티 활성화는 <테라>의 끝나지 않는 ‘숙원사업’이다. <테라>는 커뮤니티가 부족하다. 길드 간의 전쟁과 정치는 ‘하는 유저만 하는’ 콘텐츠가 된 지 오래고, 다수의 유저가 모여서 즐길 만한 콘텐츠도 없다. <테라>가 많은 던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부족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최근 연맹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연맹 역시 일부 유저만 참가했고, 대부분의 유저는 연맹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며 1인 던전인 훈련소만 즐기기에 급급했다.
김낙형 팀장은 <테라>만의 커뮤니티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존 MMORPG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하던 방식은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 게다가 액션이 섞인, 그래서 유저층도 다른 <테라>에는 <테라>만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반응이 부족했던 연맹 업데이트, 예상보다 호평을 받고 있는 포화의 전장. 두 가지 업데이트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조금 쓴 이야기도 해 보자. 연맹 업데이트를 했는데 커뮤니티 활성화는 여전히 어렵다.
김: 어려운 질문이다. 솔직히 우리의 역량 부족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추구한 방향이 계속 던전을 쌓아 올리는 방향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유저들의 소비속도를 못 따라가는 시점이 오더라. 그때 커뮤니티를 강화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결과 도입한 게 연맹이었다.
우리가 제일 역량부족이라 느낀 게 연맹 역시 결국 ‘그들만의 리그’가 된 부분이었다. 길드 규모가 아닌 더 확대된 규모. 집정관의 정치활동 등에 연계되면서 많은 유저가 소속감을 느끼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그런 모양새를 바란 건데 연결고리를 완성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결국 정예연맹원만 열심히 하는 콘텐츠가 됐다. 더 많은 유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그래도 여전히 커뮤니티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 아닌가?
김: MMORPG에서 커뮤니티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역량을 키워서, 더 좋은 콘텐츠로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어떻게 보면 연맹은 기존 성공한 게임들의 방법을 카피하려던 시도였다. 그리고 연맹을 서비스하면서 느낀 건 ‘지금 상황이 많이 변했구나. 예전에 성공했던 방식들이 <테라>에서는 통하지 않는구나’였다.
물론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연맹 업데이트 덕분에 파티플레이의 큰 문제점을 찾았다. 연맹에서 즐기는 콘텐츠 중에 혼자서 즐기는 훈련소가 있다. 근데 유저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서 훈련소에 몰입하더라. 함께 하라고 만든 건 안 하고.
덕분에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파티를 맺는 게 이렇게 스트레스였구나’를 확실히 느꼈다. 이번 업데이트 방향성을 정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고, 1인 던전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반면 포화의 전장은 인기가 좋다.
김: 약간의 딜레마인데 MMORPG니까 장비 차이가 나야한다고 생각한 개발자가 있고, 모두 평등하게 만들어 주자는 개발자도 있었다. 포화의 전장은 후자를 택한 셈인데, 확실히 PvP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요소가 된 듯하다.
공성과 수성으로 나뉘어 다양한 공성무기까지 이용해 싸우는 방식인데, 자연스럽게 느끼는 재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 부분이다. 앞으로 다른 전장이 나오더라도 하드코어한 느낌보다는 쉽게 참가해서 누구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앞으로 <테라>의 커뮤니티는 어떻게 꾸려 나갈 생각인가?
김: 일단 쉽게 생각했던 부분인데, 강한 목적만 있으면 커뮤니티가 쉽게 생길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길도 잘 닦아 줘야 하더라. 예를 들어 훈련소는 보상 아이템만 노린 공간이 됐고, 연맹 간의 전투가 벌어지는 주둔지 공방은 별로 전략적이지도 않고, 랙만 심한 공간이 됐다.
반면 앞서 말한 것처럼 포화의 전장은 유저의 참가 조건을 맞추고, 각각 어떤 플레이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줄지를 고민했더니 큰 호응을 얻었다. 진입장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앞으로 포화의 전장처럼 강제로 유저를 밀어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참가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중이다. 주둔지 공방도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지난 1월 업데이트된 연맹.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 포화의 전장은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 부분유료화에 맞는 새로운 <테라>를 위해
<테라> 개발팀이 부분유료화 이후 느낀 또 하나는 ‘배려’다. 정액제 당시의 <테라> 유저는 대부분 액션을 좋아하는 유저들이었다. 유저들의 관심은 자연히 던전과 전투에 집중됐고, 개발팀도 그쪽에만 집중하면 됐다.
반면 부분유료화 이후에는 각양각색의 유저가 모인다. 컨트롤도, 관심사도,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모두 다르다. 그만큼 전투만이 아닌 다양한 부분에서 재미를 줘야 한다. 매번 꾸준히 등장하는 코스튬도, 여름 업데이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태양의 축제 이벤트도 다양한 재미를 위한 요소들이다. 진입장벽이 낮고, 개발팀에서 관심을 쏟을수록 유저 반응도 좋다. 당연한 진리다.
이와 동시에 액션을 좋아하는 기존 유저도 잡아야 한다. <테라>의 남은 과제다.
새로운 시도가 많다.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뜻인데?
김: 라이트 유저와 하드코어 유저를 모두 붙잡아야 하니까. 부분유료화 이전에는 사실 대다수가 하드코어 유저였고, 전투와 던전만 잘 만들면 됐다. 그런데 이제는 코스튬을 입히러 오거나 드문드문 이벤트를 확인하러 오는 유저도 상당수다. 그만큼 여기저기 맞출 부분이 많아졌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대표적으로 시도한 부분도 고객군을 나눈 거다. 유저층에 따라 플레이 패턴은 이렇고, 이런 걸 잘하고, 이런 건 못하더라. MMORPG 답게 다양한 유저가 모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하는데 여기서 누구나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많았을 테니까 그런 부분을 시도하는 셈이다. 그동안은 던전을 탑처럼 쌓아 올렸는데 이 탑이 너무 높으니까 신규 유저는 올라가는 걸 포기한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도 만들고, 계단도 놓고, 그런 느낌이다.
대대적으로 준비한다는 이벤트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나?
김: 지난해 진행했던 할로윈 이벤트 반응이 좋았다. 사실 그전에 그렇게까지 신경 쓴 이벤트가 없었다. 기껏해야 몬스터나 잡고, 그게 전부였다. 던전이 그만큼 급했던 시기기도 했고. 그런데 모처럼 개발력을 투자해서 만들어 보니까 정말 많은 유저가 참가하는 걸 보고 놀랐다. 한정으로 제공하는 아이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름의 느낌을 살려서 해변가에 아예 미니게임장을 만들었다. <수박 깨기> <물 대포 쏴서 맞추기> <축제 방해하기> 등 다양한 미니게임들이 등장할 것이다. 계속하면 지겹지만 가볍게 즐기고 놀기에는 제격인 그런 콘텐츠다. 보상으로는 양탄자 탈것이 제공될 거다.
태양의 축제에 포함되는 <모래성 쌓기>(위)와 뱀잡기 미니게임(아래).
여름은 길다. 벌써부터 업데이트해서 버틸 수 있겠나?
김: 축제가 한 번에 다 열리는 게 아니라. 기간을 두고 하나씩 열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다 하면 양탄자가 나오고. 던전도 열심히 달리는 유저와 천천히 하는 유저가 있으니까 라이브 대응을 하면서 새로운 이벤트를 하고 매달 이슈가 끊이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새로운 코스튬이나 탈것을 내는 것도 할 거리를 제공하는 요소가 되더라. 교복을 얻기 위한 노력이나 교복 얻고 서로 커뮤니티를 통해 자랑하는 걸 보면, 이런 점도 <테라>의 새로운 할 거리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근데 그 교복 아동청소년 보호법 이야기가 많았다.
김: 진지하게 고민 많이 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까지 했을 정도니까. 물론 문제는 없었다.(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수영복이고?
김: 수영복이 생각보다 엄청 어려운 부분이다. 디자인의 폭이 넓지 않고, 지난해에 디자인적으로 너무 완성도가 높은 옷을 내서 올해는 정말 힘들었다. 아트팀에서 별별 자료를 다 찾아봤고, 하도 완성도 이야기를 하니까 막 화까지 내더라. 얼마나 더 만들라는 거냐고.
일단 디자인만으로도 유저들이 즐겁게 ‘지름신’을 맞이할 수 있도록 구현했고, 올해는 기능도 몇 가지 추가했다. 일부 수영복은 염색이 가능하고, 엘린의 수영복에는 이름표에 자신이 원하는 이름도 쓸 수 있다. ‘철컹철컹’ 같은(…) 아무튼 신기능이다.
기존 유저를 위한 부분이 약해 보인다. 아쉽지 않을까?
김: 얼마나 중요한 유저들인데 위하지 않겠나. 사실 게임의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게 하드코어 유저들이다. 다만 MMORPG는 결국 사람이 많아야 재미있다. 기존 유저들 역시 새로운 유저들과 어울려야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고.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는 새로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기존 유저들의 커뮤니티에 유입될 수 있는 기회로 봐주길 바란다. 이렇게 유저들을 한데 어우른 이후에는 다시 <테라>의 골수 팬들을 위한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이다. 이미 메인 스토리를 비롯해 개발 중이다.
민감해하는 아이템 부분도 개선 중인데 ‘파멸의 마수’와 ‘아르곤 업데이트 파트 1’에서 느낀 건 새로운 장비가 너무 빠르게 업데이트되면 기존 유저가 허탈감을 느끼고 게임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부터는 기존 아이템이 한 번에 무가치해지는 상황을 막으려 노력했다.
이번에 추가된 최고급 무기인 ‘빛나는 철기장’ 시리즈도 기존 철기장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업데이트로 인한 가치변동의 충격을 완화한다고나 할까. 앞서 말한 신규 유저를 위한 업데이트에는 조금 반대되지만 기존 유저들에게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 사로잡기 위해 노력할 테니 어여삐 봐주셨으면 한다. 진심이다.
엘린의 교복의상. 많은 화제가 됐다.
태양의 축제에 등장하는 <피의 축제장 방해하기> 미니게임.
3인 던전 ‘고대의 지하수로’의 모습.
10인 레이드 던전 ‘마법사의 요새’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