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안드로메다 게임즈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2012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게임을 통한 수익’을 처음 발표하던 자리였다. 당시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을 선언했고, 대표주자로 <애니팡>과 <퍼즐주주> 그리고 안드로메다 게임즈에서 개발한 <그냥! 사천성>을 내세웠다.
많고 많은 사천성 중 <그냥! 사천성>이 카카오톡의 대표주자로 뽑혔다는 것도 인상 깊었지만 정작 기자의 관심을 끈 건 ‘안드로메다’ 게임즈라는 이름이었다.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개발사라는 걸까? 아니면 지구에서 보낸 개념이 충만한 안드로메다처럼 개념이 가득 찬 게임을 만들겠다는 걸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약 1년 뒤. 안드로메다 게임즈에서 신작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작의 이름은 <학교종이 땡땡땡> 그리고 <고양이 행성의 침공>. 두말없이 취재에 나섰다. 직접 찾아간 안드로메다 게임즈는 생각만큼(?) 수상한 곳은 아니었다.
<마에스티아 온라인>을 개발하던 알오씨워크스에서 이름을 바꾼 5년 차 개발사였고, 개명 후 첫 작품인 <학교종이 땡땡땡>도 눈이 돌아갈 만큼 독특한 게임은 아니었다. 다만 차기작 <고양이 행성의 침공>과 <배들스워드>를 시작으로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기발한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만큼은 확실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안드로메다 게임즈 서양민 대표
■ 모바일게임에 새 둥지를 튼 5년차 개발사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카카오 간담회에서도 이름이 눈에 띄더라.
신생회사는 아니고, 최근에 이름을 바꿨다. 2008년에 알오씨워크스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제 5년 반 정도 됐고. 원래는 <마에스티아>를 비롯해서 2개의 MMORPG를 개발했다. 그러다가 2011년에 모바일게임도 한 번 해보자고 사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지난해까지 다운로드 200만을 넘는 타이틀이 3개나 생겼다.
마침 출시한 MMORPG 국내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고, 시장도 모바일 위주로 바뀌는 걸 보고 아예 회사명까지 바꾸면서 모바일게임에 전념하자고 생각했다. 당분간….
말 끝의 당분간이 의미심장하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니까. 스마트폰은 어디까지나 폰이잖나? 플랫폼이 크게 팽창하긴 했지만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일 수도 있다. 솔직히 나만 해도 여전히 PC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싶고, 개발자들도 그렇다. 특별히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이런 거 없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플랫폼은 잠시여도 게임은 영원하니까. 굳이 어떤 플랫폼에서 게임을 만들 것인지 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력상황은 어떤가?
지금 7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10명 정도가 온라인게임의 유지 작업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모바일에 포커스를 맞추는 중이다.
인력 자체는 전환배치를 많이 했다. 플랫폼 이야기처럼 모바일과 온라인의 속성 자체가 다르지는 않다고 본다. 패키지 만들던 사람들이 PC온라인게임을 만든 것처럼. 온라인게임 만들던 사람들도 충분히 모바일 게임 개발에 적응할 수 있다고 봤다.
26일 카카오톡을 통해 출시한 <학교종이 땡땡땡>
인원이 적지 않다. 준비 중인 라인업도 꽤 있을 듯하다?
캐주얼게임 라인업이 3개, 미드코어게임 라인업이 2개. 총 5개의 모바일게임 라인업이 개발 중이다. 여기에 2~3명 정도가 만드는 프로토타입 단계의 게임이 2개 있다. 예전에는 게임 하나를 만들려면 3~4개월 정도 개발하면 됐는데, 지금은 이벤트부터 소셜기능까지 신경 쓸 게 워낙 많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덕분에 예정보다는 개발도 많이 더뎌지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도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쉽게 성공할 시장은 아닌데?
맞다. 기본적으로 성공경험이 있던 것들은 라이트한 게임들이다 <그냥! 사천성>만 해도 처음 출시하면서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결국 우리가 모바일게임을 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캐주얼게임에만 매달릴 생각은 없다.
시장이 그런 게임만 만들어서 될 건 아니니까. 원래 MMORPG 만들던 곳이기에 라인업은 RPG부터 스포츠, 캐주얼 등 다양하다. 일단은 회사 이름처럼 좀 기발하면서 재미난 게임들을 만들자가 목표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 개발 중인 RPG <배틀스워드>
■ <학교종이 땡땡땡>은 소셜에 집중한 런게임
첫 타이틀부터 이야기해보자. 모바일 전환 1년만에 <학교종이 땡땡땡>을 내놓았다.
일단 학교를 배경으로 한 런게임이다. 그리고 소셜기능을 대폭 강조했다. 사실 애들한테 이런 걸 권하는 게 맞는 건가하는 이상한 기분도 드는데(웃음), 앞에 등장하는 NPC 친구를 밟고, 낙오시키고, 좌충우돌해 나가면서 달리기에서 1등을 하는 게 목표다.
기본 시스템은 런게임과 비슷하지만, NPC가 장애물로 등장하고, 머리를 밟거나 다리를 걸어서 물리치며 나갈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내부에서는 기차놀이라고 부르는데, 타이밍만 잘 맞추면 친구의 머리를 밟고, 탄력을 이용해 다시 다음 친구의 머리를 밟으며 ‘통통통통’ 머리를 밟아나갈 수 있다. 단순히 피하고 달리는 것보다는 밟고 쓰러트리며 쾌감을 느끼는 런게임 정도로 봐달라.
뭔가 블랙코미디 같다. 배경은 학교인데 친구를 밟고 쓰러트리고 넘어간다니…
안 그래도 오늘 딸을 학교에 보내면서 게임에 대한 반응을 물어봤는데, 요즘 한창 즐기는 <쿠X런>보다 재미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기쁜 마음에 어느 부분이 재미있느냐고 물어보려는데 정작 친구를 밟으니까 재미있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고민이 되더라. 현실적이라고는 생각하는데 대놓고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웃음).
<쿠X런>보다 재미있다는 말을 딸에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떻든가?
처음 든 생각은 얘가 뭘 사달라고 하려나(웃음). 애들이 보는 시각이 굉장히 깔끔하다. 한창 <쿠X런>을 즐기는 딸과 이야기할 때 왜 재미있느냐고 물었더니 ‘얘는 쿠키잖아’란다. 정말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한테는 그게 단지 쿠기라는 것 차제가 재미난 소재인 거다.
결국 <학교종이 땡땡땡>도 몇 번을 고치고 나서야 테스터들이 학교라는 콘셉트를 받아들여 주더라. 아이들부터 그걸 받아들여 준다면 확실히 먹힐 것으로 생각했다.
<학교종이 땡땡땡>의 캐릭터. 학교마다 한 명씩은 꼭 있는 학생회장과 레포츠맨을 표현했다.
소셜기능을 강조했다는데, 런게임에서 소셜이면 하트 보내기 말고 또 있나?
일단 학교를 소재로 한 시스템들이 들어간다. 게임 시작 후에 자신의 출신학교를 적으면 매주 학교별로 점수를 내고 순위를 매긴다. 학교가 속한 지역별로 열리는 지역대항 매치, 지역별 우승팀이 겨루는 전국대항매치가 차례로 열릴 것이다.
단순히 달리기만 잘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특정학교를 지목해서 달리기 결과만큼 점수를 깎는 ‘공격’도 가능해서 언제 어느 학교를 공격하고, 어느 타이밍에 점수 올리기에 박차를 가할 것인지 나름대로의 ‘전략’도 필요하다.
잠깐 플레이해보니까 친구 등록된 NPC들도 보이던데?
해당 학교에 등록된 유저를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특정 학교를 지목하고 달리다 보면 그 학교에 등록된 유저가 랜덤하게 NPC로 등장한다. 당연히 예쁜 여성이 많은 고등학교를 공격하면 여학생의 사진이 자주 보일 거고, 달리기가 끝난 후에는 미리 정해진 메시지를 보내거나 하트를 날릴 수도 있다. 개발팀에서 크게 기대하는 부분이다(웃음).
출시 후에는 ‘내가 스친 그녀’ 같은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다만 메시지를 무작정 보내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큰 만큼 미리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만들 생각이다. 게임 자체가 지역 기반 경쟁을 위주로 하다 보니 잘만 된다면 재학생들 사이에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교를 등록하고 점수를 올리거나 반대로 다른 학교의 점수를 낮출 수 있다. 달리기 도중에 만난 그와 그녀는 게임 종료 후 표시된다.
■ <고양이 행성의 침공>과 <배틀스워드>. 독특함을 기대해달라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출시한 게임들은 기발함과는 아직 거리가 좀 있다.
맞는 말이다. 사천성이 인기를 끌었고, 회사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런으로 출발했으니까. 시작 자체가 빨리 만들 수 있는 걸 해보자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3~4월 출시를 시작하고 만들었는데 확실히 생각보다 많이 늦어지더라. 일단 <학교종이 땡땡땡>까지는 기발함보다는 ‘빨리 잘 만들어 보자’에 가까운 타이틀이다.
이후 <고양이 행성의 침공>부터 이나. 그 뒤에 나올 캐주얼 라인이 하나 더 있는데 그때부터는 기발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RPG인 <배틀스워드>도 불편한 조작부분을 없애고 대신 터치를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배틀스워드는) 확실히 해외를 겨냥한 타이틀로 보인다.
맞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한국에서 지난해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던 게임이다. 그때쯤 나오면 한국에서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출시가 너무 늦어지다 보니까 이건 글로벌로 생각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해외시장에 맞춰서 포장을 새롭게 하는 중이다.
들어보니 다들 개발이 늦어졌다?
작년까지 모바일게임 시장은 '퀵앤더티'였다. 즉, 빠르게 나와서 좀 부족해도 유저들이 받아주는 시장. 근데 지금은 더티가 안 된다. 대충 만들어서는 유저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다. 카카오톡에 워낙 많은 게임이 나오다 보니 퀄리티 낮은 건 아예 관심도 못 받는다.
그렇다고 카카오톡을 떠나기엔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카카오톡이 아니면 안 되는 시장이 돼버렸다. 결국, 카카오톡을 통과하려면 기본적으로 완성도도 있어야 하고. 그래픽도 받쳐줘야 한다. 여기서 몇 번 떨어지다 보니 시간도 길어지고 개발기간도 늘어났다.
이게 우리 힘으로 100% 하는 게임이면 모든 걸 다 만들고 출시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게임성부터 인정을 받고 심사에 통과하고 나서 다시 작업하다 보니 작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계산을 잘못한 거다.
터치를 이용한 전투를 선보이는 <배틀스워드>
내부 라인업 중에 특히 기대하는 게임을 꼽자면?
첫 타자인 <학교종이 땡땡땡>이 공을 제일 많이 들인 게임이다. 소재가 아주 독특하진 않지만 1년 만에 내놓은 게임인 만큼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나서는 독특한 소재를 가진 <고양이 행성의 침공>이 잘됐으면 좋겠고. 사실 다 잘됐으면 좋겠다(웃음).
게임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보니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를 얻고 하는데, 요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이 벤처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 부분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게임은 매주 쏟아지는데, 언제 게임을 내야 주요작을 피해 갈 수 있을지, 경쟁이 덜할지 하루도 쉬지 않고 고민하게 되더라.
이제 안드로메다 게임즈의 이름으로 첫 타이틀을 내놓았다. 앞으로 어떤 개발사로 인식되고 싶나?
회사명 바꿀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전 우주적인 느낌으로 만들자고 고민을 했는데, 독특한 개념을 갖고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안드로메다라는 이름을 택했다. 근데 해외에서는 안드로메다는 별자리 이야기에서 페르세우스가 구해낸 안드로메다 공주를 뜻한다. 그만큼 고급스러운 이미지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개발사가 되고 싶다. 정말 독특한 게임, 기발한 게임을 만드는데 허접하진 않구나. 그런 이미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한다.
차기작인 <고양이 행성의 침공>(왼쪽). 고양이들이 무지한 인간들을 교화시켜 훌륭한 집사로 만든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틀스워드>는 모바일에 맞춘 간단한 진행에 독특한 시스템을 섞어서 개발 중이다.
<학교종이 땡땡땡>에 신규 캐릭터로 등장하는 루나
힙합소녀 미래와 여학생 아름의 콘셉트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