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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따라간다, 하지만 본질을 포기하진 않겠다”

폴리곤게임즈 <아스타> 개발팀 김민규 기획팀장

김승현(다미롱) 2013-08-28 12:25:23
MMORPG에겐 가혹한 시기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AOS나 FPS 같이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장르가 흥행하고, 유저들의 성향은 점점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꺼린다. 진득하게 게임을 즐기며, 다른 이들과 관계 맺는 장르인 MMORPG로서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시기다. 

이런 시기에 한 작품이 마지막 CBT를 준비하고 있다. PvE와 PvP 등 정통 MMORPG를 추구하고 있는 <아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개발을 해온지 6년, 정통 MMORPG를 추구해 온 <아스타>는 이 가혹한 시기를 어떻게 돌파하려고 할까? 추세를 따르면서도 고전 MMORPG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폴리곤게임즈의 김민규 기획팀장을 만나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폴리곤게임즈의 김민규 기획팀장.


■ 개발만 6년째, 정신차려 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게임시장이 변하는 데는 5년도 차고 넘친다. 대형 MMORPG가 시장을 주도했던 시기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장은 모바일게임과 AOS 세상이 돼버렸다.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대형 MMORPG만 경쟁작으로 생각했었죠.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온라인게임 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꽉 잡고 있고, 유저들의 성향도 진득하게 무언가를 파기보단 빠르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도록 바뀌었더군요. 수년간 MMORPG를 만든 사람으로서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2008년부터 <아스타>를 개발한 김민규 기획팀장은 최근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해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동양 판타지라는 콘셉트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아스타>는 탐험과 협동, 경쟁 등 MMORPG의 문법에 충실한 타이틀이다. 그런 <아스타>에게 점점 빠른 재미를 추구하게 된 유저들의 성향과 이에 맞춰 전투와 협동에 집중해 재미를 압축한 AOS의 대두는 달갑지 않은 변화였다.

“PvP는 AOS나 FPS를 따라가기 힘들고, 게임의 메인 콘셉트인 ‘동양 판타지’도 퀘스트나 스토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요즘 유저들에겐 어필하기 힘든 요소죠. 더군다나 이제는 게임 하나를 진득하게 오래 하는 유저도 줄었잖아요? MMORPG를 개발하는 사람에겐 악몽 같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어렵다고 5년 넘게 키운 자식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해버린 시장, 그럼에도 아직 MMORPG 시장에 많이 남아있는 유저를 잡기 위해, 혹은 혹시라도 처음 MMORPG를 접하는 유저를 유혹하기 위해 개발진은 수년 간 개발한 콘텐츠를 덜어냈다. 목표는 더 쉽게, 더 편하게. 이를 위해 <에버퀘스트> 마니아였던 김 팀장은 게임에 손수 ‘퀘스트 도우미’를 추가하기도 했다.

“저야 예전부터 NPC가 말한 힌트로 수수께끼를 푸는 것을 즐겼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잖아요? 요즘 추세에 맞춰 많이 고쳤습니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유저 없는 게임이 어떻게 살아남겠어요. (웃음)”


■ 콘텐츠를 빼더라도 접근성을 높였다.

쉽고 빠른 게임이 대세가 된 온라인게임 시장. 개발진은 콘텐츠의 난이도는 물론, 콘텐츠를 즐기는 데 필요한 각종 조건까지 대폭 조정해가며 유저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사실 이러한 개발진의 노력은 지난 1차 CBT에서도 볼 수 있었다. 솔로잉(혹은 파티 구하기 힘들어하는) 유저를 위한 1·3·5인용 구분의 인스턴스 던전과, 10레벨부터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는 PvP 콘텐츠 ‘격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것 만으론 요즘 유저들을 만족하게 할 수 없었다.


1차 CBT에 선보였던 PvP 콘텐츠 ‘격전 - 오행의 고리’ 

“사실 <아스타> 자체가 기존 MMORPG의 단점인 ‘만렙’만을 위한 콘텐츠를 지양하고,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한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더군요. 지난 1차 CBT 이탈 유저의 대부분이 게임의 난이도와 시스템을 지적했습니다. 유저들은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쉽고 직관적인 게임을 원하더라고요.”

때문에 이번 2차 CBT 빌드는 이러한 유저들의 요구에 맞춰 더 쉽고 간편하게 게임을 바꾸었다. 대표적인 예가 새로 추가된 퀘스트 도우미다. 기존의 퀘스트가 NPC의 힌트를 바탕으로 목적지 등을 찾아내는 전통적인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유저가 퀘스트 도우미 기능을 사용해 바로 퀘스트의 대상과 목적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기존 방식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유저를 위해 추가된 시스템이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거치는 과정도 가지를 쳤다. 파티 퀘스트를 쉽게 즐길 수 있게 하려고 전 서버를 대상으로 파티원을 찾는 ‘파티 매칭 시스템’이 추가됐고, 레벨업을 하면 바로 신규 스킬을 습득해서 사냥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변화됐다. 전투와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게 자동화된 셈이다. 


2차 CBT부터는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신규 기술을 습득한다.

뿐만 아니라 인스턴스 던전 플레이 타임 감소나 캐릭터 성장속도 향상 등 전반적으로 쉽고 빠르게 디자인되었다. 성장속도가 빨라진 만큼, 열흘을 목표로 만든 콘텐츠가 나흘짜리로 볼륨이 줄기도 했고, 동선 변경 때문에 없어지거나 변경된 콘텐츠도 생겼다. 콘텐츠 대부분을 재점검해 큰 줄기만 남겼다. 이러한 게임의 변화가 수년간 MMORPG를 즐겨온 유저이자 그동안 삭제·변경된 콘텐츠를 기획한 개발자에겐 어떻게 다가올까?

“어떤 의미에선 트렌드와 타협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RPG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성장의 재미잖아요? 요즘같이 유저들이 RPG와 멀어진 시기, 접근성과 난이도를 조정해 더 많은 유저에게 RPG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팀장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 그래도 양보 못하는 것, 이야기와 교류

이렇게 접근성을 위해 콘텐츠를 줄이고 덜어가는 와중에서 <아스타> 개발진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제는 미련한 짓 취급받는 세계 묘사, 그리고 요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동양 판타지’를 표방하는 <아스타>의 세계와 그로 비롯되는 다양한 이야기는 개발진이 포기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1차 CBT에서는 종족마다 시작 지점을 달리하고, 음악가 양방언과 손잡고 세계를 묘사한 OST를 만들었다. 2차 CBT에서는 곳곳에 시네마틱 영상이 추가됐고, 중요도가 낮은 퀘스트에도 텍스트뿐만 아니라 NPC들이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2차 CBT에 추가된 오프닝 영상


이러한 세계관 묘사는 이번 2차 CBT 접근성을 위해 콘텐츠를 줄이는 와중에서도 계속되었다. 유저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퀘스트는 줄어든 대신, 지역 퀘스트나 숨겨진 퀘스트 등 유저가 체험할 수 있는 옵션이 더 많아졌다. 특정 몬스터로 변신해야만 발견할 수있는 퀘스트는 유저가 몰라도 되지만 흥미로운 <아스타> 세계의 비밀을 알려주고, 어떤 퀘스트는 특정 몬스터를 정도 이상 잡으면 해당 종족의 왕이 나타나 유저들을 위협한다. 메인 퀘스트와는 상관없이 <아스타>의 세계를 보여주고 묘사하기 위한 장치다. 

“접근성 때문에 줄이고 줄인 콘텐츠에 이런 요소를 넣은 것 자체가 모순이죠. 하지만 단순히 싸우고 협동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면 MMORPG가 아니라 다른 장르를 만들었을 거에요. 유저들에게 세계를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NPC가 실제 그 세계 주민처럼 다가오고, 주어진 퀘스트 이면에도 세계가 변화한다는 느낌을요. 물론 선택 퀘스트이니 만큼 모든 유저가 이를 체험하진 않겠죠. 하지만 소수의 유저에게라도 이런 고전적인 MMORPG의 재미를 남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CBT에 추가된 일부 선택 퀘스트는 특정 몬스터로 변해야만 알아볼 수 있다.

유저 간 커뮤니케이션은 <아스타> 개발진이 안고 있는 모순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다. 유저의 편의성을 위해 솔로잉용 던전이나 파티 매칭 시스템 등을 추가한 개발진이지만, 이에 대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유저와 유저의 교류가 핵심 콘텐츠인 MMORPG에서 이런 편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유저 간의 교류를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전 MMORPG의 방식을 강요하면 유저들이 불편해하고, 게임의 접근성도 낮아진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편의성이요? 계속 추가하고 개선할 것입니다. 물론 자동 매칭이나 솔로잉용 던전으로 대화 없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생기겠죠.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전제는 많은 유저입니다. 이런 유저들을 포기하면 커뮤니케이션도 없을 것으로 생각해요. 대신 유저 사이의 교류도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협업 콘텐츠를 노출해 유저들을 익숙하게 할 겁니다.”



지역 협동 퀘스트나 일일 레이드 등의 협동 콘텐츠를 지속해서 노출해 솔로잉 유저들에게 협동 콘텐츠, 나아가 커뮤니케이션 자체의 재미를 안내한다는 것이 <아스타> 개발진의 계획이다. 이 경우 유저 간 커뮤니케이션을 파편화한다는 우려를 일으켰던 자동 매칭 시스템이 오히려 협업의 재미를 안내하는 도우미가 되는 셈이다.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알려준다는 튜토리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보다 카카오톡이 익숙한 세대에게 옛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긴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점을 바꿔 자동 매칭을 협업 도우미가 되게끔 하자고 결심했죠.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30일부터 있는 마지막 CBT에 많은 참여 해주시고, 많은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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