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게임을 꼽으라고 한다면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이하 드래곤 플라이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드래곤 플라이트>는 최고 일매출 20억 원, 누적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넥스트플로어의 신작에 관심을 보였지만, 생각처럼 빠르게 신작이 나오지는 않았다.
지난 8월 13일 <드래곤 플라이트>의 김석현 디렉터가 사슬액션에 런게임을 결합한 <스피릿 캐처 for Kakao>(이하 스피릿 캐처)를 선보였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넥스트플로어 김석현 디렉터를 만나 개발 과정과 그간의 고민을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드래곤 플라이트>,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넥스트플로어는 조직 구조가 특이한 회사라고 알려졌는데,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김석현 디렉터: 넥스트플로어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인 곳이라, 일종의 팀 같은 느낌이 드는 회사다. 특이한 점이라면, 개발자들이 돌아가면서 디렉터를 맡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들 자신의 이름을 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게임 스타일은 팝캡처럼 독특하게, 조직구조는 밸브처럼 유연하게 꾸려가는 것이 목표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다. 직원들이 언제 퇴근하더라도 자기 일만 끝냈다면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그 대신 맡은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책임을 지고 끝내야 한다. 자유에 책임이 따르는 시스템이라고나 할까?(웃음)
개발자들이 돌아가면서 디렉터를 맡는다고 했는데, 유독 김석현 디렉터의 이름을 건 게임이 많이 출시됐다.
<스피릿 캐처> 이전에 내가 디렉터를 맡은 게임은 <드래곤 플라이트> <이즈 런너> <원미닛 RPG>이 나왔다. 사실 <스피릿 캐처>에 내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게 처음에는 싫었다. <드래곤 플라이트>가 워낙 흥행해서 부담됐고, 스스로가 그런 기대를 받을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민규 대표가 우리 회사의 디렉팅 시스템을 강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서 내가 <스피릿 캐처>를 디렉팅했다는 점이 두드러지게 됐다.
디렉팅 시스템은 아직 시작이라 나만 4개의 게임을 냈고, 김민규 대표가 1개 게임을 냈다. 지금 넥스트플로어에서는 나와 대표 외에도 3명 정도가 디렉팅하고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드래곤 플라이트>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드래곤 플라이트>의 카카오 버전을 내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카카오 게임 담당자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당시에는 내가 카카오 게임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 카카오 이용자는 메신저 유저이지 게임 유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카카오 게임 담당자로부터 계속 연락이 왔고, 김민규 대표가 승낙해서 카카오 버전이 출시됐다.
<드래곤 플라이트>는 무엇이 인기 요인이었다고 생각하나?
카카오의 힘이 컸다. 카카오의 플랫폼 파워도 있고, <애니팡 for Kakao>를 통해 캐주얼게임을 접한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그리고 캐시 단위인 ‘수정’을 매일 하나씩 줬던 과금 구조도 한몫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드래곤 플라이트>는 캐릭터 하나에 3,000 원 이상을 받는 비싼 게임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서버 비용 등을 고려해 높게 책정한 가격이었는데, 생각 외로 많은 사람이 캐릭터를 구매하더라.
김민규 대표는 ‘카카오 게임 파트너스 포럼 2013’에서 <드래곤 플라이트>의 과금 구조를 ‘시간을 파는 개념’으로 설명했었다. 이런 개념은 어떻게 도입했나?
<드래곤 플라이트> 이전에 출시했던 3개의 게임이 흥행하지 못한 데서 배웠다. 게임이 실패하고 나서 다른 게임을 분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채워지는 스태미나 개념을 넣고 스태미나와 골드를 팔더라. 여기서 착안해서 우리도 시간을 파는 과금 모델을 적용했다. 실패로부터 배운 교훈이라고 할까?
최근 <드래곤 플라이트>에 새로운 용이 추가된다는 예고도 했는데, 힌트를 줄 수 있나?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 어떤 용을 추가할지 확정되지 않았다. 힌트를 주자면, <드래곤 플라이트>의 일본 버전에서 일부를 따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에 서비스 중인 버전은 용마다 타입이 다른데, 유도탄을 쏘는 용부터 옆으로 총알을 발사해 배수의 점수를 노릴 수 있는 용 같은 것들이 있다. 일본 버전의 요소를 일부 가져올 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것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제 <드래곤 플라이트>의 디렉터가 김민규 대표로 바뀐 만큼,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드래곤플라이트>는 꾸준히 업데이트할 계획인가?
그렇다. 아직도 많은 유저가 꾸준히 플레이하는 게임이고 업데이트를 원한다는 것도 확실히 알고 있는 만큼,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신작에 대한 부담감이 높은 난이도의 원인”
<드래곤 플라이트> 이후 <스피릿 캐처>를 내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스피릿 캐처>의 개발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올해 첫날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1월 1일은 쉬는 날이었으니 정확하게는 1월 2일부터 시작했다.(웃음) <스피릿 캐처>는 당초 생각보다 개발기간이 많이 길어졌다. 원래는 <드래곤 플라이트>를 개발하고 있을 당시에 카카오에서는 런게임을 필요로 했다. 우리는 이미 <이즈 런너>를 출시했었기에, <이즈 런너>를 변형한 게임을 카카오에 보여줬더니 좋은 반응이 돌아왔다.
하지만 <드래곤 플라이트>가 흥행하면서 개발할 사람이 없었고, 개발을 미루다가 지난해 11월쯤 콘셉트를 잡고 시작하려는데 <윈드러너 for Kakao>가 나와서 흥행하더라. 결국, 개발이 늦어지면서 콘셉트가 바뀔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출시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사실 게임은 4월에 완성됐지만, 네트워크 구축 등의 작업으로 인해 더 오래 걸렸다.
<드래곤 플라이트>가 전에 없던 흥행을 하면서 신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맞다. <드래곤 플라이트>가 흥행하면서 부담감이 정말 심했다. 나는 그 정도 사랑을 받기에는 아직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신작에 대해 기대를 하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말도 못하게 심했다.
결국,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게임에 이것저것 많은 요소를 추가하다 보니 <스피릿 캐처>를 출시할 때는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진 상태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많은 요소를 넣은 것이 악수였다. 난이도를 낮추는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 평가가 많이 좋아졌다.
<스피릿 캐처>의 사슬액션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나?
어떤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하기는 애매한 것이, 나는 자고 일어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섞인 상태로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메모하던 중 태어난 것이 사슬액션이다. 굳이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패미컴 시절 게임인 <서커스 찰리>에 나오는 밧줄 타기가 있겠다.
<드래곤 플라이트>가 쉬운 조작으로 인기를 얻었던 만큼, 원버튼 게임을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스피릿 캐처>는 두 개의 버튼을 사용하는 게임이더라. 버튼 두 개와 ‘바람 타기’를 넣은 의도는 무엇인가?
사실 바람 타기는 처음 콘셉트를 잡을 때는 없었던 요소다. 버튼 하나만 쓰는 게임을 원했는데, 사슬만으로 진행하려니 장애물을 피하기도 어렵고 게임이 단조롭더라. 그래서 단조로움도 피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버튼 하나를 추가해 바람 타기를 넣었다. 2단 점프 기능과 함께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고, 카드를 조합하면 공격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게임에서 바람 타기는 처음에 알려주지 않더라. 왜 뒤늦게야 알려주는 것인가?
일부러 늦게 알려주도록 했다. 대부분의 런게임은 점프 버튼을 두 번 누르면 2단 점프를 하는데, <스피릿 캐처>는 2단 점프 대신 사슬을 던진다. 사람들이 다른 런게임의 조작에 익숙하다 보니 일부러 4번 정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작을 익히고 난 뒤 알려주도록 기획했다.
■ “게임만 재미있게 만들면 된다고 믿고 개발한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과일을 사용하는데, 과일마다 특수 능력이 붙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흔히 스태미나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하트’와 일회성 아이템을 합쳐 보고 싶었다. 카드를 수집할 때 돈을 사용하는 만큼, 일회성 아이템은 스태미나 아이템을 사면서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합쳐 봤다. 골드로 구매하도록 한 것은 보통 스태미나 아이템은 유료인데, 아이템에 효과가 붙다 보니 수정으로 구입하게 만들기 난감해서다. 고민 끝에 골드로 구입할 수 있는 지금의 형태가 됐다.
카드가 캐릭터의 능력 등에 관여하는 시스템은 왜 넣었나?
사실 처음에는 <드래곤 플라이트>와 비슷한 형태였다. 캐릭터마다 사슬 길이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진부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드래곤 플라이트>에서 보여준 방식인 만큼,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탈피하고 싶어서 카드를 넣었다.
카드배틀 게임은 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카드를 따로 두는데, <스피릿 캐처>는 골드만 열심히 모으면 최고 등급 카드를 모을 수 있다. 특별한 의도가 있나?
어느 정도는 의도한 바다. 시간과 노력을 통해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카드를 계속 모으고 업그레이드하면 최고급 카드를 돈을 쓰지 않고도 얻을 수 있게 했다.
<드래곤 플라이트>를 출시했던 시기와 지금은 모바일게임의 흐름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스피릿 캐처>는 어떻게 유저들이 오래 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인가?
일단 카드 시스템이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카드를 뽑고, 모으면서 오래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유저들이 빠르게 카드를 모으고 있어서 새로운 카드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스피릿 캐처>는 아예 게임 수명을 길게 보고, 업데이트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이다. <드래곤 플라이트> 때는 게임의 사이클을 짧게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그 사이에 모바일게임 흐름이 변하더라. 그리고 <윈드러너>의 흥행으로부터 많이 배웠다. 업데이트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걸 보고 배우게 됐다.
앞으로의 업데이트 계획이 궁금하다.
앞으로 업데이트하게 될 콘텐츠는 펫 시스템이다. 펫 시스템을 업데이트해 유저들에게 카드 수집 외에도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싶다.
이제 넥스트플로어에서의 네 번째 게임을 냈다. 본인만의 개발 철학 같은 것이 있다면?
사실 별것 없다.(웃음) 좋은 게임을 만들면 유저들이 반응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일단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느낌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