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코믹 축구게임 <강진축구>를 만들었던 이강진 대표가 신작 <미니일레븐>으로 돌아왔다. 그의 대표작 <강진축구>는 10:10의 대규모 팀 대전과 방귀와 발차기 등으로 공을 빼았는 코믹한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다.
이 대표는 <강진축구>의 성공을 바탕으로 개발사 하멜린을 설립하고 다양한 게임을 선보였다. 그런 그가 직접 설립한 회사를 떠나 또 다시 코믹 축구게임을 들고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게임파라디소 이강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게임파라디소의 이강진 대표
■ 뇌종양 끝의 깨달음 “행복한 개발을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이강진: 그렇게 오랜만인가? 나름 열심히 살았다.(웃음) 피구게임 <수구리>나 축구게임 <플레이메이커> 같은 스포츠게임도 개발했고, <윈드슬레이어>나 <저스티쇼> 같은 횡스크롤 RPG도 만들었다. 유명한 게임은 많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바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직접 설립한 개발사 ‘하멜린’을 떠나 ‘게임파라디소’라는 신생 개발사의 대표가 됐다.
그동안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삶을 살아온 것 같아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다. 사실 이전에는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게임 하나 제대로 만들어 대박 내자’ 같은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맴도니 머리는 굳어지고 손은 얼어붙는 악순환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성공한 게임을 많이 따라하려 하기도 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주 가관이더라.(웃음) 그래서 다 박차고 나왔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개발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직접 설립한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린다는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어느 날 눈을 뜨니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뇌하수체종양’이라더라. 병원에서 의사의 설명을 듣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 일단 병명부터가 무시무시해 보이지 않나.(웃음) 설상가상으로 의사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고. 나름 건강엔 자신 있었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정말 눈앞에 그동안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하나같이 정신적으로든, 환경적으로든 무언가에 쫓겨가며 게임을 개발한 기억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증상이 일어나기 직전에도 회의에서거하게 한 판하고, 술과 스트레스에 쩔어 집에 왔었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그렇게 멋없이 살아왔는데 이 꼴이라니…. 인생이 정말 덧없게 느껴지더라.
그러다가 문득 <강진축구> 생각이 나더라.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즐겁게 개발했었다. 무엇보다도 <강진축구> 대회에서 만난 유저들의 행복한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 결심했었다. 만약 완치된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유저도, 개발자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이강진 대표의 대표작 <강진축구>.
하멜린이나 다른 개발사에서는 그것이 힘들어 보이던가?
규모 있는, 그리고 다른 회사와 함께 일하는 회사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커지고 관계사가 많아지면 자금이나 인력 등에 여유가 생기지만, 반대로 관계사의 스케줄과 론칭 일정 등 다양한 제약이 생긴다.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두둑한 투자금까지 받아왔으면, 퍼블리셔의 서비스 일정 등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지 않는가.(웃음)
문제는 그것이 게임의 성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게임의 완성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쟁 게임의 서비스 계획이 없는 시기에 론칭을 결정하면 게임의 성공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그렇게 기간제한이 생기면 십중팔구 포기하는 것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이렇게 포기한 것을 모를까? 게임은 성공하겠지만, 만든 이나 즐기는 이나 괴로워지게 된다.
물론 개발사와 퍼블리셔 등이 모두 힘을 모아 게임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그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게임파라디소를 차렸다. 적은 인원이 자체 개발, 자체 서비스를 하면 업무는 조금 팍팍할지 몰라도, 그만큼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은 줄어드니까.(웃음)
그래서 직접 해보니 어떻던가?
죽겠다.(웃음) 사실 처음에는 개인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 최소한 망하더라도 혼자 망하니까. 그런데 몇 번 그래픽 작업 등을 외주 줘버리니 영 마음에 차지 않더라. 자유롭게 게임에만 집중하고 싶어 선택한 개인개발이었는데, 결국 성에 차지 않아 마음 맞는 이들을 조금씩 모았다. 처음엔 사람에 얽매이는 것도 싫어 굉장히 고민 끝에 결심을 내렸는데, 지금은 회사 인원이 6명이나 된다.
부담은 커졌지만, 여전히 마음은 편하다. 적어도 사업적인 문제로 마음에 들지 않는 콘텐츠를 넣거나, 기한에 무리하게 얽매이지는 않으니까. 실제로 이번 CBT도 원래 일정은 지난 봄으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부족한 것을 다듬고 추가하다 보니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지금과 같은 환경이 아니었다면 위장약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웃음)
개발과 서비스를 함께 진행하니까 적나라한 반응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만족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충격도 많이 받았지만 피드백 하나는 확실하니까. 직접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어 기뻤다. 이제는 더 이상 개인개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개발을 하는 개발자들이 이런 맛에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니일레븐>을 개발하고 있는 게임파라디소의 직원들.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팀플레이의 재미
좋다. 그렇다면 그 결과물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신작 <미니일레븐>은 어떤 게임인가?
<강진축구>의 시스템을 계승해 순수한 신작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다. 한마디로 쉽고 간편한 팀플레이 축구게임이다. <미니일레븐>의 ‘미니’라는 단어부터 간결한 게임성을 뜻한다.
<미니일레븐>은 최대 11:11 대전이 가능한 온라인 축구게임이다.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공을 상대 골대에 넣는다는 축구의 기본적인 룰만 살려 접근성을 높였다. 물론 방귀와 발차기 등의 액션(?)으로 상대를 공격해 공을 빼앗는다는 전작의 코믹한 콘셉트도 여전하다.
소개만 들어보면 2000년 출시했던 <강진축구>의 판박이다. 10년 전 게임이 지금도 유저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6년 전 <플레이메이커>라는 축구게임을 개발했던 적이 있다. <피파>나 <위닝일레븐> 시리즈처럼 실제 축구와 흡사한 사실적인 디자인의 게임이었다. 나름 선수를 조작하는 맛이 살아 있는 게임이었는데, 정작 테스트해 보니 한계가 보이더라. 그것은 축구 본연의 재미인 ‘팀플레이’의 문제였다.
개인적으로는 축구의 재미는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를 돌파하는 것보다, 정교한 팀플레이로 상대 팀을 압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팀 게임이니까. 하지만 실사풍의 게임을 만들었더니 1:1의 재미는 있어도 팀플레이의 재미를 주기는 힘들더라. 그래서 다 덜어냈다. 필드 파악이 쉽게 그래픽도 단순화했고, 문외한도 축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룰도 단순화했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니 다시 <강진축구>로 가게 되더라. 2.0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코믹한 콘셉트 때문에 <미니일레븐>을 축구게임보다는 엽기게임이나 코믹게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런 것을 걱정했다면 그래픽부터 조금 더 ‘폼’나게 바꾸지 않았을까?(웃음) 화풍을 보면 짐작되겠지만 <미니일레븐>은 성인보다는 아이들을 목표로 한 게임이다. 그래서 캐릭터의 액션이나 스킬도 방귀나 침 뱉기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초적인(?) 것들로 꾸몄고, 게임의 룰도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최종 목표는 아이와 아버지가 같이 즐거울 수 있는 게임이다. <미니일레븐>에는 사실적인 그래픽이나 역동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대신 축구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룰과 누구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팀플레이의 재미가 있다. 겉으로는 엽기적인 게임으로 보일지 몰라도, 축구 룰을 모르는 아이와 손이 느린 아버지 모두 축구 특유의 팀플레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솔직히 방귀나 구타(?)로 상대에게 공을 빼앗는 게임에서 축구의 팀플레이가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의문이다.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축구 경기에서 볼수 있는 태클 등의 움직임은 결국 상대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공을 빼앗는가로 귀결된다. 이러한 움직임이 방귀나 발차기 등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축구의 본질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이러한 상대의 근접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팀원에게 어떻게 공을 전달하느냐가 중시되지 않을까? 실제로 최근 테스트한 10:10 대전의 경우는 각 팀의 정교한 패스 공방전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겉보기엔 코믹함이나 엽기성이 두드러질진 몰라도,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축구 본연의 재미가 살아 있는 게임이다. 차이가 있다면 시스템 특성 상 개인기보다는 패스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정도?(웃음)
<강진축구>를 즐겼던 유저라면 바뀐 것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다 보니 이런 모양새가 나왔다. <강진축구>와 <미니일레븐> 모두 보다 많은 이들에게 축구 팀플레이의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다. 그런만큼 원작의 뼈대에 획기적인 시스템을 더하거나 으리으리한 옷을 입히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더 갈고닦아 보다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강진축구>의 10:10 대전은 11:11 대전으로 확장됐고, 밸런스나 조작감, 움직임 또한 상당부분 발전이 있었다. 2D 그래픽을 사용한만큼 몇 년 전 컴퓨터로도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많지 않지만, 실제로 해보면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 CBT를 시작한다. 앞으로의 서비스 계획이 궁금하다.
5일부터 9일까지 마지막 CBT가 예정돼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테스트이니 최대한 많은 유저 분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목표다. 만약 이번 테스트에서 유저와 개발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10월 중에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실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시간과 돈에 얽매이지 않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10년 넘는 개발자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내가 정말 만들고 싶어 만든 게임을 유저들이 행복한 얼굴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미니일레븐>은 그런 기억을 더듬어 초심으로 돌아가 만든 게임이다. 나와 개발진은 그동안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개발에 전념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유저 분들도 재미있게 즐겨주신다면 그만한 보상이 없을 것 같다. 5일부터 9일까지 마지막 CBT가 진행되니, 많이 즐겨주시고 가감 없는 의견 부탁 드린다.
이강진 대표의 신작 <미니일레븐>은 5일부터 9일까지 마지막 CBT를 실시한다. 테스트 시간은 평일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테스트 참여는 <미니일레븐> 공식 홈페이지(//mini11.gameparadiso.com/)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