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게임 <퍼스트퀸>, 소설이자 웹툰인 <환수의 주인>과 <신룡의 주인>, 웹툰 <봉천동 귀신>의 호랑 작가. 뭔가 공통점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개발 중인 모바일게임 <신수의 주인>의 공통분모다.
막연히 공통분모를 통해 상상하면 호러 느낌의 중세 SRPG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게임은 귀여운 그래픽에 밝은 세계관을 가진 수집형 RPG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소설과 같은 세계관을 가져가면서 게임 내에서 스토리텔링도 주요 콘텐츠로 준비 중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봉천동 귀신>의 작가가 아트디렉터로 참가한 귀여운 그림체의 RPG는 어떤 모습일까? 디스이즈게임은 클라이맥스에서 <신수의 주인>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신원철 PD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관련기사 ☞ 목표는 제대로 된 모바일 RPG! <신수의 주인> 영상
단출하지만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모인 롤앤무브 스튜디오
클라이맥스 내의 게임 개발팀인 롤앤무브 스튜디오. 이들이 자리 잡은 분당 백현동은 판교 테크노밸리 조금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신수의 주인> 개발을 위해서 모인 이들은 모두 13명. 이들은 신원철 PD가 직접 게임 개발을 위해서 삼고초려를 하다시피 하며 직접 데려온 사람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개발팀 전원이 특정한 분야를 따로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다. 팀원 전원이 개발자로 그래픽 디자이너가 코딩도 하고,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애니메이션을 잡기도 한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경우 외주를 주긴 하지만, 개발자들이 다양한 업무가 가능해 빠르게 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개발자가 적으니 외주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외주를 주지 않는 이유는 게임의 품질을 위해서죠. 물론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외주를 주고 있지만, 개발자 대부분이 다양한 업무가 가능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퍼스트퀸>을 만든 에이지 쿠레 씨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신수의 주인>은 3D 리얼타임 전투를 특징으로 한 ‘수집형 RPG’라는 장르로 개발 중이다. 즉 전투의 인공지능이 중요한데 <퍼스트퀸>과 <다크세라핌>을 만든 에이지 쿠레가 조언과 함께 알고리즘 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고전게임이라 잘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다크세라핌>과 <퍼스트퀸>의 시나리오, 전투방식, 사운드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메일 등을 통해 <퍼스트퀸>을 만든 에이지 쿠레 씨와 친분을 이어왔는데, <신수의 주인>을 개발하면서 그에게 조언을 구했죠.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상당히 자세하고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게임 명칭을 <신수의 주인>으로 정한 이유는 판타지 소설을 쓰는 ‘태선’ 작가와의 친분에서 비롯됐다. 신 PD는 태선의 판타지 소설 <환수의 주인>과 <신룡의 주인>의 세계관에서 강력한 몬스터를 길들여 아군으로 만든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 작가의 검수 아래 같은 세계관을 사용하는 게임을 만들었다.
웹툰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으로 유명한 호랑 작가는 <신수의 주인> 개발에 아트디렉터로 참여하고 있다. 호랑은 웹툰 작가로 더 잘 알려졌지만, 게임 개발사 경력도 상당하다. 그가 웹툰에 스크립트를 이용해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개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수의 주인>은 ‘전략이 가미된 수집형 RPG’
모바일게임, 장르는 RPG. 언뜻 생각하면 단순히 ‘신수’를 수집해서 이를 전투에 활용하는 <포켓몬스터> 방식을 떠올리기 쉽다. 일단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신원철 PD는 <신수의 주인>을 전략이 가미된 수집형 RPG라고 소개한다.
“최근 모바일로 나오는 RPG 장르가 단순히 레벨을 올리고 수집을 하는 정도라면, <신수의 주인>은 상대의 조합을 보고 신수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전략게임입니다. 전투는 자동이지만, 적의 속성, 기술, 지형지물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죠.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스킬을 써야 하는 등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심지어 다음 전투를 위해서 배틀 포인트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이 말이 전략을 강조한다면, 수집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신수를 수집하는 것’이다. <신수의 주인>에 등장하는 신수들은 다양하다. 지금은 20여 종이 등장하는데, 모습부터 속성, 공격 방식, 외모까지 제각각이다. 신수는 전투나 가챠(뽑기)로 얻을 수 있는데, <퍼즐앤드래곤>의 몬스터 카드를 떠올리면 된다.
“지역을 이동하면서 만나는 NPC를 통해서 자신의 신수와 NPC의 신수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동이 단순히 몬스터와 만나 전투를 벌이기 위한 과정이 아닌, 새로운 신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죠. 실제로 다양한 지역과 마을을 만들고 있고, 이에 따른 스토리도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신수의 주인>은 수집과 전략이 전부가 아니다. 신 PD는 RPG에는 스토리텔링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야기 없는 RPG는 팥 없는 찐빵입니다. <신수의 주인>에는 5명이 넘는 시나리오 작가를 투입했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명이고요. 시나리오 모드는 현재 개발 중으로, 게임 속의 모든 콘텐츠에 스토리텔링을 녹여낼 계획입니다.”
<신수의 주인>에는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스토리에 따라서 게임을 진행하며, 중간중간 서로 만나서 공통의 스토리도 만들어 간다. 이를 위한 전체 시나리오는 물론 캐릭터별 스토리와 설정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 내년에 게임이 론칭되면 웹툰, 소설 등도 동시에 선보이면서 유저들이 세계관을 공유하고 스토리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신수의 주인>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선택받은 능력을 가진 3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목표를 갖고 전설의 신수를 찾아 나선다. 이들은 서로 라이벌이지만, 대립하는 세력을 만나면서 함께 힘을 모아서 싸운다. 단순한 일방통행식 이야기도 아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진정한 신수의 주인이 될 수도, 적과 결탁해서 다른 주인공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인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서 결정된다.
“스토리와 게임 본연의 재미라는 힘을 믿는다”
<신수의 주인>은 올해 5월 전체적인 설계가 완성됐다. 그리고 6월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7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100% 완성 시점은 올해 12월 31일이 목표. 그리고 2014년에는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10월 중에는 주요 시스템의 80%를 구현할 계획이다. 그리고 11월에는 지스타 2013 B2B관에 참가해 플레이가 가능한 버전도 선보인다.
“사실 <신수의 주인>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5월에 영상도 제작했는데 공개하지 못했고요. 딱히 비밀리에 개발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개발에만 전념하다 보니 마케팅이나 투자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네요. 덕분에 빠르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랄까요.”
<신수의 주인> 개발팀은 올해 12월까지 2개의 지역을 만들고, 베타테스트 때는 10개 이상의 지역과 30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선보일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지역에는 저마다의 스토리도 녹여낸다.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참고로 카카오톡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제적인 소셜 요소를 가져가기보다는 게임의 재미에 집중하면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지만, 유니티 엔진을 쓰기 때문에 가능하면 멀티플랫폼으로 보다 많은 유저들에게 <신수의 주인>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게임 본연의 재미를 통해서 유저를 확보하겠다는 신 PD.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고 게임을 성공시켜 보겠다는 그의 의지는 단호했다. 그리고 그 재미는 스토리, 전투, 수집에 충실한 콘텐츠를 통해 구현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일단 게임 시나리오 작가를 많이 육성해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한 스튜디오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모바일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 저로서도 도전이고 모험이지만요.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역시 스토리를 강조하는 RPG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