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가장 성공한 개발사라고 하면 어디일까? 최근 구글 플레이 스토어 게임 부문 인기무료 1위를 달리는 <포코팡 for Kakao>(이하 포코팡)의 개발사 ‘트리노드’가 그중 한 곳일 것이다. 게임 개발사가 그리 많지 않은 부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그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트리노드의 김준수 대표는 부산에서 자리를 잡은 개발사가 된 만큼, 부산의 게임 개발 환경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지스타 2013 현장에서 김준수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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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노드 김준수 대표
“개발자 대우를 통해 부산의 게임 개발환경에 기여하고 싶다”
만나서 반갑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포코팡>의 인기가 뜨거운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김준수 대표: 정말 정신 없다. 한국과 일본의 지원 업무 때문에 굉장히 분주하다. 바쁘긴 하지만 카카오 버전의 성적이 좋아서 직원들도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트리노드가 부산에서 가장 성공한 개발사라고 할 수 있는데, 부담감 같은 건 없나?
사실 나는 1세대 게임 개발자다. 부산 사람이기에 엔씨소프트에서 일하다가 창업을 위해 일부러 부산으로 내려왔다. 6년 이상 부산에서 게임 개발해 왔기에 주변 개발사들도 잘 알고 지낸다.
부산의 분위기라면, 성공했다는 것에 대해 질투하기보다는 누군가 잘되면 서로서로 돕고 지내려 하고 있다. 트리노드를 만나기 위해 내려온 사업 담당자들과 다른 부산 개발사들을 연결시켜 주는 등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많다. 또, 서로 자극되는 면도 있는 만큼 다들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위기다.
부산에서 게임을 개발하며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좋았던 점은 주변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다. 서울처럼 게임업체가 밀집된 곳에 있으면 주변 유행 등에 휩쓸리기 쉬운데, 일부러 부산에서도 다른 업체들과 떨어진 거리에 자리를 잡고 개발에만 매진했다. 게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외부 환경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명상하듯 개발했다.
힘든 점이라면 지리적으로 서울과 거리가 있어서 퍼블리셔 등을 만나기 쉽지 않은 점과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취직하니까 말이다.
그럼 <포코팡>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력이 필요할 때 충원하기 어려웠겠다.
그렇다. 그래도 게임을 만드는 작업이 정말 어렵고, 라이브 서비스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력 충원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나는 장기적으로 부산의 게임 인프라를 살리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 싶다. 부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개발자들이 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
<포코팡>의 성공 이후 서울로 회사를 옮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물론 서울로 옮기고 싶다는 유혹도 있긴 했다. 하지만 부산에 남아서 뿌리를 내리는 게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산 게임 개발사들의 사정도 어려울 뿐더러 부산에는 개발자 인력 풀도 작아 개발자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트리노드가 잘됐으니, 인력에 대한 투자 등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다.
그럼 부산에 게임 개발자 풀을 늘리기 위해 어떻게 하려고 하나?
나는 부산이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기에도 좋고, 바다도 보이는 곳이지 않나?
개발사 대표로서는 개발자들이 굳이 이직을 생각하지 않을 만큼 좋은 대우를 해주려고 한다. 내년에는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할 생각이다. 지금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는 과정인데,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서 직원들이 평생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 물론 직원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인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부산 출신인데 서울에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한붓그리기로 만든 이유? 네 살짜리 조카도 할 수 있는 직관성”
퍼즐게임이 포화 상태라는 말이 나오던 상황에서 퍼즐게임을 개발했다. 퍼즐을 선택한 계기는?
지난해 말에 <파타포코 애니멀>을 출시한 뒤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게임의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파타포코 애니멀>이 다운로드 횟수는 많이 나왔는데 수익성이 그리 좋지는 않더라. 그래서 모바일에서 더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또 당시 라인(LINE)에는 퍼즐게임이 별로 없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됐다.
한 붓 그리기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직관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네 살짜리 조카가 있는데 이 아이는 <애니팡 for Kakao>는 못한다. 하나의 블록을 움직여서 3개를 연결시킨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그 조카는 <포코팡>은 잘한다. 이미 연결되어 있는 색깔을 따라서 그리는 방식은 직관적이고 접근성이 좋으니까.
지스타 2013 NHN엔터테인먼트 야외부스에서 진행된 <포코팡> 대회 모습.
퍼즐게임 중에서도 차별화를 위해 고민한 요소들은 무엇인가?
캐릭터성을 강조하면서 성장 개념을 넣었다. 특히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내 아내가 작업했는데, 일부러 못생긴 캐릭터를 만들었다. 너무 예쁘기만 한 캐릭터는 게임 등에서 은근히 흔하다. 오히려 못생겨서 기억에 남는 <스폰지밥>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또 너무 예쁜 캐릭터보다는 정감을 느낄 수 있게끔 나사 하나쯤 빠진 듯한 모습으로 만들어봤다. 사람들이 이런 모습에서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외에는 계속해서 게임이 색다른 느낌이 들도록 업데이트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에 ‘뮤지엄’이라는 요소가 추가됐는데, 한국에도 조만간 추가될 것이다.
<포코팡>의 캐릭터들. 친근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못생긴 캐릭터를 만들었다.
뮤지엄은 어떤 콘텐츠인가?
유저들에게 주 단위의 긴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퀘스트다. 퀘스트를 통해 유명한 명화의 조각들을 얻어서 모으는 내용인데, 명화의 내용이 포인트다. 예를 들면 모나리자인데, 모나리자 대신 <포코팡>의 캐릭터인 보니가 모나리자의 포즈를 하고 앉아 있는 식으로 패러디했다.
뮤지엄은 한국에 언제쯤 업데이트될 예정인가?
아무래도 일본보다 한국이 콘텐츠 소모가 빠르기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유저들이 콘텐츠를 소모하면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니까 말이다. 아마 내년 1월에서 2월쯤이면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콘텐츠 대부분을 한국에 업데이트한 뒤, 양 국가를 비슷하게 업데이트하게 될 것 같다.
일본에 적용돼 있는 뮤지엄 콘텐츠 중 ‘포코리자’의 모습.
경쟁이 치열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보니 어떤가?
역시 게임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게임이 재미있다면 후발주자로 뛰어들어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퍼즐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선입견만 없다면 <포코팡>이 오래 흥행할 수 있을 것 같다. 퍼즐이 비슷비슷하다면 <비쥬얼드> <애니팡> <포코팡>은 모두 같은 게임이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서로 플레이하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지금도 <쿠키런>과 크로스프로모션을 하고 나서 유저 수가 늘어났는데, 다들 한 번 해보고 나면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포코팡>만의 쫄깃한 맛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쁘다.
끝으로 포코팡을 사랑해주는 유저들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부산에서 만들고 세계에서 즐기는 게임,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안 해보신 분들은 퍼즐은 다 똑같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플레이해 보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새로운 느낌을 줄 테니 많이 즐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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