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판교 신사옥은 지난 1994년 벤처로 시작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지은 보금자리다. 그만큼 어떤 콘셉트로 지을지 고민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사옥 건설을 총괄한 넥슨 스페이스실 김용준 실장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은 지속적인 디자인’이 콘셉트라고 밝혔다. 꾸준히 게임을 서비스해온 넥슨의 이미지와 같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건물의 설립에 앞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실용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려 했다. 넥슨 신사옥의 특징과 그동안의 고민은 무엇일까? 넥슨 스페이스실 김용준 실장과 도토리소풍팀 김호영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왼쪽부터 도토리소풍팀의 김호영 팀장, 스페이스실의 김용준 실장.
“한결같은 넥슨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넥슨 신사옥은 외부는 평범한 듯한데 내부는 어둡고 조용하면서 단순하게 구성돼 있다. 어떤 테마로건물을 지었나?
김용준 실장: 규모나 시설보다는 합리성과 실용성을 강조하려 했다. 그래서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주변과 잘 어울리고, 기존에도 있었고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은 디자인을 콘셉트로 잡았다. 그런 한결같음이 넥슨의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사옥 내부는 그동안 시끄러운 도시에서 살았던 만큼 복잡함을 벗어나 고요함을 끌어내는 반전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마감재도 어두운 톤을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로 구성했고, 로비도 복잡하지 않도록 단순하고 크게 만들었다.
넥슨 판교 신사옥의 외관
기존 사옥은 녹색을 강조해 화사한 느낌이 강했다. 그것과 비교하면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김용준: 게임회사라고 하면 색도 많이 쓰고 화려한 내부를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비슷한 스타일로 많은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가장 지속적이고 변하지 않는 것이 넥슨에 맞는 형태라고 판단했다.
‘넥슨스럽다’는 말은 캐주얼스러운 부분과 함께 반대로 넥슨만의 무게감을 갖고 있는,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실을 다지고 합리적으로 내부를 만들어서 눈에 딱 띄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넥슨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려 했다.
넥슨 신사옥 로비.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무거운 느낌이 강하다.
합리성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시설이 있다면?
김용준: 기본적으로 사옥을 설계하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설문조사 를 했다. 이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업무공간을 늘리고, 회의실의 숫자를 늘렸다. 이 밖에도 조명을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직원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이려 했지만 모두 반영할 수는 없었다. 의견이 업무의 효율성에 영향을 주는지, 직원의 역량발전에 필요한 공간인지 판단을 거쳐 체육시설을 만들고, 육아 보육시설과 영상과 음악 제작 스튜디오, 모션캡처 스튜디오 등을 내부에 만들었다.
사옥의 내부 구조는 어떻게 나눠져 있나?
김용준: 넥슨 신사옥은 지하 5층, 지상 10층의 총 15층으로 이뤄져 있다. 지하 5층부터 지하 1층은 주차장과 전기실, 기계실 등 사옥을 관리하기 위한 시설로 채워져 있다. 1층부터 지상 3층에는 직원 편의시설과 복지시설이 위치해 있으며, 4층에서 10층까지 7개 층은 업무를 위한 사무공간이다.
지하 1층에는 교육장을 비롯해 ASAP라는 PC수리실, 화물이나 택배 우편 그리고 각종 문서를 처리하는 문서 수발실이 있다. 또한, 다용도 공간인 ‘1994 홀’이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특수한 개발 공간으로는 지하 1층과 5층에 모션캡처 스튜디오가 있으며 4층에는 영상과 음향을 동시에 작업하는 스튜디오 ‘찰리바’가 있다.
지상 1층에는 사람들이 건물에 들어올 수 있는 로비가 있으며 넥슨 책방과 팝업 뮤지업이라는 전시관도 곧 조성할 예정이다. 2층에는 직원식당이 있고, 3층에는 넥슨 다방과 체력단련실, TF룸, 동아리방, 간호사실, 수유실 등이 마련돼 있다.
업무용 사무실은 한 층당 약 300명이 입주해 있으며 개발과 비개발 직군은 층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외의 중간부서는 업무 상황에 따라 서로 섞여 있다.
넥슨 신사옥의 구조
“넥슨에서 가장 선호하는 복지는 어린이집”
모션캡처를 비롯해 영상과 음향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사내에 만들었다.
김용준: 기존에도 넥슨은 자체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거나 음향을 만들어 게임에 추가해 왔다. 제작 스튜디오를 내부에 설치한 이유는 보다 좋은 완성도의 결과물을 내기 위함이다.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내부에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작업할 때 스튜디오가 멀리 있다면 수정이 필요할 때마다 이동과 의사소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내부에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짧은 미팅을 하려고 해도 건물 밖으로 나가서 차를 타거나 걸어가서 다른 스튜디오에 가야 했지만, 지금은 바로 만날 수 있다.
넥슨의 신사옥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보육시설인 ‘도토리 소풍’이다.
김호영 팀장: 보육시설은 넥슨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고 투자하는 복지정책 중 하나로 복지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분이기도 하다. 강남의 선릉공원에 처음 지어서 운영한 것도 이제 만 3년이 다 되어간다.
도토리 소풍이라는 이름은 ‘산골짜기 다람쥐’라는 동요의 이미지에서 따왔다. 또한, 선릉공원에 어린이집이 있는 만큼 매일 공원으로 산책하는데 이처럼 매일 소풍을 가는 듯한 마음으로 어린이들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린이집 이름을 도토리 소풍으로 지었다.
넥슨 직원이면 모두 도토리 소풍을 이용할 수 있나?
김호영: 아쉽게도 공간과 선생님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제한이 있다. 보육 혜택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복지 제도 중에서 가장 관심도 많고 지원율이 높은 제도 중 하나라서 경쟁률도 높다.
0세에서 1세 미만 아이는 1:5 정도, 5세에서 7세 미만은 1:3 정도의 경쟁률이 있다. 모든 직원에게 기회가 고루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직급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아이를 입학시키고 있다.
넥슨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는 복지 중 하나인 도토리 소풍.
최근 보육교사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아서 더 찾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김호영: 그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보육교사의 낮은 임금에 비해 노동 강도가 너무 높다 보니 인력이 모자라게 되면서 자질 없는 사람이 양성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넥슨은 선생님들이 보다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일반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넥슨 정사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원아와 선생님의 비율도 일반적인 기준보다 선생님의 비율을 높였다. 덕분에 선생님과 아이, 학부모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린이집은 시설보다도 선생님을 얼마나 잘 대우해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회사의 지원이 많이 필요한 복지다.
어린이집의 확장계획도 있는가?
김호영: 선릉점에 이어 이제 2호점을 낸 것이라 3호점은 더 두고보고 있다. 2호점에 입학할 아이들의 경쟁률이 너무 높은 것을 보고 2호점이 시작하기도 전에 3호점을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만 너무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실제 업무 능률성과도 비교해야 하고 안정적인 교육기관이자 회사 복지제도로 자리 잡아야 하므로 확장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
기존에는 없었던 다른 복지시설이 있다면?
김용준: 대표적으로 수유실과 직원의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소가 마련됐다. 또한 체력단련실인 ‘렙업’에는 전문 트레이너가 있어서 직원들의 운동을 도와주고 있다. 운동공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건물 옥상에 별도로 운동 시설을 마련했다.
신사옥은 가로 100m, 세로 40m에 달하기 때문에 건물 외곽을 따라 그려진 달리기 트랙은 280m에 달한다. 이 밖에도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방이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넥슨 포럼’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넥슨 신사옥에서 넥슨 아레나까지 맡는다, 스페이스실
스페이스실이라는 명칭이 독특하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 것인가?
김용준: 넥슨 내부지원 부서에서 해왔던 일이 전문 직종을 이뤄서 나온 것으로, 건물의 전체적인 시설 관리, 보안, 조경 등 개발 외적인 건물의 운영을 담당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도토리 소풍팀도 스페이스실의 일부다.
아무래도 신사옥은 임대가 아니라 자사 건물이기 때문에 시설 점검이나 운영을 모두 넥슨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므로 보안이나 조경 등에 직접 관여하게 됐다. 이 밖에도 넥슨 커뮤니케이션이나 넥슨 아레나 등 넥슨과 관계된 건물도 모두 관리하고 있다.
넥슨 스페이스실 김용준 실장
넥슨이 직접 운영해서 그런지 보안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김용준: 기존 사옥부터 보안은 항상 강조해 왔다. 다만 사무실이 여러 곳에 나눠져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큰 건물 하나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보안요원이 상주하기 때문에 더 보안이 강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너무 보안을 강조하면 직원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과하지 않을 정도로 선을 지키려 하고 있다.
앞으로 신사옥에서 추가로 하려는 일이 있다면?
김용준: 사옥을 신설하면서 내부에 많은 기능을 부여하고 조성했지만 아직 빈 공간이 조금 남았다. 대표적으로 로비 오른쪽에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 도서관을 짓거나 게임 전시관을 만들지, 아니면 아예 비워 두고 직원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지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입주하고 집들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 공개까지 마쳤다. 올해 스페이스팀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용준: 지금 당장은 사옥을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직원들은 모두 입주했지만 아직은 소소한 문제점이 남아 있다. 이와 함께 후원 중인 어린이병원의 건축업무도 지원해야 한다. 어린이 병원은 넥슨이 단순히 비용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넥슨코리아 본사 사옥 외에도 넥슨 아레나 등 관계사를 통합관리 하고 안정화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많이 바쁠 것 같다.
넥슨이 설립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넥슨 아레나’ 역시 스페이스실에서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