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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브라 “프로 선수들, 다른 길도 생각해두길 바란다”

온게임넷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한규(Chobra) 인터뷰

신호근(알트) 2014-02-02 22:00:13
오늘날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대세는 단연 한국입니다. <LoL>에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셈인데요, 이 한류는 어떻게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을까요? 해외 팬들이 직접 한국 경기를 챙겨보기도 하겠지만, 한국어로 중계되는 경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한국 경기를 찾는 해외 팬들을 위해 온게임넷은 글로벌 방송을 제작해 송출하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한국 e스포츠와 프로 선수들을 알리고 있는 조한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습니다. <LoL> 팬들에게는 초브라(Chobra)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죠?

자, 굵직한 e스포츠 국제 대회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알려진 게 별로 없는 그를 파헤쳐 봤습니다. 팍팍! /디스이즈게임 신호근 기자


초브라(Chobra) 조한규


먼저 <LoL>에서 사용하는 아이디가 Chobra다. 무슨 뜻인가?

조한규: 고등학생 때부터 FPS게임 <콜 오브 듀티>를 즐겼었다. 거기에 나오는 미국 전투 헬리콥터 코브라(Cobra)에 내 성인 조(Cho)를 합성해 ‘Chobra로 만들었다. 사실 이게 영어권에서는 꽤 멋진 이름인데 한국에 오니깐 이상해지더라.(웃음)


온게임넷 글로벌 방송에서 보여준 통역 실력이 수준급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4살까지 자라고 한국으로 와서 초등학교까지 다니다 2000년 가을에 다시 미국에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 온게임넷에서 일할 때까지 쭉 미국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한국어 영어 모두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통역할 때는 선수들의 말이나 단어 하나하나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야기를 이해하고 소화해 영어나 한국어로 다시 말해주는 식이다. 그래서 꽤 길게 이야기해도 큰 무리 없이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의 몸짓이나 행동, 그날의 기분 등을 미리 알고 있으면 이야기의 포인트를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해외 시청자 중에 한국말을 할 줄 아시는 분이 단어 선택에 대해 딴죽을 걸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보다 내가 이 선수에 대해 더 잘 안다는 자신감을 느끼며 통역을 하고 있다.


e스포츠 쪽에는 어떻게 발을 담그게 됐나?

원래는 꿈이 바이올리니스트였다. 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꿈을 접고 방황의 시간을 보낼 때 자연스레 시간이 많다 보니 게임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해온 <콜 오브 듀티>로 아마추어 팀에 소속돼 활동하다가 FPS 대회가 줄어들 무렵에 <LoL>를 알게 됐다. 하지만 FPS와는 많이 달라 선수로서는 힘들겠다고 판단하고 팬으로서 좋아만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주부 팀이 미국에 경기하러 왔을 때 구경하러 무작정 찾아갔다. 기쁜 마음에 치어풀까지 만들고 팬으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강현종 감독이 잠깐 쉬러 밖에 나왔다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나에게 통역을 부탁해서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주부 팀들과 주말마다 다니다가, Major League Gaming(이하 MLG)에서 <LoL> e스포츠를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먼저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e스포츠 일을 하려니 망설여졌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일인가 하는 생각에 고민이 따랐고, 2년 동안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훌훌 털고 좋은 경험으로 삼고 떠나려고 했다.

그렇게 MLG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당시 해설을 맡고 있던 몬테를 만났고, 몬테가 먼저 온게임넷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몬테가 가면서 “너도 꼭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같이 한국 e스포츠를 해외에 알리자”고 하고 떠났다. 처음에는 그저 꿈 같은 소리로만 생각했는데 한 달 후 즈음에 실제로 온게임넷에서 연락이 왔고, 같이 일하게 됐다.

그리고 원래 방송에도 관심이 많았다. 나중에 FPS e스포츠가 더 커지면 직접 중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오랜 미국 생활로 인해 한국에 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걱정 많이 했다. 어렸을 때는 대전에서 살았던 데다 오랜만에 서울에 오니 내가 알던 한국 같지가 않았다. 너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언어장벽도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한국 생활도 대중교통이 아주 잘 되어 있어 특별히 어려운 건 없다.

회사생활에서는 문화의 차이라기보다는 어린 나이에 열정만 갖고 일하다 보니 현실적인 벽에 많이 부딪혔다. 회의할 때도 회사 사정은 생각 안 하고 무작정 앞서나가는 등 한국문화에서는 버릇없어 보일 수 있는 태도를 보여서 충돌이 좀 있었다. 지금은 서로 문화의 차이나 사정을 이해하고 잘 지내고 있지만, 처음엔 한국의 회사생활을 제대로 이해 못 한 채 내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답답했었다.

게다가 같이 살고 있는 몬테가 가끔 회사 내부의 일을 알려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아무래도 몬테는 회사에 고용된 해설자고 나는 회사에 속해 일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적인 일에서 선을 지키는 게 힘들었다. 회사에 가서는 몬테와 나눴던 이야기를, 집에 와서는 회사 일에 대해 말조심을 해야 해서 종일 입단속 하느라 혼났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같이 사니깐 집도 직장같이 느껴져 지쳤었다.

그리고 특히 한국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모두 e스포츠 업계여서 고민이었는데, 이번에 13년 만에 옛 학교친구들을 만나게 돼서 다행이다.(웃음)


해외에서 더 유명했었는데 한국에 오니 아쉽지 않은가?

한국에 온 목표가 한국 e스포츠를 해외에 알리고 선수 개개인의 색깔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해외에서 더 알려졌다는 게 어떻게 보면 제대로 목표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걸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해외 팬들이 한국 경기를 많이 보나?

확실히 한국 팀(SKT T1 K)이 롤드컵 우승 후에 시청자 수가 많이 늘었다. 그전에는 한국 팀이 잘 안 알려져 있어서 관심도가 낮았지만, 우승 후 한국 경기에 관심이 크게 늘었다. 생중계가 해외 시간대에서는 새벽이나 아침 시간에 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이들 챙겨 본다. 아침밥 먹으면서 보고 있다면서 채팅하는 팬들도 많다.

특히 올해 롤드컵 개최국이 한국으로 확정되면서 한국이 현재 최고인 점을 인정하고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 롤드컵 방송을 전문 방송업체인 온게임넷이 함께 제작한다니까 많이 기대하고 있다. 롤드컵을 기회로 한국에 한번 와보고 싶다는 분들도 많다.

 


중계 외에 직접 선수나 코치를 하고 싶지는 않나?


프로 팀에서 코치를 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방송 쪽에 더 관심이 많다. 한국에 와보니까 현재 e스포츠 일을 하는 사람 중에 한국어와 영어 모두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걸 알았고, 양쪽 방송 모두를 경험하면서 시청자들이 어떤 방식의 중계를 더 좋아하는지 공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해외 중계는 너무 경기를 분석하려는 경향이 있고 한국은 분위기를 타는 편이다. 물론 나도 분석하는 걸 좋아하지만 결승전 같은 큰 경기는 그냥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 양쪽 문화를 합쳐서 한 단계 더 높은 중계로 발전시키는 게 현재 꿈이다.


경기 중계를 하려면 해외 경기도 많이 볼 것 같다. 지역별 경기의 특징이 있다면?

우선 새로운 메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유럽 경기를 즐겨 본다. 지금 거의 모두가 사용하는 1탑, 1미드, 2바텀, 1정글러 메타도 유럽에서 처음 나왔다. 다양한 메타를 실험하는 유럽 경기가 재미있다. 반면 한국 팀들은 CJ로 대변할 수 있는 운영이 안정적이다. 경기에서 한국 팀들은 거의 모험하지 않고 무난하고 안전한 픽/밴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의 경우 아직은 상대적으로 메타가 느리고 한 타 싸움에 치중하는 편인 것 같지만, 그게 또 중국 팀만의 색깔인 듯하다. 각 지역이 <LoL>의 한 부분씩을 맡아 발전시키는 걸 보면 참 재미있다.


<LoL> 리그가 지역 제한이 걸려 있어 타국 선수들은 참가를 못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WCS(스타크래프트 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때도 말이 많았고 생각도 많이 해봤다. 고민 끝 내린 결론은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팀들보다 한국 팀들은 구성이 잘돼 있고, 체제 또한 단단하다. 그래서 지금처럼 지역 제한을 걸면 한국 팀들끼리 해서 최강의 한국 팀을 가려내는 것이고, 지역 제한을 풀면 한국 팀들이 여기저기 다 휩쓸고 다닐 것이다.

타국 리그나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게 되면 아무래도 그쪽 팀들과 경기도 많이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해외 팀들 입장에서는 배우는 게 많을 거 같다. 물론 처음 1~2년은 승률이 안 좋을 테니 매우 힘들겠지만. 따라서 해외 팀들이 지역 제한을 풀고 도전정신으로 크느냐, 아니면 지역 제한을 걸고 자기들만의 색깔로 잘 성장하느냐는 두 선택지가 있는 거 같다.


현재 <LoL>에 아쉬운 점은?

서킷 포인트의 부재가 아쉽다. 시즌이 진행되면 중간에 어느 나라의 어느 팀이 현재 최강이겠냐는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 시스템으론 이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 라이엇게임즈가 올스타전을 여는 이유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한 건데 중간중간에 더 많은 국제 대회가 생겼으면 한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열린 2013 올스타전 무대.

또한 요즘 게임 메타가 단조로워지는 현상이 있다. 게임의 특성상 메타가 굳어지기 쉽긴 하다. 그래서 라이엇게임즈가 시즌마다 큰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이번 시즌4도 막 시작했기 때문에 새로운 메타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LCS에서는 이미 탑 트런들 같은 새로운 메타가 나오고 있다. 탱크 위주의 탑이 시즌3에서 활약했다면 앞으로 암살자 탑이나 로밍 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패치가 될 때마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길 바란다.


<LoL> 프로게이머들이 어린 나이에 데뷔하고 선수생명도 굉장히 짧은 편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이쪽 일에 먼저 뛰어든 사람으로서 프로 선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다른 진로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즉 프로 선수에 ‘올인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다른 계획도 대비해 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에 열정을 쏟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프로게이머가 아직은 장기간을 두고 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므로 차선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차선책이 있다면 더욱 더 열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미 은퇴한 선수들에게는 개인적으로 고맙다. 그들의 경기를 참 즐겁게 봤었는데, 은퇴 후 힘들게 방황하는 분들이 그때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좋은 경험으로 간직해 줬으면 좋겠다. 한 번이라도 프로 무대에 섰다는 건 정말 누구나 이룰 수 없는, 대단한 것이다.


롤챔스 윈터 시즌이 끝나서 2월 한 달 동안 시간이 빈다. 계획은?

마음 같아선 미국으로 잠깐 돌아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을 만나 쉬고 싶지만, 사실 이번에 <도타 2> 리그인 NSL(Nexon Sponsorship League) 시즌3에 참가하려고 한국을 찾는 팀 ‘Zephyr의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이외에도 다음 시즌 준비나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한국에 온 목표가 한국 e스포츠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었던 만큼 일이 들어오면 최우선으로 일할 생각이다.


<LoL> 인터뷰의 고정 질문이다. 월드(한국제외)/한국 베스트 5를 꼽아 달라.

월드 베스트 5로는 탑 sOAZ, 정글러 DiamondProx, 미드 bjergson, 원딜 Genja, 서포트 Edward를, 한국 베스트 5는 탑 플레임, 정글러 댄디, 미드 페이커, 원딜 엠퍼러, 서포트 마타를 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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