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게임즈의 2013년은 조용했다. 온라인에선 <피파 온라인 2>의 공백을 메울 작품을 찾지 못했고, 모바일에서도 <탭소닉>의 영광을 재현할 게임은 없었다. 이 와중에 수익성 낮은 일부 게임은 서비스를 종료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구조조정을 하는 등 정리의 시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내부의 시선으로 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산되었던 네오위즈인터넷과의 합병은 양사 간 모바일게임 협업체계를 마련하며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 또한, 비효율적인 조직 체계나 재무상태를 개선해 2013년에는 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현상유지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4년 한 해가 밝았다. 올해 네오위즈게임즈의 어깨는 무겁다. 한 해 동안 뼈를 깎으며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시장에 보여줘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이 험난한 한 해를 어떻게 헤쳐갈 계획일까? 이기원 대표를 만나 네오위즈게임즈의 2014년 계획을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네오위즈게임즈 이기원 대표.
2013년은 추수가 아닌, 밭을 갈고 씨를 뿌린 시기
네오위즈게임즈의 대표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2013년 한 해는 어땠나?
잠깐 반응이 좋았던 작품은 있었지만, 이를 꾸준히 유지하진 못했다. 기존 게임 중 서비스를 중단한 게임도 있었다. 특정 게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2011년부터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우리(네오위즈게임즈) 탓이 컸다. 게임 성적만 보면 풍작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게임 성적만 보면?'이라는 말이 모호하다?
2013년은 게임 론칭보다는 내부 관리에 중점을 둔 한 해였다. 어떤 이들은 주력 매출원의 이탈이 지금의 네오위즈게임즈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개선하지 못한 내부적인 요소의 탓도 컸다. 그래서 2013년에는 조직체계나 재무상태 등을 최적화하고 안정화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픔도 많았다. 적지 않은 인원이 회사를 떠났고, 피망 게임 일부도 서비스를 중지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결정한 것이었지만, 가슴이 매우 아팠다.
네오위즈게임즈의 2013년 1 ~ 3분기 성적. 12년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수치가 내리막이었다.
그래서 뼈를 깎은 보람은 있었나?
2013년 영업이익으로 1,000억 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2012년과 비슷한 수치로, 재무적인 측면만 보면 간신히 현상은 유지한 셈이다. 하지만 조직 체계나 사업 내용 등에서 개선된 점이 많아 개인적으로 이 성적을 현상유지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제 이렇게 고생한 것을 바탕으로 2014년에는 조금 더 성장해야 할 텐데…. 잘 될지 모르겠다. (웃음)
2012년 말, 네오위즈인터넷과의 합병이 무산됐다.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네오위즈게임즈와 네오위즈인터넷의 합병은 모바일 게임 협업의 어려움 때문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두 회사는 네오위즈라는 큰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조직이나 의사결정 구조 상 협업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를 해결해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려고 합병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합병 실패 이후, 양사 모두 당초 원인이었던 모바일 게임 협업체계를 다듬는 데 집중했다. 다행히 상반기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전담하고 있으며, 양사의 협업 효율성도 크게 늘었다. 그래서 이제는 합병에 대한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조직 체계 최적화의 성과라면 성과다.
체제 정비 결과, 네오위즈 인터넷은 모바일게임 개발 대신 ‘벅스’ 등 인터넷 서비스에 주력할 예정.
네오위즈게임즈가 모바일 게임 사업을 전담했던 것 치고는 지난 해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반기 발표했던 ‘네오플라이’(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그 이후 별 소식이 없지 않았나?
네오플라이는 투자라기보다는 인큐베이팅 사업에 가깝다. 그래서 입주사와 손잡아 수익을 내기 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네오플라이에는 11개 모바일 게임사가 입주해있다. 중간에 나가거나 졸업한 팀까지 합하면 이 숫자는 더 많다. 시작한 지 반년 만에 이 정도 규모면 나름 선방한 것이 아닐까? 더구나 최근 2달 사이에는 입주 업체가 늘어서 기대가 크다.
밖에서 보기엔 조용할지 몰라도 안에서는 나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입주 업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도 공유했고, ‘데모 데이’라는 행사를 열어 입주사의 작품을 투자사에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그 결과, 좋은 조건으로 투자받은 입주사도 생겼다. 아마 올해에는 시장에서도 네오플라이 입주사가 맺은 열매를 보게 될 것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입주사가 네오위즈게임즈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더 좋고. (웃음)
지난해는 전반적으로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한 느낌이다.
게임사업도 꾸준함이 도약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특정 게임의 화려한 ‘대박’ 성적을 이야기하겠지만, 막상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작품보다 하나하나 챙기고 조율해 꾸준히 성적을 거둬주는 작품에 더 신세를 진다. 실제로 <슬러거>나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에도 그런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도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기초 체력이 있어야 100m 달리기든 마라톤이든 할 것 아닌가? 조직 구조를 가다듬고, 게임의 테스트도 어지간한 완성도가 아니면 뒤로 미뤄뒀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미래에는 이것이 도움되리라 생각한다.
2013년 8월부터 시작한 인큐베이팅 사업 ‘네오플라이’. 현재 11개 개발사가 도움을 받고 있다.
화려함 대신 견실함으로 승부하겠다
지난해 잔뜩 숨을 고른 만큼, 2014년 목표도 클 것 같다.
지난해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올해 선보일 작품을 성공적으로 내보이는 것이 목표다. 준비 중인 작품이 적지 않은 만큼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물론 기존 작품에 대한 관리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아바>(A.V.A)나 <슬러거> <스페셜포스> 같은 작품들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결국, 잘 되는 작품 잘 띄워주고, 떨어지는 작품 올려주고, 새로 선보일 작품은 돋보이게 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모든 게임사가 언제나 원하는 목표지만,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웃음)
얼마 전 온라인 골프게임 <프로젝트 OG>의 퍼블리싱 계약 소식을 알렸다. 솔직히 네오위즈의 차기 스포츠 게임이라면 야구나 축구 같은 대중적인 작품을 예상했었는데 의외다.
이를테면 <피파> 시리즈 같은? (웃음) 골프게임은 많은 이들이 즐기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만큼 타깃 유저가 확실하고 유저들의 구매력도 높은 장르다. <프로젝트 OG>는 우리 온라인 게임 소싱팀이 본 어떤 온라인 게임보다 높은 완성도를 가졌다. 더군다나 개발사도 우리와 협업에 열성적이어서 계약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프로젝트 OG> 외에도 여러 게임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좋은 게임이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우리는 온라인 게임을 놓지 않았다.
솔직히 <피파 온라인 2>의 공백이 컸다. 이제는 그 뒤를 이을만한 타이틀이 슬슬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이게 주력 타이틀이요’해서 그것이 진짜 주력 타이틀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최선을 다해 성공적인 서비스를 준비할 따름이다. 다행히 침체되어 있던 온라인 게임 시장이 작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작품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면 나름 알찬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블레스>와 <프로젝트 블랙쉽>을 주목하고 있다. 2월 첫 CBT를 실시하는 <블레스>는 그동안 변화가 정말 극적이었다. 지난해 2차례 내부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첫 테스트에선 반응이 별로였지만 두 번째 테스트에선 까다로운 직원들도 호평을 많이 해 CBT 반응이 궁금하다. <프로젝트 블랙쉽>은 연내 테스트가 예정된 타이틀인데 호쾌한 액션과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만큼 유저들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두 작품 못지않은 신작들이 론칭과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어떻게 게임사가 자기 게임의 순위를 매기겠는가. 다 같은 자식이지. (웃음) 나머지 작품들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라인업 강화를 선언했다. 올해는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가?
지난해에도 여러 작품을 출시했지만 유의미한 성를 낸 작품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의 시행착오가 좋은 거름이 되었다. 올해는 지난해의 아픔을 거울삼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올해는 25개 전후의 작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다. 지난 해엔 퍼블리싱 작품의 비중이 높았다면, 올해는 모바일게임 협업 체계 개편 영향으로 자체 개발작품이 30 ~ 40% 가량 된다.
모바일 게임 라인업 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모바일 게임은 그 특성상 소재와 시기 모두 중요하다. 실제로 <몬스터 길들이기 for Kakao> 이후 한 두 달 사이 그와 유사한 게임이 출시됐으나, 최종 승자는 시장을 선점했던 <몬스터 길들이기 for Kakao>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 만큼 이 자리에서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미리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
다만 분명한 점은 올해 예정 작품 중 캐주얼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큰 회사라면 큰 회사답게 작은 회사는 할 수 없는 미드코어 타이틀이나 규모 있는 작품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도리고, 또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위한 행동이 아닐까? 이를 위해 작년부터 준비를 해왔고, 올해 그 성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시될 게임에는 네오위즈 고유 IP도 있으니 많이 기대해달라.
물론 위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라인업의 수도 25개 전후로 제한했다. 무작정 많은 작품을 선보여 하나 얻어걸리길 바라기보다, 작품 수는 적더라도 운영과 마케팅에 집중해서 승부하겠다.
모바일 게임에 더 힘을 쏟는 만큼, 네오플라이의 규모도 커지겠다.
그러길 바란다. 다만 우리는 자리를 마련할 뿐이니 나머지는 스타트업 업체가 판단하겠지. (웃음) 큐모는 몰라도 네오플라이의 프로세스는 더욱 발전하고 세련돼질 것이다. 지난해 네오플라이는 좋은 팀이라는 생각만 들면 무작정 발굴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합당한 기준도 생겼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대폭 늘었다. 앞서 말한 ‘데모 데이’같은 행사도 그중 하나고, 지난 11월 공개한 중국 진출 지원도 그 일환이다. 이외에도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으니 스타트업 업체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OBT 계획도 없고 모바일 게임 라인업도 많은 편은 아니다. 2014년 계획이 생각보다 수수하다.
차근차근 견실하게 나아가고 싶다. ‘<블레스> X월 Y일 OBT!’라고 선언해도 게임이 뜨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게임이, 그리고 회사가 성공하려면 그럴만한 구조와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라인업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2013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년엔 조직 안정화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사업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물론 ‘안정화’라는 것이 도전하지 않고 가만히 멈춰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는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끊임없이 대처하고 움직일 것이다. 시장이 변한 만큼 예전과 같은 온라인게임 론칭, 모바일게임 론칭으론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네오위즈게임즈가 처한 현실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강요할 것이다. 그런 만큼 올해도 ‘밖은 신중하게, 안은 바쁘게’라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한동안 네오위즈게임즈에 관심이 없었던 분들이라면 지금 모습에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네오위즈게임즈의 ‘N’(?)도 예전만 못하고, 지난 해에도 온라인에서도 모바일에서도 이렇다 할 게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밖에서는 이렇게 이름표가 구겨졌지만 안에서는 나름 재기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 결과 작년에는 시스템 개선도 많이 했고,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금 재기 혹은 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 한다. 올해 시작되는 우리의 변화와 도전이 유저 분들이나 개발자, 업계 관계자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네오위즈게임즈가 가는 길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