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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도 전기 온라인, 한국에서도 서비스한다”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 “스토리 중심의 MMORPG”

김승현(다미롱) 2014-02-02 08:03:46
일본의 유명 판타지소설 <로도스도 전기>가 26년 만에 PC 온라인게임으로 거듭나고 있다. <로도스도 전기>는 1988년 처음 출판된 이후 다양한 미디어로 재해석되며 동아시아 판타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게임만 10개 이상 나왔을 정도로 많은 개발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런 작품이 PC용 MMORPG로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자연히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다. 그나마 국내에 알려진 정보는 <거울전쟁>과 <붉은보석>의 엘엔케이로직코리아가 MMORPG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 뿐. 이는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열린 <로도스도전기 온라인>의 티저 사이트에는 2개월이 다 되도록 새로운 정보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대체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어떤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로도스도전기 온라인>의 개발 총괄이자, 판타지 소설 마니아를 자청하는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

<로도스도 전기>가 국내에 소개된 것이 90년대였다. 상당히 그리운 지적재산권(IP)를 들고 왔다.

남택원 대표: 그런가? 나는 <로도스도 전기>를 처음 본 것이 엊그제만 같은데.(웃음) 아무래도 나부터가 이런 콘텐츠에 많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이전부터 일본 IP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것이 게임온을 통해 <붉은보석>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로 발전했다.

여러 IP가 물망에 올랐다. 처음에는 마음이 앞서 게임으로 구현이 힘든 IP를 무작정 찔러보기도 했고 퇴짜도 많이 맞았다. 그렇게 몇 번 의견이 오가다가 ‘게임온’이 <로도스도 전기>의 게임 판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물었다. 사실 게임온은 <로도스도 전기>를 이용한 MMORPG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우리가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니 결국 MMORPG 판권까지 확보하더라.


올해로 26주년이 된 IP라 그런지 한국에서 <로도스도 전기>의 인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일본은 어떤 편인가?

일본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충 전성기가 지나고 이젠 노장이 된 ‘레전드 선수’와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한국과 달리 <로도스도 전기> 관련 콘텐츠도 꾸준히 나와 아직도 팬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예전과 같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원작 판권을 가지고 있는 가도카와 프로덕션도 <로도스도 전기> 관련해서는 ‘이제 다 이뤘다’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소설 외에도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로 재해석된 <로도스도 전기>. 위의 사진은 남택원 대표의 개인 소장품.


한일 양국에서 <로도스도 전기>의 인기가 식었다면 굳이 이 IP로 MMORPG를 개발한 까닭은 무엇인가? 회사라면 흥행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

일단 <로도스도 전기>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웃음) 90년대만 하더라도 동양에서 ‘판타지’는 굉장히 생소한 장르였다. 하지만 <로도스도 전기>, 특히 <로도스도 전기> OVA는 동양에 판타지라는 장르를 퍼트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얼마 전 중국에 갔었는데, 중국에서도 90년대 출시된 <로도스도 전기> OVA로 판타지에 입문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 90년대 중국의 폐쇄성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 아닌가? 나 또한 판타지 마니아로서, 이렇게 상징성 있는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개발을 결심하게 되었다.

또 <로도스도 전기> 자체가 MMORPG로 재해석하기 좋은 구성을 보이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가 있고, 그러면서도 세계의 구성이 빡빡하지 않아 재해석이나 상상의 여지가 많이 있다. 소설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통해 IP의 강점을 살릴 수 있고, 언급되지 않거나 여운을 남긴 이야기와 설정을 통해 MMORPG의 상상력도 살릴 수 있다. 다른 IP에서는 찾기 힘든 <로도스도 전기>만의 강점이다.


시작은 소설 1권, 로도스섬의 주민이 되어 체험해 달라


좋다. 그렇다면 <로도스도 전기>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나?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스토리를 주력 콘텐츠로 하는 MMORPG다. <로도스도 전기> IP를 가져온 만큼 당연히 소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캐릭터와 NPC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배경은 소설 1권 ‘회색의 마녀’ 파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큰 흐름은 <로도스도 전기>의 이야기를 따라가되, 세부적인 이야기는 판과 디드리트의 이야기가 아닌 PC와 NPC 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라의 운명이나 세계의 운명 같은 거창한 주제는 되도록 배제했다. 어떤 의미에선 트렌디 드라마나 일본 패키지 게임의 문법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판’이나 ‘디드리트’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아닌 모양이다.

수십, 수백 명의 ‘판’이 마을에 있다면 굉장히 무섭지 않을까?(웃음)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소설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들이다. 각 캐릭터는 저마다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소설캐릭터나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캐릭터와 관계를 맺어 나간다.

판과 디드리트 등 기존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유저와 협력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흐름이 소설을 따라가는 만큼, 원작 팬이라면 즐겁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화자가 달라진 만큼 소설의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거나, MMORPG라는 장르에 걸맞게 새롭게 해석된 이야기도 있다.


<로도스도전기 온라인>의 주인공들.


캐릭터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면 왠지 ‘호감도 시스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면 혹시 디드리트나 필로테스와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된다.(웃음) 일단 호감도 시스템과 유사한 것이 존재한다. 게임의 NPC는 그가 소설에 나왔든 나오지 않았든 저마다 별개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유저는 이러한 캐릭터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관계에 따라 NPC의 대사가 변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저에게) 숨겨진 퀘스트를 주기도 한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소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임이다. 때문에 호감도 시스템은 소설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구성될 것이다. 호감도가 아무리 높아도 디드리트가 판 대신 유저에게 반하는 것 같은, 기존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소설 캐릭터의 호감도가 없진 않겠지만, 이는 친애에 가깝다고 생각해달라. 대신 다른 NPC의 경우 훨씬 다양한 패턴이 준비되어 있다. 메인 스토리가 <로도스도 전기>라는 이야기를 묘사하는 것이라면, 호감도는 ‘로도스섬’라는 사회를 묘사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참고로 호감도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수많은 장치 중 일부다. 이것 외에도 캐릭터와 이야기를 부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준비되어 있으니 기대해 달라.


2012년 공개된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배경원화.


인물 관계에 집중하고 거국적인 사건은 배제한다고 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사신(邪神)의 부활과 같은 세계 단위의 위험도 주요 소재였다. 소설을 따라가면서 이러한 소재를 배제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영웅전쟁’이나 ‘화룡 슈팅스타 원정’와 같은 소설의 주요 사건도 구현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주인공들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는 이유와 계기다. 앞서 말한 사건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캐릭터와 NPC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환경, 혹은 그 관계의 결과에 가깝다.


<로도스도 전기>는 7권 ‘로도스도의 성기사’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아직 먼 이야기겠지만 소설 엔딩 이후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원작의 흐름을 따라간다.(웃음) 사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로도스도 전기>의 후속작인 <신 로도스도 전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만약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이 원작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따라갔다면 그 다음 이야기는 <신 로도스도 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먼 미래의 일이다. <로도스도 전기>만 하더라도 책으로 일곱 권이나 되는 분량이며, 소설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로도스섬의 다른 지역까지 고려하면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이 그려야 할 이야기는 더욱 많아진다. 아마 당분간은 이야기가 없어서 걱정할 것 같진 않다.


한국 서비스, 늦어도 내년 안에 시작된다


이야기 중심의 MMORPG라면 PvP보다는 PvE에 집중하겠다.

맞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PvE가 핵심 콘텐츠인 게임이다. 소설의 주요 장면을 MMORPG에 걸맞게 해석하고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소설 3~4권의 최종보스 화룡 슈팅스타와의 전투는 MMORPG에 걸맞게 파티 던전이나 레이드 콘텐츠로 구현되는 식이다.

물론 PvP 콘텐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밸리스와 마모가 싸우니 해당 국적 유저들은 전장으로 와라’ 같은 시스템적 강제나 시나리오적 당위성은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PvP는 어디까지나 서로 실력을 겨루고 싶은 유저를 위한 콘텐츠가 될 것이다.


2012년 공개된 ‘화룡 슈팅스타’의 콘셉트 원화.


실력을 겨룬다는 것은 전투에 있어 컨트롤 요소가 있다는 의미인가?

아직 구체적인 시스템을 밝히긴 힘들지만,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소설을 즐겨 읽었을 30대 이상의 유저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게임처럼 기민한 반응 속도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이 무조건 마우스 클릭만 해야 하는 게임인 것은 아니다. 콘셉트는 ‘전투는 쉽게, 운영은 어렵게’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에서는 기본적으로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유저는 제한된 스킬 슬롯을 스킬 간의 시너지 효과나 자신의 전투 패턴 등을 고려해 채워야 한다. 쉽게 말해 TCG의 을 구성하는 것과 같다. 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저가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의 레벨이나 등급이 달라진다.

때문에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전투에서는 화려한 컨트롤보다 유저의 치밀한 전략과 연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스토리 중심 콘텐츠도 그렇고, 3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한 전투도 그렇고 철저하게 원작 팬을 노린 느낌이다. 혹시 게임의 화풍도 그러한가?

<로도스도 전기>는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로 나온 작품이다. 작품마다 화풍이 달라 어떤 것을 참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답이 나오지 않아 가도카와 프로덕션에 문의하니 우리 마음대로 하라는 답변이 오더라. <로도스도 전기>는 고정된 화풍이 없으니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라는 것이 가도카와의 주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가도카와의 주문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웃음)

물론 <로도스도 전기>의 이름을 건 만큼 원작의 화풍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즈부치 유타카’가 그린 <로도스도 전기> 소설의 삽화를 참조해 작업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 MMORPG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금속 질감의 사실적인 그림체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한일 양국의 신진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만큼 이즈부치 유타카 본인이 그린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된 <로도스도 전기>의 세계가 나올 것이다.

이즈부치 유타카가 2013년 다시 그린 ‘판’과 ‘디드리트’.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도 이와 유사한 화풍을 준비 중이다.


일본 IP 홀더는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화풍 같이 게임의 느낌을 좌우하는 요소를 자유롭게 풀어줬다니 의외다.

그것 때문에 겁(?)도 많이 먹었는데 생각보다 개방적인 태도라 놀랐다. 가도카와나 미즈노 료 모두 온라인게임의 개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자유를 보장해줬다. 물론 캐릭터나 설정 같은 디테일한 면에서는 일본 IP 홀더 특유의 깐깐함이 발휘되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과 일하는 것보다, 개발팀 내부 <로도스도 전기> 마니아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개발팀 대부분이 <로도스도 전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나의 <로도스도 전기>는 그렇지 않다’며 회의와 설전이 이어지더라.(웃음)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서비스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한국에도 들어오는가?

출시한다. 아직 퍼블리셔를 구할지 자체 서비스를 할지 확정하진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서비스가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2015년) 안에는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긴 힘들겠지만 일본에서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이 서비스되는 시기와 크게 차이나진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을 기대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로도스도 전기>가 한국에 소개된 지 20년이 지났다. 아마 그 시절 원작을 접했던 이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로 많은 미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이 이런 미화를 얼마나 따라잡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고전 판타지가 어떻게 MMORPG로 재해석됐는지 보는 것도 원작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로도스도 전기>의 세계를 잘 표현하는 것이 개발팀의 사명이고, 또 게임의 성공 요건이다. 한일 양국에 수많은 팬들이 있는 만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원작의 팬이나 판타지 마니아 모두 MMORPG로 새로 태어난 <로도스도 전기>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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