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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오브탱크, 한국이 최약체? 충분히 세계 정상권 실력을 갖출 수 있다”

폴란드 WGL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NOA와 ARETE를 만나다

정우철(음마교주) 2014-04-06 05:58:06

<월드오브탱크> 국가별 챔피언이 한자리에 모인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한국에서도 2팀이 와 있다. 바로 WTKL(코리안리그) 우승팀인 ARETE와 토너먼트를 거쳐 기회를 잡은 NOA.

 

그들과 인터뷰를 한 시점은 NOA는 이미 탈락이 결정됐고, ARETE는 첫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 결과적으로 인터뷰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양팀 모두 세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해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그들은 진한 아쉬움도 보였지만 홀가분한 모습이기도 했다.

 

둘 중 한 팀이라도 4강에 오르거나 우승해서 승자 인터뷰로 진행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 WGL(<월드오브탱크> 그랜드 파이널)에 오기까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바르샤뱌(폴란드)=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왼쪽부터 ARETE 최민수, NOA 송호성, ARETE 송준협, 강정모 선수


일반적인 e스포츠 프로팀,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먼저 팀 구성과 소개를 부탁한다.

 

ARETE 송준협: ARETE는 기본적으로 7명으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 원래 예비선수 2명을 포함해 9명이었는데 군대에 가면서 지금 7명이 전부다. 나이 차이가 좀 많은 편인데 위로는 38, 아래로는 21살까지 있다.

 

프로팀이라고 말하기에는 게임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월드오브탱크>에 전문적일 뿐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게임에 올인하기 힘들다. 나머지는 학생, 배우 등의 직업이 있다.

 

NOA 송호성: 우리도 팀 구성은 비슷하다. 다만 나이가 모두 20대로 ARETE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월드오브탱크>가 메카닉, 전술의 이해 등 다양한 면을 추구하는 게임이다 보니 유저 연령이 높은 편이다.

 

우리도 전문 게이머는 없고 대부분 학생이나 회사원으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WGL 참가에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다행히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NOA는 첫날 모든 경기를 마쳤다. 과거 엔비디아 대회 등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활약하지 못했는데 이번 WGL에서도 아쉽게 됐다.


송호성: 일단 엔비디아 대회에서는 준비한 것의 거의 50%도 쓰지 못했다. 전략이나 컨디션 등에서 아쉬움이 많아서 WGL에서는 평소보다 더 잘하자고 준비했고, 100%를 보여주자는 각오로 임했다. 결과적으로는 패배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사실 우리 팀 자체가 연습량을 많이 가져갈 수 없어서 전술적인 면에서 신경을 썼다. 생각했던 것보다 잘 풀렸다아마 상대편에서 이런 부분의 준비가 없어서 수월하게 전술이나 세트 플레이가 잘 먹힌 듯하다. 내용 면에서 불만은 없고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등과 달리 <월드오브탱크> 팀은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세계대회까지 왔는데, 궁극적으로 게임에 전념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가?

 

송호성한국에서는 <월드오브탱크리그가 하나밖에 없다. 결국 우리만의 리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연습이나 일상이 비슷해 어떻게 보면 좀 지루하고 템포가 떨어질 수 있다. WGL과 같은 세계대회를 경험하면서 다른 국가와 한국의 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체험하면 동기부여가 된다.

 

아쉬운 점은 게임에 전념하는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건 돈과 반드시 결부된다는 사실이다. 우리 같은 반 프로팀은 9~10명이 소속되는데 리그 상금은 한정돼 있고, 선수 혼자서 상금을 독차지하지 않고 분배하다 보니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더 적다.

 

WTKL만 해도 1등에게만 많은 상금이 주어진다. 선수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차비나 숙박비 등 비용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준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인 이득은 거의 없다. 명예나 성취감도 중요하지만 게임에만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한국에서 게임단을 운영하고 대회를 치르는 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송준협: 게임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1등이 상금을 독식하는 구조다. 후발주자, 예를 들어 4위 안에 들어가는 팀은 본전 정도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잃는 게 많아 포기하는 팀도 꽤 된다. 이런 점이 안타깝다.

 

게임만 해서 먹고살 수 있다면 좋아하는 게임만 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어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 스폰서가 있거나 급여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향후에도 우리끼리 영업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월드오브탱크> 리그로는 첫 글로벌 대회인데, 기존 대회와 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게 있다면?

 

송준협한국에서도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보면 큰 체육관에서 콘서트장 같이 많은 관람객이 모여서 분위기를 띄운다. WGL의 경우도 관객 중심이기는 하지만 트위치TV로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수도 중요하다.

 

<리그오브레전드>의 트위치 뷰가 7만 정도인데 WGL이 첫날 4만 뷰 정도 나왔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전 세계에서 <월드오브탱크> 리그를 봐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체험하니 놀랍고 고무된다.

 

 

 

NOA ARETE처럼 국내에서 활동하며 성적을 내는 팀은 얼마나 있나?

 

최민수: NOA ARETE밖에 없다. <월드오브탱크>는 다른 게임과 달리 개인 종목이 아니다. 물론 개인의 능력에 따른 보정은 있겠지만 7명이 한 팀이 되어 플레이한다. 음악으로 따지면 합주를 해야 하는 전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7명이 모두 모여서 연습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팀이 운영될 수 없다. 연습시간도 적은 게임이 아니다. WGL을 위해서 NOA와 합숙하며 연습할 때도 실제 플레이는 4시간이지만 준비에만 4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부분에서 보상이나 별도의 지원이 없다면 열정만으로는 힘들다.

 

올림픽 같은 경우도 혼자서 능력만 된다면 마라톤에 출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m 달리기의 경우 개인 종목이지만 스폰서도 붙고 장비와 기술진의 보조가 함께 있어야 기록을 낼 수 있는 것처럼, 게임팀도 스폰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WGL을 위해 두 팀이 합숙하면서 연습한 게 도움이 됐나?

 

최민수많은 도움이 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습은 차이가 분명하다합숙의 성과는 <드래곤볼>에서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간 정도의 느낌이다. 왜 프로게이머들이 합숙하고 연습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만나서 연습하는데 효율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송호성: 가정이 있는 선수도 있다. WGL을 위한 숙소가 마련돼 연습을 위한 좋은 환경이 제공됐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온라인에서 말만 주고받는 것과 얼굴을 마주보고 말을 주고받는 건 커뮤니케이션부터 다르다. 게임이 끝나고 서로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도 집중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월드오브탱크> 이전에 다른 프로게임팀 소속이나 종목에서 경험을 한 적이 있나?

 

송준협: <월드오브탱크>로 처음 리그에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실 프로게이머라는 일이 일반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선망의 직업일 수도 있다. 우리도 처음에는 경기장의 부스 안에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람도 있다. <월드오브탱크>는 이런 기회를 준 게임이다. 손보다 머리가 빠르면 유리한 게임이기도 해서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다.(웃음)

 

강정모: 한국에서 e스포츠라고 하면 대부분 RTS 아니면 FPS가 대부분이다. <월드오브탱크>는 확연한 장르의 차이가 있다. 선수들의 공통점도 있다. 어떤 다른 게임 하나만큼은 특출 나게 잘했던 사람들이다. 게다가 RTS, FPS 등 장르 전반에 높은 이해를 가진 사람이 <월드오브탱크>를 잘하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이번 동계올림픽의 컬링 국가대표 같은 느낌이다경험을 통해 일반인도 장벽을 넘어서 e스포츠에 뛰어들 수 있는 종목?

 

최민수순간의 긴장감과 쾌감이 가장 좋은 게임이다. 그 때문에 지금도 이 게임을 하고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월드오브탱크>는 장기나 바둑의 요소가 강하다탱크 하나를 배치하는 게 바둑에서 돌 하나를 놓는 수의 느낌이다.

 

실제로 단순하게 탱크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임은 하나도 없다. 의미 없는 선택과 배치가 없는 만큼 처음부터 수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게임에 들어가면 전략도 필요하고 FPS게임처럼 상대를 조준하고 정확히 맞추기도 해야 한다. 복합적인 장르의 집합체가 <월드오브탱크>라고 할 수 있다.

 



 

첫날 NOA 팀이 B그룹에서 중국팀을 이기고 올라올때, 그리고 러시아의 R.R 팀을 만나 1경기에서 이겼을 때, 현지에서는 이변이라고 말했다. 다들 한국팀을 최약체로 보는 듯했다.


송호성개인적으로는 WGL 전부터 중국 팀과는 실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직접 상대해본 적이 없어서 서로의 실력을 측정하기는 힘들었다중국 팀과의 대결에서 첫 세트를 퍼펙트로 이기고 두 번째도 이기는 게임인데 비겼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한국 서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저들의 열정이 있어서 그들보다 한국 팀의 수준이 더 높다고 본다.

 

러시아 팀도 영상을 보거나 다른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보면서 정상에 있는 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붙어서 이겨보니 공략이 불가능 팀이 아닌, 잽을 날리면 맞는 팀이라는 걸 경험했다. 이변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착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R.R 팀에게 승리했을 때 상대 팀에서는 리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중국 110 전차를 내세웠다. 관객들은 이를 보고 NOA를 얕본 게 아니냐고 반응했다.

 

송호성: 110 전차도 사용할 포지션이 있다. R.R 팀도 110 전차를 사용한 전례가 있다. 사실 경기를 시작하면서 확인했을 때는 우리를 얕보는 게 아닌가 의구심도 들었지만 전술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판단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픽이다. 상대가 방심했다기보다 그 경기에서는 우리가 더 잘했기 때문에 이겼다고 본다.

 



 

WTKL WGL의 룰 차이로 인한 득이나 실이 있었나?

 

최민수: 장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은 경기시간이 짧아져서 빠르게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단점은 첫 공격 포인트를 누가 먹는지가 중요해져서 일방적으로 끝나는 경기가 많다.

 

어떻게 보면 WTKL 룰은 재미없는 경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관객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시행착오는 분명히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룰 때문에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템포가 빨라지고 다음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 다만 42티어 제한을 바꾸는 건 선수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다. 지금이 가장 적당하다.


 

아쉽게도 탈락했지만 전 세계 팀들과 붙어보니 언젠가 정상에 설 수 있다고 판단되나?

 

송호성: 합숙해서 같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 등 여건이 만들어지고 2~3개월 정도 지나면 충분히 세계 정상권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서버가 열렸을 때만 해도 과연 실력이 맞을까 생각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북미 팀보다는 우리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유럽과 러시아 팀과의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단시간에 그 격차를 많이 줄였다. 한국 서버에서도 충분히 우승팀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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