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스마일게이트의 자회사 팜플은 상반기 라인업을 공개했다. 미드코어 RPG로 구성된 라인업에는 지난해 카드배틀 게임 <데빌메이커: 도쿄>(이하 데빌메이커)로 이름을 알린 엔크루의 신작 <원티드 for Kakao>(이하 원티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드로 존재하던 <데빌메이커>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원티드>는 ‘보는 재미’있는 쉬운 게임으로 소개됐다. 카드 배틀 개발의 노하우를 담은 일러스트는 물론, 전투의 모션이나 이펙트를 통해 화려함을 내세웠다.
엔크루는 온라인 TCG <카르테>를 시작으로 최근 <데빌메이커>까지 줄곧 카드 게임을 선보여 왔다. <카르테>는 비록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았고, <데빌메이커>는 한동안 모바일게임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엔크루가 차기작으로 RPG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엔크루의 김택승 대표를 만나 <원티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원티드> 보는 재미와 조작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보는 재미’를 강조한 고퀄리티 RPG는 이미 많이 출시되고 있다. <원티드>만이 가진 특징이 있나?
김택승 대표: 보는 재미는 단순히 고퀄리티의 그래픽으로 만족시킬 수 없다. 액션의 생동감을 전달하면서 몰입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요즘 모바일 RPG에서 볼 수 있는 쿼터뷰나 사이드뷰 대신 PC 온라인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뷰를 택했다. 자동 전투를 돌려도 훨씬 통쾌한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은 모니터보다 화면이 작아서 백뷰로 놓으면 몰려나오는 몬스터를 잡는 게 어려워진다. 내부 테스트에서도 의견이 나뉘어 버렸다. (웃음) 그래서 <원티드>는 쿼터뷰와 백뷰 두 가지 시점을 모두 지원한다.
심지어 옵션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전투 중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기존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쿼터뷰로, <디아블로>와 같은 PC 액션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백뷰로 즐기면 된다. <원티드>는 ‘쉬운 게임’이라는 대전제로 재미, 조작하는 재미, 모으는 재미 그리고 함께하는 재미 4가지를 추구하고 있다.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모두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
쉬운 게임에서 조작의 재미를
준다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원티드>는 조작이
거의 필요하지 않는 스킬
전투 시스템이지 않나.
김택승 대표: 맞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조작성을 가장 잘 살린 게임으로 <몬스터 헌터>를 손꼽는다.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조작하는 재미를 살리려면 <몬스터 헌터>와 같이 코어한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스킬 전투가 중심인 모바일 게임에서 조작은 플레이어의 ‘개입’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유저가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스킬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결과가 달라지는 재미 말이다. 기존 모바일게임을 보면 3~5명의 파티를 구성해서 싸우는데, 한 캐릭터가 전투 중이면 다른 캐릭터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협동스킬’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며 조작하는 재미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 스킬 외에도 전투 중 대기하고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협동스킬’이 있다. ‘협동스킬’은 힐링, 원거리 딜, 평타, 폭격 등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어떤 시점에서 무엇을 사용할지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략에 따라 파티를
구성이 달라지겠다.
김택승 대표: <데빌메이커>를 개발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모든 유저가 똑같은 덱을 사용하는 걸 피할 수 있을까였다. 모든 유저가 같은 카드만 사용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해결안을 찾기 위해 RPG도 연구했지만, 격투 게임을 많이 참고했다.
격투 게임은 수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유저가 선호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캐릭터 선택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강조한 협동스킬은 유저의 덱 구성 선택의 폭을 방대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기본 스킬이 원딜인 캐릭터가 협동스킬이 힐이라면 활용도가 확 달라지니까.
탱·딜·힐의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플레이어라면 이런 캐릭터를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지만, 강력하고 빠른 공격을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기피할 수 있는 다양성이 생긴다. 캐릭터 개개인의 밸런스 뿐만 아니라 파티의 밸런스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원티드> 화염의 성 던전 플레이 영상.
※ 위는 개발 과정 중 영상으로 출시 버전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 상황의 문제로 다소 화질이 떨어지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티드>는 세계관은 전작 <카르테>을 반영한 게임. “<데빌메이커> 캐릭터는 없다”
캐릭터 퀄리티에 비해 초반
던전 배경의 그래픽은 아쉬운
면이 있다. 백뷰 시점에서
다각도로 볼 수
있다 보니 구석구석
허전한 면도 있고.
(웃음)
김택승 대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게임 용량에 신경 쓰면서 초반 던전은 일부러 힘을 뺐다. 스테이지의 그래픽 퀄리티가 높을수록 입장 로딩 속도가 늦어진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부분인데, 게임 초반에 그 미묘한 대기 시간이 유저에게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데빌메이커>를 개발하면 느꼈던 부분인데, 게임에 애착이 있고 계속 플레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유저라면 1~2초의 로딩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게임에 대해 알아 가는 유저에게는 작은 진입 장벽이 된다. 따라서 후반 부로 갈수록 던전 그래픽의 퀄리티가 높아진다. 처음에는 전투 그 자체에 몰입하면서, 가벼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콘셉트의 스토리는 그런 애니메이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김택승 대표: 스토리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최근 모바일 RPG가 뚜렷한 스토리가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PC 온라인 게임의 경우 콘텐츠 소모 시간이 길어서 대규모 업데이트가 분기별 혹은 6개월 간격으로 진행된다.
반면 모바일게임은 길어야 한 달, 짧게는 일주일 간격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스토리 라인까지 더 해지면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아예 없앨 수는 없으니까 보다 유동성 있는 세계관을 고민해야 했다.
현상금이 걸린 적을 사냥한다는 콘셉트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유저들이 받아들이기에 직관적이라고 생각해 선택한 것이다. 사냥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나.
캐릭터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전투가 반복되다 보면
현상금 사냥은 지루해 질
것 같다.
김택승 대표: 유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을 뿐이지 그 뒤에는 진중하고 방대한 세계관도 있다. (웃음) <원티드>에는 앞서 언급한 엔크루의 전작 <카르테>의 세계관이 담길 예정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수 개의 제국들이 등장하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배신이 그려진다.
단순하게 용량이 큰 게임도 부담스러워 하는 모바일게임 유저들에게 초반부터 이 방대한 스토리를 들이밀면 당연히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불의 나라 누구를 죽여라’라는 퀘스트가 주어지면 단순히 ‘현상금이 걸렸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잡겠지만, 나중에 보면 다 이유가 있는 방향이 될 것 같다.
<데빌메이커>의 캐릭터는 볼 수 없는 건가?
김택승 대표: 세계관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데빌메이커> 캐릭터가 다 등장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인기 카드의 경우 일종의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담을 수는 있지만. 엔크루에는 원화 디자이너만 20여 명을 두고 있다. <데빌메이커>의 일러스트는 대부분 외주보다는 내부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완벽하게 재현해 낼 자신은 있다. 유저들이 강력하게 요청한다면 언제든 고려해 보겠다.
“<원티드>, <데빌메이커>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콜렉팅 게임’ ”
오래 전 온라인 TCG <카르테>부터 최근 <데빌메이커>까지 줄곧 카드 게임을 출시해 오다가 RPG를 선택했다. 이름에 ‘도쿄’가 들어가 있어 시리즈를 기대했었는데 사실 RPG는 의외였다. 역시 대세를 따른 건가? (웃음)
김택승 대표: <원티드>는 기획부터 개발까지 1년 넘게 개발했으니 꼭 대세를 따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드코어 게임이 모바일 시장을 선도하리라 예상은 했다. 다만, 다른 게임들을 보면서 ‘<데빌메이커> 카드 속 캐릭터들이 움직이면 더 재밌을 텐데’라는 생각에서 지금의 <원티드> 개발을 시작한 건 맞다.
RPG에서 수집의 형태는 크게 두 분류가 있다. PC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 수집과 요즘 모바일 RPG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수집이다. 카드 배틀 게임은 캐릭터가 카드로 되어 있을 뿐 굳이 장르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우리는 장르를 구분 짓기 보다 ‘콜렉팅 게임’이라는 특성에 집중했다.
과거에 출시했던 <카르테>는 정통 TCG였다. 스스로 정말 잘 만든 게임이라고 자부했고, 지금도 자랑할 수 있지만 결국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게임이 어렵다. (웃음) 그래서 나온 게임이 보다 가벼워진 카드 배틀 게임 <데빌메이커>였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카드 배틀은 ‘비주류’에 속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콜렉팅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엔크루의 전작 <카르테>는 마니아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원티드>와 <데빌메이커>는 같은
‘콜렉팅
게임’이지만 수집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엔크루의 차기작은 전혀
다른 게임성을 기대해도 될까?
김택승 대표: <원티드> 이후 차기작도 준비가 끝났다. 말한 것처럼 엔크루의 전작들과 전혀 다른 게임성을 지니고 있는데, 일종의 타이밍 리듬 액션 <크레이지몬>이라는 게임이다.
역시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하는 것이 주목적인데, 오토 전투가 아닌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캐주얼 게임이 눈에 띄었다.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퍼즐을 기반으로 한 캐주얼게임을 보면 조작 방법은 단순하면서 계속 손이 가게 되는 재미가 있더라.
<크레이지몬>의 조작은 화면을 슬라이스 하기만 되는 단순한 방법이다. 쏟아지는 작은 몬스터를 배드·굿·나이스·엑설런트로 나뉘는 타이밍에 맞춰 슬라이스로 제거하면, 내 캐릭터에 콤보가 축적되어 보스 몬스터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원티드>와 비교하면 조금 도전에 가까운 게임이 될 것 같다.
워낙 다양한 게임을 만들고
있어서 엔크루의 미래는 예측이
안 된다. 개발자로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나?
김택승 대표: 특정 장르 대표작이 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2014년도에 어떤 게임을 했지?’라고 생각했을 때 <원티드>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는 없어도 특정 시대를 회고했을 때 지목되는 게임 말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몬스터 헌터> 같은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이런 것만 좇아 고퀄리티 게임을 만든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의 기억 한 편에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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