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이 돌아왔다. 네오위즈와 네오위즈재팬의 대표, 그리고 넥슨 포털 본부장을 역임했던 그가 신생 퍼블리셔 ‘네오아레나’를 통해 게임 업계에 귀환했다.
지난 2월 처음 미디어 앞에선 박진환 대표는 네오아레나의 비전과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직접 무대에선 그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오픈 퍼블리셔’임을 강조하며,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협업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내세웠다.
짧은 공백기를 지나고 돌아온 박진환 대표의 발표에 업계는 귀를 기울이면서도, 뜬구름 같은 용어들을 보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네오아레나는 과연 어떤 회사인지 또한 이들이 말하는 시스템은 무엇인지 박진환 대표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네오아레나 박진환 대표
15년 만에 수장으로의 컴백, “두려움 보다는 설레임이 앞선다”
박진환 대표가 게임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네오위즈에서다.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 박진환 대표는 <스페셜포스> <피파온라인> 등 다수의 게임 퍼블리싱을 성공시키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고 경영자까지 올랐던 그가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어느덧 게임 플랫폼으로서 ‘대세’가 된 모바일 시장이었다. 박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인 통신장비 업체 ‘티모이엔엠’을 인수했다. 기존 사업은 유지한 채 사명을 ‘네오아레나’로 변경하고 게임 사업부를 신설해 모바일게임의 투자 및 퍼블리싱 을 주력 사업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소감을 묻자 박 대표는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크다”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네오위즈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14년 만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으며, 자신의 회사를 꾸린 것은 업계에 발을 들인 후 17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규제는 나날이 심해지고, 시장은 포화 되었으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업계를 떠나기도 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 다시 돌아온 이유를 묻자 박진환 대표는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게임회사 다닌다고 하면 ‘이상한 놈’ 소리 들었다”며 웃었다.
“현재 게임 업계가 위태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돌이켜보면 이곳은 항상 위기였다. 처음 업계에 발을 들인 90년대에는 게임에 대한 인식 자체도 없었다. 사업적으로 봐도 벤처라는 말도 없던 그리고 IMF를 맞은 시대에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해야 했다. 지금은 함께 이겨낼 사람들이 많으니 아주 조금은 낫지 않나” 17년을 게임 업계에 몸담아 온 박 대표는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일당 백을 채운다. 전 직원이 PM인 네오아레나
짧은 공백기를 지나 돌아온 박진환 대표는 혼자가 아니었다. 네오아레나에는 박정필 전(前) SG 인터넷 대표를 비롯해 문대경 전(前) 넥슨 코리아 신기술 개발실장, 황성익 전(前) 게임빌 퍼블리싱 총괄 본부장 등 업계 유력 인사들이 함께했다.
현재 네오아레나의 인력 규모는 약 30명. 그럼에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타이틀만 벌써 10개가 넘는다. 전문가들이 뭉쳐 매머드급 길드를 형성한 네오아레나는 공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진환 대표부터 모든 직원이 PM이 되어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쳐 얻은 성과다.
박진환 대표는 지난 2월 미디어 간담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본부터 발표 억양, 제스처까지 이틀 밤을 새우며 직접 준비했다. 회사 내 수많은 베테랑을 믿지 못해서였을까? 직접 무대 위에 오른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회사 비전에 대해 나만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 모든 임직원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믿기 때문에 업무를 진행할 때는 모든 권한을 준다. 모두 각개 전투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대표인 나하고는 면담을 하고 있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가 가장 큰 그림을 보고 있고, 그래서 직접 발표를 맡았다”고 답했다.
“전략적 M&A 내세운 ‘에코 시스템’으로 개발사에게 나눠주겠다”
성공한 게임을 바탕으로 상장하는 기존 업체들과 달리 박진환 대표는 이미 상장된 회사를 인수했다. 당초 비상장사는 인수 대상에서 배제했다. 왜 꼭 상장사였느냐는 물음에 박진환 대표는 “개발사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퍼블리싱 사업을 구상하며 박 대표는 마켓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야 했다. 이미 대형 회사들이 안착한 시장에서 중소업체로서 완전히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해답을 M&A를 통한 협업에서 찾았다.
“퍼블리셔는 성공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기 원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개발사들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개발사는 자식 같은 게임을 버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계속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 끝에, 회사를 인수하며 개발사에게 지분을 나눠 주는 방법을 생각했다”
네오아레나가 강조하는 ‘에코 시스템’이란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말한다. 퍼블리셔는 우수한 게임 IP를 확보하고, 개발사는 투자를 받는 형태로 함께 상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상장사인 네오아레나의 지분이 있다.
또한 ‘오픈 퍼블리싱’을 통해 기존에는 없었던 사업 전략을 전개해갈 예정이다. “대형 퍼블리셔들이 라인업은 많이 보유하면서 일정 때문에 소화 못 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개발사에게도 퍼블리셔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당장 10밖에 못하는 데 다른 곳에서 100을 채워 줄 수 있다면 연결도 시켜주고, 함께 서비스한다면 윈윈이 된다”
네오아레나와 퍼블리싱 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함께 하는 전략이다. 네오아레나는 그 첫 번째 사례로 CJ E&M 넷마블과 손을 잡았다. 당초 네오아레나의 첫 서비스 게임으로 <퀴즐 for Kakao>(이하 퀴즐)는 CJ E&M 넷마블과 공동 퍼블리싱할 예정이다.
“모바일인 이유? 기회는 요동치는 곳에 있다”
2012년 <애니팡> 열풍을 탄 모바일게임 시장은 2013년 <윈드러너> <몬스터 길들이기> <마구마구> 등 롱런 히트작을 통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CJ E&M 넷마블은 1년 만에 3,000%가 넘는 성장을 거두었고, 위메이드 역시 1,037%의 성장을 기록했다.
급성장을 이룬 탓이었을까? 업계에서는 올해를 모바일게임의 과도기로 평가하고 있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캐주얼에서 미드코어 장르로, 그러다 다시 캐주얼 게임이 대세를 이루는 등 지나치게 빠른 변화 거치면서 더이상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박 대표는 “세상이 요동칠 때 기회가 있는 것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PC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대세를 보며 성공한다고 예측했던 게임이 모두 성공을 거두었나? 어느 플랫폼이든 결국 시장은 살아 있다. 우리는 사용자의 마음을 읽을 뿐이지 조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네오아레나는 이달부터 퀴즈와 퍼즐이 만난 <퀴즐>을 시작으로 RPG <베나토르> 등 주얼 게임부터 미드코어·하드코어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3월부터 출시가 예정되었으나, 시작이 반이라는 욕심에 일정이 미뤄졌다. 그럼에도 연내 10개 게임 출시는 변함이 없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박 대표는 오히려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디어데이에서 <퀴즐>을 두고 100만 다운로드가 목표라고 밝혔는데, 개발사가 섭섭해하더라.(웃음) 300만 다운로드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퀴즐 for Kakao>는 네오아레나와 CJ E&M 넷마블이 공동으로 서비스한다.